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97화(29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97화
바알(2)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만들었다.
오늘은 주방에 나 혼자 있었다.
오전 9시 30분.
이미 일반적인 기상 시간은 진작에 넘긴 지 오래였지만.
백현아와 아이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진 채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잠이 길다.
“누구 보면 평일에는 학교에 가거나 공부라도 하는 줄 알겠어.”
백현아와 에르제베트 둘 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도맡는 것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집안일은 나와 분담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에르제베트는 내게 숙제를 받아서 매일 지하 훈련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연마라도 하고 있었다.
고작 1시간이지만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두세 시간은 더 시키고 싶은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라서 지하에 오랫동안 있지 못했다.
“그래, 주말인데 기왕 늦잠 자는 거 푹 재워야지.”
어차피 저 세 명은 전선에서 써먹기 어렵다.
“소꿉놀이에 심취하게 만드는 편이 나아.”
지금은 가족이라는 형태로 엮여 있지만, 안방 침대에 자고 있는 저들은 본래 재앙이었다.
어머니, 백현아는 「도플갱어」로서 타인을 모방해 주변의 인간관계를 초토화하여 사회를 붕괴시키는 재앙이었고.
장녀, 에르제베트는 자신을 괴롭힌 세상에 분노하여 온 천지를 피바다로 물들이는 괴물이었고.
막내, 백아는 존재 그 자체로 종말이었다.
신생아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저 아이의 본질은 용.
그것도 사악한 악룡이다.
아직은 어려서 옳고 그름에 대한 척도가 확립되지 않고, 정서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기에 교육의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장 위험했다.
“위험한 조합이지.”
나라는 구심점이 없었다면 분명 큰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마인이 된 백석호가 벌인 짓보다 더 큰 일이.
더 역겹고 참혹한 일들이 발생했을 터.
가뜩이나 백석호가 벌인 짓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요즘 연구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도 주말이거늘.
아침만 먹고 바로 일 보러 나가야 한다.
가족들 빨리 먹이고 어서 나가자.
“아침 다 만들었어. 어서 일어나.”
“바!”
“가장 잠자리에 늦게 든 막내가 먼저 일어났네.”
안방 문을 열고 깨우자.
다다다다!
백아가 바닥을 기어서 밖으로 나왔다.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아하니 음식 냄새가 녀석의 코를 홀린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다.
“침대에서 어떻게 나온 거지?”
어제 분명 아기 침대에 재웠는데 이상하다.
아기 침대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튼튼하고 높은 살이다.
창문의 뼈대와도 같은 그것은 촘촘하게 세워져 있어, 아기 혼자의 힘으로는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상대가 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백아는 겉보기만 사람 아기고, 내용물은 어린 용.
해츨링이니까.
혼자만의 힘으로 침대에서 나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
대충 납득했다.
나는 자세히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서 일어나. 백아 먼저 식탁까지 기어갔잖아.”
“……응? 벌써 아침을 만들었어?”
“벌써는 무슨. 이제 곧 오전 10시야. 나 이것만 먹고 본가 가야 돼.”
“아, 맞다. 오늘 대거 숙청한다고 했지. 그런데 방금 말한 백아가 누구야? 설마 밖에서 아이 한 명 더 데려온 거 아니지?”
어? 백아가 누군지 모르다니.
순간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백아라는 이름은 어젯밤 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어제 그 자리에 백현아는 없었으니 아기라고 표현해야 알아들을 것이다.
“아기의 이름이다. 내가 어젯밤에 지어줬지.”
“……나 그 자리에 없었던 것 같은데?”
“다들 자고 있을 때 지어준 이름이니까.”
“아! 그런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으면 깨워줬어야지!”
“시끄럽고, 일어나서 밥이나 먹어.”
나는 백현아를 거칠게 일으켜 세워서 식탁에 앉혔다.
에르제베트도 깨우려고 했지만, 그녀는 진작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역할을 도맡은 녀석이 제일 게으르네.
백현아에게 수저를 쥐여준 나는 곧장 아침을 차렸다.
고기를 푸짐하게 넣은 스튜와 밥, 빵. 곁들여 먹기 좋은 음식들을 차례차례 깔았다.
“스튜 간은 적당히 해뒀으니 밥이랑 먹어도 되고, 빵이랑 먹어도 돼.”
국 대용으로 마시기도 좋고.
빵에 찍어 먹기도 좋다.
밑반찬 삼아서 가져온 고기들은 밥에 올려 먹어도, 빵에 올려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조리했다.
“자, 우리 백아. 밥 먹자.”
“아~.”
백아의 손 근육은 발달되어 있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이유식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달했지만.
직접 먹이고 싶어서 작은 아기 수저로 수프를 먹였다.
“맛있을지 모르겠네.”
아기가 먹을 수 있도록 기존의 수프에서 묽게 만들었다.
간도 약하고 채소나 고기도 작게 손질하고 푹 익혀서 잇몸만으로도 쉽게 부서지게 따로 조리했다.
‘애초에 용이라서 그런지 날카로운 유치가 자랐지만, 그래도 푹 익혀서 나쁠 건 없지.’
백아의 이빨은 날카로웠다.
이빨이 자라거나 발달하지 않을 나이임에도 스스로가 용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뾰족뾰족 예리한 이빨들이 자란 상태였다.
“아! 으우!”
“무슨 뜻이지?”
“맛있다는 것 같은데? 어제 내가 밥을 만들어줬을 때보다 옹알이가 더 신나는 게 느껴지잖아.”
“아빠! 이거 진짜 잘 만들었다. 평소에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맛있는데 뭘 더 넣었어?”
스튜는 내가 아이들에게 종종 만들어주는 음식이다.
사실 처음에는 찌개를 만들어줄 생각이었지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을 먹이기에는 염분도 걱정되고, 무엇보다도 백아가 먹기 힘들었다. 그래서 찌개를 대신해서 스튜를 만들어주게 되었다.
스튜는 따뜻하고 건더기만 충분히 넣으면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로 알찬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간단하게 아침으로 먹기에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에르제베트가 배불리 먹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후에야 숟가락을 들었다.
스튜가 조금 식었지만 이 정도는 맛에 별지장을 주지 않았다.
따뜻한 국물 요리 특유의 감성은 없을지언정.
맛은 있었다.
“잘 만들었네.”
“그렇지?! 도대체 여기에 뭘 더 넣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
“오늘 추가로 넣은 거라고 해봐야 깊게 우린 닭 국물 정도?”
“진짜로? 그러면 앞으로 닭 사서 넣어야겠다!”
“그럴 거면 그냥 치킨 스톡을 넣으렴.”
번거롭게 뭘 또 우려.
내가 닭의 살과 뼈를 깊게 우린 육수를 첨가한 것은 그걸 만들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굳이 번거롭게 닭 육수를 만들 시간에 치킨 스톡을 넣으면 시간과 정성을 절약하고,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나는 그런 의미로 말했거늘.
에르제베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싫어! 그거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종종 사용하는 치킨 스톡은 인체에 무해하단다.”
“아무리 그래도 공장에서 만든 거잖아. 그런 걸 아기한테 어떻게 먹여! 난 그런 거 못 해.”
아하, 아기에게 먹일 것 때문에 그러는 거였구나.
‘그런데 그럴 필요는 없는데.’
사실 백아에게 이유식은 무의미했다.
불을 뿜어내는 용의 위장은 인간의 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음식물을 잘게 부술 이빨도 충분히 날카롭고, 소화력도 탁월했다.
소화력이 어찌나 탁월한지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배변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백아의 몸은 모든 영양소를 흡수한다.
그 어떤 형태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는다.
덕분에 백아가 착용한 기저귀는 일종의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오줌도 싸지 않는 탓에 그냥 아동용 속옷을 입힐 생각이었지만, 정작 본인이 기저귀의 감촉이 마음에 드는지 억지로 속옷을 입히려고 하면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유식도 마찬가지지.’
속옷 대신 기저귀를 선호하는 것처럼 백아도 원형의 음식보다는 이유식처럼 묽고 작게 만들어서 먹는 걸 선호했다.
치킨 스톡? MSG? 합성 첨가물?
저 아이의 위장 앞에 그런 것들은 무의미했다.
보아하니 정황상 에르제베트는 그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을 꾹 닫아줘야겠지.’
아빠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아기에 대한 딸의 동심을 지켜줘야겠지.
그 동심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음, 너무 무리해서 먹었나.”
방대한 마력이 식사로 섭취해야 할 영양소를 대신 공급해 주는 덕분에 내 식사량은 날이 갈수록 줄었지만.
아이들이 내 밥그릇을 빤히 지켜보니 매일 한 그릇은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포만감이 하늘을 찌르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스튜가 맛있다며 에르제베트가 깨끗하게 비운 내 접시에 스튜를 가득 채워줬다.
‘두 번째 접시는 정말 무리였어.’
─좀 많이 먹긴 하더라.
‘평소라면 사흘에 걸쳐서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양이었는데, 그걸 고작 한 끼에 전부 먹으니 속이 더부룩해.’
음식이 더 이상 내 생존에 있어서 필수가 아니게 된 시점부터.
내게 식사란 좋은 술과 함께 가끔 안주와 먹는 것에 불과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생존을 넘어서, 미식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내 소식을 이해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매 식사마다 아이들은 내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언가를 먹이려고 들었다.
하는 수 없었다.
얘들이 주는데 안 먹을 수도 없고.
매번 아이들이 음식을 더 줄 때마다 꼬박꼬박 먹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양이 많았을 뿐이다.
─그 속으로 본가에 가서 솎아낼 수 있겠어.
‘없앨 놈과 아닌 놈을 솎아내는 거? 그 정도야 준비 다 했지.’
쓱.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종이에는 매우 작은 글씨로 사람들의 이름과 평가가 적혀 있었다.
족히 200명은 넘게 적힌 것은 솎아낼 기득권의 이름이었다. 이 종이는 일종의 살생부인 셈이다.
─거기 적힌 놈들 다 죽일 거야?
‘죽인다니.’
세상에나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다니.
‘이건 살인이 아니라 엄연히 자연사라고.’
자연사.
자연에서 지 혼자서 알아서 죽었다.
그래서 자연사다.
‘지금까지 그 양반들이 해 먹은 게 얼만데. 이 정도면 자연사할 만하지.’
장로 여섯 명.
집사 백여 명.
시종 백여 명.
이들은 전부 불특정 다수에게 원한을 산 악독한 죄인들이었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법정에서조차 차마 편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한 이들이 여럿 있다.
오늘은 이 양반들이 감투를 벗는 날이 될 것이다.
백석호가 일으킨 사건.
이제는 슬슬 시민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 몰래 심어둔 백은호의 말에 의하면 장로들은 그 책임을 나한테 떠넘길 작정이라는데.
웃기는 소리.
‘지랄하고 자빠졌네.’
애당초 그 사건을 해결한 것이 바로 나였다.
책임의 소재를 물을 것이 아니라, 보상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움직였다. 내 덕분에 백석호가 일으킨 사건의 규모와 범위에 비해 사상자의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었거늘.
언론을 장악해서 내 언급만 쏙 빼먹었다.
“언론이라.”
그곳에도 장로들의 끄나풀이 많겠지?
본가를 들렀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여러 군데 들러야겠다.
─오늘 산중에 자연사하는 사람들이 많겠네.
“그러게.”
네 자릿수만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