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93화(29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93화
수장(3)
염병할 것.
‘더럽게 빠르네, 진짜!’
장기전에 체력이 방전됐을 것이 분명함에도.
저 미친 문어는 열 개의 촉수를 휘감아 두 개로 압축시켜서 미친 듯이 휘두른다.
쾅! 쾅! 쾅!
건물이 터지고, 바닥이 나무와 함께 갈라진다.
무엇 하나 예외 없이 망가지는 광경에 뒤로 몸을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잡다한 술책은 없었다.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각을 노리는 공격 없이 백석호는 그 거대한 촉수를 양팔에 두른 채 오직 정면만을 노렸다.
그와 얼굴을 마주한 채 뒤로 보법을 펼치던 내게는 그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완전히 괴물 새끼가 다 됐군.”
여러모로 추악한 몰골이었다.
검게 물든 체모와 더불어, 그의 동공은 흰자 없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도사처럼 하얗고 정갈하게 기른 머리는 검게 물들어 산발이 된 지 오래였다. 머리카락에는 잘린 팔다리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튀긴 핏물이 잔뜩 굳은 상태였다.
얼굴도 그 모양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양팔이었다.
촉수. 길게 늘어진 검은 살점은 본래 백석호의 손가락이었다.
마인이 되면서 유연성과 관련된 능력이라도 얻은 것인지.
열 개의 손가락을 촉수처럼 길고 거대하게 늘렸다.
이후 그 촉수를 채찍처럼 휘두르던 백석호는 손가락을 늘린 그대로 팔에 휘감았다.
왼 손가락은 왼팔에, 오른 손가락은 오른팔에.
칭칭 휘감은 손가락인지 촉수인지 모를 살점은 백석호의 근력을 보조하는 비대한 근육이 되었다.
흡사 거인의 팔을 연상케 하는 양팔은 대지와 건물을 구분하지 않고, 경작기가 땅을 가는 것처럼 지상의 모든 것을 골고루 분쇄했다.
심지어 그 양팔에 은은한 전류가 터지고 있었다.
비대한 팔과 비교했을 때 전류는 말 그대로 ‘은은해’ 보였다.
미약하고 약한 전기.
겉으로는 그런 줄로만 알았지만.
‘땅에 주먹이 꽂히면, 주먹 그대로 타오른 자국이 찍힌다.’
땅을 개간하는 주먹이 도장을 찍듯.
그 흔적을 사방팔방에 새겼다.
‘저것은 그냥 벼락 덩어리잖아.’
체구에 비해 약해 보이는 것이지.
주먹에 담긴 전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했다.
저거 팔 하나만 있으면 사람 수만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전기도 쉽게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답지 않은 생각이었지만, 이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놈의 공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이동하면서 검으로 사지를 몇 번이나 잘랐는데, 금세 회복한다.
심지어 그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은데.
체력을 더 빠르게 소진하는 대신, 재생 능력을 확 높여서 승부를 볼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백석호의 그러한 의도는 결국 먹혀들었다.
검으로 놈의 팔을 흘리던 와중 거대한 팔을 이룬 촉수 하나가 팔에서 떨어져 나와.
찰싹!
내 몸을 타격했다.
덕분에 타격한 그대로 옆구리가 파였다.
“크흑!”
살점과 장기가 관통되는 감각은 견딜 만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2차적인 충격이었다.
벼락과 마기.
두 거대한 기운이 관통과 동시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덕분에 치료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뚝뚝.
뚫린 살점에서 장기 파편과 피가 떨어진다.
쇼크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런 고통은 오히려 내 이성을 냉정하고 만들고 도리어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죽을 정도로 아프다.
그렇지만.
살아 있기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런데 이런 고통 따위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한 번 정도는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네!’
뒤틀린 사고방식이 육체에 축적된 피해를 계산했다.
육체적인 관점으로 미루어보아. 한 번 정도는 공격을 허용해 주어도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렇지만 정신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이만한 고통을 또 겪을 것을 각오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 지경까지 오면 쇼크로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크게 마모될 것이 분명하다.
설령 살아남아도.
정신이 크게 마모되면 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리 말하겠지만, 이미 정신이 잔뜩 마모되어 더 이상 마모될 여력이 없는 내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한 번 더 와라!”
“……!”
─야! 너 미쳤어?! 옆구리가 아니라 뇌라도 다쳤니?!
이성을 잃은 백석호의 광기에 전염이라도 됐는지.
나는 양팔을 벌려서 빈틈을 드러냈다.
또 한 번 공격해 보라는 의사가 다분하다.
배에 구멍이 뚫린 남자의 외침은.
식견이 낮은 이가 보더라도 무언가 숨겨진 수가 뻔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범하고 당당했다.
“그렇게 기고만장하다면! 하나 더 뚫어주면! 그만이지!”
기괴하고 커다란 목소리.
중간중간 끊기는 음색은 더 이상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대가리 또한 사람의 것이 아니게 되었는지 백석호는 그 대범한 모습을 보고도 팔을 휘둘렀다.
그 일격에는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기색이 다분했다.
그야 내가 피를 흘리며 패색이 짙은 상황이니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너는 그러면 안 되지.
“나 때문에 인간도 포기한 녀석이 주제넘게 무시하기는.”
인간을 포기하고 마인이 되었다.
그것도 평범한 마인이 아닌 것 같다.
아주 강력한 고위 마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백석호는 나와 아주 오랫동안 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그가 승기를 잡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야 내가 제대로 된 상처를 입은 것은.
이번 공격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너는 아니잖아.’
내가 단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하기 전.
백석호는 기다란 촉수와 사지를 잔뜩 잘렸다.
바닥에 떨어진 수천 개의 문어 다리 같은 것들이 그 흔적이다.
마인의 회복력은 기괴할 정도로 빠르고 엄청나지만, 내가 하도 많이 잘라서 그 회복력은 마인 특유의 방대한 체력을 크게 깎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종일관 밀리던 네가.
한 번 유리한 고점을 잡았다고 우쭐해지면 안 되지.
타닥─!
경쾌한 발소리.
허공을 단단히 굳으며 그 위를 질주하던 것은 내 두 다리였다.
“줄곧! 같잖은 수! 부리기는!”
쿵!
내가 달리는 방향을 향해서 거대한 팔이 날아왔다.
팔이 향하는 방향 끝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아파트 벽에 그대로 박혀서, 건물 수십 채를 관통한 팔.
팔을 그대로 건물에서 빼내는 백석호.
놈은 건물 부스러기와 함께 콘크리트와 철근이 자신의 팔을 긁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촉수로 뒤덮어서 거대해진 팔이지만, 결국 그 촉수는 자신의 손가락.
통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불쾌하군!”
철근과 콘크리트가 피부를 긁는 감각.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잘게 뭉개져 떡이 되었을 감각에도 백석호는 불쾌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손가락이 촉수로 변하면서 피부의 단단함과 신체의 내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극에 덜 민감해졌다.
그래서 반응이 늦었다.
“어라? 어째서 손등에 구멍이? 철근에 아주 세게 긁혔나?”
촉수로 뒤덮은 팔에 뚫린 구멍.
백승우와 싸우면서 사지가 수천 번은 잘린 탓에 이 정도는 아픈 축에 속하지도 않는 고통이 되었다. 그리고 상처는 재생하면 그만이다.
이 정도 구멍은 1초면 아문다.
으으윽!
백석호가 손에 힘을 주었다.
뚫린 살점을 재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텅 빈 구멍은 살점으로 매워졌다.
그런데 어라?
“이상하다? 왜 재생해도 아프지?”
재생시키면 안 아파지는데.
이상하게 재생시켜도 팔이 아팠다.
팔다리를 베고, 장기를 일소시키는 백승우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체를 회복하던 마인의 육체.
가뜩이나 감각이 둔해진 백석호는 마인 특유의 재생 능력 덕분에 상처에 큰 관심을 주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승우는 큰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으니.
그는 자만하며 자신의 몸에 무슨 이상이 일어났는지 인지하는 것이 한참 늦었다.
백석호가 눈치를 챈 시점은 손등으로부터 시작된 고통이 어깨 부근까지 이어질 무렵이었다.
“너! 설마 내 혈관을 베면서 어깨까지?!”
“피 냄새 진짜 역겨워서 더 이상 못하겠네!”
“너……!”
촤악!
아침에 커튼을 강하게 걷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피 분수가 백석호의 어깨 지척에서 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숨에 깨달았다.
이 녀석! 거인처럼 비대해진 팔 속에서 혈관과 뼈를 자르며 코앞까지 도달했구나!
감각이 둔해지고 상처를 등한시 여기게 되어서 생겨난 실책.
그 실책을 파고들어서 만들어낸 틈은 지금 백석호의 목을 노리는 비수가 되었다.
“고작! 그런 공격에! 당할 것 같으냐!”
어눌한 언어로 분노를 표출하며 가까운 오른팔을 휘두르려던 찰나.
끼익!
“……!”
거대한 손에 힘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놈의 팔 내부를 돌아다니며 근육을 마구 자른 여파였다.
공격하려면 왼손을 움직여야 하지만, 저 거대한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내 검이 백석호의 목에 도달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
검에 마력과 저주, 검기를 비롯한 온갖 기운들을 때려 박았다.
더 이상 검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기운.
아마 한 번 휘두르면 그걸로 이 검의 수명은 끝날 터.
명검치고는 아쉬운 처사였으나. 애당초 이 검은 오로지 백석호의 목을 베기 위해 만들어진 검이었다.
검은 용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된다.
───!!
더욱더 선명해지는 기운.
그 거대한 힘을 받아들이지 못한 검이 서서히 무너진다.
가루를 사방에 흩날리며 날카로운 날이 단숨에 죽었다.
그래도 이것은 여전히 검이었기에 휘두름에 있어서 문제는 없었다.
────!!!
검에 담긴 기운이 극에 달했다.
이제 검이 버틸 수 영역을 넘어섰다.
2.49초. 검이 원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촤륵!
왼팔에서 분리된 촉수 하나가 검을 노렸다.
금방이라도 폭발하려는 검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폭발할 터.
그렇다면 어찌 됐든 피해는 입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촉수 하나에 모든 힘을 쏟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속도로 날아가는 촉수.
이를 막기 위해 허공에서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 대가로 복부에 두 번째 구멍이 뚫렸다.
“더럽게 아프네! 자칫 잘못했다가는 죽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한 번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었다고!”
“너! 너어어어어!!”
유언인가?
내가 살면서 들어본 유언 가운데 최고로 난해하고 병신 같은 유언이었다. 검으로 백석호의 목을 내려쳤다.
그 어떤 부위보다 질긴 목은 자르기 어려웠지만.
폭발을 각오한 검으로 베어내지 못할 것은 없었다.
결국.
서걱!
검은 놈의 목을 베었다.
목을 벤 직후. 나는 검을 백석호의 심장에 박고, 놈의 복부를 박차고 거리를 벌렸다.
이제 곧 검이 터진다!
콰아아아앙!
하도 무언가 터지고 파괴되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그리 신기할 것 없는 소리였지만─.
─펑!
이어지는 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풍선이나 개구리가 터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확인하려는 순간 섬광이 시야를 덮쳤다.
아무래도 폭발이 생각보다 긴 모양이다.
그렇게 10초가량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들어온 것은 놈이 바닥에 새긴 거대한 주먹 흔적에 가득 고인 피의 바다였다.
백석호의 시체는 그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방금 뭔가 터지는 소리는 양팔이 터지는 소리였구나.”
시체를 위에서 살펴보면 양팔이 없었다.
정황상 거인처럼 거대해진 팔이 터지며 그 속의 내용물이 전부 쏟아진 모양이다. 하기야, 놈의 팔을 타고 이동할 때 피가 너무 많아서 압사로 죽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죽은 것은 백석호였다.
“슬슬 승자의 특권을 누려볼까.”
승자의 특권.
누군가는 약탈을 외치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확인사살이다.
오직 승자만이 자신의 상대를 확실하게 짓밟고 이 세상에서 지울 권리를 움켜쥐고 있다. 나는 그 특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마력을 오른손에 응집시켰다.
잔뜩 응집된 마력.
마법을 이루지도 못한 마력의 덩어리.
그걸 피의 바다를 향해 그대로 방출했다.
그러자 내 성질을 따라서 마력이 거대한 불기둥이 되었다.
「여우불」
치이이이익!
무언가 익는 소리와 함께 피가 들끓으며 빠르게 증발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강이 되었고.
강은 웅덩이가 되었다.
이윽고 작은 웅덩이마저 메말라 앙상한 바닥이 드러났다.
“……텅텅 비었네.”
대량의 피가 증발하며 끈적해진 바닥.
풀 한 포기조차 남지 않은 바닥에는 눌어붙은 피의 흔적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백석호의 시체도.”
그래, 수장시킬 작정으로 내리꽂은 놈의 시체도 없었다.
순간 죽어야 했을 놈이 도망쳤나 싶었지만, 바로 그때 옆에서 원한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있었구나?
─……!
─……! ……!!
─……!!!
죽은 원혼들의 소리 가운데 기괴한 음색이 들렸다.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괴한 음색은 분명 백석호의 것이었다.
하도 자주 들어서 귀에 익었다.
……이러면 뭐. 확실히 죽었네.
이제 다 끝났다.
그런데 이거.
“뒤처리…… 어떡하지?”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에이 몰라. 나인테일 길드가 알아서 하겠지.
자기네들 대표가 아주 큰 사고를 일으켰다.
그놈들도 살고 싶으면 악착같이 일할 게 분명하다.
“그냥 얘들한테 떠넘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