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08화(30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08화
시험(3)
이번에도 학생들은 날아갔다.
나름대로의 저력을 보여주며 황금 세대라고 불릴 만한 능력을 입증했지만, 아직 내 발치에 다다르기에는 부족했다.
“나름 훌륭하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의자와 함께 날아왔던 남학생이 들판에 흙먼지를 묻힌 채로 기절했다.
“가장 기대하지 않은 학생도 이 정도 성과를 보여주다니.”
가장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의자와 함께 날아와, 그대로 바닥에 꽂힐 뻔한 남학생이다.
혹시 몰라서 잡아줬지만 막상 날아오는 남학생을 잡는 순간 깨달았다.
날아오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다는 것을.
“겁이 많은 것과 실력이 출중한 것은 엄연히 다르거늘.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시험을 치르고 말았어.”
의자의 속도는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초인의 몸이라면 타박상도 입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지레 겁에 질린 남학생은 비명을 질렀으니 나도 모르게 해당 남학생을 남들보다 적당히 손대중하고 말았다.
그런데 허리가 착용한 단검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꼴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름대로 가닥이 잡힌 기술에 흥미를 느끼며, 오히려 남들보다 힘을 들여서 기절시켰다.
“웃기지 않아? 남들보다 뛰어난 주제에 겁이 그렇게 많아서야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될 수 있겠나 싶다니까.”
“……이사벨. 다른 학생들은 스스로의 힘에 부족함을 통감하며 협력하는 길을 선택했는데, 너는 그럴 생각이 없나?”
금발의 소녀가 들판에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흙먼지를 뒤덮인 몰골로 쓰러졌고.
거듭되는 시험에 결국 들판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이사벨만큼은 멀쩡히 살아 있는 잔디 위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협력을?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신발에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이사벨에게 묻자 곧장 대답이 돌아왔다.
진지하게 물어보냐는 느낌이 다분하게 느껴지는 말투였다.
“하기야.”
너는 동급생과 협력할 필요가 없지.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면, 수준 낮은 아군은 걸림돌에 불과하니까.”
“그렇지? 박수도 손이 맞아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합도 수준이 비슷해야지. 그래야 합공(合攻)이 성립하지 않겠어?”
“네 경지는 또래에 비해 아득히 차원에 존재한다. 그건 인정하마.”
2학기. 또래 마법사들이 중급 마법에 입문하고 연마하는 시기에 이사벨은 진작에 상급 마법을 완숙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녀는 1학기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선포하여, 영역 내에서 자신의 마법과 능력 따위를 마음대로 남발하고 덧칠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런 이사벨이 일반적인 학생과 함께 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랬다가는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었겠지.’
10명의 학생들이 힘을 합칠 때.
나는 학생들의 대략적인 평균을 계산해서 그에 맞는 수준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이 팀은 이사벨 한 명의 무력이 비정상적인 정도로 강해서, 평균값을 껑충 뛰어오르게 만들었다.
만일 그녀가 팀과 함께 싸웠다면.
평균값에 맞춰서 손대중을 해줬어야 할지. 이사벨을 제외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손대중을 해줬어야 할지 심히 고민했을 것이다.
‘전자는 나머지 9명의 학생들에게 불리하고, 후자는 이사벨의 수준에 맞지 않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미루어볼 때.
이사벨의 이러한 선택은 지극히 올바르고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합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 칭찬 고마워. 그런데 여기 너무 삭막하지 않아? 예쁜 들판이 전부 파여서 망가졌잖아. 이럴 때는.”
다시 원래대로 재생시켜야지.
이사벨이 바닥에 섬섬옥수를 가져다 대자 주변 환경이 변했다.
뭐가 막 특별하게 변한 것은 아니고.
“예쁘게 잘됐네.”
“……이건.”
들판이 다시 수업 직전의 모습으로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 광경에 눈을 비빈 나는.
스윽.
손으로 잔디를 만졌다.
촉촉함은 물론 잡초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뭐지?”
마력을 사용해서 난장판이 된 흙 속에 널브러진 씨앗들을 억지로 촉진시켜 잔디로 탈바꿈했나?
그 가설로는 난장판이 된 들판이 다시 정돈된 것까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시 보이는 대로.
“들판을, 원래 상태 그대로 만들었구나.”
“응, 맞아. 알아채는데 조금은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맞히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손짓 한 번에 검게 그을린 잡초들과 학생들의 강력한 공격에 움푹 파이거나 깎인 흙들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흡사 일대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것 같지만.
이사벨에게 시간에 대한 적성은 없으니.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녀의 색으로 넝마가 된 땅을 덧칠하는 것뿐이었다.
“이제는 고유한 마법의 활용도 능숙하구나.”
나는 허리를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단풍을 집었다.
바스락바스락.
단풍을 손으로 매만졌다.
바닥에 떨어져 건조한 단풍과 비교하니 더더욱 실감 난다.
“정말로 실력이 많이 늘었어.”
“그야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빛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매개를 다루는 마법사.
이사벨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한 사람의 마법사로 대해야 했다. 그것이 옳다.
더 이상 내 밑에서 수학할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을 취급할 수 있겠는가.
“자, 그러면 이제 슬슬 덤벼도 되지?”
무대가 복구되었다.
기절해서 바닥에 쓰러진 학생들은 들판이 재생됨과 동시에 저 멀리 나무 밑에 차곡차곡 안착한 상태였다.
“그래, 수업이니만큼 선공은 양보하마.”
“……거절하지 않을게.”
붉은빛이 눈을 스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소리가 울린 직후였다.
캉─!
깡통을 때리는 것과 같은 소리.
이건 내 주변에 펼쳐준 보호막을 타격한 소리였다.
소리가 꽤나 크게 울리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강력한 타격을 날린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내 인지 속도보다 살짝 빠를 정도였다.
속도와 공격력.
모든 것을 갖춘 그것은.
“빛을 매질로 삼지 않고, 곧바로 공격의 수단으로 다뤘구나.”
이사벨은 빛을 이용하여 마법을 전개한다.
마법에 있어서 가장 순수한 매질인 빛은, 그 순도만큼이나 마법의 위력과 효과로 전환되는 폭도 우수한 편이다.
그런 빛을 구태여 마법으로 전환하지 않고, 곧장 공격으로 사용하는 수단을 강구한 모양이다.
제법이네.
순수하게 그녀를 칭찬하려는 그때.
“아예 통하지도 않네? 범위와 위력을 높여야 하나.”
작은 중얼거림이 귀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수백의 빛 기둥이 점멸하면서 나를 향했다.
캉! 캉──!! 카가가강!!!
방어막이 찢어지고 터질 정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쏘지 않은 빛 기둥이 많은지.
연신 방어막을 공격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파이로키네시스」
보다 못한 나는 방어막 위로 새로운 방어막을 펼쳤다.
타오르는 불꽃이 내 시야를 가렸지만, 화염은 제대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제 슬슬 빛 기둥도 느껴지지 않겠다 싶어서 화염을 거두고, 반격하려는 찰나.
“사방이 검게 물들었군.”
잡초가, 들판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혹시 내 불꽃에 타서 저런 색이 됐나 싶었지만, 만일 불에 탄 것이라면 특유의 냄새가 퍼졌어야만 했다.
변한 것은 오직 색깔뿐이었다.
이건 내 작품이 아니다.
이사벨의 작품이었다.
“역시 이기기 힘드네.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전력으로 임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주변 마력이 이사벨에 호응함과 동시에 검게 물들었다.
들판이 검게 물든 것이 타오른 흔적은 아니었다.
그저 수묵이 흰 도화지를 덧칠하듯, 일대를 검게 물들였을 따름이다.
「근묵자흑」
오로지 이사벨만의 고유한 권능이자 능력.
모든 것은 검게 덧칠하여, 그 기능을 정지시키는 수묵화가 파도처럼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 색채는 이윽고 나까지 뒤덮을 작정으로 움직였다.
* * *
마교.
이름 그대로 마를 숭배하는 교단이다.
똑같이 마와 연관된 「판데모니움」과 「실낙원의 귀족들」과 비교했을 때 그들의 교세는 크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다.
「판데모니움」이 일반적인 마인들이 소속된 집단이라면.
「실낙원의 귀족들」은 소위 귀족이라고 불리는 소수의 마인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두 집단 모두 마인들로 이루어진 반면, 마교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마인이 되기에는 가진 힘이 형편없는 자들.
설령 마인이 됐다가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사라지고 만다.
마인을 받아주는 회사나 가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마교의 사람들은 마인을 추종하되, 차마 마인이 되지는 못한다.
믿고 따르는 것.
신앙만이 마교의 전부였다.
“오늘부로 마교는 해산이다.”
전부‘였다.’
그 말은 곧.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왜냐하면 오늘, 마교는 추종의 대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신앙은 그 가치를 잃었다.”
신의 존재가 불분명하다.
신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아. 우리들의 이름 없는 신이시여.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우리들의 어버이여.
“부디 우리들을 이 지옥 같은 땅에서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고통에 찬 우리들을 대변해 입을 열어주소서.”
“부디 침묵하지 말지어다.”
알 수 없는 구호들을 복창하는 신도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외치는 말은 무척이나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귀가 아플 정도로 큰소리였지만, 신도들의 귀에는 턱없이 작은 소리였다.
수천 명이라는 인원은 분명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한 교단의 인원수라고 하기에는 집단의 크기가 너무나도 작았다.
이 정도 인원수라면 토착 신앙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복창하고 기도했다.
─부디 우리들을 보우하소서.
보호하고 지켜달라는 말을 반복하는 신도들.
이후 그들은 미사라도 드리는 양 경건한 자세로 제사를 치르고는.
서걱─!
칼로 제 목을 베었다.
그것이 수천 신도들의 마지막이었다.
한 사내가 보는 앞에서. 사람들은 죽은 눈으로 죽어갔다.
“어째 죽기 직전의 눈보다, 죽은 이후의 눈에 더 생기가 넘치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네요.”
죽기 직전의 신도들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신앙을 잃은 신도의 동공은 죽은 물고기의 퀭한 눈보다 어두웠다.
그러나 죽음으로써 자유와 안식을 얻은 신도들의 눈은 무척이나 평온해 보였다.
“이제 교단도 끝이군요.”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입으로 직접 교단의 끝을 불러온 것이지만, 뭐.
검은 로브를 눌러쓴 사내. 시몬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애초에 마교도 제가 만든 종교니까요.”
만들었으니까.
망가뜨릴 권리도 저한테 있겠죠.
세간에서 흔히 마교 숭배자, 추기경, 광신도 따위로 불리는 사내는 제 손으로 직접 마교의 최후를 인도한 뒤.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시골 동네의 숨겨진 동굴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소식에 협회에서 파견된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것은 대량의 시체들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짙은 흔적의 마기였다.
다가가는 순간, 실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는 숨이 막혀서 질식했다.
그 어떤 귀족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강렬하고 지독한 마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