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1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14화(31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14화
생각보다 따스하다(4)
혈맥이 끊어졌다.
사실 마법사에게 있어서 맥이 끊어진 것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법이란 학문은 무능하지 않다.
맥이 끊어지고 뒤틀려도 술사가 살 수 있는 방법 정도는 많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마력 회로가 크게 다친다면.
맥과 함께 회로가 엉키고 끊기며 큰 손상을 입는다면 글쎄.
“……큰일 났군.”
적어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승우는 고통스러운 몸과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지러운 덕분인지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이래서야 앞도 못 보겠어.”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주변을 살피자 사방이 나무로 막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주 큰 나무들로 빽빽하다.
“아주 크고, 갖고 있는 기운도 강해. 그렇다고 기운이 억세지도 않다.”
아무래도 마법 식물인 것 같은데.
그것 감안해도 아주 특이한 나무들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어, 어?”
시야가 핑 돌았다.
몸이 어지러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승우는 뒷걸음질 치며 나무에 등을 기댔다.
바로 그 순간, 승우는 나무의 특이함을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대니까 좀…… 괜찮네.”
나무에 등을 기대자 몸이 조금 나아졌다.
통증이 줄어들고, 어지러운 정신이 점점 균형을 찾았다.
처음 등을 기댄 순간에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무에 계속 몸을 맡기고 있으니까 확실히 알겠다.
‘나무 전신에 순환 능력이 있군.’
툭툭.
손으로 나무 껍데기를 두들겼다.
그곳을 향해 나무 내부의 수분이 응집하는 것이 느껴졌다.
수분이 함유된 마력이 외부 자극에 반응한 것이다.
이 나무는 거대한 회로와 같다.
그 회로의 순환에 몸을 눕히는 것으로, 잔뜩 엉켜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순환하기 힘든 마력 회로를 함께 순환한다.
그렇게 몸을 안정시켰다.
이제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전부 이 나무 덕분이다.
“이런 나무가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곳에 오자마자 신기한 경험을 하네.”
승우는 식물에 조예가 깊다.
전부 곰방대 덕분이었다.
반지 속 공간에 보관된 마른 잎들과 곰방대.
처음에는 독을 품은 식물을 흡수해서, 그 독에 대한 내성을 갖추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각성을 비롯한 온갖 긍정적인 효과를 내포한 식물들을 몽땅 보유하고 있다.
그런 승우라도 이런 나무는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만일 이런 나무의 존재를 알았다면 나뭇가지라도 하나 구했을 텐데.’
자신이 모르는 나무라.
학식이 부족할 리는 없고, 이런 거대한 나무를 사람들이 지금까지 몰랐을 리는 없으니.
‘그쪽 세상에는 없는 나무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성급하지만.
틀린 가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 이런 거대한 나무가 있다면 알려지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다. 승우는 위를 올려다봤다.
거대한 나무.
어찌나 거대한지 빌딩 숲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밝은 빛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해가 쨍쨍한 낮임이 분명하지만, 거대한 나무들의 나뭇가지에 걸린 나뭇잎이 하늘을 뒤덮는 우산이 되어주었다.
하늘과 태양이 완전히 가려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나무가 잔뜩 있는 세상이라.
‘혹시 식물에 멸망한 세계 같은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여튼 자신이 태어난 세계도 아니고, 소설 속 세계도 아니라면.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밀림……은 아닌 것 같고, 혹시 숲인가?’
울창한 녹색의 파도는 머릿속에 밀림을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밀림 특유의 습도가 아니었다.
나무들이 심할 정도로 거대하지만.
이런 생태계라면 밀림보다는 차라리 숲에 가까웠다.
음…… 숲이라면 불로 태우는 건 안 되겠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손끝에서 자색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방출하려는 찰나.
퐁─!
불이 나오다 말고 꺼졌다.
마치 가스레인지에 불이 나오다 마는 것처럼.
미묘한 크기의 불꽃이 제대로 방출되질 않는다.
“이건 도대체 왜……? 아. 그렇지 참.”
승우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려던 불꽃은 「여우불」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불과 몇 분 전. 시스템은 승우에게 이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지 받았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스킬, 「여우불」이 작동하질 않는다.
“……전부 다 그러네.”
스킬, 특성을 전부 발동하거나 살폈다.
「마도성」, 「요마안」, 「정기흡수」 등등. 초기부터 사용했던 능력들을 비롯해서, 비교적 최근에 얻은 능력들을 사용해 봐도 자동으로 정지된다.
마치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인 양.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라는 소리인가.’
오로지 스스로 쌓아 올린 힘과 기술만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되겠지.
「파이로키네시스」
화염과 염력의 조화.
오로지 승우만의 비전 마법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었다.
화르르르!
화염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붉은빛 화염이 점점 거대해졌다.
거대해진 화염은 나무를 뒤덮을 정도였지만 불꽃이 옮겨붙는 일은 없었다.
이건 사실상 불꽃 형상의 환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화염으로부터 열기를 빼앗고, 형태만 고정했기에 아무리 화염이 거대해져도 산불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크기만 점점 거대해질 뿐이다.
“범위가 생각보다 많이 안 늘어나네.”
혈맥과 마력 회로가 꼬인 탓에 마력 운용이 몇 배는 힘들어졌다.
이거 그냥은 못 고친다.
이걸 고치기에는 내 의학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뭘 좀 알더라도 시술을 진행할 도구도 없었다.
‘쯧. 뭐 치료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반응이나 살펴보자.’
승우는 크게 키운 불꽃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숲을 불태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화기를 제거한 불꽃이라서 뭘 태울 수도 없고.
그냥 반응만 살펴보려는 것이다.
‘생물이라면 자연스레 불꽃에 반응하게 마련이지.’
하물며 그게 숲에서 사는 생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아무리 불꽃을 움직여봐도.
감각에 포착되는 지적 생명체도, 화염에 반응하는 미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군.’
─뭐가 그렇게 이상해?
‘숲에 이토록 마력이 풍부한데 생명체가 없어.’
승우의 말에 타마모가 갸우뚱거렸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인위적으로 보호받는 구역이거나, 인위적으로 실험을 위해 조성한 숲일 수도 있잖아.
인조 생태계라. 그럴 가능성도 있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태계치고는 식물들 간의 균형이 적절히 잡혀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생태계라면 특정한 의도가 눈에 훤히 보이거나, 100%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숲은 딱 균형만 잡혀있다.
어딘가 특별히 대단하거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지도 않다.
“음, 일단 숲 밖으로 나가보자.”
승우가 천천히 몸을 풀었다.
이 숲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니 걸어서 숲을 빠져나가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우선 숲이 얼마나 넓고, 어디로 나가야 되는지 알기 위해.
위로 올라가야지.
탁!
작은 나무 위로 올라탔다.
탁! 탁!
그것보다 큰 나무의 나뭇가지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계단을 점프하듯. 나뭇가지를 밟으며 위로 올라갔다.
그 광경에 경악한 목소리가 승우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거…… 몸 안 아파?
‘몸? 다친 건 혈맥과 회로라서 다리를 움직이는 것과는 상관없는데?’
─아니, 너 신체 능력 약하잖아. 그런데 그렇게 혹사해도 되냐고?
나무를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빌딩을 떠올리게 만드는 나무.
햇빛을 뒤덮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나뭇잎들.
이 정보들을 종합했을 때, 나무를 오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힘이 필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아. 신체 능력 말하는 거였구나. 그거라면 하등 상관없다.’
나무 타는 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이거 기술이거든.’
적당한 힘과 요령만 있다면 가능하다.
태연한 눈치의 승우는 그렇게 가장 높은 나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와 동시에 승우의 눈이 천천히 굳었다.
“……아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나무 위에서 내려다봐도 온 사방이 녹색이라서 어디로 나가야 될지 모르는 일은 아니었지만.
“……저게 뭐야.”
그냥 말도 안 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나무. 이곳에서 아주 먼 곳에 자란, 아주 평범하게 생긴 나무였다.
그게 뭐가 그렇게 말이 안 되냐면.
“비율이 왜 저래.”
분명 아주 먼 곳에 있음에도.
바로 코앞에 있는 나무보다도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근감을 아득히 무시하는 거목.
승우는 그 고목을 말없이 쳐다봤다.
* * *
거실에서 쉬고 있던 백현아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무언가 끊어졌다.
그리고 다시 채워졌다.
백현아는 그 사실만을 전달받은 채 고통에 시달렸다.
이 고통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됐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근원과도 다름없는 「도플갱어」가 끊겼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고통스럽지 않다.
문제는 그 후속 조치로 백승우가 감행한 짓이었다.
‘이렇게 큰 용량을 억지로 전달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거야!’
승우가 그녀와 연결된 맥을 네트워크 삼아서 스킬의 주도권을 양도했다. 이건 쉽게 말하자면 정원에 물을 주던 호스로.
돌연 거대한 물고기를 운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호스에 물고기라 들어가지 않으니까 억지로 쑤셔 넣었다.
본래라면 무리하게 집어넣다가 물고기가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조치를 했는지 물고기는 죽지 않고, 호스도 망가지지 않았다. 다만, 그 호스가 가진 한계 뛰어넘는 중이라서.
더럽게 아팠다.
“어, 엄마! 괜찮아?! 어디 아파?”
백현아가 신음하자 에르제베트가 달려왔다.
백아는 막 아침을 먹은 탓인지 낮잠에 빠져서, 그녀만 헐레벌떡 뛰어왔다. 딸아이가 등을 쓰다듬자 백현아는 괜찮다는 눈치로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속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지!’
계속해서 전달되는 정보를 통해 백현아는 왜 자신이 이토록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알았다.
승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100% 이해했다.
‘그런데 이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큰일 난 거 아니야?’
슬슬 고통에 적응한 백현아.
그녀는 백승우가 사라짐으로써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만일 승우가 당장 없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투.
기존의 구(舊) 장로들과 새로 임명된 신(新) 장로들의 싸움에 이변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승우는 두 세력을 싸움 붙여서, 장로들끼리 서로의 살을 파먹고 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큰 판을 설계했다.
그런데 그 판 위에서 놀아나고 있던 장로들이 돌연 승우의 부재를 눈치채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이변이 발생할 터.
‘내가 뭘 할 수 있나?’
겉으로는 놀란 딸을 진정시키기 위해 웃으며 에르제베트를 안아주는 그녀였으나, 속으로는 정말 많은 고민을 반복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백현아에게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