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1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10화(31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10화
시험(5)
불완전한 부위를 타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주먹으로 겨루는 격투와 마찬가지로, 마법 또한 마찬가지다.
훅.
작은 불씨가 거대한 빛과 만남과 동시에 꺼졌다.
마치 크게 숨을 불어서 촛불을 끈 것 같은 모습에 이사벨의 표정에 미소가 감돌았으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게 뭐야?”
불꽃이 사라지며 남은 연기가 유유히 퍼졌다.
크기가 작은 불꽃이었기 때문에 연기 또한 작아서 금세 바람에 흩날릴 것 같았지만.
연기는 생각보다 길고 선명했다.
그런 연기가 일대의 모든 섬광을 붙잡았다.
찰싹!
채찍으로 무언가를 휘감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검은빛을 잡아서 뭉갰다. 회색 연기와 검은빛. 둘 다 무채색에 속하는 탁한 색이기에 어느 순간부터 육안으로 둘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저 확실한 것은.
“어? 이게 갑자기 왜 사라져?”
“발상도 재주도 훌륭하지만, 그걸 받쳐주는 센스가 아직 부족하구나.”
연기에 휩싸인 빛은 연기와 함께 하나의 뭉텅이가 되었다.
뭉텅이는 자연스럽게 흩어져 사방은 다시 본연의 색을 되찾았다.
이사벨의 영역, 「근묵자흑」이 강제로 해제된 것이다.
“……이게 센스라는 단어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거야?”
영역을 강제로 해제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물며 이를 해제한 사람이 대마법사라면 더더욱 어렵지 않았다.
단, 상대 또한 영역 내지는 성역을 선포했을 경우에 성립한다.
“이런 신기는 내 할머니도 못 부린다고.”
이사벨의 상식선에서 내가 한 짓은 영문 모를 짓이었나 보다.
하지만 네가 모른다고 해서 상식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
“그래? 원리만 알면 쉽다만.”
“그게 뭔데?”
이사벨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눈빛도 매섭다.
‘하기야 그럴 법도 하지.’
영역은 이사벨에게 있어서 비장의 수.
그런 영역을 이토록 간단하게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아마 그녀로서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바로 눈앞에서 펼친 것이 있다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게 쉬워?
원리만 알면 돼?
‘마법사라면 당연히 눈이 돌아가게 마련이지.’
오히려 이렇게 말로 물어보고 있는 것이 신사적인 편이다.
보통 제 약점이 밝혀지면 무릇 마법사라는 족속은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지르게 마련이다.
……뭔가 마법사들을 죄다 미치광이로 표현한 것 같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마법사란 지식을 탐구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족속. 그런데 진리를 추구하는 와중에 자기 스스로에게 약점이라는 큰 결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마법사는 거의 없다.
상성이라면 몰라도.
약점은 스스로의 무지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알아도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불통 마법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벨은 나은 편이다.
‘적어도 얘는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는 뜻이니까.’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기특하기 그지없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마라.”
“조바심? 지금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 언제 내야 되는데? 영역의 한 단계 위에 있는 성역에 먹힌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작은 불씨에 파훼된 걸 보면서 평정을 유지하라고?”
“그래.”
그래서 가르침을 내렸다.
“그게 쉬워?”
“애당초 네가 수준에서 영역을 다루는 것이 기이한 것이다. 영역이라는 것은 나조차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개념인데, 네가 잘 다루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
대마법사조차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것이 영역이다.
대마법사도 그런데, 이사벨이 영역을 완벽하게 구사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물론 순수하게 마법을 배운 기간은 나보다 이사벨이 훨씬 길다.
그렇지만 경지라는 개념이 괜히 나눠진 것이 아니다.
“너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 영역을 구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경지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뛰어넘었어.”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
마력의 양과 질. 그것들을 담고 있는 그릇을 관조했다.
대략적인 경지가 눈에 들어왔다.
‘상급 마법사. 숙련도는…… 완숙되기 전까지 두 걸음 정도 남았나?’
확신할 수 있다.
이사벨의 재능이라면 올해 내로 상급 마법을 통달할 것이다.
2학년에는 최상급 마법들을 잔뜩 익히고, 대마법사의 경지를 향한 발판을 일구어낼 것이 분명하다. 3학년에는 대마법사가 되어 자신만의 영역을 온전히 구사할 수 있겠지.
대단한 재능이고.
충분히 빠른 성장 속도이다.
“그러니 조급하지 마라.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나는 허리를 숙여 그녀를 쓰다듬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머리와 체구.
이 어린 소녀는 조급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그저 지금을 즐기며 지식을 탐구하고, 대단한 마법사 밑에서 자신의 전공을 수학(修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이사벨은 나조차도 뛰어넘는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하지만.”
호수와 같은 벽안이 나를 올려다본다.
그 순수한 눈망울에는 오기와는 사뭇 다른.
“하지만, 그래서야 너를 도울 수가 없잖아!”
분함이 서려 있었다.
“나를 돕는다고? 그게 무슨 주제 넘는 소리냐.”
“나도 알아! 내 재능은 너보다 못하고, 학식과 능력도 부족해. 마법에 허점도 많아! 그렇지만, 그렇지만!”
무언가 악에 받치는 듯.
이사벨이 울분을 토하며 말을 이었다.
“너는 항상 나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봤잖아!”
“…….”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닫았다.
“기대하는 눈으로. 성장해서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눈을 하고 있었잖아! 내가 너를 몇 년을 보고 지냈는데 그걸 모를 것 같아?”
“…….”
나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사벨의 말은 맞았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계의 주인공 및 주연들 중 한 명.
그런 이사벨의 재능과 성장에, 나는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언젠가 이사벨이 인류는 보우하는 방패이자 창이 되었으면 했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당장 전력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쉽지.’
소설의 전개가 뒤틀리고.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나감에 따라서 점차 뒤틀어지는 시나리오는 지금의 나조차 감당하기 힘든 변수들을 쏟아냈다.
‘그런 와중에 이사벨이 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른 마법의 성취도 물론이거니와, 영역도 제대로 못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순간 제자리에서 굳은 나를 뒤로한 이사벨.
그녀는 다음 학생들을 불러오겠다며 내가 열었던 포탈을 자극했다.
쓰러진 아홉 명의 학생들을 빛의 올가미로 묶어서 손쉽게 끌어당긴 이사벨은 그대로 사라졌다.
이후 다음 순서의 학생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상념은 나중에. 지금은 수업에 집중하는 게 어때?
내 고민의 깊이가 타마모에게도 전달됐는지, 나를 부르는 여우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잠시 상념을 끊은 나는 이 생각을 뒤이어 하기로 했다.
지금은 우선.
“수업을 시작하겠다.”
이것부터 끝마치자.
* * *
이사벨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수업은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용케 수업을 제시간 내로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 학생들을 강의실로 돌려보낸 나는 그대로 포탈을 닫았다.
─너는 안 돌아가?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나?”
어차피 이걸로 오늘 업무는 끝났다.
이제 연구실로 돌아가서 평소처럼 연구를 진행하든, 그냥 집으로 귀가하든 상관없다.
그래서 들판으로 가로지르며 산책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 말 없이 들판을 가로지르자 저 멀리 다양한 지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인상적인 산과 흡사 열대 우림을 떠올리게 만다는 울창하고 거대한 나무들.
저 멀리에는 사막 지형이 있는 탓에 바람이 불어오면 모래바람이 휘날리며, 모래가 다른 지형으로 침투하려고 하지만.
각 지형을 구분하게 만드는 마법에 가로막혀 모래바람만 일어나고 모래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그 모든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니까 유지 비용이 살살 녹지.”
참 돈도 많이 썼다.
이 거대한 규모를 봐라.
일개 아카데미가 소유할 수준이 아니었다.
문득 엄청난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카데미는 이 지형들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적응력과 수업의 질이라도 높인다.
‘그에 반해, 우리 가문의 양반들은 그마저도 못하지.’
지금도 치열하게 다투는 장로들.
이권을 위해 서로에게 칼을 들이밀던 장로들은 결국 그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내가 중간에서 중재한 덕분에 눈먼 칼날이 억울한 시종의 목을 노리는 일은 없었지만.
뒤룩뒤룩, 탐욕으로 잔뜩 살찌고 기름진 돼지 같은 장로들의 멱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명씩 분질러지고 있을 것이다.
‘늙은이들 뒷돈으로 빠지는 것에 비하면, 이게 훨씬 낫지.’
아마 뒷돈으로 빠지는 금액하고 이만한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할 텐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장로들 전부 죽으면 그 돈으로 저택 부지 남는 곳에다가 이런 지형들을 만들까?
자연스럽게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가문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런 다양한 지형들을 가문 내부 부지에 설치하는 것이 진지하게 옳다고 생각하던 와중.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발을 멈추고 말았다.
“…….”
미래. 가문의 미래라.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이에 나는 생각에 집중하고자 걷는 것을 멈추고,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온갖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왜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어차피 죽음이 가까운 몸이었다. 설령 불치병이 완치되더라도, 싸움 끝에 최후를 맞이하겠다는 의지는 똑같았다.
그런 내가 가문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나 스스로 어딘가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이런 것 같네.”
이 세계에서. 이 몸으로.
너무 오랫동안 살았다.
반년 이상 지속된 새로운 삶은 목적 없이 살아가던 내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느새 몰두하는 것이 생겼고, 소중한 것이 생겼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생각을 좀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어.”
사실 이런 생각들은 예전에도 종종 들었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며 내 머릿속이 점차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상념에 잠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소라는 점이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산 깊은 곳을 향해 발을 들였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벌레, 동식물의 온갖 소리들과 바람의 소리가 귀를 스쳤다. 정처 없이 산을 가로지른 나는 적당히 앉기 좋은 돌을 발견했다.
‘잠시만 앉아서 쉬자.’
털썩.
앉아보니 돌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얼마나 거대한지 이 위에서는 내가 걸어온 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진짜 넓네.
“음…… 이 정도라면 혼자 있을 수 있겠지.”
이곳이라면 누군가의 개입도 들어오지 않겠지.
오롯이 생각에만 잠겨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명상의 자세를 취한 나는 그대로 심상 속에 빠져들었다.
여전히 텅 빈 심상.
그렇지만 예전과 봤던 것과 달리. 심상이 살짝 밝아진 것 같다.
……아닌가?
하도 오랜만에 와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