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2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28화(32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28화
없는 사이(3)
내가 애용하는 주술 체계.
시조의 주술은 기본적으로 부작용이 없는 주술이다.
입문 난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서, 예전에 내가 밝힌 기초 주술조차 학계에서는 그 구조를 해석하고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주술에 어느 정도 일가견을 가진 내 입장에서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사용해도 괜찮겠어?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야만적인 방법인데.
‘딱 좋아. 이 정도 리스크는 있어야 주술답지.’
기본적으로 주술은 대가와 결과가 명확한 등가교환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주술은 모호하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시조의 주술은 그 대가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결과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한 그녀만의 학문이자 주술의 시초이다.
사용하는 대가는 오직 마력.
마력은 아무리 잔뜩 소비해도 자연적으로 회복하면 그만이다.
유한한 재화가 아닌 무한한 재화를 대가로 이만한 위력을 펼칠 수 있는 주술은 오직 「시조의 주술」만이 유일하다.
남들은 손가락이나 머리카락, 수명을 대가로 바치는 와중에 우리만은 마력을 대가로 바치는 것이다.
─……불안한데.
하지만 대가를 극단적으로 줄인 탓에 결/괏/값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걸 감안해도 「시조의 주술」은 강력하고 효율적이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효율이 아니지.’
내가 당장 원하는 것은 적들을 쓸어버릴 힘이었다.
극단적인 강력함.
그 말은 주술에서 곧.
극단적인 리스크.
이를 짊어지겠다는 말과 같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주술은 수인들의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주술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타마모는 이를 두고 자신의 열화판이라고 평가했다.
‘하기야 수준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
수인들의 주술로 타인을 죽이기 위해서는, 사용자도 자신의 팔다리 정도는 내놓을 각오를 해야 된다.
결과에 상응하는 대가.
지극히 직관적인 등가교환이.
반면 그녀의 주술은 체계적이고 복잡하다.
수많은 공식과 깊은 고찰이 느껴지는 심도 있는 학문이다.
지극히 직관적이고 원시적인 주술과 현대의 그 어떤 학문 비교해 봐도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정교하고 우아한 주술.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나는 그 둘 사이의 교차점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네가 요구한 주술들은 전부 결론이 예상대로 나왔어.
내가 아는 주술들을 전부 기수들에게 실험했다.
강력한 주술은 기수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고 놈들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효과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주술은 기수의 움직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실험은 표본을 무려 67,014명까지 늘리고 나서야 끝을 맺었다.
이후 타마모가 실험을 정리하고, 나와 영적으로 연결된 패스를 통해 이 정보들을 죄다 넘겼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온 방대한 양의 자료들.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두면 진짜로 머리와 뇌가 불탈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자료들을 정리했다. 차곡차곡 쌓은 자료들은 내 주관과 기준에 따라 순식간에 재편성되어 다양한 족적과 영감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찾았다.
‘교차점.’
수인들의 주술과 타마모의 주술.
두 주술을 오고 가며 오직 장점만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기본적인 틀은 수인들의 주술이고, 그 위에 「시조의 주술」로 확립된 체계적인 공식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수인의 것이 야생적이도.
그녀의 것이 우아하다면.
둘이 합쳐지면서 날 것의 느낌이 살아 있는 강렬하면서도 고상하고 기품 있는 주술이 탄생했다.
─……어.
내가 새로 만든 주술을 보며 타마모가 침음을 삼켰다.
말을 잠시 삼킨 그녀가 입속에 맴돌던 말을 내뱉었다.
─너 그거 진짜로 사용할 생각이야?
타마모의 표정에 떠오른 감정은 경악이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체계의 주술을 탄생시킨 것도 충분히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 타마모를 가장 크게 경악하게 만든 것은 새로운 주술 자체가 아니라 그 주술이 작동되는 원리.
주술의 메커니즘이었다.
‘이걸 바로 알아봐? 아직 설명해 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런 것도 못 알아볼 것 같아?
‘머리 진짜 좋네.’
─그리고 알아보는 게 당연하지. 저거 표본 정리 내가 다 했거든.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몇 번을 정리해도 모르는 게 보통이야.’
사람 머리는 표본 한 번 정리한다고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이건 그냥 그녀가 영민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진짜로 할 거야?
‘당연히 할 생각이니까. 그런 부탁을 했겠지.’
─……난 모른다.
뒷감당을 알아서 책임지라는 말을 남기고 타마모는 입을 닫았다.
세상에나. 누가 보면 평소에는 네가 책임지는 줄 알겠다.
“……간다.”
다른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내게 하는 말이다.
아주 작은 마력을 빌려 주술을 구축한 나는 아주 정교한 공식을 구축했다. 그 위에 수인들이 그러했듯.
대가와 결과가 확실한 천칭을 만들었다.
완벽하게 수평을 이루는 천칭의 두 저울.
대가에는 내 양발의 신경이.
결과에는 백기사의 약화가 걸려 있었다.
이제 내 양발의 감각을 잃음으로써 백기사가 약화되려는 찰나.
나는 정교하게 구축해 둔 식 옆으로 배수로처럼 긴 통로를 하나 더 구축했다. 이게 내가 새로 만든 주술의 핵심이었다.
대가에 상응하는 결과를 쥐여주는 것이 주술이라면.
그 대가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라는 양아치 같은 발상에서 탄생한 주술.
이것이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대신 조건이 붙지.’
세상에 만능은 없었다.
내가 대가를 치르지 않고, 결과가 오롯이 취하기 위해 만들어낸 우회로 같은 조건은 대가에 준하는 복잡함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내가 설정한 조건은.
‘백기사가 ‘백’ 기사가 아니게 되었을 때, 대가 없이 주술을 실행한다.’
그런 다소 객관적이지 못한 설정이 붙어 있었다.
백기사가 아니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그가 백기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가.
논리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그래서 수만 명의 기수들을 상대로 다양한 주술을 시험하며 자료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결국 피와 내장을 잔뜩 뒤집어썼구나.”
나는 백기사를 전장에서 가장 복잡한 구역으로 인도했다.
시체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고, 눈먼 칼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장소로 백기사를 인도하자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더럽혀졌다.
먼 거리에서 활만 쏜 탓인지.
아니면 압도적인 힘으로 언제나 상처 하나 없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그런지.
순백의 갑주가 단 한 번도 진흙이나 피에 더럽혀지지 않았던 백기사는 그 순간 흰색을 잃었다.
“차라리 흑기사나 적기사라고 부르는 편이 어울린다.”
순백을 잃어버린 그는 백기사가 아니게 되었다.
주술의 효과를 그대로 뒤집어쓴 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움직임도 그렇고, 힘도 약해졌다.
다만, 이런저런 조건이 붙은 우회로로 부여한 주술인 만큼 효과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백기사의 갑주에 묻은 이물질이 물에 씻겨 나가, 다시 순수한 순백을 되찾는다면 대가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 주술은 그 효력을 잃는다.
지금 이 틈에 서둘러 그를 죽이는 편이 옳지만.
─연합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강과 여기는 거리가 좀 멀지.
지금 당장 백기사가 진흙과 피를 닦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곳은 전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싸움의 중심지.
백기사가 취할 수 있는 수분은 사람의 피가 전부였다.
피로 인해 갑주가 더 더러워지면 더러워졌지.
녀석이 제 몸의 얼룩을 닦을 수 있는 수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낱 인간 따위가!”
텅 빈 갑주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도저히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것은 백기사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는 말할 필요성이 없었기에 말하지 않았다.
휘하의 벌레들은 생각만으로 다룰 수 있으며, 휘하의 기수들과는 정령 시절부터 이어진 관계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 백기사에게 성대는 불필요했다.
“어머니의 몸에 상처를 내고! 내 몸에도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러나 지금.
가슴속에 차오르는 감정을 차마 묵힐 수 없었던 백기사는 자신의 권능인 바람을 이용해 갑주를 울려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
그의 말 없는 분노가 느껴진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 분노에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 대신 다른 사람이 대답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기고만장해지지 마라! 설령 이 땅에서 내가 죽더라도. 내 형제들이 너를 심판할 터이니! 어머니의 분노가 너희들을 덮칠지어다!”
“…….”
주술과 함께 시야가 좁아졌는지.
백기사는 자신의 어깨에 무엇이 올라왔는지 볼 겨를이 없는 눈치였다.
푹.
백기사의 어깨 견갑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 장식.
그곳에 잘린 엘프의 상반신이 박힌 상태였다.
피와 내장이 그의 갑주를 더럽힐 때, 남은 시체가 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은 것이다. 시체의 얼굴은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멍청한 대장.”
소수의 엘프를 이끌던 머저리 대장.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봤던 그의 상반신에 백기사의 갑주에 장식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다.
무척이나 혐오스러운 광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 눈에 비치는 엘프의 얼굴에서 살며시 미소가 느껴졌다.
─그냥 죽어서 근육이 굳은 거 아니야?
‘네 눈에는 안 보여? 저 만족했다는 표정이?’
확실히 죽은 엘프의 미소는 사후 경직일지도 모르지만.
내 눈에는 만족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결국 견갑에 제대로 박힌 그의 시체 덕분에 백기사의 갑주는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피와 살점에 점점 더 오염되고 있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 볼 때.
그의 죽음은 연합에 속한 모든 국가들을 멸망시킨 숙적에게 가하는 최후의 칼날과도 같았다.
……이건 너무 비약적인 해석인가.
‘아무튼 깔끔하게 죽이고 가져가자.’
저주로 인해 쇠약해진 백기사의 움직임은 매우 느려져서, 약점을 노리는 것도 쉬워졌다. 오죽하면 갑주를 부수거나 벗기지 않고.
푹─!
갑주의 이음새.
그 작은 틈에 검을 집어넣어서 핵만 깔끔하게 부술 수 있을 정도였다.
털썩!
거대한 갑주가 주저앉았다.
더 이상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폭풍처럼 매서운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여기 있는 갑주는 그저, 운반할 때마다 안에 있을 반으로 잘린 구슬의 파편이 땡그랑땡그랑 시끄럽게 울리는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어디 보자.”
한번 들어볼까?
“읏차!”
나는 백기사의 남은 갑주, 다른 말로 전리품을 통째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를 운반하며 연합의 수뇌부.
미약한 마력만 느껴지는 민간인들이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전적을 증명하고 자랑하기 위해서.
민간인들에게, 내가 당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백기사를 죽였다는 널리 알기 위해서.
나는 개선장군처럼 백기사를 번쩍 들어 올리며 연합 이곳저곳을 걸었다.
그런 내 뒤로 병사들이 뭔가 홀린 듯 말없이 뒤따랐다.
그렇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토벌당한 적 없는 전대 정령왕 중 바람의 정령왕. 백기사가 한 사내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이번 싸움 한 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합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나는 연합에서 절대적인 권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힘과 업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오랜만이네.’
예전에는 오로지 무력과 이를 통해 쌓은 시체 산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실력과 실적으로만 평가받는 적이 더 많았다.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없는 사이에 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있겠지.
원래도 아빠 없이 잘 사는 얘들이니까.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터.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응? 도대체 언제 와?”
“……빠.”
“……육아가 원래 이렇게 힘들었던가?”
안 봐도 뻔하다.
잘 지내고 있겠지.
오히려 너무 잘 지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진짜로,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새로 만든 주술 때문에 몸도 안 좋은데.’
마지막에 그 주술 한 번 썼다고 기절할 것 같은 내가 할 생각은 아니었다. 과분한 걱정이다.
나는 내 걱정만 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