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3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36화(33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36화
개판 오 분 전(1)
“지금 당장 대비하라고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쾅!
나무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냥 주먹만 휘둘렀으면 내 손만 아팠겠지.
그래서인지 마력이 감정에 호응해 주먹에 휘감겼다.
주먹은 탁자를 가볍게 부수고, 탁자 밑의 바닥까지 움푹 패었다.
“어, 어?”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인이 말을 잊지 못했다.
그녀는 상부의 사람이었다. 직접적인 전투력은 전무한.
전형적인 높으신 분의 얇고 연약한 몸으로는 주먹 한 방에 탁자를 부수고 바닥도 같이 부수는 야성을 이겨낼 수 없었다.
“죄, 죄송해요! 제가 연합의 은인에게……! 그러니까 그게, 당신이 싫어서 안 된다는 게 아니고! 저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넌지시 거절하면서 챙겨올 건 챙겨오라고 하셔서!”
“누구.”
“……예?”
“상부 누구.”
나는 그녀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가면에 내장된 인지 저해와 더불어 인지부조화를 비롯한 능력들 때문인지 여인은 내 얼굴. 정확하게는 가면을 들이밀자 여인의 눈가에 습기가 차오른다.
가면이 분출하는 이질감과 여우로서 내뿜는 매혹이 상충하며 더더욱 기묘하고 불쾌한 기색을 발산하며 그녀를 압박했다.
“아, 으, 그, 그게……! 서해 사령관이.”
“서해? 사령관?”
“하하. 두 사람이 내 얘기를 하는 건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중년보다는 노인이 가까운 목소리가 내 신경을 긁었다.
“……!”
“…….”
그의 등장은 정말 갑작스러웠다.
나는 지금 정보를 전달하고, 지휘를 총괄하는 사령부의 실질적인 권력자를 찾아와서 그녀에게 내가 본 것을 설명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를 위해서 그녀가 업무를 보는 밀실에 직접 발을 들였는데.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신출귀몰한 기척.
딱 봐도 저 양반의 능력은 아니다.
이 밀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그래서 둘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저,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가리 벨 보그 부사령관. 조금 더 있다가 가지 그래. 자네 업무실에 남정네 둘이 남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가.”
“괘, 괜찮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저 양반이 말했다시피.
이 업무실은 저 여인.
가리 벨 보그…… 이름 복잡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런데 저 양반이 들어오자마자 여인은 이곳이 그의 영역인 것처럼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갑을 관계.
으레 군인들의 상하관계는 명확하지만.
‘……음.’
─분위기가 되게 어두침침하네. 이거 누구 한 명 숨 막혀서 죽겠는데?
일대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군기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딱딱하고 답답하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답답한 거 못 참는 사람은 죽을 수도 있겠어.’
이건 좀 심하다.
일부로 잡은 분위기.
이게 의미하는 바는.
‘지금 대놓고 나를 배척하겠다는 거 아니야.’
이 노망난 사령관이 단단히도 미쳤다.
내가 얼마나 발 벗고 연합을 도와줬는데 이런 취급을 해?
“……선을 넘었군.”
“하하. 이 늙은이는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말 높여.”
“뭐라고 했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잘 안 들려.”
늙은 사령관, 서해가 귀에 손을 원통처럼 모아서 들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다른 사람 말이 잘 안 들릴 때 사용하는 제스처.
그런데 그 제스처를 한 귀가.
쫑긋쫑긋, 토끼 귀처럼 길고 뾰족했다.
아니, 그냥 토끼 그 자체였다. 이 사람 토끼 수인이었다.
“……하.”
지금 저 커다란 귀를 가지고도 못 들었다고?
방금 전 나랑 그 여자가 나눴던 대화는 귀신같이 다 들은 사람이?
“진짜 괘씸하군.”
“……자네 방금 뭐라고 말했지.”
“이봐, 토끼. 나는 분명히 말을 높이라고 말했다. 내가 당신 친구로 보이나? 아니면 하급자 같나?”
제자리에서 다리를 꼬며 거만하게 말했다.
“그야 연합의 외부인이라면……!”
외부인?
내가 너희들을 구해줬는데, 외부인?
참 가관이다.
“……하.”
이놈들이 성질 건드리네.
“기껏 죽어가는 집단을 한 번 살려줬는데, 대가리라는 놈들이 하는 꼬락서니가 이따위라니. 믿기지도 않아.”
어째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이 멸망했는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대가리가 문제였던 게 분명하다.
“자네 지금 무슨 망발을 하는 겐가.”
불쾌한 말투의 서해.
건수 하나 잡았다고 있지도 않은 체통을 잡으며 뒷짐 지고 걸어오는 모습은 지금 당장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왜 이런 사람이 연합의 사령관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싶었다. 그러나 그와 바보 같은 대화 몇 마디를 나누고 알았다.
‘진짜 답도 없네. 바깥의 적도 쉽지 않은데, 내부를 좀 먹는 벌레도 뭐 이렇게 덩치가 커.’
이럴 거면 차라리…… 그래, 그냥 막 나가자.
더 이상 차릴 예의도 없다.
어차피 이대로 방치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는다.
한 명 죽이는 걸로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심지어 그 한 명이 더러운 쓰레기 같은 놈이라면.
‘오히려 좋아.’
나는 서해의 멱살을 붙잡았다.
지금 이 과정은 쓰레기 분리수거. 서해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망발을 했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자네의 입지가. 어? 자, 자네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컥!”
멱살을 붙잡고.
“수, 숨이……! 지금 이게 무슨 지, 짓……!”
그대로 들어 올렸다.
목이 그대로 조여진 서해 사령관은 바둥바둥 저항했다.
마력을 이용해서 육체를 강화하고, 마법 같은 능력들로 나를 노렸지만 그의 모든 공격은 내게 닿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상시로 전개하는 방어 마법에 간단히 막힌 것이다.
“제, 제발 그…… 만.”
“싫다만.”
“사, 살려. 사, 사람 살려.”
놈의 숨이 꺽꺽 넘어간다.
얼굴이 붉게 변하다가 점점 창백해지는 모습을 묵묵히 구경하다가.
“!!!”
무언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 없는 서해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뒤로 한 발자국 움직이면서 날아오는 물체를 피했다.
쿵!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어찌나 큰 진동이었는지 건물이 울리면서 사방에 있는 먼지가 위로 폴폴 올라왔다.
와, 먼지 진짜 많네.
불쾌할 정도로 많다.
청소 좀 하고 살아라.
이후 시간이 좀 지나자 시야를 가릴 정도의 먼지가 가라앉았다.
시야가 들어오자 눈에 보이는 것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었다.
전원 밖에서 본 사람들이다.
“직원들이군.”
그렇다. 저 사람들은 사령부의 직원.
사령관의 부하들인 셈이다.
“어찌 영웅이라고 불리는 작자가 사령부의 가장 큰 어르신에게 손을 댈 수가 있죠?!”
“이건 반역이에요! 반란이라고요!”
“어르신 괜찮으세요?”
“목에 상처가 있습니다! 말하지 말아 주세요!”
“애들아. 나는 괜찮단다.”
자신의 세력을 다독인 서해가 나를 노려봤다.
“다만, 걱정스럽구나.”
그의 눈에는 강렬한 살기가 느껴졌다.
자신의 목을 조른 사람을 좋게 볼 리가 없지.
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설마 내가 영웅님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평온했다.
그야말로 성격 좋은 노인의 전형적인 말투다.
‘……이런 식이었구나.’
어떻게 그가 사령관이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가 아주 대단하다.
사람을 속이는 연기와 상황을 주도하는 언변과 분위기.
서해는 천성적인 배우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혹은 사기꾼의 자질이겠지.’
그리고 정황상 서해는 사기꾼의 자질을 개화한 것 같다.
그 자질이 얼마나 만개했는지.
‘사령관까지 됐으니까.’
진짜 돌아버리겠다.
저런 사기꾼이 사령관이라니 세상이 말세다.
이러니까 이 세상이 멸망하지.
연합이라는 집단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단체인 주제에 힘도 없고, 내부는 잔뜩 곪았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굳이 이놈들을 구해줄 필요가 있나?’
이 세계를 멸망시킬 원흉.
그것만 제거하면 나머지는 나중에 처리해도 괜찮다.
연합이 괴멸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목숨은 후 순위로 설정해도 된다.
그럼에도 내가 구태여 이곳에 남은 이유는 사람들의 최대한 많이 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구하고 싶은 사람의 범주 안에 저런 놈은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서해 같은 사람은 내게 방해만 된다.
‘이건 구해줄 필요가 없지.’
모든 사람을 구할 순 없다.
그리고 나도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아니, 연합을 구한 영웅을 체포하는 게 말이나 되나? 그리고 자네 힘으로 그를 체포해서 구금할 자신이 있나?”
서해가 나를 보며 음침하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내 마음에 빚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건가.
“너희들은 내가 무슨 성인군자에 구원자인 줄 아는 모양인데.”
터벅터벅.
그를 향해 걸어가서 서해의 목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멱살이 아니다. 목을.
뼈를 부서지도록 강하게 잡았다.
“너! 어서 어르신을 놔줘!”
“찌, 찔러!”
“어르신? 그렇지만 저 사람을 함부로 찌르는 건 시민들에게 반감을 살 행동……!”
“연합에 사는 시민이 얼마나 된다고! 기껏해야 100만 명이 겨우 넘잖아! 찌르라고!”
서해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내게 휘둘렀다.
대부분 손을 벌벌 떨고 있었지만 나를 향해서 힘껏 휘둘렀다.
칼, 창, 주변에 널브러진 빗자루.
온갖 것을 휘둘렀으나.
텅─!
나를 보호하고 있는 방어막에 막혔다.
“이번에는 너희도 선 넘었지?”
나는 멱살만 잡았을 뿐인데, 칼과 창에 위협을 받았다.
이 정도라면 합당한 명분이겠지?
“뭐, 그게 무슨…… 끄억!”
우두둑!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자 손에 들린 뼈가 격하게 부서졌다.
“사, 사령관 각하!”
“어서 그분을 놔줘!”
“네놈! 이 부랑자 녀석이 기어코 본색을 드러냈구나!”
서해의 목을 완전히 분질렀다.
사람의 목에서 나면 안 되는 소리가 들리자 서해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물론 주먹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들도 힘으로는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눈치였다.
“이 더러운 살인자가!”
“너 때문에 우리는 사령관을 잃었어! 이제 우리는 너 때문에 패배할 거야! 다 너 때문이야!”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들.
잠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긴 나는 번뜩 눈을 뜨고는.
우두둑!
또 뼈 분지르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우두둑!
이번에는 총 두 번이 들렸다.
내게 삿대질한 두 사람의 손가락을 분질렀기 때문이다.
“꺄아아아!!!”
“내 소, 손가락!”
“방금 그 움직임은 대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혹자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의문을 표하며, 공포가 전염병처럼 확산된다. 나는 멍청한 표정의 사람들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과격한 방식은 선호하지 않지만, 고칠 건 고쳐야지.”
나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고.
식물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서는 잡초를 제초할 필요가 있듯이.
집단을 살리기 위해서 무능한 지도자는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의 추종자 또한 마찬가지다.
‘쓰레기는 처음 본 사람이 치워야지.’
─맞는 말이네. 그거 누가 한 말이야?
‘글쎄. 나도 잘 몰라.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말 내뱉은 거야.’
누가 한 말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앞으로 내가 벌일 일이었다.
“하여튼 솎아내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하니까. 그냥 닥치는 대로 때려잡으면 정상적인 얘들만 남겠지?”
확실히 멸망이 확정된 세계라서 그런지 미친놈들이 많다.
손수 때려잡으면 조금 더 나은 세계가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