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4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47화(34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47화
모든 것이 이어졌다(2)
C급 빌런.
아카데미 1학년에게는 위협적인 적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현역 플레이어들과 더 없이 강해진 내게 있어서는 너무 손쉬운 상대였다. 원한다면 쉽게 죽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
소리 없이 뽑힌 검은 고요히 시몬을 반으로 갈랐다.
예리한 검은 몸에 피 한 방울 묻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깨끗했다.
그렇지만 시몬의 몸은 처참했다.
반으로 잘린 몸과 깔끔한 절단면.
바닥은 피로 흥건했고, 반으로 잘린 내장과 뇌가 바닥에 모조리 쏟아졌다. 움찔움찔, 뇌에서 전달한 전기 신호를 뒤늦게 받아들인 몸이 미묘하게 떨렸다. 아직 사후 경직이 오지 않았다.
“……이래도 움직이나.”
반으로 잘린 몸이 부르르 떨린다.
젤리처럼 흔들리는 몸과 내장들.
그 불쾌한 광경에 표정을 구긴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순백의 검기가 모든 걸 분쇄할 작정으로 공간을 베었다. 검이 벤 공간은 그게 뭐가 됐든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공기, 대기 중의 마력, 시몬의 시체.
그런 것들이 모두 흩어져서 한낱 연기 따위가 되었다.
특히 시몬의 시체가 붉은 연기가 되어 서서히 흩어지는 광경은 볼만했다. 만일, 그 연기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않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끔찍하네.
“보기 역겹군.”
푸르르 떨리는 연기는 곧 심장이 되었다.
이후 심장 주변에 맺히는 안개. 흰색 안개에서는 피처럼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이내, 비장과 신장 같은 장기들을 만들었다.
주렁주렁.
만들어진 장기들은 하나로 연결되더니. 허공에 달랑달랑 매달린 채, 바람에 의해서 좌우로 진자 운동을 했다. 이후 두뇌가 만들어져서 모든 장기가 하나로 이어진 순간, 뼈와 근육이 장기를 보호했다.
“……하.”
뭐 하나 싶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몬의 몸이 완벽하게 재생되는 걸 보게 되었다.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는데.”
산산조각으로 만들어서 연기로 변화한 몸이 순식간에 정상적으로 변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지. 시몬의 육체는 더 이상 재생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권능인가?”
혹시나 싶어서 지금까지 본 마인들을 떠올렸지만 음, 권능도 이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이건 능력이니 권능의 개념을 넘어선 현상이었다.
나는 시험 삼아서 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
툭.
조용히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데구루루 잘린 머리가 불에 탄 잔디밭을 굴렀다.
잘린 머리는 그렇게 끝없이 구르다가 잿더미가 된 꽃처럼 서서히 회색으로 변하며 망가졌다. 결국 잿더미에 파묻힌 시몬의 머리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머리 잘린 몸을 쳐다보면.
“왜 그렇게 저를 빤히 쳐다보시나요?”
“……앞으로 몇 번을 더 자르면 끝날까.”
“이미 눈으로 확인하셨으면서 그러시네. 아무리 자르셔도 끝이 날 리가 없잖아요.”
툭.
이번에는 입이 떨어졌다.
정확하게 입술만 자른 검은 이윽고.
쿠득!
검의 날 부분으로 목뼈를 부러뜨렸다.
엄밀히 따지면 목을 노린 건 아니고 시몬의 성대를 노린 것이다. 더 이상 놈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물론 목뼈와 함께 곤죽을 만들어버린 성대는 곧 재생했지만, 그 즉시 분쇄했다.
재생하면 분쇄하고, 재생하면 베었다.
끝없는 도륙에도 둘은 지칠 줄은 몰랐다.
시몬은 몸을 몇 조각으로 토막을 내도 실실 웃었고.
나는 가면 갈수록 간결한 동작으로 놈을 베었다. 체력이 방전되지 않도록 깔끔하고 간결한 검으로 시몬을 베었더니 체력적인 손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타인의 목을 베는 것 정도야.
예전에는 밥 먹도록 했던 일이고, 이런 불사의 괴물을 상대해 본 경험은 이미 충분했다.
나는 시몬의 몸을 베고.
검의 날이 죽을 때까지 목을 벴다.
기름과 피 때문에 날이 죽고, 뼈에 날이 상했다면 그때부터는 검에 아주 작은 의념을 불어넣었다. 기필코 상대를 베겠다는 곧은 의지.
그 덕분에 검은 날이 거의 없어도 시몬의 목을 깔끔하게 벨 수 있었다. 떨어진 신체의 파편은 몸이 재생되면 자연스레 붙거나 사라진다.
덕분에 바닥이 붉은 생고기로 뒤덮일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피는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처음에는 고작 웅덩이에 불과했던 피가 땅바닥을 질척하게 적셨다. 이게 바닥인지, 늪인지 모를 정도로 시몬을 벤 그때.
캉!
금속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검이?”
검이 부러졌다.
날이 없어진 검이 처참하게 부서져, 수십의 금속 파편이 허공에 떠올랐다. 허공을 바라보던 내 눈은 손에 쥔 손잡이를 향했다.
검의 손잡이는 이전과 같지만.
검신(劍身)이 완벽하게 박살 났다.
‘분명히 검을 휘두르는 힘을 조절하고 있었는데.’
왜 검이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완벽한 체력 안배. 기계적인 움직임과 힘 조절. 검의 날만 망가지고, 검 자체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시몬의 몸을 벴다.
이대로 몇 시간은 더. 아니, 한 달은 족히 놈의 목을 베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다. 그럼에도 검은 망가졌다.
그렇다면 검이 부러진 원인은 나와 검에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 순간, 손끝의 감각이 이상했어.’
이전에는 마치 두부를 써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면.
이번에 시몬의 목을 자르려고 들 때는 목 자체가 검을 부정하는 느낌이었다. 검이 목 부근 얇은 살을 파고든 순간 저항감이 느껴졌다. 마치 피부 자체가 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검은 그 저항감을 떨쳐내.
살과 혈관을 잘랐다.
마지막 순간. 이번에도 방금처럼 시몬의 목을 베려고 손에 힘을 주자 검이 금속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은 것이다.
“목뼈가 유달리 단단했다.”
목을 몇 번을 잘랐는데 마지막 순간에만 목이 엄청 단단했다.
드디어 뭔가 바뀌는 건가. 시몬의 몸을 계속해서 벤 이유가 있다고 여기는 찰나. 시몬이 장갑을 벗었다.
저걸 갑자기 왜 벗나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나 지금까지 한 번도 시몬의 맨살을 본 적이 없었다.
시몬은 옷을 아주 단단히 껴입고 있었는데 어찌나 단단히도 껴입었는지 눈알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신체도 옷 밖으로 노출하지 않았다.
그나마 놈의 배를 자를 때 나온 내장이 유일했는데.
그건 너무 안쪽이고.
눈알과 내장을 제외하면 당최 눈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놈의 몸을 잘라도 내장과 뼈, 피만 눈에 들어왔지. 놈의 살결은 한 번도 확인하지 못했다. 시몬이 재생할 때 옷도 같이 재생하니까.
당장 옷보다는 놈을 죽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나는 이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몸을 숨기던 놈이 돌연 이 타이밍에 장갑을 벗는 게 이상해서 시몬의 손목을 통째로 베어내려던 검을 내리그었다.
그렇지만 내 속도보다 시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렇게 놈의 손에서 드러난 것은.
“반지?”
시몬의 손가락에 걸린 황금 반지가 반짝거렸다.
어찌나 반짝거리는지 시몬이 장갑을 벗는 순간부터 눈이 부셔서 그를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고작 반지가 반사하는 빛 따위에 눈을 질끈 감았다고? 그게 말이 되나?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 손에서 꿈틀거렸다.
위기감의 감각. 손끝이 저릿하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새로운 검을 꺼내서 크게 휘둘렀다. 내가 펼칠 수 있는 최대 범위의 검기.
검을 휘두르며 손끝에 걸린 감각.
분명 이건 베었다고 생각했다.
철렁──!
베기는 했는데.
검을 통해 느껴지는 감촉이 살짝 이상하다. 이건 뭐 미묘하게 덜 자르거나, 피 많은 내장을 절단한 기분이 아니라.
‘물탱크. 혹은 물풍선을 자른 느낌?’
단순히 피가 잔뜩 고인 장기를 벤 수준이 아니라.’
거대한 물 자체를 벤 감각이었다.
반지가 반사하는 이놈의 빛 때문에 확인이 되질 않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곧장 놈에게 접근해서 이어지는 검술을 펼쳤다.
덥석, 검을 고쳐 잡고.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두르며 발을 놀렸다.
환(幻), 눈을 교란시키는 춤사위에 독니를 숨겼다.
둔(鈍), 화려한 검술 끝에 무겁고 단순한 검의 묘리가 상대를 베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빛도 함께 잘랐다. 검으로 무언가를 자르는 것은 내 특기. 공간도 자르는데, 반지가 반사하는 빛 정도 일검으로 벨 수 있었다.
서걱──!
상대의 살결을 쭉 베어가고 있는 와중.
─캉!
배가 암초에 걸린 것처럼 묵직하고 단단한 물건이 검을 막았다.
결국 놈의 살을 전부 다 베지 못했다. 감히 내 검술의 진로를 막은 괘씸한 것이 무언인지 몰라도. 그것 또한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나 정보전에서 한없이 불리했던 나는 하는 수없이 몸을 뒤로 뺐다.
일단 반지가 반사하는 빛을 베었으니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방해했는지 이번 기회에 살피고 대책을 짜자, 나는 내 검이 무엇을 노렸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외투?”
내가 노린 것은 시몬의 외투였다.
엄청나게 단단했던 외투가 내 검을 막은 것이다.
그렇지만 외투도 한 번 내 검을 견딘 것으로 수명을 다했는지. 검과 부딪힌 결을 따라서 천천히 찢어졌다. 외투가 찢어지자 놈의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얼굴도 같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렇게 모습을 공개한 시몬의 얼굴은.
“어?”
내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시몬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비치는 내 얼굴은. 차마 내가 지은 표정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상황이었다.
놀람과 당혹감.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감정들을 짓누르고 안면에 선명하게 떠오른 분노.
분노로 얼룩진 표정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내 표정이었다.
─야! 정신 차려!
‘……!’
─너 지금 적을 코앞에 두고 뭐 하는 거야! 자살 기도라도 하는 중이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고?!
그래. 지금 내 신경은 전부 표정에 간 상태였다.
본능적으로 놈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눈과 머리가 내 표정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시몬의 바로 앞에서 방심한 내 정신을 수면 위로 끌어당겨 준 것은 타마모였다.
그녀가 나를 강제로 일깨웠다.
실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심어(心語)로 소통하는 우리 둘. 그렇지만 결국 언어는 언어였기에.
그녀의 말을 듣는 기관은 머리가 아니라 귀였다.
내 정신을 깨우기 위해 안정 수치를 아득히 넘어선 목소리로 외친 타마모의 말에 결국 내 귀는 한계를 맞이했다.
초인의 내구력조차 넘어선 그녀의 목소리.
주르륵.
멈출 기세를 모르고, 마치 혈관에 출혈이 일어난 것처럼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큰 목소리에 고막만 터진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던 다른 기관들도 함께 터졌다.
‘그나마 다행히 뇌는 무사하다.’
머리가 살짝 흔들린 모양인지.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었지만, 뇌 자체에 대미지는 없었다.
─너 지금 괜찮아?
‘……조금 위험할지도.’
─뭐? 갑자기 왜 그런 약한 말을……!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로 물러났다.
다시 재정비를 할 작정이었다.
지금 내 몸 상태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 매번 싸울 때마다 몸이 망가지는지. 이번에는 양쪽의 고막이 터진 탓에 청각이 그 의미를 잃었다. 그래도 당장 청각이 내 발목을 붙잡을 일은 없었다.
‘내 귀를 부탁한다.’
─그게 보통 쉬운 줄 알아? 애당초 내 전문은 저주와 학살이지. 타인의 청각을 대체하는 건 내 특기가 아니야.
‘제발. 부탁한다.’
나는 이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사람들은. 설령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방법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제발 좀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