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3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38화(33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38화
개판 오 분 전(3)
하늘에서 불이 떨어졌다.
무슨 비유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불덩이가 쏟아졌다.
사람 머리보다 거대한 불덩이들의 수직 낙하하면서 연합의 건물들과 막사들을 불태웠다. 화마에 잠긴 건물들.
연합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들은 자연의 사랑을 받는 하이 엘프의 권능으로 지어진 나무들이기 때문에 유독 불에 취약했다.
덕분에 연합은 삽시간에 화염 속에 삼켜졌다.
“……!”
“사람이 불에 타고 있어!”
“바, 발이 기둥에 꼈어! 이것 좀 어떻게 살려줘!”
연합에 혼란이 도래했다.
그런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지휘관 계급으로 보이는 정돈된 제복의 군인 한 명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들어라! 전사와 군인들은 제 자리를 지키고, 손이 남는 시민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시민들을 구조해라!”
“야, 이 미친놈아! 너희들이 우리를 구해줘야 될 거 아니야?!”
“적습에 군인이 무기를 놓고 화재를 진압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살려줘!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적습이 분명하다. 군인들은 서둘러 무기를 들고 전선에 서야 되지만, 사람들의 비명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영 끔찍한 광경이로군.”
승우는 그 비명을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은 안 구해줄 거야?
‘당연히 구한다.’
─그런 것치고는 발걸음이 너무 느리지 않아? 걷는 방향도 소리가 들리는 방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잖아.
‘사람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승우에게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
당장 화마에 휩싸인 사람들을 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도 중요하지만 그건 어떻게 도울 사람이 있어. 그렇다면 나는 불을 지른 방화범을 붙잡아야지.”
승우가 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남들이 물과 흙을 품에 안고 불을 덮는다면, 그는 검으로 적을 베어서 사람들을 구하는 역할을 짊어졌다.
가장 먼저 화염을 무더기로 맞아서 무너지기 직전의 성벽 위에 선 승우는 밑을 내려다봤다.
“장관이군. 갑주가 이토록 많다니.”
20만 명이 넘는 기수들이 단단한 갑주로 무장하고 나무와 흙 그리고 산으로 자연스럽게 위장한 연합의 성벽을 둘러쌌다.
갑주가 본체가 아니기에 기수들은 갑주의 장점만을 취하고, 단점은 모조리 상쇄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장 약한 하급 기수일지라도 가진 바 힘이 결코 약하지 않다.
“이거 힘 좀 써야겠네.”
─이길 자신은 있어?
“이기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깔끔하게 이길 자신은?
“그건 이제부터 마음먹어야지.”
승우가 가면 속에 숨긴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처음 기수들을 봤을 때는 그래도 이길 자신은 충만했다.
그저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 고심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아주 단단하게 먹어야겠어.”
선봉에 선 붉은 갑주와 눈이 마주친 순간.
본능적으로 그가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놈이 백기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적기사가 맞겠지.
갑주도 화려하고, 주위를 압도하는 기색도 그렇고.
당장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검을 뽑아 자세를 잡는 것으로 그가 올 것을 직감한 승우는.
스릉─!
그대로 검은 쥔 채 자세를 잡으며 응수했다.
바로 그때 무거운 감각이 손을 통해서 전해졌다.
쿵!
전신의 뼈가 울린다.
둔탁한 충격이 한차례 몸을 휩쓸고 고개를 정면에 고정하자 5m 크기의 거인이 붉은 갑주를 착용한 채, 승우의 키보다도 거대한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무거워 보이지만 역시 갑주 속이 빈 알맹이라서 그런지. 속도 하나는 어마 무시하게 빠르네.”
울컥.
입에서 피 한 줌이 쏟아진다.
방금 적기사가 성벽 밑에서 승우의 정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덕분에 적기사가 고속으로 휘두른 검에 그대로 몸이 양단될 뻔했지만, 동물적인 본능과 반사 신경으로 적기사의 대검이 검으로써 응수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근력도 상당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속도와 비슷한 수준의 근력.
아무리 본능적으로 응수한 검이지만, 무게 중심도 하체에 골고루 분산해서 자세가 제대로 잡힌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뼈가 울리고 내장이 살짝 다쳤다.
“전면전은 좀 그렇네.”
─왜, 조금 무서워?
“솔직히 좀 그래. 앞으로 상대할 놈이 저거 한 명이라면 몰라도.”
승우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는 아니지만 눈앞의 적기사에 뒤지지 않는 기척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마리 더 느껴졌다.
‘흙의 정령왕과 물의 정령왕.’
각각 흑기사와 청기사.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둘은 만만치 않은 상대가 분명하다.
적기사에서 모든 힘을 쏟으면 나머지 두 명을 상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힘을 보존하고 싸우자니 적기사와의 싸움이 마음에 걸린다.
무엇 하나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없는 상황.
“그래, 일단 너부터 죽이고 보자.”
머릿속이 아파지는 상황 속에서 승우는 결국 편해지는 길을 선택했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상대를 확실하게 베어 넘기겠다는 의지로 검을 휘둘렀다.
캉─!
한 손으로 잡기 힘든 장검을 오른손만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검에 담긴 심상치 않은 예기. 공기를 가르며 일직선으로 휘두른 검은 그렇게 적기사의 대검에 부딪혔다.
‘궤도가 살짝 불안했다!’
본래 갑주의 틈을 노리고 내지른 검이었지만.
적기사는 대검으로 승우의 공격을 방어했다.
대검의 면으로 비스듬히 휘어지는 검의 궤적.
철컥!
결국 승우는 검을 양손으로 잡아서 힘을 줬다.
공격을 빗겨내는 대검을 향해 검을 위로 올려서 세로로 크게 베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종(縱) 베기.
혼 힘을 다한 혼신의 검이 대검을 그었다.
“……!”
그 모습에 적기사의 갑주.
특히 목이 있을 성대 부분이 떨렸다.
마치 승우의 검을 비웃는 것 같았다.
애당초 검의 질량 차이가 너무 컸다.
승우의 검도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니었지만, 적기사가 다루는 대검에 비하면 우산을 이쑤시개를 그은 것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
‘너는 그렇게 비웃겠지.’
갑주의 미세한 떨림을 인지하지 못할 승우가 아니었다.
동작을 크게 잡으며 검을 위로 휘두른 결과 승우의 자세는 살짝 어긋난 상태였다.
바로 다음 자세를 잡지 못한 승우의 모습에 적기사가 오른발을 디뎠다. 하체에 힘을 실어서 크게 휘두를 작정이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우산 앞 이쑤시개와 같은 차이가 있더라도.
끼기긱!
이쑤시개 정도라면 우산에 큰 구멍을 낼 수 있다.
퉁!
적기사의 대검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어나더니.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검이 요란하게 반으로 뜯어졌다.
“……고!”
철컥!
갑주의 입 부분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적기사의 눈이 있을 곳은 자신의 부러진 대검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부르르 떨리는 거대한 금속 조각의 갑주는 그 존재만으로 거대한 금관악기와 다름이 없었다.
──────!!!
정말로 시끄러운 소리였다.
승우는 자신의 귀를 막고 싶었지만.
─저거 왜 저러는 거야?
‘……온다.’
사정없이 떨리던 갑주가 돌연 이상한 소리를 멈추더니.
손에 들린 반쪽짜리 검을 바닥에 던졌다.
쿠구궁!
처참하게 망가진 검의 손잡이가 땅바닥에 떨어지자 돌연 바닥에 움푹 파였다.
투척용으로 사용해도 나쁘지 않은 도구를 태연하게 버렸다
적기사는 호구를 착용한 손으로 주먹을 날리는 자세를 취하고는.
훙─!
주먹으로 권풍(拳風)을 날렸다.
그러자 내 몸이─
후우우우우우우웅───!
─뒤로 날아갔다.
어떻게 방어할 새도 없었다.
백기사가 부리는 바람과 폭풍과 달리 적기사가 주먹으로 일으킨 바람을 뜨거운 온기가 담긴 열풍. 백기사가 바람을 조종한다면, 적기사는 열을 조종하기에 그가 다루는 열풍에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승우를 기필코 밀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그 원리는 승우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파이로키네시스!’
열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승우만의 고유한 마법.
불에 질량을 부여해 제 마음대로 조작하는 기예를, 적기사는 아무렇지 않게 다루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적기사는 불의 정령 중에서도 으뜸.
모든 화염과 열기는 그의 아래에 있으며 굳이 승우처럼 복잡한 공식과 연산 과정을 거칠 필요 없다. 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 권능만으로 적기사는 승우를 멀리 날려 버렸다.
「성호 발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반투명한 구체가 뒤로 날아가는 승우를 감쌌다.
귀걸이에 내재된 능력은 승우가 맨몸으로 나무를 관통하고, 건물을 뚫을 때 생겨날 고통과 부상으로부터 그를 완벽하게 보호했다.
그렇지만 건물 5채를 뚫고도 날아가는 속도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성호로도 날아가는 몸을 멈출 방법은 없었다.
결국 승우가 손에 들린 검을 희생하는 대가로 바닥에 꽂으며 속도를 줄이려고 마음먹는 찰나.
덥석!
기다란 나무뿌리가 날아가는 승우의 발목을 정확하게 붙잡았다.
혹여 발목이 발이 부러지지 않도록, 나무뿌리를 허공에서 승우를 낚아챔과 동시에 그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자 천천히 줄어드는 속도.
덕분에 살았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나무뿌리의 계산에 없었던 모양이다. 검은 지켜냈지만, 시각을 지켜내지 못한 승우는 눈을 감고 어지러운 머리를 매만졌다.
“조금 어지러운 것 빼고는 괜찮으신 모양이네요.”
“조금 어지러워? 내가 너를 던져도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
소녀의 얇은 미성.
승우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은 채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작은 체구의 하이 엘프 소녀. 루나가 나무뿌리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는 안 싸우냐?”
“하급 기수 1부대라면 몰라도, 연합의 우두머리가 이런 전쟁에 나서서 비명횡사라도 하는 날에는.”
“연합은 그날로 끝이지.”
“잘 아시네요.”
연합의 건축물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연합의 생존에 있어서 루나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네 생사와 무관하게 연합은 오늘 끝날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수도 있죠.”
고조가 없는 태연한 목소리.
매우 편안한 말투에 담긴 것은 체념이 아닌, 영문 모를 확신이었다.
혹시 저 미친 갑옷 군단을 상대로 승리할 수단이 있나 싶어서 말없이 루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좋은 방법이 있는 모양이지.”
“……눈치가 빠르기는. 이래서 당신과 하는 대화는 재미가 없어요.”
“재미는 나중에 즐기시고, 우선 그 방법 좀 말해봐라.”
나도 좀 알고 즐기자.
그 말을 들은 루나는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에는 하늘을 꿰뚫는 크기의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나무에 시선이 고정된 그녀.
“이봐? 할 말은 마저 해야지.”
“…….”
아무리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승우는 그제야 루나가 행동으로 대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말한 그 방법이라는 것은 저 나무를 없애는 것이다.
이걸 굳이 말로 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함부로 저 나무에 대해서 말을 하면 안 되는 모종의 이유라도 있는 모양인지.
시선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나저나 이게 참.’
승우는 루나의 시선을 따라서 거대한 나무.
마계수를 올려다봤다.
말을 타고 며칠 동안 이동해야 될 거리에 있음에도 마계수의 거대함은 여기서도 느껴진다.
“저렇게 큰 나무를─”
─두 번이나 벌목하다니.
하늘을 덮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의 벌목.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정말이지. 참 진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3대, 아니, 100대가 이어가는 동안 장작을 패는 나무꾼 집안에서도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평생 안 나올 거다.
“그래서, 저걸 베면 되는 거지?”
“네, 맞아요.”
“…….”
“아니, 그 이전에 베실 수는 있죠? 설마 지레 겁먹으신 건 아니겠죠? 그렇죠?”
“갑자기 왜 그러냐.”
“중간에 말이 없으시길래 괜히 무서워하시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걱정 붙들어 매라.”
이미 저렇게 큰 나무를 벤 적이 있다.
물론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무기와 돈.
그리고 인적 자원이 쓰나미처럼 쓸려 나갔지.
“나 혼자서는 조금 힘들겠지만.”
그렇지만 여기에는 연합이라는, 쓰기 좋은 도끼가 있다.
“연합이 돕는다면 얘기가 다르지.”
승우는 그걸 휘두르는 사람이고.
너희들은 벌목을 위한 도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