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2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29화(32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29화
없는 사이(4)
터벅터벅.
구두도 신발도 아닌 검은 무언가를 신은 여인이 비탈길을 맴돌았다.
여인, 남화연이 신은 것은 신발보다는 일종의 개념에 가까웠다.
이 또한 그녀가 개발한 마법의 일종이었다.
신발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기능을 충분히 충족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감 외의 감각 기관으로서 땅바닥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흔적을 찾아낸다.
산딸기를 먹고 싶으면 산의 모든 지형을 스캔해서 산딸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흙에 남은 발자국을 통해 그 사람이 향한 방향을 찾고 보폭 따위를 척도로 삼아서 99.9%의 확률로 그 사람의 체형과 성별도 알아낼 수 있다.
그런 마법이었지만.
어째 일주일 동안 이 산에 왔을 청년의 흔적 하나를 찾지 못했다.
“……여기도 아니야.”
남화연은 자신의 마법을 총동원했다.
그녀가 만든 마법은 죄다 실용성이 아니라, 흥미를 해소하고 지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보니 무언가를 찾는 마법은 많지 않았다.
당장 가장 수색 효과가 좋은 것이 바로 이 신발 한 켤레였다.
암흑 물질을 본떠서 만든 신발로 그녀의 마음에 든 신발이었지만.
“……차라리 이거 그냥 벗을까?”
지금 진지하게 폐기 처분할지 고민했다.
신발의 외견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이 부여한 능력도 괜찮았다.
그런데 정작 그 능력으로 사람 한 명의 흔적을 찾으려고 무려 1주일이나 노력해 봤지만, 헛수고였다.
남화연도 예쁜 옷과 신발을 좋아하는 한 명의 여인이었지만, 그녀는 여인이기 이전에 마법사였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제 능력을 다하지 못하는 도구 따위.
존재할 가치가 없었다.
펑.
폭발음과 함께 그녀의 신발이 사라졌다.
작고 앙증맞은 발로 풀밭에 올라선 남화연은 그냥 맨몸으로 감지하기로 결심했다.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라선 그녀의 혈관과 세포 하나하나는 일반적인 마법사의 마력 회로와 같다.
그녀의 맨발도 마찬가지였다.
발에 얽힌 혈관과 신경.
이 작은 발에서 활용되는 마력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고위 마법사의 마력 회로와 동급이다.
새삼 남화연이 얼마나 괴물 같은 마법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 대단한 마법사지만.
뭐든지 가능한 만능은 아니었다.
당장 일주일 동안 산에서 제자의 남은 발자취가 이어진 곳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찾았다.”
못 찾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분명 남화연은 뭐든지 가능한 만능의 지식과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뭐든 하나가 걸리는 법이다.
제자, 승우가 사라진 발자취.
남화연은 그 발자취와 이어진 흔적을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정체는 남화연도 잘 아는 것이었다.
“……이런 작은 야산에 이면 세계가 있었다고?”
이면 세계.
진작에 멸망한 세계의 파편.
그 편린이 이 작은 구멍을 통해 느껴졌다.
“……파편?”
파편이라 함은 전체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부서진 조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구멍 너머로 이어진 세계의 규모는 고작 파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거대해.”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말도 안 되게 거대해서 파편이라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거의 원본 그 자체.
“……이건 그냥 세계 그 자체 아니야?”
이면 세계는 그 규모에 따라서 마을과 도시와 같은 명칭이 붙는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거대한 규모는 국가 규모의 세계가 전부였다.
그것조차 전 세계에 10개 이하였다.
사실상 국가 규모의 이면 세계가. 이면 세계가 재현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크기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실제로도 그게 최고였고.
이론적으로도 그 이상 나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계산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
남화연이 구멍을 살폈다.
그곳에 있는 세계는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법칙과 공식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조차 없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세상에 뭐 이런 게 다 있어.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마법과는 그 궤가 완전히 상이했다.
“……일단 주변에 진을 치는 편이 좋겠지.”
제자의 마지막 발자취를 확인한 남화연은 일대에 거대한 마력을 흘려서 거대한 봉인식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본능 단위에서 이 부근에 오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들어온다면 빠져나갈 수 없는 트랩.
마법사의 왕이라는 이명은 허명이 아니라는 듯.
허공에 손을 한 번 휘저어 거대한 마법을 축조한 남화연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제자가 어디로 갔는지 알았으니.
“……녀석이 남긴 걸 확인할 차례.”
고유 마법으로 자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아는 남화연은 그렇게 마법을 전개. 산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후, 그녀는 시골에 지어진 작은 주택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골에 위치한, 작은 주택.
그런 말이 어색하게 지하에 거대한 방어 시설을 지은 주택을 바라보며 남화은이 허공에서 지면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 * *
백승우가 사라졌다.
그 사실은 이제 널리 퍼져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모두가 그의 행적과 발자취를 쫓았지만, 아무도 이를 찾을 순 없었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낭설이 돌았다.
특별히 대단한 낭설은 아니었다.
그냥 유명인이 돌연히 사라졌을 때 언론에서 으레 떠도는 ‘안 좋은 선택’을 했다는 근거 없는 추측이었다.
“당신, 그 기사 쓴 거 전부 다 내려.”
“그렇지만 백승우 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보장이…….”
“그러니까! 지금 증거가 없잖아요. 증거가!”
사람들이 자극적이고도 새로운 소식에 신나서 물어뜯는 사이.
백승우와 관련된 회사.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호백가와 관련된 회사 관계자들과 해당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온갖 음해들과 추측들에 일갈하며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오죽하면.
“우리……이제 어떡하지?”
“우리들의 최대 후원자가 가주님이었는데, 이렇게 사라지셨다면 우리는 이제…….”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이지.”
신구로 나뉘어 서로 싸움을 벌이던 가문의 장로들도 난리가 났다.
가장 큰 난리가 난 것은 신 장로들이었다.
백승우의 선발하에 신흥 세력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비교적 나이가 젊고 자신에 관한 득실 관계에 대해서 머리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편이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고 있었다.
“진짜로 큰일이네. 지금이라도 그 늙은이들 편에 붙어?”
“아서라 아서. 늙은 너구리들과 그렇게 싸웠는데 용케 우리를 용서했어.”
“우리 입장에서는 가주의 신변에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는 수밖에 없겠어.”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하겠지. 만일 정말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어야지.”
신 장로들을 임명한 가주가 만일 진짜로 죽었다면 이들 9명을 장로로 임명했던 일은 아예 없던 것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직 완벽히 장로가 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가문의 명부에는 기존의 구 장로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을 명부에서마저 지우고, 신 장로들에게 온전한 권력과 위치를 쥐여주기 위해서는 가주의 힘이 절실했다.
천호백가의 분가들이 성명을 내놓았다.
가주의 신변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이번에도 실험을 진행하던 와중 문제가 생겨서, 시스템의 랭킹 집계가 문제가 생긴 것뿐이다.
시스템 랭킹에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해당 인물이 죽거나 마인으로 타락했을 때뿐이지만, 너희도 알잖아? 우리 가주 천재인 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말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승우가 보여준 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넘어갔다.
“직접 보여준 근거는 없지만 천재라면 근거가 없어도 그럭저럭 납득은 할 수 있지.”
“최연소 대마법사. 하이 랭커. 시내에서 거대한 마인과 싸워서 이긴 플레이어. 천호백가의 가주. 무엇 하나 얻기 쉬운 타이틀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건 나흘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이 나흘 동안 신 장로들은 승우가 반드시 돌아오기를 기도할 것이다.
장로들이 기도하는 사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승우의 누이 중 한 명을 가주로 추대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야겠지.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백승우의 이름이 랭킹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흥미 본위의 이야기와 금전 및 이득 관계가 얽힌 대화들이 오고 가는 반면.
“너희들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선생님은 담배를 좋아한다? 뭐, 이 정도는 알아냈는데.”
“누가 그런 거 찾으라고 했어! ……그런데 담배를 좋아하신다고?”
“응. 담배. 곰방대로 피우시는 걸 좋아하나 봐. 그것도 말린 독초를”
“헛소리할 거면 그냥 가! 자, 다음! 다른 정보 찾아온 사람 없어?”
순수하게 승우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원 그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
그것도 1학기 초반에 집중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승우의 학생들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원 유망주라고 불리는 평균 10위권의 쟁쟁한 강자들이 되었다.
황금 세대라고 불리는 전도유망한 학생들이라 그런지 1학년임에도 그들의 실력은 이미 3학년을 뛰어넘었다.
덕분에 접촉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렇게 구축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많은 정보들을 손에 넣은 그들이었지만.
승우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을 기울이고, 높은 사람들과 연을 맺어도.
알게 되는 정보라고는, 그들조차 백승우의 행방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우는 그들의 은사이자, 지금의 유망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이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학생 중 한 명에게는.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었기에.
“……내가 좀 알아.”
이사벨은 가문의 힘.
할머니와 담판을 벌이며 따낸 정보력으로 악착같이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한 가지 짤막한 사실을 알아냈다.
“역시 시리우스 가문의 아가씨! 정보력이 남다르다니까”
“그래서? 알게 된 정보가 뭐야?”
“한 가지 미리 말하겠는데 선생님의 행방은 나도 아직 못 찾았어.”
“에이, 그게 뭐야. 너도 설마 이지가 찾은 담배 같은 건 아니겠지?”
성연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술. 선생님은 주류를, 그것도 비싼 술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술?! 담배도 심한데 술까지…… 교육자로서는 몰라도, 사람으로서는 진짜 꽝이구나 그 사람. 그렇지만 이것도 메모해 둬야지.”
끄적끄적.
자신이 들은 걸 노트에 적는 성연화를 보며 이사벨이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본 적 없던 그녀의 미소.
지친 이사벨의 미소는 여전히 그녀가 힘들지만, 그래도 그녀가 심신에 안정을 되찾았다는 증거였다.
“자식.”
“뭐라고?”
“너 혹시 욕했니? 그 왜 비슷한 뜻인데 욕처럼 사용하는 단어 있잖아.”
“그 녀석…… 아니, 선생님에게는 자식이 있어.”
스윽, 이사벨이 주머니에서 사진을 두 장 꺼낸다.
각각 승우가 머리 위에 뿔이 달린 아기와 눈이 홍옥처럼 새빨간 소녀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쓸데없이 책임감 넘치는 사람이 자식을 두고 안 좋은 선택을 할 리가 없잖아?”
담담하게 말하는 이사벨.
어쩐지 그녀의 눈빛은 지나칠 정도로 고요했고.
또 정적이었다.
어찌나 고요한지 일대가 바다인 양.
이 자리에 모인 모두들 심해에 가라앉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