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3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39화(33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39화
개판 오 분 전(4)
먼 옛날 허공에서 뿌리를 내려, 열도 전체에 뿌리를 박은 한 나무가 있었다. 그 거대한 나무는 열도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했다.
전기와 열에너지.
심지어는 사람의 목숨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종류의 영양분을 흡수한 나무는 자신이 잡은 터를 푸르른 숲으로 만든 뒤.
자신이 생태계의 중심이 되는 작은 세계를 구축했다.
작은 생태계에서는 수많은 마물들이 태어났고, 많고 많은 마물들 가운데 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위를 지키는 네 마리의 마물들이 있었다.
인간처럼 두 다리가 달린 네 마리의 마물들은 마치 갑옷으로 추정되는 망가진 금속 덩어리를 몸에 두른 채 거대한 무기로 사람들을 유린했다.
그렇게 열도를 완벽하게 수중에 둔 나무는 바다 깊은 곳의 땅을 뚫고 그 옆에 자리 잡은 반도와 이런저런 섬들로 뿌리를 뻗었다.
행성을 통째로 흡수하기 전까지 뿌리를 그만 뻗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나무.
사람들은 그 나무를 두고 세계수 혹은 마계수라고 불렀다.
이는 곳은 인류를 유린하는 가장 거대한 재앙 중 일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승우보다 훨씬 윗세대.
1세대 플레이어의 탄생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 * *
“이러니까 옛날 생각나네.”
나는 거대한 나무를 보며 10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직 검의 성인이라는 과분한 칭호로 불리기도 전, 나는 유독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유망주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재능 덕분에 유망주 이상의 투자를 받았지만.’
아무리 재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도 실적 없는 유망주는.
결국 그냥 유망주일 뿐이다. 그랬던 내가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검성이라고 불리게 된 계기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네 과거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게 많단 말이지.
‘고통으로 가득한 나날들로 점철된 과거를 재미있다고 평가하지 마.’
─그렇지만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내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동화를 듣는 느낌이라고. 그것도 주인공이 너인 동화.
진짜 취향 고약하네.
타마모가 이런 식으로 옛날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보채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읽으며 내 기억도 함께 알게 된 타마모는 종종 내 얘기를 들으면 동화를 읽어주는 부모 옆의 아이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들려주고 싶지 않아도 타마모가 나를 돕지 않겠다고 떼를 쓰면, 나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네가 검성이라고 불리게 된 계기나 어서 말해줘.
‘……벌목.’
─벌목?
‘신단수 벌목이라는 작전명이었다.’
당시 진행된 임무는 ‘신단수 벌목’이라 직관적인 이름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네 마리의 파수꾼들을 죽이는 데 반년의 시간을 소모했다.
나무와 가지를 수호하는 파수꾼들이 부르는 수천만 마리의 마물들.
그들을 모두 죽인 끝에 겨우 파수꾼들에게 도달했건만.
인지를 초월한 힘을 갖춘 파수꾼들의 무력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사람만 많이 죽었어?
‘인적자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우리는 싸우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자원들을 투자했다. 총알과 미사일 같은 일회성 무기들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식량도 어마어마하게 소모했지.’
인류가 보유한 전체의 자원들 중 몇 퍼센트를 과감하게 투자해서 겨우 잡을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그래도 그 결과, 우리는 신단수로 향하는 활로를 만들어냈다.
─활로만 만들어냈어?
‘수천만 마리의 마물들을 잡으면서 얻은 부산물은 정말 많았지. 다소 독이 포함되어 있지만 마물의 고기는 인간이 소화할 수 있었고, 그들의 가죽으로 옷과 방어구를 만들었으며, 이빨과 척추로는 무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바로 네 마리의 파수꾼.
놈들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무기와 더불어, 놈들의 부산물 따위를 한데 녹여서 만들어낸 네 자루의 무기.
그게 당시 인류가 손에 넣은 가장 큰 성과였다.
‘검은 파수꾼을 녹여서 도끼를 만들고. 하얀 파수꾼을 틀에 넣어 일자형의 창으로 만들었다. 푸른 파수꾼으로는 잘게 쪼개 수십 자루의 단검을 만들었지.’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
어디가 얼굴인지 가슴인지 알 수 없는 뒤틀린 형상의 검붉은 색의 파수꾼은 그가 생전에 휘둘렀던 검과 함께 용광로에 녹아서 아주 작은 검 한 자루가 되었다.
그 검의 이름이 바로.
‘적기사의 별운검.’
길고 곧은 적색의 장검이었다.
운검(雲劍)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의장에서 사용하는 의장과 제례에 초점을 맞춘 날붙이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운검은 왕의 거동을 따라다니는 호위 무사 혹은 직위를 뜻했다.
‘만든 당시에는 아무도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지.’
─왜 그런 이름이 붙은 거야? 아니, 그 이전에 검은 누구의 소유물이었어? 너 벌목하기 전에는 고작해야 유망주였다면서.
그녀가 집요하게 물어본다.
어라. 내가 이거 말해준 적 없었나?
‘예전에 말해줬던 기억이 있던 것 같은데.’
─글쎄. 당시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까먹었을 가능성도 있지.
그래, 뭐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나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지금 당장 검은 내 소유물이지만 그전에는─.’
“─저기 제 말 듣고 계시나요?”
“아, 아 물론이다. 당연히 듣고 있었지.”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상념을 치고 머릿속에 들어온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불평 많은 표정으로 볼을 부풀린 하이 엘프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자세히 보아하니 손으로 고깔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저걸 내 귀 근처에 가져다 대어 큰 목소리로 외친 게 분명하다.
“아까 대답이 여러 차례 없었던 걸 보면 안 듣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미심쩍은 표정의 루나의 말마따나 방금까지 깊이 생각하느라 안 듣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온 줄도 몰랐다.
“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지.”
“엄청나게 중요하거든요. 그야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당신의 길잡이가 되어줄 사람들을 둘이나 구해왔으니까요.”
루나가 두 명의 사내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방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이라는 것은 둘의 소개였던 모양이다. 그러면 화낼 만도 하네.
처음 보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그 사람들을 소개한 당사자를 물 먹이는 일과 같으니까.
“반갑군.”
나는 순순히 뒤늦은 인사를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표정을 보아하니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직무상 감정 표현이 옅은 눈치였다.
“정신도 차렸겠다. 그러면 저희 엘프들의 어머니 나무. 아니…… 이제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되겠죠.”
“……공주님이 편하신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음, 무슨 표현이 좋을까요?”
세계수나 마계수라고 부르는 저 나무는 오래전에 엘프들의 어머니 나무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차마 어머니라고 부르기에는 잔혹했다.
“특별히 정해진 명칭이 없다면 그냥 신단수라고 부르자.”
옛 어르신들은 다들 저 나무를 그렇게 불렀다.
작전명도 그랬고 말이다.
“신단수? 처음 듣는 명칭이네요. 혹시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내 고향에서는.”
나는 오랜 추억에 잠긴 노인처럼 지긋한 눈빛으로 나무를 쳐다보고는.
잠시 눈을 감으며 회상에 잠긴 채 말했다.
“적어도 내 고향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신단수. 신단수라…… 처음 듣는 명칭이지만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처음 듣는 말임에도 어감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녀는 신단수의 이름을 되뇌었다. 눈을 감고 새로운 이름으로 나무를 불렀다.
“신단수. 신단수. 어머니 나무처럼 정감 가는 이름도 아니고, 들어본 품종의 나무도 아니지만, 신단수.”
그렇게 수차례 신단수의 이름을 부른 그녀는 눈을 떴다.
머릿속에 그 이름을 확실히 각인한 루나.
그녀가 신단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 아니, 신단수는 대체 뭘로 벨 생각인가요? 상식적으로 그걸 벨 무기는 없을 텐데요.”
“여기.”
벌목을 위한 도구는 충분하다.
비록 도끼는 아니지만, 애당초 저렇게 큰 나무를 도끼 하나로 벌목하기 위해서는 빌딩보다 아득히 거대한 도끼가 필요했다.
‘차라리 불타는 검이 낫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허공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이번에도 반지 속 공간에서 꺼낸 검이었지만, 이 검은 구야자가 만든 무기가 아니라 원래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무기.
귀걸이와 마찬가지로 본래 있던 세계에서 가지고 온 내 물건이었다.
“적기사가 놈의 기척이 왜 검에서?”
“공주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검을 꺼내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특히 감이 좋은 전사들의 반응이 격했다.
“그 검은 대체?”
루나가 손가락으로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검이길래 밖에 있는 녀석과 똑같은 기척이 느껴지죠?”
밖에 있는 녀석이란 적기사를 의미했다.
그와 검을 마주하던 내가 날아가자 적기사는 맨주먹으로 군인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죽여 나갔다.
“어서 해명하지 않으신다면 저희는 불경한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해명을 요구한다.
그 말에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검집을 손으로 매만지며 답했다.
“내가 말했을 텐데. 저런 나무 한 번 베어본 적이 있다고.”
“……예?”
“저렇게 거대한 나무라면, 삼라만상을 통틀어서 품종이 저거 하나밖에 없을 텐데 말이야.”
내 입으로 답을 말하지는 않았다. 살짝 우회해서 말했다.
저것과 똑같은 나무를 벤 경험이 있다는 말은 곧, 엘프들이 어머니 나무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은 것을 벌목했다는 것이다.
“……!”
내가 한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몰라도 루나의 눈빛에는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감정들이 스쳤다.
경악, 부정, 공포, 체념 그리고 결의.
결국 그녀는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 저! 공주님!”
“괜찮아요. 저 검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방법으로 얻은 물건이 아니니까요.”
루나가 내게 다가오자 한 병사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던 찰나.
그녀 쪽에서 병사의 팔을 쳐냈다.
더 이상 검에 대한 질문을 꺼내지 않는 루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독심술 같은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의 눈빛 정도는 볼 수 있다.’
결의를. 죽음을 불사하려는 사람의 눈동자.
내 대답에서 그녀가 어떤 답을 얻었는지 간에 지금 루나는 결심을 품었다.
“그렇다면 영웅님. 당신을 신단수로 인도하겠습니다.”
“신단수까지는 어떻게 이동하지?”
내 질문에 그녀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었다.
“그야 달려서 이동한답니다. 저희에게는 말도, 마차도 없으니까요.”
대신에.
“활로는 저 혼자서 열겠습니다.”
“너 혼자서 활로를 열겠다고?”
“고, 공주님 그런 궂은일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아니요. 이건 제 일입니다.”
그녀는 길을 개척하는 굴착기 겸 길잡이가 됨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