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2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26화(32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26화
없는 사이(1)
차라리 일기토는 가망이라도 있지.
다수전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벌레와 기수의 군세.”
이에 대적하는.
“뒤도 안 보고 도망치는 종족 연합의 오합지졸.”
아, 이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고려해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죽음을 불사하는 마음가짐도 그렇고, 전력의 우위와 사기(士氣)도 질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내가 전부 해결하는 수밖에 없나?’
푹─!
심장을 관통당하는 병사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도중인 이상,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들은 구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의리도 없고 말이다.
읽고 있던 자료도 전부 반지 속 공간에 집어넣고 도주하면 그만이다.
이렇듯 힘들게 싸울 이유는 없었지만, 진중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이렇게 오합지졸로 당할 조직이라면 10년 이상을 버티기는커녕, 진작에 몰살당하는 게 정상 아닌가?’
딱히 이들이 몰살당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고작해야 하얀 갑주를 착용한 정령 10만 명과 백기사 한 개체에게 유린당하는 집단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기사는 총 네 명.
지금 침공처럼 한 명의 기사가 각각 10만의 병력을 지휘한다고 할 때.
‘적의 수는 약 40만.’
심지어 이것도 기수들만 합한 숫자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붉은 갑주의 상급 기수의 명을 따라서 엘프들을 사냥하려고 드는 마물들. 그런 식으로 기사들을 돕는 마물들과 백기사가 부리는 벌레들을 더하면.
못하면 백만.
이보다 작을 순 없고, 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도 없다.
적의 인원은 딱 100만이 적합한 숫자였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단순 계산으로 봐도 놈들의 침공은 전체 병력의 10%에 불과해. 그런데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수성에서 이토록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런 건 말이다.
보통 꿍꿍이가 있는 경우가 100%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나?’
음, 이건 너무 원론적인 추측인가?
고작 배신자 한 명으로 연합이라는 집단이 무너지기에는, 연합의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다.
사람은 작은 암세포로도 죽을 수 있지만.
그 암세포가 몸을 좀 갉아먹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연합에 배신자가 있어서 이 사달이 났다면,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대거 배신하는 게 아닌 이상 쉽지 않은데.
‘뭐가 어찌 됐든 그냥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군.’
정확하게 연합에 어떤 서사가 얽혀 있고.
기수들의 대략적인 수준을 알기 전까지는 이 무리에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 같다.
‘못해도 2만 명은 죽이고 가자.’
나머지 7만 명은.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2만 명을 죽여주고, 가장 강한 백기사의 발을 붙들고 있는데 그 정도도 못 하면 꿍꿍이고 나발이고 전멸하는 게 정답이다.
이 정도도 못 이기는 병력으로 전쟁은 무슨.
그런 수준이라면 깔끔하게 죽는 게 더 낫다.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면 다들 기수가 아니라 너를 공격할지도 몰라?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억지로 연명하는 목숨은.
삶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어서, 차라리 죽음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험이 적잖이 있거든.
뭐,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일단은 2만 명을 단숨에 죽일 방법부터 강구하자.
‘마법으로 무작정 학살하는 건 무리다.’
대규모 학살 마법의 대명사.
화염 속성과 번개 속성 마법.
둘은 위력도 강력하고 범위도 넓어서 전장에서 사용하기 딱 좋은 마법이지만, 저 기수들이 이전에 정령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정령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특유의 원소 저항력.
화염과 번개가 그 저항력을 뚫고, 기수들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놈들은 병을 앓지도 않고.’
상대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보통.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질병을 퍼뜨리는 것도 좋은 수단이다.
병든 병사는 쇠약해서 죽이기 쉬우니까.’
전쟁에서는 비윤리적이라도 종종 사용하는 수단이다.
그렇지만 저놈들에게는 질병도 통하지 않는다.
기수란, 본래 순수한 원소와 마력의 생물.
육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에 속하기에 병에 걸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수로 타락한 지금에도 그 특성은 여전했다.
‘통증을 느끼지도, 다치지도 않아.’
전에 붉은 갑주를 착용한 상급 기수를 상대하며 알아냈다.
기수는 육신이 있는 생물이 아니다.
갑옷 내부는 빈 껍질.
정령이었던 그들은 영적인 존재라서 살점과 신경이 존재하지 않아 고통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육체가 없는 그들이기에 피를 흘리지도 않는다.
그런 놈들을 죽이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것뿐이다.
핵.
두꺼운 갑주 내부에는 정령의 핵이 존재한다.
그 핵을 파괴하면 기수는 죽지만, 이를 위해서는 갑주 자체를 반파 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심장과도 같은 핵을 파괴당하지 않는 이상, 기수는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통이 들어있을 투구를 날려 버려도 죽지 않고 움직인다.
“이러니까 나라들이 죄다 멸망하지.”
마법, 특히 원소 마법에 저항하고 질병에 무적이다.
다치지도 않을 뿐더러.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니.
저 무적의 군세를 감히 누가 상대할 수 있나.
아무도 없지.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이번에 만들던 주술이라도 걸어봐?’
원소 마법은 통하지 않지만 주술에는 내성이 없을 테니.
각 주술에 따라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시험하면, 2만 명까지는 힘들어도 4, 5천 명 정도는 죽일 수 있는 주술을 개발할 수 있을 터.
나는 가장 선두에 있는 기수 마흔 명에게 각기 다른 주술을 걸었다.
이제 각 주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지켜만 보면 되는 상황.
바로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을 가렸다.
어찌나 빠르게 내 머리 위를 덮는지, 다급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그림자를 향해 검을 뽑아 대응했다.
끼기기기기긱────!
나무와 금속이 부딪힌 순간 불꽃이 튀었다.
불꽃은 금속의 날을 무디게 만들고, 나무를 검게 그을리게 만들었다.
“이제 보니 그 활! 나무였구나! 나는 분명 금속인 줄 알았지!”
성인 남성 세 명을 줄줄이 이은 것보다 기다란 활.
그 활과 정면에서 부딪히자 드디어 재질을 알 수 있었다.
흰색의 활.
먼 거리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특유의 광택 때문에 당연히 금속으로 만든 활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본 것은 나무 특유의 질감이었다.
그런데 여러모로 이상한 나무 활이다.
칼과 부딪혔는데 불꽃이 튀기고!
나무라고는 믿기지 않을 탄력으로 휘어지며 화살을 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백기사가 활을 이용해, 나를 그대로 눌러서 죽일 작정으로 휘두르고 있는데도 멀쩡하다!
활도 이상하지만, 이 지랄맞은 근력은 더 괴팍하네.
마력으로 팔을 강화해도 내가 압도적으로 밀린다.
아무리 노력해도 역전할 수 없는 절대적인 종의 차이가 근력을 통해 느껴진다.
“확실히……! 기량 차이는 심하네!”
무작정 휘두르는 활을 검의 면으로 힘겹게 흘리면서 말했다.
내 눈에는 이채가 돌고 있었다.
“이러니까 멀리서 활이나 쏘고 있지!”
승우가 이채와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
왜 이놈이 활을 쏘지 않고, 활을 통째로 휘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면에서 활을 휘두르고 싶었으면 둔기술을 익혔어야지!’
힘만 믿고 무작정 짓누르는 활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백기사. 기사라는 칭호를 달고 있지만, 무기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먼 거리에서 활을 쏘고, 바람을 조종하고,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것이 전부였다.
하나하나 열거하면 대단하고 멋진 거 투성이지만!
‘적어도 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지.’
분명, 무기에 대한 기량은 내가 훨씬 높다.
활은 휘두르기 위한 무기가 아니지만, 좋은 나무나 철로 만든 무기는 활시위에 화살을 장전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휘두르기 좋은 몽둥이기에 근접전에서는 방망이처럼 타격할 수 있다.
거기서 필요한 기술이 바로 둔기술이다.
그런데 백기사는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그런 녀석이 구태여 내게 달려든 것은.
“너 지금 급하지?”
달그락!
순백의 갑주. 그 위에 걸린 투구가 거칠게 움직였다.
백기사의 키가 3m를 훌쩍 넘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 원래 얼굴 없었지 참.
아마 녀석에게 얼굴이 있다면.
‘한껏 당황하거나, 화가 난 얼굴이겠지.’
안 봐도 뻔하다.
그 증거로─
─훅!
활을 잡고 휘두른 공격이 바람을 갈랐다.
백기사의 공격이 매우 빨라졌다.
녀석이 화가 났다는 증거다.
동시에.
쿵!
휘두른 활이 근처에 있던 기수의 갑옷을 파고 들어갔다.
허무하게 핵을 파괴당한 중급 기수는 그렇게 명을 달리했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공격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는 백기사가 매우 당황했다는 증거이다.
‘내가 기수들에게 주술을 걸었다는 사실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어.’
기수와 백기사는 말 한마디 없지만, 그것이 그들의 지식수준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백기사는 확실히 똑똑하다.
싸우는 방식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
그런 백기사이기에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놈의 실력으로 연합을 몰살시킬 수는 있어도, 나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힘은 분명 백기사가 강하지만.
신체 능력만 가지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과 경험의 격차가 우리 사이에는 여실히 존재했다.
‘그렇다고 내게 백기사를 죽일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만약 내가 기수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백기사를 죽일 수 있는 뾰족한 수?
그런 거 없어도 된다.
기술과 경험의 격차?
전혀 필요 없다.
기수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서, 정말로 몰살시킨다면 손이 남는 전사들은 모두 백기사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압도적인 힘에 맞서는 압도적인 물량.
아주 초월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으면 물량 따위 아무래도 좋지만.
애석하게도 백기사는 그렇게 강한 상대는 아니다.
그걸 본인도 잘 알고 있기에 활을 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눈치로 활을 몽둥이처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기수들을 몰살할 방법을 고안하지 못하도록.
이번에는 백기사가 내 발을 묶고, 내 모든 정신과 신경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기 시작했다.
─내가 좀 도와줘?
하지만 말이다.
나한테는 1,000년 묵은 여우가 들러붙었다.
심지어 그녀는 내게 주술을 가르친 스승.
내 신경만 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래, 좀 도와줘. 네 도움이 절실해.’
─그러면 음…… 질병과 주술은 어때?
질병과 주술을 사용한다?
좋은 발상이다.
원소가 통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병들게 만들고 수명을 갉아먹는 질병과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주술이 최고다.
‘상대가 정령이었던 괴물이기에 질병이 통하지 않고, 무려 10만의 병력을 상대할 주술을 다루기에는 내 마력 회로가 병신이라는 점만 뺀다면…… 좋은 의견이네.’
정말이지. 좋은 의견이다.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지.
‘너. 방금 내 생각 안 읽었지?’
기수에게 육체를 가진 생물이 아니라서 질병은 안 통한다니까.
이런 귀먹은 여우 같으니라고.
─뭐, 뭐? 귀먹은 여우? 야! 나 아직 젊거든!!!
응, 그래 1,000살.
퍽이나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