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1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15화(31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15화
생각보다 따스하다(5)
띠링!
경쾌한 기계음의 소리.
백현아도 익히 알고 있는 소리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승우의 기억을 훑어서 알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당연했다.
저 기계음은 시스템을 열람할 때 들리는 소리.
스킬에서 파생된 존재인 백현에게는 상태창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으니. 그녀는 평생 저 소리를 직접 듣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대상의 독립성을 확인.] [대상의 창(窓)을 열람 중…….] [부여된 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틀림없었다.
이건 시스템의 목소리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백현아는 시스템이 말하는 창이 상태창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야 자신에게 없는 창이라고 한다면.
그건 십중팔구 상태창이었기에.
“……?”
그렇기에 백현아의 반응은 한 템포 느렸다.
[대상의 종족은 ‘도플갱어.]’ [그렇지만 지적 생명체와 독립성. 표준적인 인간으로서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당신에게 상태창(狀態窓)을 부여합니다!] [심장에서 잔존한 데이터를 발견! 이를 바탕으로 대상의 창을 구현합니다.]띠링!
「이름 : 백현아」
「나이 : 1세」
「종족 : 도플갱어」
「칭호 : ──」
「등급 : ──」
「상태 이상 : 혼란」
<특성>
「암흑성(暗黑星)」
*현시점 모종의 이유로 다운된 ‘백승우’의 창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능력치>
「체력 : B+」 「근력 : A」
「내구 : A+」 「민첩 : B- (A-)」
「마력 : B+」 「감각 : S」
*현시점 모종의 이유로 다운된 ‘백승우’의 창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빛 바랜 반지’을 착용하여 민첩이 세 단계 상승했습니다.
<스킬>
「별무리의 파도 (S)」, 「무르시엘라고 (S)」, 「도플갱어 (S)」
*현시점 모종의 이유로 다운된 ‘백승우’의 창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푸른빛의 창.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이나 컸다.
“내 존재를…… 인정했어?”
세계가 한낱 「도플갱어」를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자 인간으로 인정했다.
인간이 아닌 자신이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 사실에 감격을 받을 법도 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한 탓에 백현아는 순수하게 기뻐하지를 못했다.
잠시 당황했던 백현아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창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확실히 몸은 좋아.’
순수한 신체 능력은 우월한 편이다.
마력과 감각은 모티브가 된 승우보다 떨어지지만, 오히려 체력과 근력을 비롯한 신체 능력은 뛰어났다.
이는 백현아가 「도플갱어」로 모방한 것이 여우의 백승우가 아닌, 검성 백승우였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수준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백현아에게는 감회에 젖을 여유가 없었다.
백현아에게 달린 ‘상태 이상 : 혼란’이 그녀의 심정을 대변했다.
‘백승우의 창이 다운됐다고?’
특성, 능력치, 스킬.
모든 항목의 마지막에 적힌 문장이 백현아의 눈을 사로잡았다.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겠다. 백현아는 서둘러 랭킹을 살폈다.
무력과 업적을 기준으로 나누는 통합 랭킹.
승우는 랭킹에 있는 수백 명의 플레이어 가운데 단연 상위권이었다.
그래서 잘 보일 수밖에 없다.
잘 보일 수밖에 없는데.
왜?
‘왜? 이름이 없어?’
……아.
알겠다. 지금 그가 이 ‘세계’에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 없는 존재이기에 시스템은 승우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그가 돌아온다면 다시 돌아오겠지.
그렇지만 그전까지는 꽤나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본능적으로 직감한 백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이 집에서 나가야 해!’
서둘러 짐을 챙기는 백현아가 생각했다.
지금까지 백현아는 시스템에 등록된 적이 없지만, 그게 무슨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갑작스럽게 랭킹에 등록된 이름이 사라지는 경우.
크게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첫 번째는 노화나 부상 등의 이유로 보유한 실력이 떨어져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이다.
이 경우는 흔치 않았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랭킹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대부분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게 백승우와 같이 높은 랭킹에 위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두 번째가 뭐냐 하면.
‘그의 지인들이 모두 안부를 묻기 위해 찾아올 거야!’
죽음이다.
죽은 사람은 랭킹에 남지 않는다.
랭킹에서 승우의 이름이 갑작스럽게 사라졌기에,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승우의 생존을 의심할 것이다.
물론.
‘죽지 않고 시스템 권외 지역으로 나가서 그런 거라고 누구에게 말해.’
백현아는 그가 죽지 않았음을 잘 안다.
하나 다른 사람들은 그녀와 달리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나서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백현아는 철저히 베일에 싸인 존재다.
그 존재이유는 아이들의 수호.
겉으로 드러날 이유가 하등 없다.
‘오히려 정체를 공개하면 문제가 더 많이 생기겠지.’
승우를 여자로 바꾼 것 같은 외모.
쌍둥이도 이 정도로 닮을 순 없었다.
사람마다 특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데, 백현아는 승우의 모든 것을 모방할 때 그 분위기까지 모방하여 학식이 깊은 마법사에게 그녀가 「도플갱어」라는 사실을 쉽게 들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운이 안 좋으면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
가장 순수한 혈통에 가까운 흡혈귀와 인간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용. 이 둘의 정체가 공개되는 날에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역시 서둘러 이 집에서 벗어나는 것이 옳다.
척.
손을 위로 뻗었다.
방금 전까지는 사용할 줄 몰랐지만, 영적인 연결을 통해서 전달되는 스킬의 활용법을 통해 대략적인 구동 방법은 알게 되었다.
마치 자동차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자동차 키를 꼽고 운전은 할 줄은 아는 것과 같다.
「무르시엘라고─그림자 세계」
그림자가 집안을 덮쳤다.
검은 물결이 1층부터 2층까지. 온 사방을 점거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격렬하고 폭력적이었지만 떨어지거나 깨지는 물건은 없었다.
그림자는 오직 필요한 물건들만 흡수했다.
아이들을 위한 도구나 장난감, 먹거리를 시작으로 누군가 이 집에 찾아왔을 때 아이들의 흔적을 느낄 수 없도록 아이와 관련된 물품들만 재빠르게 빨아들였다.
더 이상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짐을 챙길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모든 짐을 챙긴 백현아는 아이들을 불러서.
덥석.
고사리 같은 손들을 붙잡았다.
“애들아. 오늘 아빠 출장 나가셨으니까. 우리도 오늘부터 별장에서 지낼 거야. 알겠지?”
별장에서 지내는 기한은.
승우가 돌아올 때까지.
“별장……? 우리 집에 그런 것도 있었어?”
“그럼 물론이지. 너희 아빠는 뭐든지 구비하잖아.”
당연한 얘기지만.
치밀한 성격은 승우는 혹시나 일어날 불의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그의 신변에 큰 이상이 생기거나, 죽게 될 경우를 대비한 여러 대비책들. 승우와 영적으로 이어진 백현아는 그 대비책들을 전부 외워둔 상태였다.
“자, 그러면 어서 가자!”
“어? 나 짐 챙길 시간만 주면 안 돼?”
“엄마가 다 챙겼으니까 어서 가자! 백아도 어서 가고 싶지?”
“마!”
“엄마……?”
방금 전까지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별장으로?
에르제베트는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백현아의 눈을 본 순간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예전에 내가 했던 표정…….’
승우를 만나기 전.
삶이 고난하고 괴로워서 살아간다는 것에 큰 희망을 느끼지 못했던 시절, 바닥에 빗물이 고여 달빛을 통해 반사된 자신의 얼굴과 백현아의 표정이 사뭇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건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알았어요, 엄마.”
에르제베트가 말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한마디 해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보다, 그녀는 착한 딸이 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그래, 착하다 우리 딸.”
그렇게 백현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승우가 만든 물건들로 무장했다.
온갖 무기들을 허리춤에 매달고, 타인의 인지를 뒤흔드는 망토를 다섯 벌 꽁꽁 싸매서 이동했다.
별장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도착한 이후에는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 별장은 승우의 최측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백은호조차 모른다.
그 누구에게도 덜미가 잡힐 염려가 없었다.
지친 아이들을 침대에 눕힌 백현아는 승우가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장을 보러 나갔다.
당연히 인식 저해 망토 다섯 벌과 함께였다.
* * *
“……어라?”
연구실에서 줄곧 연구에 몰입하던 남화연이 천장을 바라봤다.
그녀가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실험하고 있던 시험관 속 내용물이 순식간에 부패했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지난 이틀간의 연구 성과가 무로 돌아갔다.
남화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험관의 내용물 따위, 지금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어디 갔지?”
자신의 제자.
백승우의 기척이 사라졌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면 몰라도, 아예 이 세상에서 승우가 감지되지 않았다.
“죽은 건 아닌데…… 찾으러 가야 하나?”
갑자기 제자가 사라진 상황.
심지어 스승인 그녀에게 아무런 기별도 없었다.
만일 연락할 수단이 없어서 그랬다면 큰일이지만.
그냥 말하지 않고 사라진 것이라면 다른 의미로 큰일이 날 것이다.
“역시 찾으러 가야겠지.”
승우에게는.
남화연의 진전을 잇고, 그녀처럼 마왕 혹은 마녀라고 불리며 마법사들 사이에서 공포 섞인 찬양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언젠가 자신과 같은 불가해의 영역에 올라서게 만들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자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남화연이 승우를 제자로 받아준 속내였다.
“어디…… 연구실 뛰쳐나간 제자를 찾으러 가 볼까.”
실험은 뒷전이었다. 남화연은 우선 이 세상에 남은 승우의 마지막 흔적을 탐색했다.
아카데미 부지 내 연구실에서 탐색하는 범위라고는 믿기지 범위를 탐색하고, 그의 마지막 흔적이 인근 야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이 있기에 굳이 산을 오를 필요가 없는 남화연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손가락과 손가락이 부딪히자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전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고차원적인 마법.
그야말로 극에 도달한 공간 이동이었다.
“산기슭? 정상이나 산의 정기가 흐르는 용맥도 아니고, 이상한 곳에 있었던 모양이네.”
제자의 마지막 발자취는 이곳에서 끊겨있었다.
꽤나 수상쩍은 곳이 많은 곳이었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기슭.
분명 승우 외의 다른 사람이 있었던 정황은 없지만, 인근 흙과 나무뿌리가 무언가에 의해 위로 들어 올려진 흔적이 역력했다.
이건 마치.
“중력에 의해 잡아당겨진 느낌?”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중력은 위에서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거늘.
이 흔적을 살펴보면 중력이 가만히 있던 사람을 위로 끌어올렸다.
남화연이 주변의 마력을 흡수했다.
흡수한 마력으로부터 인근에 발생했던 모든 파장의 마력을 분석했다.
혹시나 싶어서 흡수해 봤지만.
“중력을 반전시켰다면 그 여파로 대기 중의 마력이 고유한 형태로 뒤틀리게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어.”
유익한 성과는 없었다.
그래도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건 아니었다.
수많은 지식들을 보유하고 섭렵한 그녀였다.
가설은 다양하게 떠올렸지만 그 가설들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그만큼 가능성이 낮은 가설들이었다.
음…… 일이 이렇게 됐다면.
“이것들은 딱히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집 나간 제자를 위해서라면 하는 수밖에.
남화연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심장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우우웅──!
마력이 심장에 모이며 원을 그렸다.
그 상태로 가속하기 시작한 마력은 그 순도와 밀도를 계속해서 높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마력이 유실됐다.
유실된 마력의 절반만 모아도.
어지간한 A급 플레이어의 마력은 뛰어넘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의 마력이었다.
허나 그걸로도 모자라서 이를 가속하여 부족한 마력을 보충했다.
이는 곧.
────!
남화연이 사용하려는 마법이 그 정도로 거대하다는 뜻이었으니.
그녀가 펼치려는 것은 일대의 과거를 읽는 과거시(過去視).
그것도 보통 과거시가 아니었다.
원한다면 한 인물의 과거를 콕 집어서, 그 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들여보는 것도 가능했다.
한없이 괴이(怪異)한 마법.
이게 바로 남화연이 마왕이라는 흉흉한 이명으로 불리게 된 이유였다.
시전이 귀찮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해답은 금방 그녀의 망막에 비쳤다.
그런데.
“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승우의 과거가 보였다.
여자와 아이들?
걔 결혼했던가?
망나니 시절이었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거의 다 최근이다.
심지어 오늘 아침 기록이 있었다.
그 순간, 줄곧 무표정했던 남화연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