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3화(3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3화
고독(3)
고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텅 빈 배를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삼켰다.
독에 물든 토지, 강력한 독을 내뿜는 독초, 독을 품은 독물(毒物)들.
심지어는 인간까지.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삼킨 고의 내장은 점점 독에 물들었다.
특유의 적응력과 독 내성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화원에 있는 모든 독을 삼킨 것은, 일종의 합성독이 되어 녀석을 괴롭혔다.
백승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슬슬 때가 다가올 차례였다.
‘아무리 실시간으로 적응하는 능력이 있더라도, 수백 종의 독을 과식하는 것이 몸에 좋을 리 없지.’
고는 방금 전까지 동굴 깊은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따스한 태양 빛과 수많은 동식물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맹독들은 녀석이 평생토록 접해왔던 것들 중에서도 엄청난 자극을 줬을 것이 분명했다. 적응의 역치를 뛰어넘었을 강렬한 자극.
과연 녀석의 적응력은 어디까지 발현될까?
체내의 독들은 배합되어 강력한 조합독이 되었고, 여러 독들이 녀석의 몸과 신경을 망가뜨리고 있다.
다시 말해, 이대로 가다가는 독에 적응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고는 식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스스로의 천직인 것 마냥, 모든 토지와 생물을 집어삼켰다.
그럴수록 체내에 축적되는 독의 종류와 양은 점점 많아진다.
어느덧 던전은 고로 가득 찼다.
더 이상 움직이기 쉽지 않은 고는 식사를 멈췄다.
애초에 먹을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인간 세 명.
백승우와 이지, 그리고 뒤에 있는 그림자 한 마리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화르르!
자색 불꽃이 거칠게 타올랐다.
[‘여우불’이 거칠게 타오릅니다.] [‘요마안’이 고(蠱)의 오장육부를 꿰뚫어 봅니다.]붉은 눈동자가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무채색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녀석의 오장육부만이 청록색으로 반짝였다. 독에 잔뜩 절여진 흔적.
화르르르륵──!
두 갈래로 나뉘어 나선을 그리는 불길.
그것은 서로 공명하며 불길의 크기와 그 속에 숨은 음습한 저주를 키웠다.
녀석의 온갖 장기가 위치한 신체 곳곳.
독에 절여진 부위에 화력과 저주를 퍼부었다.
키에에에에엑!
고는 내장을 불태우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화원에 얼마 남지 않은 토지와 잡초들이 대거로 쓸려 나갔다.
그 파괴적인 모습에 이지가 벌벌 떨었다.
며칠 전 아카데미에서의 사건이라도 떠올린 걸까.
떨리는 손도끼를 쳐다본 승우가 말했다.
“좌측으로 도망쳐라.”
“예, 예?”
“더 이상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도망쳐.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더 이상 이지를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녀석을 끼고 다닌 이유는 괜한 사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나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러니 어서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그, 그렇지만 선생님……. 저걸 어떻게 혼자서 죽여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 이 던전에 들어온 거 아니겠냐.”
“아무리 그래도……!”
“너 내가 누군지 잊었냐?”
칠성 아카데미에서 소문만 무성한 신입 조교.
아카데미 테러의 주범을 살해하고, 여러 학생들을 구했다는 영웅.
그와 동시에 여러 추문으로 가득한 천호백가의 유명무실한 가주.
그리고──
‘─내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본래라면 칠성 아카데미를 다녀봤자, 일대일 강습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었을 절기.
그런 걸 아낌없이 가르쳐 주시고, 자신을 위해 월루화를 가공해 영약으로 만들어주신 분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그냥 가라.”
그래, 선생님은 자신 따위가 걱정할 분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방해가 되는 것은 나 자신.
그러니 달리는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달리는 것만이 내가 지금 선생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선생님!”
“왜 불러?”
“다음에는! 다음번에는 꼭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래, 수련 열심히 해라.”
“그러면 선생님.”
이지가 허리를 숙였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담아 공손히 말했다.
“다음에는 아카데미에서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대답도 듣지 않고 달리는 이지.
승우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고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자신의 오장육부를 태우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
아직 불꽃에 의한 화상이 녀석의 역치에 도달하지 못한 모양인지.
장기와 살점을 태우는 화상이 넓게 퍼지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승우는 지금이 사냥할 절호의 순간이라 판단했다.
곧바로 마력을 이용해 마법과 스킬을 조합했다.
드디어 이 던전에서의 끝이 다가온다.
* * *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가 사방을 부쉈다.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다리들이 메마른 토지를 부수고, 내 접근을 불허했다.
원거리 공격만이 유일한 공격 수단이었다.
‘화상에 적응하기 전에 확실히 끝낸다.’
어떠한 충격을 받던 역치를 넘기면 적응하는 괴물.
이렇게만 보면 약점이 없어 보이지만, 다행히 나는 녀석의 약점을 알고 있다.
그건 녀석의 장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적응하기도 전에 죽여 버리는 것.
반응의 최소한도인 역치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강렬한 자극으로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크아아아!
태산만큼 거대해진 덩치처럼, 고의 비명도 굵고 우람해졌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리적인 공포감을 부여하는 울음소리, 피어.
녀석은 지금 고위계의 상징이라는 피어를 어리숙하게나마 따라 하며, 고위계로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죽이려면 지금 죽여놔야 한다.
「여우불」
[파이로키네시스]저주스러운 불꽃에 물리력이 더해졌다.
사방에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진 자염(紫炎)은 순식간에 고를 감싸고, 녀석의 외골격을 동시에 태우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외골격(外骨格), 다른 말로 큐티클이라고도 부르는 고의 피부는 무척이나 단단하고 질겼다.
그것은 맹독에도 부식되지 않는 내성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화염에 대한 내성은 없었다.
[‘여우불’이 장렬하게 타오릅니다.] [화마(火魔)가 사방을 뒤덮습니다!] [온갖 요사스러운 저주가 체내에 깊게 각인됩니다!] [열양지]가 뚫은 오장육부의 구멍들.그곳을 지독하게 노린 불꽃들이 살갗을 파고들어 속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가 자극에 적응하는 특성을 지녔다지만, 내장이 익는 고통은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끝끝내 화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쿵!
거대한 몸이 매가리 없이 쓰러지며 죽은 땅 위로 널브러졌다.
[숨겨진 보스 몬스터, ‘고독의 지네’를 처치했습니다.] [던전 ‘에프넬의 화원’을 클리어했습니다.] [던전은 10분 뒤에 자동으로 닫힙니다.]망막에 떠오른 여러 메시지.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브 퀘스트, ‘고독 사냥’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십독불침’을 습득하셨습니다.] [‘고독’에 관한 지식이 두루마리의 형태로 지급됩니다.] [포인트를 +3만큼 획득합니다.]고를 사냥하자 여러 보상들이 쏟아졌다.
독에 내성을 부여하는 스킬과 오래된 지식이 적힌 두루마리.
그리고 아직도 사용법을 모르는 포인트까지.
기껏해야 D급 던전의 클리어 보상이라기에는 호화스러웠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이것만으로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화르르, 손가락에 열양지를 두르고 고에게 다가갔다.
죽은 녀석은 입가와 뚫린 내장으로부터 강력한 고독을 내뿜었다.
방금 얻은 「십독불침」이 없었더라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맹독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강렬한 독.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의 외골격에 손을 가져다 댔다.
서걱, 오장육부의 중심을 자르자 분홍빛의 장기가 나타났다.
아직 덜 여문 장기의 파편.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녀석의 장기를 씹었다.
콰드득, 한 입 크게 깨물자 안에 있던 피와 살점 그리고 맹독이 퍼졌다.
씹으면 씹을수록 턱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아서 나머지는 통째로 꿀꺽 삼켰다.
[‘고’의 미완성된 장기를 섭취했습니다.] [오장육부가 맹독에 물듭니다!] [스킬 ‘십독불침’에 의해 독기를 몰아냅니다!]…
…….
[독기를 완전히 몰아낸 장기가 새로운 형태로 인체에 적응합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면역체계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약체내성지체’를 습득하셨습니다.]드디어 얻었다.
이게 바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에프넬의 화원’에 숨겨진 히든 피스다.
「약체내성지체(弱體耐性之體)」
등급 : F+
설명 : 수백 가지의 독에 절여진 고(蠱)가 실시간으로 독에 대한 항체를 만들기 위해 창조한 새로운 장기의 흔적입니다. 특정 내장 기관이나 동물군에 속한 개념의 장기가 아닙니다. 모든 생물에게 맞는 형태로 적응 가능하며, 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마다 진화합니다.
*적응력(適應力)
나약한 육체가 받는 자극이 일정 수치를 넘으면, 해당 ‘역치(閾値)’를 바탕으로 육체가 적응하게끔 만듭니다.
약한 육체에 내성을 부여하는 스킬.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스킬의 등급에 ‘+’ 표시가 있는 것이다.
이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스킬에 있어서 ‘+’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성장형 스킬. 내게 맞춰 스킬이 성장하는, 그야말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소망하는 최고의 스킬.’
「약체내성지체」는 플레이어가 받은 특정 자극이 역치를 넘어서면, 한 단계 진화하며 새로운 스킬을 창조해 낸다.
그것도 내게 최적화된 스킬을.
[숨겨진 히든 피스 ‘약체내성지체’를 발견했습니다!] [포인트를 +5만큼 획득합니다.]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여운에 빠진 것도 잠시.
다시금 망막을 채우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메시지에 적힌 내용 때문에 함부로 넘길 수 없었다.
‘도대체 포인트가 뭐야?’
지금까지 퀘스트나 보상 따위를 통해 여러 포인트를 얻었다.
그런데 정작 이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남화연에게 물어봐도 모르고, 이브의 언급 중에서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지 당최 모르겠단 말이지.
‘일단 뒤처리나 하고 생각해 볼까.’
불에 가열된 독이 부글부글 끓었다.
독은 연무처럼 대기 중에 떠돌아, 일대를 독에 절였다.
보통의 생물은 살 수 없는 환경.
그러나 「십독불침」을 가진 나와 암살 훈련을 거친 그림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없는 것은 오직 이지 혼자뿐.
녀석은 내가 어서 도망치라고 윽박을 질렀기에 저 멀리 도망친 지 오래다.
“이제야 우리 둘만 남았네.”
“……나를 알고 있었던가.”
“그야, 당연하지.”
“……언제부터지?”
“저택에서 빠져나가고 택시를 탈 때쯤.”
“사실상 처음부터로군.”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스스로의 은신술에 자부심이 있던 모양인데.
안타깝지만 내 앞에서 은신은 무의미하다.
높은 감각과 「요마안」, 그리고 수많은 전장을 넘어선 경험 앞에서 그런 잡기(雜技)가 통할 리가.
「요마안」
전부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 그저 눈을 자색으로 물들였다.
이거 하나만으로 대답은 충분하다.
“마안이로군.”
모든 신체를 무기로 활용하는 플레이어들의 특성상, 안구를 활용하는 마안은 효율적인 무기로 통한다.
플레이어들의 숫자만큼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마안이 존재한다.
다만 저렇게 아름답게 반짝이는 마안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자줏빛을 발하는 자수정 같은 마안.
그것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홀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다채로운 빛을 발산하며, 상대를 품평한다는 보석안(寶石眼)이 저럴까.
“그 눈 때문이었어.”
“마음대로 생각해.”
“그 눈을 파서 그분께 진상하면 좋아하시겠어.”
참, 살벌한 말이다.
기선 제압으로 한 말 같지는 않다. 눈을 보면 안다.
진짜로 내 눈을 파서, ‘그분’이라는 사람한테 진상할 작정이다.
어째서 내 상대는 이렇게 미친놈밖에 없을까.
오늘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잠시 시간을 끌며, 녀석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자세를 눈에 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봐, 내가 너를 뭐라고 불러주면 될까?”
“뭐든 좋다. 무엇으로 불리던 상관없으니까.”
“그래? 그러면──.”
싱긋 웃는 입가에 조소가 서린다.
그것은 어떻게 사람의 그럴 수 있냐는 의미의 웃음이었다.
“─일영이.”
“!!!”
자신의 사인명을 입에 대자 깜짝 놀란 감정이 복면 너머로까지 느껴졌다.
그만큼 깜짝 놀랐다는 뜻이리라.
일영은 내게 어떻게 제 이름을 알았는지 답하라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을 끌기 위해 녀석을 놀렸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일영일 수 있지. 차라리 심영이라면 모를까.”
“…….”
나름 녀석을 놀려서 반응을 보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거늘.
이상하리만큼 반응이 없었다.
이름을 가지고 놀려도 하등 반응이 없자, 강화된 안력이 녀석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훑었다.
복면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내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어라?”
뭐야, 설마.
이 세상에는 심영이 없는 거야?
이제야 알았다.
녀석은 반응이 없는 게 아니라,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이 세상에 심영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잖아.’
내 시선이 일영의 하복부를 노려봤다.
그런 내 시야에, 왠지 모를 살기에 뒷걸음질 치는 일영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