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1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13화(31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13화
생각보다 따스하다(3)
나는 심상에서 나왔다.
“……지금이 몇 시지?”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마음을 관조한 것에 불과하기에 소모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점심도 안 지났네.”
오히려 생각보다 짧았다.
지금 딱 점심 먹기 좋은 시간이었다.
혹시 몰라서 점심은 밖에서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대가 기왕 이런 거.
“오늘은 집에서 먹자.”
스륵.
공간을 자극해, 다른 공간과 연결했다.
그렇게 이어진 곳은 우리 집 정원.
열심히 가꾼 화단으로 한 발자국 내딛자 주변 풍경이 산에서 정원 딸린 주택으로 바뀌었다.
터벅터벅.
정원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이곳은 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하기에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정원을 한 바퀴 걷고 현관문을 통해 들어왔다.
덜컥.
문을 열자 음식 냄새가 온 집안에 풍겼다.
계속 맡기 좋은 냄새.
심지어 음식 냄새 여러 개가 겹쳤다.
아무래도 냉장고 있는 재료들을 잔뜩 쓴 모양이다.
‘그것들 비싼 재료라서 음식을 망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싶은 마음으로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탁에는 미리 착석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오셨어요?”
“빠!”
아이들은 벌써 왔냐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며 자리에 착석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내가 앉은 상석에 미리 식기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흠, 점심 집에서 먹는다는 말은 안 했는데.
‘또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군.’
나와 연결된 「도플갱어」라서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별히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새삼 싱숭생숭하네.
심상 속에서 그런 구경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긁적인 나는 수저를 들었고, 이를 신호로 인식한 아이들이 반찬들을 입에 넣었다. 다행히 점심 식사는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사용한 재료의 액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맛이지만.
이전에 백현아가 펼친 요리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렇게 점심을 즐긴 나는 오늘 하루 연구나 훈련에 임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했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후 아이들을 재울 무렵, 내일부터 어디 먼 곳으로 출장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서 아이들을 안아줬다.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칭얼대는 일은 없었다.
내가 일 때문에 종종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기간이 다소 길겠지만 아무튼 다행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연구실과 스승에게는 당분간 쉬겠다는 문자를 남긴 채, 현관을 나섰다.
가족들의 배웅을 마친 나는 인적 없는 산으로 향했다.
밝은 햇빛의 화창한 날씨.
푸른 하늘과 울창한 나무.
나는 오늘 여기서 열쇠를 사용할 생각이다.
─어라? 그 열쇠라는 거 여기서 사용할 수 있는 거였어?
‘당연하지. 열쇠에 제약은 없어. 그냥 사용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
─나는 지금까지 열쇠에 대응하는 문이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
내 시야가 닿는 곳.
전부가 마지막 관문을 향해 넘어가는 ‘문’이기에.
나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아주 간단한 행위. 이것만으로 열쇠가 활성화되었다.
[열쇠가 문을 찾습니다.]그녀의 말마따나.
상식적으로 열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짝으로 만들어진 자물쇠나 문이 필요하다.
그래야 닫든 열든 할 수 있지.
하지만 「과수원의 열쇠」는 명칭과 형태만 열쇠일 뿐.
무언가를 연다는 일종의 개념적인 물건이다.
따라서 열쇠를 이용하기 위해서 자물쇠나 문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열쇠를 허공에 꽂아서 돌린다는 식으로 움직이면.
[열쇠가 돌아갑니다.]철컥!
허공에서 녹슨 무언가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 열렸나?
가만히 서서 지켜보자 ‘문’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방식이었나?”
눈앞의 시야가 일그러진다.
깨진 유리창처럼 내 시야의 모든 풍경이 깨진다.
깨진 풍경 틈으로 무언가 스멀스멀 새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수족관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 내 기분을 묘사하자면, 거대한 수족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데 수족관 유리가 점차 깨지는 것을 코앞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유리에 금이 갔다.
금이 간 유리의 틈으로 작은 물줄기가 졸졸 흐른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면 대피는 불가능하다.
이다음은 이제.
우르르.
유리 자체가 터지며, 내용물이 전부 쏟아질 차례지.
일련의 과정을 깨져가는 수족관 유리에 비유했듯.
눈앞의 풍경 또한 유리처럼 깨지며 그 너머의 내용물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수족관이 물이라면, 내 몸을 감싼 것은 검은 우주와 같았다.
다만, 이것이 수족관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수족관은 유리 속의 물고기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반면, ‘문’은 오직 나만을 안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겠지.
우주 같은 무언가가 감싼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두둥실.
몸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많이 떠오르지는 않고, 딱 무릎 높이만큼 위로 올라왔다.
‘나를 강제로 빨아들이고 있다.’
바람의 힘은 아니었다.
나를 위로 떠오르게 만든 것은 바람보다는 중력에 가까웠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힘으로부터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항할 생각도 없지만.
지금 나를 끌어당기는 무형의 힘은 감히 함부로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충 눈으로 살펴봤지만, 내 간섭을 당연하다는 듯이 거부했다.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지극히 당연한 세상의 법칙이 나를 강제하는 것만 같은 감각이 들었다.
그 감각에 몸을 맡기자 어느새 내 몸은.
“……!”
어라?
뭔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다.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심장 부근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끊어지고 있다?’
나와 연결된 무언가가 하나씩 끊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근육이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력이 줄줄 새고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끊어지고 있는 거지?’
당황하는 내 눈앞에 직사각형의 빛이 반짝거렸다.
[시스템 권외 구역으로 이동을 확인.] [이동 시, 시스템이 제공하던 모든 기능이 정지됩니다.]시스템 권외 구역.
그것이 이 기묘한 감각의 원인이었다.
‘시스템이 제공하고 있던 모든 기능이 끊어지고 있는 감각이었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알 수 있다.
끊어진 흔적 자체가 아주 깔끔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깔끔하게 붙일 수 있을 정도.
다시 말해, 이 끊어짐은 영구적인 게 아니다.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다시 연결할 수 있다.
“스킬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겠지만, 그 정도는 돌아오면 다시……?”
기능이 정지?
스킬 일부를 사용할 수 없어?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뭔가 이상하다.
만약 모든 연결이 끊어진다면, 지금 실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킬.
예를 들어서 「도플갱어」 같은 건 어떻게 되는 거지?
‘그야 당연히…… 해제되겠지.’
아무리 마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인공 심장을 박아 넣어도 도플갱어 ‘백현아’. 그녀는 스킬에서 비롯된 생명체이다.
내가 「도플갱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제기랄.”
내 몸이 ‘문’ 너머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러려고 그녀를 저 먼 이국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아이들의 보호와 육아를 위해 데려온 「도플갱어」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가.
우스갯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다.
‘서둘러 스킬의 주도권을 이양한다.’
급박해진 마음으로 마력을 조작했다.
나는 그와 동시에 심장을 관조했다.
마력의 근원인 심장.
혈관 곳곳으로 마력을 보내는 심장에 이어지는 푸른빛의 작은 선.
이것이 바로 백현아와 연결된 선이었다.
이 선을 바탕으로 「도플갱어」가 상시 발동되고 있고, 그녀와 내가 서로의 생각을 간파할 수 있다. 나는 이 작은 선에 「도플갱어」의 모든 것을 주입해서 밀어 넣었다.
비상식적인 일이다.
애당초 스킬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까다로운 조건을 여러 개 충족해야 겨우 양도할 수 있는데, 조건들을 충족한 이후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 모든 것을 건너뛰고 「도플갱어」 하려고 들었다.
물론, 근거 없이 하는 짓은 아니었다.
‘어차피 적성은 볼 필요도 없다. 스킬, 「도플갱어」는 그녀의 전신과도 같으니까.’
백현아는 「도플갱어」를 통해 탄생한 인격.
조건은 진작에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시간인데.
내게는 그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스킬을 양도하는데 등급이 낮은 스킬이라면 1시간만 투자해도 충분하지만, 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양도에 필요한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주일.
많으면 개월 단위의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S급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낭패를 겪는 건 또 처음 보는 경우네.’
S급 스킬, 「도플갱어」는 양도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자명하다.
심지어 그걸 코앞에서 건네는 것도 아니었다.
심장에서 비롯된 작은 선.
비유하자면 실보다도 작은 마력의 선으로 S급 스킬이라는 거대한 용량을 파일을 전송하고 있는 꼴이다.
‘하, 진짜 미치겠네.’
시간이 없다.
내게 남은 시간은 10분도 없지만, 「도플갱어」를 양도하는 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주일은 훨씬 걸릴 것 같다.
하는 수 없다.
선택해야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무언가는 포기해야 된다.’
무언가를 쟁취하되, 무언가는 포기한다.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내 눈앞에 드리웠다.
당연한 얘기지만.
‘「도플갱어」의 양보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면 다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을 포기했다.
“……!”
전달하는 속보를 높이기 위해 몸을 혹사시켰다.
육체를 손상시키는 대신, 그만한 리소스를 「도플갱어」의 양도에 투자했다. 그 결과 몸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파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컥!”
가장 큰 문제가 생기는 곳은 바로, 심장과 마력으로 하여금 유기적인 구조를 혈맥이었다.
이 건으로 온몸의 혈맥이 전부 꼬였다.
물을 집어넣은 풍선이 배배 꼬이는 것 같은 감각.
고통도 고통이지만, 혈압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그렇게 혈관 속 압력이 무시무시한 수치로 상승하다가.
픽!
이번에는 무서운 속도로 하락했다.
‘……하.’
큰일 났네.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급속도로 하락하는 혈압은 정상 수치로 돌아─
─훅!
오는 것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안전장치가 망가진 엘리베이터가 건물 옥상에서 수직 낙하하는 것과 같았다. 아마 바닥에 추락하면 끝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순간.
바닥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정말 빠른 속도였다.
무언가 손을 쓰기도 전에 바닥과 정면충돌하기 직전.
띠링!
줄곧 불길하게 들렸던 그 소리가.
[이동을 시작합니다.]이번만큼은 아름답게 들렸다.
[모든 종류의 「특성」과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해집니다.] [특정 「스킬」의 악용으로 인한 반동이 존재합니다.] [시스템으로 인한 반동임을 확인. 원활한 이동을 위해 반동을 강제로 취하합니다.] [상태창을 휴면 상태로 전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