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0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09화(30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09화
시험(4)
압도적인 폭력의 향연이 펼쳐졌다.
오색찬란한 섬광이 반짝이며, 일대의 모든 것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이사벨의 마법은 도저히 종잡을 방도가 없었다.
대기 중의 마력이 그녀의 색으로 뒤덮이자,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자연지기가 일개 인간의 의지를 따르기 시작했다.
쿵!
쿠구궁─!
머리 위에서 폭격이 날아왔다.
하늘 또한 자연지기와 마찬가지로, 이사벨의 색으로 물든 지 오래다.
선명했던 하늘의 푸르름과 순백의 구름이 있던 자리에는 밤하늘보다 검은 무언가로 번들거렸다. 근묵자흑. 닿는 족족 모조리 검은색으로 물들이는 권능이 기어코 하늘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지만 용케 여기까지 발전했군.”
승우는 하늘과 땅을 보며 중얼거렸다.
더 이상 이곳은 들판이 아니었다.
검게 물든 또 하나의 세계라고 보는 편이 타당했다.
그리고 이 세계의 창조주는 다름 아닌 그녀였으니.
이사벨이야말로 이 세계의 신이었다.
“뭔지 알아보겠어?”
“……네 영역은 흑색을 전파하는 것이다.”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거메진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이사벨이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다.
“그리고?”
“……흑색에 닿은 것은 무엇이든 그 짙은 색채에 물들고 말지.”
“그다음은?”
“……흑색으로 물든다. 그 행위 자체에는 이상이 없어. 문제가 있다면 검게 물든다는 현상 자체가 부여하는 의미겠지.”
권능과 영역이라는 표현이 붙은 만큼, 「근묵자흑」은 닿는 모든 것은 흑색으로 물들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흑색, 자신의 색깔로 물들였다는 것은 곧.
그 대상이 자신의 손아귀에 넘어왔다는 뜻과 같다.
설령 그게 들판이나 나무, 풀과 하늘, 자연지기 같은 개념일지라도 이사벨의 손아귀에 있는 이상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더 큰 효과는 따로 있었다.
“또?”
“설령 통제하지 못하는 개념이나 기능이더라도 정지시킬 수 있겠지.”
이건 아직 가설의 영역이었다.
왜냐하면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거든.
그래서 확인하기로 했다.
「파이로키네시스」
선명한 불꽃이 타오르며 이사벨의 목덜미를 노렸다.
집요하게 목을 노리는 화염은 마치 늑대와 같았으나, 그 불꽃은 이사벨 근처에 서성거리던 검은 색채와 조우하자마자 검게 물들었다.
불꽃에 특별히 저주가 깃든 것도 아니건만.
검게 물든 불꽃은 기어코 승우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화르르르!
통제에서 벗어나서는 도리어 승우의 목을 노리는 불꽃.
이를 막은 것은 더 거대하고, 더 선명한 자색의 화염이었다.
「여우불」
선명한 도깨비불이 타오르며, 모든 화염을 삼키고는 몸집을 늘렸다.
집채만 한 화염이 이사벨을 노리자, 그녀는 화염은 검은색으로 물들일 수 없었다. 색을 물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삼기에는 「여우불」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그래서 이사벨은 손을 뻗었다.
철컥.
거대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불꽃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화르르.
불길은 금방이라도 눈앞의 소녀를 집어삼킬 정도로 강렬했지만, 정지한 상태 그대로 고정되었다.
이후 불꽃은 서서히 진화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여우불」의 움직임을 멈췄던 이사벨은 이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였다. 검게 물든 「여우불」. 이로써 저주스러운 도깨비불은 이사벨의 손에 들어갔지만 그 작동 원리는 아직 그녀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 「여우불」을 다루기에는 지식이 부족하다.
그렇게 판단한 이사벨은 차근차근 불길을 이루는 요소들을 정지시켰다.
“오호, 흥미로운걸.”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길을 따라서 불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는 마법의 해체가 아니다.
이해하지 못해서 다룰 수 없는 개념을 하나둘씩 차근차근 건드리며 정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굳이 「여우불」의 구성 원리와 개념을 몰라도 된다.
어차피 저것이 불꽃의 형상을 띄고 있는 이상.
근본적인 개념은 불꽃과 같을 테니까. 산소 공급을 억제하고, 발화의 요인을 통제하면 그만이다.
“공급을 억제. 요인을 통제.”
자신이 해야 될 것을 명확히 세운 이사벨은 단숨에 「여우불」을 지웠다. 지금까지 승우의 적이 「여우불」에 입었던 타격을 생각한다면, 이는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비록 「여우불」의 화력이 약했을지언정.
상대는 학생이다. 그것도 1학년.
경험도 풍부하지 않은 학생이 「여우불」을 정면에서 막아낸 것은 수업 도중이라고 하더라도 칭찬해 줄 만했다.
“생각보다 훨씬 제법이군.”
“……그거 칭찬 맞지?”
“당연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불꽃에 당해 잿더미가 된 줄 아는 거냐?”
“그래 봤자 화력과 저주의 세기를 줄인 불꽃이잖아.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색깔로 물들여서 기능을 하나씩 정지시키니까 알겠어. 이거 최대 위력의 반도 안 되잖아.”
스킬, 「여우불」은 기본적으로 자색을 띤다.
마력을 연로 삼아 영혼을 불태우며 몸집을 키우는 「여우불」.
영혼과 저주를 잔뜩 태우고, 그로 인한 귀곡성이 불꽃 속에서 짙게 타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색은 암담하고도 어두운 흑색으로 불타오르게 된다.
이사벨이 말하는 최대 위력이란.
바로 그 불꽃을 말하는 것이었다.
“허, 자만하기는.”
승우는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최대 화력의 불꽃은 마인들의 뼈조차 단숨에 녹여버린다. 5위계는 접근조차 할 수 없고, 4위계조차 5분 이상 견딜 수 없는 것이 바로 내 「여우불」의 극한이다.”
본래 A급에 불과한 「여우불」 속 저주를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결합시켜서 그 위력을 극한까지 높인 음산한 불길은. 결코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현역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이 불꽃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마저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겠지.
현역조차 감당할 수 없는 불꽃.
이사벨은 그걸 논한 것이다.
“확실히 네 재능과 노력은 엄청나다. 지금 네 실력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손에 꼽히겠지.”
1학기 내내 그녀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봤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넘볼 영역을 넘봐야지.”
설령 이사벨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말할 것은 확실하게 말해야만 했다.
그녀는 아직 어린 학생이고, 승우는 선생님이었으니까.
“그런가?”
“……지금 내 말을 못 들었나?”
“아니, 그냥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단호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출렁출렁.
검은 바다가 일렁였다.
이사벨의 발밑에서 시작해, 사방으로 널리 퍼지는 검은 바다는 닿는 모든 것은 제 색으로 물들였으나. 그 속도가 빨라졌다. 출렁이는 강가의 물결처럼 넘실넘실 부드럽게 움직이던 바다가 돌연 풍랑이 되어 거칠게 사방을 유린했다.
들판의 모든 풀과 흙이 검게 물들었다.
하늘과 대기 중의 마력이.
저 멀리 솟아난 우거진 초목들마저 탁한 검은색이 되었다.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영역은 멈출 줄을 모르고 확장했다.
“……이건.”
그 광경을 보며 승우는 확신했다.
이건 나도 못 한다.
영역이란 심상의 확장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확립한 세계관을 온 누리에 보란 듯이 펼치는 것이 바로 [영역]이고.
이것이 심화되어 영역 내에서 신처럼 군림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성역]이라고 불리는 권역이 된다.
성역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마법사의 반열에 들어선 승우조차도 영역을 펼치려면 겨우 펼칠 수 있는데, 성역을 감히 누가 펼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아주 보란 듯이 펼치네.
“자만이 아니었구나.”
순순히 이사벨을 인정했다.
그녀의 언행은 결코 오만이 아니었으며, 그녀에게는 오만할 자격이 충분했다. 아직 대마법사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금방 승우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고도 남겠다.
그래도 아직은 승우보다 못하다.
‘지금 저 아이에게 필요한 수업은 다름 아닌 이정표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인 방향과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었지만, 이사벨처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마법사에게 줄 수 있는 수업이라고는 반면교사 내지는 이정표였다.
반면교사는 원한다고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니.
대마법사를 향한 이정표를 알려주는 것이 승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마력이 한 점에 응축한다.
이대로 폭발한다면 버섯구름이 발생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밀집했다. 저 마력 가운데 대기 중의 마력은 섞이지 않았다.
자연 상태의 마력은 이미 이사벨의 통제하에 있었기에, 저 방대한 마력은 오로지 승우의 심장에서 비롯됐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지만.
─────!!
한 점에 응축되는 마력의 양은 아직도 늘어나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력과 마력 회복 속도.
“과연 저 정도는 해야지 대마법사라는 건가?”
이사벨은 그 광경을 보며 살짝 웃었다.
덜덜.
표정과 달리 손과 발이 떨렸다.
특별한 기예도 없이, 오로지 마력의 양만으로 자신을 위축시켰다.
과연 대마법사였다. 고차원적인 기술과 지식을 논하기 전에 기본기부터가 무척 탄탄했다.
“간섭도 잘 안 되네.”
일대의 모든 것을 물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근묵자흑」.
검은 파도의 풍랑은 거친 바람과 함께 마력의 덩어리에 손을 뻗었지만, 검은색으로 물들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표면에 불과했다.
안쪽에 뭉친 거대한 덩어리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물론, 표면의 마력만으로도 이사벨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무려 20%나 상승했음을 깨달았다.
‘고작 표면이 이 정도인데. 안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마력이 모여 있는 걸까?’
못내 떨리면서도 두근거렸다.
마력이 응집하는 것은 거대한 마법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과연 이만한 규모의 마력으로 행사하는 대마법사의 마법은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할지. 가장 가까운 1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마 그 마법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만 뺀다면 심장이 터질 정도로 두근거렸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패배는 진작에 직감했다.
그렇지만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
이사벨은 그 일념 하나만으로 지금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 위력의 마법을 선보였다.
우우웅.
작은 손바닥 위로 검은 마력이 내려앉는다.
검은 마력은 검은색으로 물들인 것들을 흡수했다.
지금까지 물들은 모든 것을 흡수한 마력은 작은 점이 되었다.
그것이 전조였다.
파즈즉.
마치 전류가 튀는 것처럼 거친 소리를 내던 작은 점.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
아니, 거대해진 것이 아니었다.
크기는 똑같지만, 바로 코앞에 도달해서 크게 느껴졌던 것뿐이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
순간 머릿속에 빛의 속도라는 비유가 떠올랐다.
“대단하네.”
정말 대단하다.
검은 마력은 승우를 소멸시킬 작정으로 날아왔다.
아마도 학생이라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겠지.
조교 중에서도 태반은 반응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 위력이고, 그 정도 완성도이다.
“하지만 이 경지에 발을 들이기에 너는 아직 어려.”
방대한 마력과 무수한 공정.
이사벨이 펼친 것은 대마법의 반열에 들 정도로 복잡했다.
평범한 마법사가 한 명이 고안하고 사용할 범주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마법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대마법사뿐이다.
아직 이사벨의 마법에는 허점이 많았다.
오죽하면.
화르르─!
손가락 끝에 작은 불씨가 타올랐다.
담배에 불을 붙이기에 적당하다고 느낄 크기의 불꽃.
이걸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역시.
‘학생은 결국 학생인가.’
이사벨의 마법은 분명 위대한 반열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학생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승우는 그 사실에 아쉬움마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