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화(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화
망나니 여우가 되었다(3)
“거기까지만 하렴.”
교수의 제지에 행동을 멈춘 방석훈.
그는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간신히 고개만 돌리며 남화연을 바라봤다.
“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말한 대로란다. 그 아이에게 잘못은 없으니, 거기까지 하란 말이야.”
남화연의 말에 방석훈이 억울하다는 어조로 소리쳤다.
“하지만, 교수님! 신입 주제에 이렇게 행동하면 연구실 내 기강이……!”
“내가 한 말을 또 해야겠니?”
“……아닙니다.”
남화연의 단호한 어조에 방석훈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더 이상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하는 수 없이 교수의 말에 수긍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째 내가 보기에는 저 눈과 마주치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하긴, 바다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남화연의 눈은 나조차도 꺼림칙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행동에 공감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방석훈과 남화연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방석훈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남화연은 그런 방석훈을 웃는 낯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둘 사이의 침묵은 방석훈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여전히 바닥을 노려보며 말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그래, 알았으면 가 보렴.”
“네…….”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기색의 방석훈이었다.
그는 연구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까지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었다. 처량해 보이는 것이 어딘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눈치였는데.
뭐, 내 알 바는 아니니 무시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녀석이 아니라, 눈앞의 남화연이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자 내 시선을 느끼고는 살며시 웃었다.
“녀석이 많이 괴롭히진 않니? 어릴 때부터 성격이 드세고, 고집이 센 녀석이라서 밑에 있으면 꽤나 힘들 텐데.”
“아뇨. 딱히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라는 말씀은…….”
“아, 석훈이 저 아이는 내가 고아원에서 데려온 아이거든. 머리가 좋길래 어릴 적부터 종종 가르쳤는데, 어느새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지더라.”
생각지도 못한 정보였다.
기껏 해봐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화연이 고아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가르친 것이 방석훈이라니.
외관상으로는 방석훈이 남화연보다 10살은 많아 보였는데 말이다.
의외였지만, 딱히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기에 머릿속 한쪽에 정리했다.
그러고는 방금 전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슬슬 강의 시간이네.”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남화연은 책상 위에 놓은 서류를 들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연구실 문을 활짝 연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내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안 움직이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지금 시계 보면 모르겠어?”
시계를 보자 지금이 오후 2시 48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싶었는데.
방금 전 방석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교수님 잠시 후, 3시에 강의가 있습니다.
3시에 강의가 있다는 말.
그렇다면 슬슬 강의실로 이동해야 할 텐데.
어째서 남화연은 나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을까.
스스슥.
행여나 내 뒤에 무언가 있나 싶어서 옆으로 움직여도 그녀의 시선을 나를 따라왔다. 왼쪽으로 이동하면 왼쪽으로, 오른쪽을 이동하면 오른쪽으로.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는 모습에 하는 수 없이 입을 뗐다.
“저…… 교수님. 이동하지 않으십니까? 방금 3시에 강의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 움직여야지.”
“그렇다면 어서 빨리 가셔야 하지 않나요?”
“교수 혼자서 강의실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니?”
“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설마 나도 같이 가자는 소리는 아니겠지.
“그러니까 너도 어서 준비하렴.”
에이 씨, 맞혔네.
근데 나를 도대체 왜 데려가려고 하는 거지?
교수의 강의에 조교가 동행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건 보통 방석훈처럼 선임 조교가 해야 되는 일 아닌가.
덥석!
빠져나가지 못하게 내 손을 잡은 남화연은 그대로 나를 이끌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있는 교과서와 필기구를 챙기라고 했고, 나는 하는 수없이 그것들은 품에 안고서 이동했다.
뭐라 말하고 싶어도 소용이 없었다.
방석훈 앞에서는 잘만 발동됐던 「허장성세」조차 그녀의 앞에서는 무의미했으니까.
나는 아무 저항도 못 하고, 그녀의 손을 따라 질질 끌려갔다.
* * *
강의실은 내 생각보다 넓었다.
족히 수백 명을 채워도 부족하지 않을 공간. 그 넓은 강의실이 한자리도 빠짐없이 가득 찼다.
과연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곳답다.
이 정도면 거의 400명은 넘겠는데?
수많은 학생을 쳐다보며 교단에 오르자 수백 쌍의 눈동자가 나를 쳐다봤다. 살짝 부담감이 생길 정도다.
강의를 하지 않는 나도 이런데, 나보다 앞에 있는 남화연은 어떤 기분일까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강의를 준비하는 남화연.
이런 환경에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담력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강의 준비를 마치고 입을 열었다.
“반갑다.”
강의실에 울리는 청아한 목소리.
마법으로 목소리를 증폭시킨 것인지, 그녀의 말은 모든 학생들에게 선명하게 들렸다.
“아직 입학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정신이 없겠지만, 내 강의에는 사소한 배려 따위 없단다. 배우고 싶다면 알아서 발버둥 쳐보렴.”
강의를 시작하기 전, 인사말로 하기에는 과격한 말.
그러나 그만큼 정신 차리고 집중하기에 적합하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등 뒤의 거대한 칠판에 색(色)을 더했다.
[흐르는 뭇별]갑자기 칠판에 적힌 글씨에 학생들이 놀라는 것도 잠시. 교과서를 펼치며 저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가급적 최대한 멀리 떨어진 채, 남화연을 지켜보던 나도 교과서를 빠르게 훑었다.
도대체 어디에 적힌 내용이지?
──촤르륵!
이내 강의실은 교과서를 넘기는 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들 [흐르는 뭇별]이 어디에 나오는 내용인지 찾고자 앞장부터 마지막까지 살폈다.
그러나 눈을 씻고 훑어도, 아무도 찾질 못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의 대본을 미리 읽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흐르는 뭇별]이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화연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교과서에 없는 것이 당연하단다. 이번 강의 내용은 내가 만들어낸 거니까.”
그 말에 학생들이 의문을 품었다.
교과서에 적히지도 않은 내용을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모두가 그런 의문을 품은 와중에도 남화연은 말을 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부분의 마법을 이루는 술식들은 원형을 이루고 있지.”
대중적이고 전형적인 원형이 마법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남화연이 한 짓이다.
이내 원은 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물론 사각형이나 삼각형의 술식을 사용하는 자들도 있지. 효율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학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강의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몇 없었다. 대부분은 필기도 하지 않고, 옆에 앉은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나는 저들의 행동을 십분 이해했다.
굳이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강의 내용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더군다나 남화연이 말하고 있는 것은 기초 중의 기초다.
마법에 문외한인 나조차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 아카데미에 입학 학생들이라면 오히려 저런 태도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교수는 교수라는 걸까.
“그런데 여기서 술식의 효과와 범위를 늘리면 어떨까.”
돌연 강의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남화연이 손을 뻗어, 칠판 위에 수많은 술식을 늘어놓았다.
허공 위의 마법진은 칠판에 적힌 내용을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뀌었다. 원형, 사각형, 삼각형 등등.
이윽고 마법진은 입체적인 형태의 구(球)가 되었다.
그 순간.
강의를 듣기만 하던 대다수의 신입생들은 필기구를 꺼냈다.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어디에다가 적어서 기억해야만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교과서에 끄적였다.
생각해 보면 이 교과서 내 것도 아닌데, 그 사실을 망각했을 만큼 강의에 집중했다.
그녀의 강의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여기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점은 마법의 핵이 아니야. 위성처럼 마법의 중심을 돌고 있는 술식들이 핵심이지. 이 술식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마법의 구조적인 형상은 계속 바뀌어.”
여기까지는 마법에 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알고 있을 사실이다. 하지만 강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술식을 추가하게 되면 형태는 고정되지.”
그녀의 말대로 구체에 선이 한두 개 추가되자 작은 구체들이 떨어져 나왔다.
떨어져 나온 구체들은 갈피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자연스레 모태(母胎)가 되는 거대한 구체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었다.
마치 행성의 주변을 맴도는 항성들처럼 원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마법진
─…….
이쯤 되자 더 이상 잡담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강의와 필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학생들을 강의에 빠져들게 했다.
“이 술식을 적용한 이후에는 어떠한 마법을 덧붙여도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게 마련이란다.”
여러 마법진들이 간섭해도 여전히 항성처럼 중심을 기준으로 흐르는 술식들.
그렇기에 이 술식의 이름이 「흐르는 뭇별」인 것이다. 술식들의 형태와 흐름이 밤하늘에 떠 있는 뭇별과 같으니까.
“하나의 술식을 핵 삼아 다른 술식들은 행성처럼 공전시키는 것이 바로 이 마법의 핵심. 원리만 알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정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장정 1시간 30분이나 지속되던 강의가 끝났다.
남화연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여전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특히 강의 초반에 농땡이를 피우던 학생들은 더더욱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학생도 아니다 보니 필기할 필요가 없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우드득!
뼈와 뼈가 맞물리는 소리.
하도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 굳은 허리와 어깨를 풀었다. 근데 이럴 거면 나는 왜 데려온 거지.
딱히 강의 중에 조수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지를 배부하지도 않았다. 이 자리에서 내가 한 것이라곤 오직 가만히 앉아 있는 것뿐.
이럴 거면 굳이 내가 여기 있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래도 강의 내용은 훌륭했지.’
솔직히 이론적인 부분은 죄다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종종 귀에 박히는 강의는 내 영감을 자극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정말로 형태가 변하지 않으려나?’
그녀는 술식을 완성시킨 이후에는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옷매무새를 정리한 남화연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강의도 마쳤으니 질문을 받아볼까.”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자 필기하던 학생들은 모두 필기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머리 위로 올라가는 손들.
족히 수백 명의 손이 머리 위로 올라와, 자신을 뽑아달라고 하는 광경은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에 기겁하는 것도 잠시. 남화연이 입을 열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어지간히도 그녀의 강의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질문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 같네. 이럴 때는 어떡할까.”
어떡하긴, 임의로 한두 명 뽑아야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뭐지, 나보고 뽑으라는 건가 싶었던 그때.
“그러면 내 막내 조교한테 질문해 볼까.”
“……예?”
저요?
진짜로?
나 이러려고 데려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