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0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04화(30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04화
마석(4)
“슬슬 집에 가자.”
이른 저녁을 누이와 함께 겸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장로와 가문 내의 기원 다툼을 비롯하여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아니라 저들이 서로 치고받을 차례였다.
─안 말려?
“누구를 말려?”
─강제로 지위를 잃은 장로들과 새롭게 임명된 장로들 말이야.
“그러고 보니 다들 눈빛이 심상치 않았지.”
나는 저녁을 먹은 이후.
복도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이던 두 세력 간의 눈치 싸움을 회상했다.
시종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두 세력은 각자만의 근거로 대립했다.
장로들의 편 사람들은 가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실권들이 장로들에게 존재하니 장로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다고 소리를 높였고.
내 편에 선 사람들은 대세와 분위기를 읽으라며 일침을 날렸다. 어째서 장로들이 회의 당시 기를 못 폈는지 떠올리라며 눈치도 줬다.
문제는 두 세력 모두 양보가 없어서 분위기가 갈 때까지 갔다는 것이다.
“주먹다짐 정도 할 줄 알았는데. 잘못하면 칼부림에 암살 시도까지 하겠어.”
몇 명 정도는 죽겠다.
─네가 임명한 장로들을 지켜줄 생각은 없어?
“어? 내가 왜?”
─……응?
뭔가 대화의 요점이 맞질 않는다.
아무래도 서로 하는 얘기의 의도가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뽑은 장로들은 애초부터 고기방패로 사용할 목적으로 선출했다.”
─왜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처분할 놈들이었거든.”
가문 내에서 힘 좀 쓰는 양반들은 대부분 장로들의 편이 된지 오래였다. 그들은 대부분 장로들의 뒤를 따랐고, 새로운 장로의 선출 당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자들은 대부분 자격이 없는 이들이었다.
장로에게 들러붙을 힘도 없는 벌레.
두 세력의 조건과 크기를 비교하며 제 몸값을 높이려는 박쥐.
이런 놈들은 내 밑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런 놈들만 골라서 장로로 만들어줬다.
─가문을 완전히 분열시킬 생각이야?
“음, 가문에 상처가 나기는 하겠지.”
─암만 봐도 상처 수준이 아닐 것 같단 말이지.
내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 생길 일은 뻔했다.
구태여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앞으로 본가에서 일어날 일이 마법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앞으로 일어날 혼란을 예상하며 실실 웃었다.
“가장 먼저 세력 없는 자들이 축출되리라.”
이건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었다.
가주와 장로회. 두 거대한 고래의 싸움에 가장 먼저 터지는 것은 고래가 아니라, 그 주변에 살아가는 새우들이다.
새우들은 죄다 터져, 그 살점과 내장이 고래의 입에 흡수될 것이다.
그것 또한 나름대로 영양분이지만.
풍부하진 않을 터.
“그다음으로 박쥐들이 죽어 나간다.”
이런저런 세력을 오고 가며 몸값을 올린 박쥐들을 날다가 고래들의 싸움에 날개를 잃으리라. 날개를 잃고 바다로 곤두박질하는 박쥐의 추락은 그 어떤 조류의 낙하보다 추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고래들도 눈길을 안 준다.
떨어지든 말든.
대세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박쥐 다음은 세력 없는 사자들의 차례다.”
사자는 무리를 이끌지만, 영역 싸움에서 패배한 사자는 홀로 어슬렁어슬렁 방황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세력을 뭉치면 더 강해질 수 있거늘.
그 세력이 없어서 홀로 남은 사자는 결국 두 고래의 이간질에 반으로 쪼개져 각각 고래들의 영양분이 될 예정이다.
“그런 식으로 무능한 자들과 멍청한 자들이 걸러지겠지.”
─거기까지는 괜찮지만 싸움이 심화되어서 고래가 피를 흘리면 어떡하려고? 너는 손질된 고래 고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온전한 고래 두 마리를 원하는 거잖아.
온전한 세력과 권력.
그리고 그러한 기반들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금력.
이것들을 위해서라면 두 고래가 싸우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양성될지언정. 고래들이 죽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거 굳이 내가 아니어도 돼.”
가문의 분열을 막고, 권력의 독점을 원하는 이는 나 혼자가 아니다.
우리 가문에서 두 명.
아니, 세 명이나 존재한다.
“한 달만 지켜보면 알 수 있을걸.”
그때까지 나는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
딸랑!
주머니 속의 열쇠가 마치 자신을 불렀냐는 눈치로 흔들렸다.
너 아직 부른 거 아니다.
* * *
기존의 장로들을 파면시키고, 새로운 장로들을 선출한 주말로부터 열흘 가량이 지났다. 오늘은 평일이라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속보가 떴네?”
“왜, TV로 틀어줘?”
“부탁한다.”
구독해 둔 신문사로부터 속보 알림이 왔다.
핸드폰으로 확인하기에는 그 양이 길어서, 옆에 지켜보던 백현아가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넓은 거실만큼이나 넓은 TV에서는 아침부터 뒤숭숭한 뉴스가 나왔다.
“살인사건? 그것도 어젯밤? 게다가 이 지역 인근이네.”
“……드디어 일어날 게 일어났군.”
죽은 당사자는 가문의 새로운 장로 중 한 명.
7장로였다.
“설마 당신이 죽인 거 아니지?”
“내가? 만일 내가 암살을 저질렀다면 가면을 착용하고 악당 행세를 하면서 악명과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정말로 그럴 것 같아서 반박할 수가 없네.”
“그럴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4명 정도 암살했다.”
“암살한 대상의 죄목과 재산은?”
죄목이야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것들이고, 그들의 자택에서 챙긴 재산의 9할은 세탁해서 내가 사용했다.
나머지 고아원에 1할은 기부했다.
물론 깨끗하게 세탁해서 나눠줬다.
얘들한테 피 묻은 돈은 줄 수 없지.
피를 세탁한 돈이면 모르지만 말이다.
내 설명을 끝까지 들은 백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어.”
납득한 표정의 그녀는 TV 속 죽은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는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플갱어」.
보아하니 정황상 내 기억에 저 남자에 관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는 눈치였다. 바로 그때 백현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때? 누군지는 알았나?”
“아니…… 저 욕심쟁이가 어떻게?”
방사. 그는 기억 속에 있는 인물이다.
“왜 이제야 죽었어?”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열흘이나 걸릴 줄은 몰랐는데.”
가장 먼저 죽을 사람으로 방사를 생각하기는 했지만.
최대 일주일. 짧으면 사흘 내로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열흘이나 버틸 줄이야.
“계산이 살짝 꼬이기는 했지만, 첫 희생자가 늦게 나온 만큼 연쇄 작용도 어마어마할 거다.”
“……다 필요 없어. 아이들한테 안 좋은 영향 끼칠 건 없지?”
백현아가 어두운 낯으로 나를 돌아봤다.
음,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면.
“암살자 같은 거 말이야.”
“암살자가 이 집의 보안을 뚫는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놀라울 것 같은데.”
“창문이나 벽 부수면 들어올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이 집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만들었을 것 같나?”
이 집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연구물도 가득하다.
당연히 보안 수준과 방어 체계는 확실하게 준비했다.
사람보다 큰 마석에 칼로 마법을 직접 새겼다. 마석은 배터리고, 마법은 대마법의 경지에 달한 술법이었다.
그리고 그걸 수십 개나 이 주택 곳곳에 매립하거나 설치했다.
땅에 서른 개. 주택 벽에 스무 개.
그렇게 방어에 특화된 대마법의 장벽들이 50겹이나 중첩되어서 이 집을 지키고 있다.
이건 솔직히 나도 뚫기 힘들다.
뭐, 어떻게든 뚫을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이면 안에 있는 가족들이 전원 대피하고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을 정도로 설계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 집에 침입한 암살자라면, 그 사람한테 죽어도 사실상 자연사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호언장담한다면 뭐.”
당신이 알아서 잘 했겠지.
백현아는 TV에 관심이 사라졌는지 아침 식사에 집중했다.
“나는 아이들 깨우러 갈게.”
그러고는 아이들을 깨우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책을 읽느라 늦게 잔 모양인지. 오늘은 일부로 아이들을 평소보다 늦게 깨우는 백현아였다.
“……저 녀석도 이제 엄마가 다 됐군.”
나는 백현아를 훑어봤다.
깔끔하게 다린 옷 위로 앞치마를 입고, 검은색의 긴 머리는 끈으로 묶었다. 전체적인 외형이 미형이라서 그런지 꽤나 잘 어울리는 모양새다.
─첫날과 비교해서 꽤나 분위기가 바뀌었네.
“분위기가 꽤나 바뀐 건 너도 마찬가지야.”
─하, 나야 원래부터 백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백면이거든.
“그래 정신분열증 심각해서 좋겠다.”
확실히 집의 분위기가 점차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변하고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가정집에는 마법이 각인된 마석이 매립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흡혈귀와 용을 자식으로 기르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한 가정집이지 않나 싶다.
─……내가 그런 말이나 들으려고 널 도와준 줄 아니? 어머, 너 지금 어딜 감히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야? 어서 안 앉아?
“설교는 그쯤 해라. 오늘은 오전 중에 일이 있으니 너와 말다툼으로 허비할 시간 없다.”
─말본새하고는 진짜. 하, 그래 일이 있다니까 이번에는 내가 숙이고 들어갈게
“…….”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말이라서, 말 없이 식탁에 놓인 식기도구들을 치웠다. 내가 먹은 것을 전부 정리하고 정복 차림으로 출근하려고 신발을 신자 타마모가 질문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길래.
“……그냥 학교 업무지.”
─최근 들어서 너 특별히 하는 일 없잖아. 매일매일 연구실에 가서 연구만 하고 있잖아?
“최소 수업 일수는 챙기라고 하더라고.”
─최소 수업 일수? 누가 그런 말을?
이제는 연구실에 출근하는 나였지만, 아카데미에서의 신분은 조교였다.
교수도 아니고 최소 수업 일수가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교수님이.”
내게 교수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대부분 남화연뿐이다.
그녀는 내 마법 스승이자, 온갖 편의를 봐주는 은인이기도 하다.
연구실로 배치해 준 것도 그 양반 덕분인데.
그런 사람이 하라면 해야지.
─그래, 강의 열심히 준비했지?
갑작스러운 강의 일정이었지만.
오죽하면 타마모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 정도 그녀에게는 받은 게 많았다.
“준비?”
─설마 안 했어?
“굳이 할 필요가 있나?”
1학년 2학기의 중간고사가 지났고.
이제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수업을 토대로 자신의 적성과 장래희망에 따라, 나름대로의 진로를 찾았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길을 닦아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방법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내가 제일 잘 안다.
“1학년 전교생과 1:1로 전부 싸우면 그만이다.”
─혹시…… 학생들한테 악감정이라도 있니?
“악감정 같은 사소한 것 때문에 싸우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애당초 학생들에게 품은 악감정이 없다.”
그저 싸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이라는 족속은 죽기 직전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죽기 직전까지 때린다는 소리지?
“안 죽인다. 안 죽여.”
당연히 손대중은 기본이다.
다음날이면 모두 멀쩡하게 등교할 수 있을 것이다.
“간만의 수업이라.”
조금 떨린다.
─학생들의 심장은 벌렁벌렁거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