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98화(29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98화
바알(3)
차를 타고 저택 인근까지 운전했다.
가까운 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고즈넉한 마을이로군.”
고요하고 잠잠한 마을.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었으니 사람들이 집이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느라 조용한 것은 아닌지 싶었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고요했다.
마치 처음부터 고요하게 만들어진 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이래서 가문 휘하의 영토라고 말했구나.”
내가 구태여 이 마을에 차를 주차한 이유가 있었다.
이 마을의 건물들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본가의 저택과 비슷한 양식과 구조를 이룬다.
그야, 저택의 건설과 함께 이 마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방계와 가정을 꾸린 시종들이 사는 곳.’
마을은 좁지 않았다.
상당히 부유한 마을처럼 보였다.
그런 마을조차 저택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새삼 천호백가의 재력과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곧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온전한 가주의 권력이.
마음대로 휘두르고 주무를 수 있는 힘이 휘하에 들어오게 된다.
금력과 권력을 동시에 얻는 것.
넝쿨째 굴러들어 온 금력과 권력을 장악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나쁘지 않은 기분인 것이지.
큰 감흥이 있던 것은 아니다.
‘어차피 사욕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으니까.’
내게 가문의 힘은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들을 근원부터 봉쇄하기 위해 장악할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는 그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 가주님? 아이고 가주님 아니십니까?”
“…….”
“이런 외지고 후미진 마을에는 무슨 볼일이십니까.”
“…….”
배가 나온 중년의 사내.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아무에게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안정감. 마치 부유한 상인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얼굴. 기억에 있는데.’
심상 속에 덩그러니 놓인 백승우의 일기장.
일기장 속 수많은 페이지에 주변 인물의 얼굴과 상세한 정보들이 적혀 있는 덕분에 처음 보는 중년의 사내 또한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기억을 꺼내서 훑기 위한.
아주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었다.
……아.
떠올랐다.
“최영석. 대대로 가문의 마부였고, 지금은 유통을 담당했던가.”
“저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가주 된 자로서, 어찌 방계의 가주들을 잊을 수 있겠나. 이 정도는 기본 소양이다.”
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중년 사내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감격했다는 듯 그렁그렁한 눈빛을 보냈다.
─아는 사람이야?
‘아니, 일기장에서나 읽어본 사람이다.’
─그런 것치고는 크게 감격받은 눈치잖아. 전에 방계는 진작에 장로들의 손에 떨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천호백가는 아주 거대한 가문이다.
전 세계에서 규모와 위세로 따졌을 때, 아홉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가문은 보통 혈연관계로 이어져 있는데,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방계가 하나만 있는 것도 이상하다.
천호백가는 세계에서 우위를 다투는 위대한 가문.
‘천호백가의 방계는 도합 아흔아홉이다.’
─아흔아홉? 99개의 가문이라고? 인원수가 아니라 방계의 숫자가?
‘구미호의 꼬리에서 착안한 숫자지.’
아흔아홉의 방계.
그 말인즉슨, 천호백가는 99개의 작은 가문으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 아흔아홉 개의 방계가 모두 집단이 큰 것은 아니다.
아흔아홉이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숫자였다.
구미호의 꼬리가 9개니까.
99를 맞추자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어떤 방계는 수백 수천 명의 구성원이 존재하지만, 어떤 방계는 구성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아하, 그러면 저 사람도 그렇겠네.
부촌으로 보이는 마을이지만, 큰 규모의 방계를 대표하는 자가 살기에는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본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저택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아니, 최영석. 그가 꾸린 방계의 구성원은 2년 전을 기준으로 877명. 구성원의 숫자나 세력의 크기로 볼 때, 방계들 사이에서 1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뭐?
겉보기에 최영석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실제로 ‘마부’라는 그의 직업은 그를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실상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저 집안은 8대째 대대로 본가의 마부를 맡고 있다. 심지어 최영석 본인은 전대 가주 부부의 공식적인 행사를 모셨던 사람이다.’
마차든, 가마든, 자동차든.
가주가 탑승한 기체의 조타수를 맡긴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는 것과 같았다. 운전수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교통사고로 가주를 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많이 신뢰받는 사람이구나?
‘그래, 나와 접점은 없어도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
마부는 인상 좋은 얼굴로 이런저런 말을 했다.
대부분 안부를 전하는 말들이었다.
겉치레뿐인 인사와 달리, 그의 안부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전대 가주를 모시던 마부였기에 나를 통해서 돌아가신 두 분을 엿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마침 잘됐다.
“─그래서 제가 그때 핸들을 확 틀어서 놈들을 마차 위에서 떨어뜨렸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 겁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도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하하하.”
“그렇군. 그런데 실은 내 한 가지 청이 있네만.”
“아, 돈은 안 됩니다.”
“돈은 내가 너보다 많다.”
“제 소중한 딸도 안 됩니다.”
“약혼녀와 파혼한 놈이 여자는 무슨.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대의 딸들은 전부 30대 중반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아, 그러면 뭐든 상관없겠네요. 말씀만 하십쇼!”
“…….”
이 아저씨 뭔가 이상했다.
뭐지, 낮술을 거하게 했나?
술 냄새는 안 나는데.
─믿을 만한 사람…… 이지? 갑자기 뭔가 불안해지는데.
‘아마도 괜찮을 거야. 아마도.’
내가 이 외진 마을에 굳이 차를 주차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마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그대의 말이 필요하다네.”
“그 말씀은……!!”
“그래, 눈치챈 모양이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치챈 모양이다.
그야, 가문 대대로 마부를 수행한 그의 말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그가 이끄는 마차를 탑승하고 싶다는 말과 같다.
이 마을에서 마부의 창고에 보관 중인 마차는 오래됐지만, 가문의 전통을 유지 지금까지도 유지 및 보수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차가 무슨 의미가 있어?
‘별건 아니고. 멀리서 마차에 꽂아둔 가문기(家門旗)가 보이면, 저택의 모든 인원이 그 즉시 하는 행동을 멈추고 가주를 배알하러 오는 전통을 이용할 생각이다.’
─왜?
‘그야 전통에 따라서 장로들을 숙청해야 되니까.’
밑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어?
겸사겸사 본보기도 되겠지.
* * *
여느 때와 같은 주말.
장로 한 명이 줄어들어서, 새로운 장로를 선출하려고.
가문의 모든 장로들이 본가를 찾은 그때.
달그락달그락.
바퀴 소리와 함께 가주가 왔다.
그것도 마차를 타고.
가문의 깃발을 꽂고.
본가로 찾아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시종들은 진작에 엎드렸고.
장로들도 눈치를 보다가 결국 마차 문 앞에 깔아둔 레드 카펫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을 배알─!”
“인사는 됐고. 지금 당장 대회의를 열겠다.”
“!!!!”
가주의 명령에 장로들의 머리에 불안감이 스쳤다.
그렇지만 우선 몸은 가주의 명령을 받들었다.
회의실의 상석에 가주가 앉기 전까지, 의자 옆에서 대기하던 장로들은 오랜만의 대회의 탓에.
이런저런 사소한 규칙들을 복기했다.
‘진짜,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대회의냐.’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회의가 열릴 줄이야.’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대회의.
가문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여타 회의들과 달리, 이 대회의는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결정하는 자리이다.
예를 들어서.
“자, 그러면 내가 직접 의제를 제시하지.”
“도대체 어떤 의제를……?”
“5장로의 추악한 범행과 이를 도운 역적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그들을 파면시키고, 형(刑)을 집행할 것이다.”
장로들의 파면과 처벌.
대회의는 단순한 회의나 가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존재를 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그에 준할 정도로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도 이 대회의를 거친다.
장로의 임명과 가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때도 이 대회의가 열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주님?”
너무 갑작스러웠다.
기별 없이 본가에 찾아온 것도 충분히 당혹스럽거늘.
가주 전용 마차를 타고,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대회의를 열었다.
대회의에 대한 권한은 평상시 가주에게 있으므로 장로들은 대회의 개최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의가 개최된 이상 장로들에게도 발언권이 있었다.
“내가 굳이 한 말을 또 하게 만들지 마라.”
그렇지만 승우는 장로들에게 발언권을 사용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듯.
그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대화를 강제적으로 주도하는 그 모습에 6장로가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의자가 땅에 끌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6장로를 향했다.
“가주! 제아무리 이 집안의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가문은 혼자서 일구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말 잘했군.”
“지금 가주의 행동은 엄연한 압박입니다. 천호백가 역사상 장로를 핍박한 가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
6장로의 말이 끊겼다.
말하다 말고 입이 열린 채로 몸이 굳었다.
그의 시야가 향하는 곳에는 승우가 있었다.
스르륵.
지금까지 투명하게 숨기고 있던 꼬리를 한껏 드러냈다.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도합 여덟 개의 꼬리가 넓게 펼쳐졌다.
가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검은 꼬리는 마치 밤하늘과 같아서.
꼬리 곳곳에는 다채롭게 반짝이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6장로 또한 나름대로 신통력을 쌓은 무인. 저 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마, 마력의 덩어리?”
각 꼬리를 밤하늘 삼아서 반짝이는 마력의 덩어리는 꼬리의 크기에 맞게 작았다.
그렇지만 그 각각의 덩어리가.
최소 A급 마력을 보유한 플레이어 심장보다 많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갑자기 꼬리는 왜 펼친 것일까?
그 이전에 여덟 개의 도대체 언제 구현한 것이지?
팔미호의 경지.
그 경지까지 도달한 자는 일족의 모든 역사가 기록된 책에도 100명 이상 적혀 있지 않았다.
1,000년에 고작 백 명.
그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조한 비율의 경지에.
승우는 도달한 상태였다.
장로와 방계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놀랐다.
그와 동시에.
분위기의 주도권이 점차 승우의 쪽으로 향했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야.’
분위기를 주도한 승우는 슬슬 다음 공세를 펼치려고 했다.
후우웅─!
창문 없는 회의실에서 돌연 바람이 불지만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네놈.”
“허허, 가주님. 송구하지만, 분위기가 이래서야 6장로가 겁에 질린 상태로 회의가 지속될 것입니다.”
늙은 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는 1장로.
가문의 첫 번째 장로이자, 그 자리를 가장 오랫동안 역임한 천호백가의 원로 중 원로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장로로서 군림했는지.
그를 지칭하는 다른 호칭으로 대장로가 있을 정도다.
승우는 그의 호칭을 불렀다.
“대장로.”
“예, 가주님.”
“가주가 말하는데 말을 끊다니. 어디서 배워 먹은 버릇이지?”
“!!!!”
올해로 여든을 넘겼음에도 정정한 대장로에게 버릇을 운운했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가주와 대장로가 크게 싸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거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널리 퍼짐과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함께 퍼지기 시작했다.
만일 싸운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집안의 명목상 주인이냐. 집안의 숨은 실세인가.
장로들과 방계의 가주들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
아무런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그들의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꿀꺽.”
침을 삼키는 대장로의 침음뿐이었다.
대장로는 1장로이기에 가장 앞에 위치한 좌석에 앉았다.
그 좌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것은 가장 높은 상석에 위치한 가주의 자리뿐이었다. 그것에서 보이는 대장로의 표정은.
“한껏 겁먹었구나.”
여우라고는 믿기지 않는.
겁에 질린 쥐새끼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