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0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01화(30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01화
마석(1)
‘분위기는 확실히 주도했다.’
발산하는 기세에 잔뜩 움츠러든 1장로를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 짧은 대화로 주도권은 붙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 주도권을 바탕으로 모든 장로들을 숙청하고, 모든 권력은 내게 집중시키고 싶지만.
‘저 빌어먹을 세력들이 문제야.’
웅성웅성.
소란스럽게 떠드는 청중들.
사실 그들은 한낱 청중으로 취급할 정도의 인물들은 아니다.
방계의 가주들. 개개인이 가진 세력과 금력, 권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들이 뭉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는 무척이나 거대하다.
단순히 발언권이 없어서 회의에 참여하지 못할 뿐.
힘은 충만하다.
‘장로들을 갈아치운다면 저기 있는 자들이 반항하겠지.’
분위기와 주도권을 잡은 이상, 장로들은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이 저지른 범법 행위에 대한 증거는 수중에 모인 상태였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범법 행위에 대한 정황 이상의 수까지 준비했으니. 장로들의 실각은 예정된 미래였다.
문제는.
‘실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반발이지.’
가뜩이나 외부에서는 마인들이 활개 치는데.
내부에서는 식구들이 극성이다.
‘그렇다고 아홉 장로의 자리를 저들로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방계들을 대표하는 아홉 명의 장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방계들의 지지를 받는 자들뿐이다.
내게 충성할 사람을 장로로 뽑을 순 있다.
그렇지만 아홉 자리를 모두 그렇게 선출하면, 방계의 가주들은 더 이상 장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장로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으니.
다른 세력을 만들겠지.
‘그렇다고 장로들을 실각하지 않을 수도 없어.’
현 장로들은 이미 썩은 물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적어도 장로라는 작자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가문의 전체적인 수질을 관리할 수 있다.
‘고민이네.’
─사실 방안은 이미 결정한 거 아니야?
‘……반쯤은?’
장로들을 전부 실각시킨다.
이건 분명히 정해진 사안이다.
내가 그려 나갈 미래에 저들이 서 있을 자리는 없다.
만일 장로들이 세력을 등에 업고 반발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들을 세력째로 도려낼 각오는 됐다. 그 과정에서 가문의 크기가 살짝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설마 장로 아홉 명이 다 같이 그러겠어?
만일 그런다고 하더라도.
‘본보기로 장로 3명만 처리하면 불만은 사그라들겠지.’
사람은 상대적인 것이 목을 매는 동물이다.
제아무리 성공을 하더라도, 남과 비교했을 때 그 성공이 미약해 보인다면 자신의 성공에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성공이 남들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미세하게 우월해 보인다면 또 순수하게 기뻐한다.
이는 반대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실패하면 슬프고 괴롭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더 큰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면, 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 하나만으로 슬픔이 덜어진다.
이렇듯.
사람은 상대적인 것에 열광한다.
─방패막이로 유독 말 안 듣는 놈들을 처리하겠다는 의견에는 동의해. 그런데 명분은?
‘당연히 준비됐지.’
스윽.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어 작은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장로들도 보는 앞이니,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그냥 이렇게 만지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타마모는 주머니에 시선을 보냈다.
─이건!
그러고는 화들짝 놀랬다.
─마석이잖아?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그곳에 힌트가 있다고 알려주자마자.
타마모는 내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는지 눈치챘다.
마석. 마물을 사냥하면 장기를 적출하여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자원. 주머니에는 그 마석의 아주 작은 파편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엄청 작네. 네 엄지손톱 정도려나?
사내의 엄지손톱과 비견되는 크기.
무척이나 작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오죽하면 타마모가 깜짝 놀랐다.
느껴지는 기운도 그렇지만, 이런 물건을 주머니에 넣었음에도 내가 넌지시 알려주기 전까지 마석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니.
참으로 괴이한 마석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마석이 있음에도, 어째서 마석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내 신경을 마석의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스스로 주머니 속에 넣어둔 마석이지만 솔직히.
‘좀 역겨워.’
마석에 짙게 배인 마인의 냄새.
그 지독하고 역겨운 향은 감히 감추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취두부 소량을 주머니에 넣어 보관하는 느낌이었다.
─이게 신기한 마석이라는 건 알겠어. 그렇지만 이걸 명분이랑 어떻게 연관 지으려고?
툭툭.
타마모가 반투명한 손가락으로 주머니 내부를 톡톡 건드렸다.
─마석과 장로들과 그 휘하 세력을 축출할 명분 사이에 접점이 없잖아.
‘없기는 왜 없어?’
─……?
‘이 마석. 백석호의 시체에서 튀어나온 마석의 파편이다.’
백석호의 시체는 증발했다.
그의 비대한 팔이 터지며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졌을 때.
나는 그의 시체와 피를 한 번에 일소하고자 그의 모든 것을 증발시켰다. 백석호의 피와 시체.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없앨 작정이었다.
그런데 백석호가 마인이 되기 위해 삼켰던 검은 파편.
그것이 그의 몸에서 전부 소화되지 않은 채, 시체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단숨에 시체와 피를 증발시킨 일격에도 마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걸 빼앗겼다.
─그, 그건 대체 언제 주운 거야? 나는 자나 깨나 네 뒤에 있는데?
‘나를 보조해 주느라 녹초가 되었을 무렵. 그때 주웠다.’
가장 큰 덩어리는 빼앗겼다.
그렇지만 파편은 남아 있었다.
작정해서 찾지 않는 이상, 건물 잔해에 파묻혀서 육안만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이 또한 엄연히 백석호의 몸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장로가 마인으로 타락한 전무후무한 사건의 증거물이다. 이걸 앞세우면 저들이 뭘 어쩌겠어.’
원래부터 무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고.
이 마석의 파편을 앞세우면 마인으로 타락한 5장로와 함께 사악한 악행을 꾸민 장로들을 처단한다는 명분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심지어 장로들이 벌인 지금까지의 행보에 대한 정보 대부분이 내 수중에 들어와 있어서, 원한다면 장로들의 죄질을 더 나쁘게 포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게다가 이건 단순히 한낱 장로가 마인으로 타락했다는 증거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마석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 뿔 달린 것들과 유사하네.
‘그래, 맞아.’
뿔 달린 것들.
백석호 한 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를 말하는 것이다.
마석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전반적인 마인들과 비슷하다 못해 더 강렬했다.
‘이건 흔한 마석이 아니라. 고위 귀족의 권능과 이름을 그대로 품고 있는 일종의 승작(陞爵)권이다.’
실낙원의 귀족들.
일흔두 명의 귀족들이 구성하여 만들어낸 집단.
이 집단이 무엇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는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밖에서 온 나와 백은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솔로몬의 72악마.’
힌트는 차고 넘쳤다.
귀족들의 이름과 그들의 권능.
집단의 명칭에 붙은 실낙원이라는 표현과 일흔두 명이라는 숫자까지.
설령 악마학에 조예가 없더라도, 신화에 관한 어쭙잖은 지식만 있다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다들 그 유례를 모르는 것 같았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서역의 신화라서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지만, 솔로몬이라는 왕과 그가 사역한 일흔두 마리의 악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어.
‘그래, 아마 네가 살아생전 이 땅을 누비던 시절에는 그들에 대한 것들이 널리 전해졌을 거야.’
─말이 의미심장하네.
그 말은 마치.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왕과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은폐했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은폐하지는 않았을 거야. 사람은 누군가 무엇을 숨기면 숨길수록 더 찾고 싶은 족속이거든.’
─그러면?
‘아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승이 끊기게 만들었겠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져서 자연스레 잊히게 된 사실은 파헤치려는 사람도 많이 없으니까.’
─추측치고는 너무 장황한 거 아니야?
그래, 추측치고는 지나치게 장황하게 비약적이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사실인 양 당당하게 말했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충분하거든.’
─정말로?
그렇지만 그 당당함은 반대로.
그럴듯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었다.
‘자세한 얘기는 적어도 회의가 끝난 이후에 하자.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거든.’
─그러면 한 가지만 알려줘.
‘뭘?’
타마모가 손가락으로 마석이 있는 주머니를 가리켰다.
─이 마석. 과연 어떤 이름의 마인으로 만들어주는지 알아?
백석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끝끝내 자신이 무엇으로 화(化)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에 자긍심이 있었던 것인지, 마석이 100% 소화되지 않아서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깨닫지 못한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강화된 백석호의 벼락과 마석에 새겨진 흔적을 헤아리면 추측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바알」이다.’
─바…… 알? 아주 오래전에 들어본 서역의 신화 같은데?
‘공작 「바알」. 무려 1위계의 대악마지. 위계 앞에 붙는 숫자 곧 그자의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바알」은 1위가 맞아.’
공작 혹은 지도자 「바알」.
그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악마의 이름에서 차용했다.
─「바알」이라면 악마 이전에 신의 이름 아니야?
‘……진짜로 아는 모양이네.’
─말했잖아. 살아생전 들어본 서역의 신화라고.
진짜로 알 줄은 몰랐다.
대악마 바알. 그 시작은 토속신앙의 신으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풍요와 폭풍우의 신으로 숭배받았다.
다른 명칭으로는 바알제붑.
높은 것에 거하는 바알이라는 뜻이다.
본래 바알이 왕을 뜻하는 단어임을 생각한다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서 바알이라는 존재가 어떤지 헤아려 볼 수 있다.
─바알제붑?
‘왜 들어본 적 있어?’
─들어봤다기보다는 비슷한 단어를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게 뭔데.’
─벨제붑.
‘맞아. 그것도 바알제붑이라는 뜻이야.’
바알세불, 바알제부브, 바엘즈붑.
이외에도 발음은 다양하다.
외래어이기에 이를 모국어로 읽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읽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나저나 타마모의 학식에 놀랐다.
오래전에 살아온 존재이기에 지금은 잊힌 옛 신화에 대해서 알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유래까지 아는 경우는 거의 없지.’
하물며 그것이 수많은 신화가 사장된 이 세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세계는 마법이 극도로 발달했다.
마법과 함께 신비를 파헤치고 연구하는 수많은 학문들이 발전했지만, 이상하게도 신화는 그렇지 않았다. 1,000년 전에 부흥했지만 지금은 옛 유적의 벽화에서나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주술과 같이.
신화란, 남화연처럼 다양한 지식을 추구하는 자가 아니라면 전해지지도 않고.
굳이 알 사람도 없는 분야가 되었다.
‘내 왼팔도 겨우겨우 만들었다지.’
내 왼팔에 착용한 건 어느 신의 의수.
불과 빛을 검으로 삼아 휘둘렀다는 이 은의 팔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 신의 것의 모방한 것이다.
나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만.
구야자의 검을 이 세상에 다시금 부활시키며, 온갖 신화와 서사시 속 무구에 정통했던 「구야자」조차 신화를 많이 아는 편은 아니었다.
내 의수를 함께 만들던 그는 새로운 신화를 알게 되었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물론 그 양반 성격상 표정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
그런데 말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 속의 무기를 재현하는 대장장이도 알고 있는 신화가 많지 않다.
이는 그의 학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현대에 전해지는 신화의 숫자와 양이 적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화가 없는 게 아니다. 존재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파되거나 전승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명맥이 훅 끊겼다.
신화가 널리 전해지지 않는 세상.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화의 전승을 억제하지 않는 이상,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