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4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48화(34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48화
모든 것이 이어졌다(3)
─아는 사람이야?
“…….”
─누구길래 방금 전부터 그런 표정이냐고?!
“……아. 나한테 하는 말이었어?”
얘 완전히 정신이 나갔네 이거.
타마모가 신랄하게 승우를 비판했다.
지금 승우는 집중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집중하지 못해서 이 모양이다. 시몬의 맨 얼굴을 본 이후로 이렇게 된 것이다.
설마하니?
─가족이야?
“……아니.”
─그러면 뭐 친구?
“……아니다.”
둘 다 빗맞았다.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그런데 이토록 경악한 걸 보면 혹시 연인은.
응, 누가 봐도 아닌 것 같지. 실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 타마모는 다음 경우의 수를 떠올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나마 가장 일리가 있었다.
─그러면 원수?
“…….”
─원수. 원수 맞지?
“…….”
승우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침묵은 곧 긍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마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정곡을 찔러서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추측은 틀렸기에.
승우가 입을 열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원수라고 볼 수도 있지. 그렇지만 엄밀히 따지면 놈은 내게 단 한 번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어.”
─뭐? 그러면 대체 무슨 관계인데 그래?
애매모호한 답변에 타마모의 의문만 증폭되던 그때.
시몬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기 있는 여우 아가씨. 엄밀히 따지자면 원수보다는 사냥꾼과 사냥감의 입장에 더 가깝답니다.”
─……너 뭐 하는 녀석이지. 어떻게 반지도 착용하지 않은 놈이 나를 볼 수가 있는 거야?
타마모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가 생전에 착용한 옥반지를 쓴 사람뿐이다. 심지어 옥반지를 쓴다고 해서 모두가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했다.
귀신을 보고 그녀의 주술을 계승해도 부족함이 없는 재능이.
“하하, 그거야 간단하죠.”
그렇지만 시몬은 재능을 입증하지도 않았고.
그 이전에 옥반지를 착용하지도 않았다. 타마모가 그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한껏 긴장한 사이, 시몬은 손가락의 반지를 매만지며 다가왔다.
승우의 시선이 그 반지를 향했다.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이다.
“어부의 반지.”
“오, 아주 오래전에 드렸던 내용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셨군요.”
시몬의 황금 반지에 그려진 것은 어부와 그물이었다.
사람을 낚으라는 의미를 내포한 반지. 승우는 그 반지가 정확하게 무엇으로부터 유래한 성유물인지 꿰뚫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 지긋지긋한 능력을 가진 반지를 예전에 한 번 부순 적이 있거든. 이제야 좀 윤곽이 잡히네.
반지와 시몬의 얼굴을 보고 단번에 이해했다.
왜 아무리 시몬을 베도 죽지 않았는지를.
“언제 봐도 성가신 능력이야. 그래서 네가 그 사과나무 밑에서 곱게 죽었기를 바랐는데.”
승우는 과거를 화상했다.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거대한 나무 사이. 한 사내가 반지와 지팡이를 들고 승우를 압박했다. 기억 속의 승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머리카락 색깔도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건강했다.
20대 초반. 지금까지의 고난을 겪으며 극한까지 성장한 육체는 더 이상 아파트 크기의 마물이 부럽지 않았고, 걸출한 무술과 강력한 검으로 무장한 승우는 사과나무 밑에서 시몬과 마주했었다.
그리고.
시몬과의 전투가 끝난 날.
승우는 은퇴를 했었다.
그날이 바로 그가 살았던 세계가 비로소 구원을 받았던 시점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시몬은 일종의 종지부였다. 그를 죽임으로써 모든 역경과 고난이 끝을 맺었다.
하나 지금 모습을 드러낸 종지부에.
승우는 시몬에 대한 정보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악마.”
마교 숭배자, 시몬. 악마와 연이 많았던 그는.
악마들의 이름을 딴 마인들을 가장 가까이서 숭배하는 자.
처음에는 그냥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추종자라는 건 말이다. 그 대상이 강하기만 하다면, 추종자라는 것은 의외로 쉽게 생기는 법이거든.
그렇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어부의 반지.”
악마 정도는 숭배할 수 있지.
그렇지만 빛을 반사하던 황금색 반지.
저 반지는 평범한 반지가 아니다. 어부와 그늘. 두 가지 문양이 그려진 반지는 정말 강력한 힘이 깃든 성유물로 착용한 대상이 자의로 반지를 벗지 않는 한 연기와 잿더미가 되어도 죽지 않는다.
뭐, 죽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죽을 수 없다는 뉘앙스가 훨씬 잘 어울린다.
실제로 놈의 반지를 착용한 일반인은 성유물에 깃든 엄청난 광휘에 집어삼켜져 정신이 붕괴되었다.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결국 누군가가 반지를 대신 가져가기 전까지 죽고 싶어도 죽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반지의 능력이 불사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지.’
불사는 반지가 가진 수많은 능력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냥 반지를 착용하면 기본으로 발동되는 능력이 불사라서 제일 눈에 띌 뿐이지. 결국은 기본 패시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불사는 다른 능력들과 동시에 발동할 수 없다.
다른 능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불사 능력이 사라진다.
그 타이밍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일 것이다.
그렇지만.
‘죽일 수 있어야 타이밍이지.’
저것 좀 봐라.
시몬이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뱀 눈깔.”
파충류 특유의 동공이 정확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입을 미소를 짓고 있으니 시몬과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아주 나빠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
그게 놈의 특기였다.
“참 여전한 재주야. 일련번호 07.”
“그러는 당신도 여전하네요. 몸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훌륭한 기도. 그야말로 위대한 전사의 표본 그 자체. 과연 제 숨통을 끊은 장본인이네요.”
승우와 시몬이 대화를 나눴다.
그럴 때마다 검을 쥔 승우의 손이 덜덜 떨렸다.
악력을 조절하지 못해서 팔이 떨리는 것이다. 이 간단한 힘 조절도 못할 정도로 승우는 지금 과하게 흥분했다. 줄곧 그의 곁에서 함께했던 타마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인지 확실하게 설명해 줄 순 없어?
“…….”
“여우 아가씨?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리죠.”
혓바닥을 뱀처럼 길게 늘린 시몬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나고 자란 세상은 이곳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곳은 여우 아가씨가 살던 세계도 아니죠. 같은 지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우주에 속한 세계입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이건 타마모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반응이 심드렁해질 찰나.
시몬이 양손을 들며 타마모의 주의를 끌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초입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성격이 급하시군요. 뭐, 말하고 싶은 요지는 간단합니다. 그가 태어난 세상은 당신이 살던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력과 마법이 없었죠. 마력이 없는 세계는 비교적 평화로웠답니다.”
─마물들이 침공하기 전까지는.
당연한 얘기지만.
이 또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과연 거기까지는 이미 알고 계시군요.”
─너 지금 장난해? 설마 너 시간 끌고 있는 거 아니야? 혹시 대규모 마법이나 발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권능이라도 준비하고 있는 것……!
타마모의 말이 점점 길어지자 시몬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그나저나 정말 예의가 없는 분이시군요.
설명하는 중이거늘. 이토록 방해를 하다니.
그렇지만 그런 관객에게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에 제 의무.
하는 수 없이, 중간 전개를 대부분 생략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빠르게 중얼거린 시몬이 다시 타마모를 쳐다봤다.
그는 그녀를 향해 뱀처럼 악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이유를 들어본 적은 있나요?”
─무슨 이유?
“마력 없는 세계에 마물이 침공한 이유를.”
─……아.
정말로 그렇다.
침공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 마물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도 얼추 알고 있다.
전개와 발단. 그리고 결말까지.
그녀는 대부분의 내용을 승우에게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들었던 적이 없었다.
“딱히 별 특별한 얘기는 아닙니다. 공간을 찢고 등장한 마물들. 그 마물들 사이에는 일곱 마리의 강력한 괴물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모든 일의 원흉이었죠.”
그리고 그들이 바로.
“일곱 재앙.”
─……그 명칭은 들어본 적 있어. 그렇지만 그 재앙에 정확히 어떤 괴물이 포함되는지를 들어본 적이 없어.
“그야 그렇죠. 그야 당연하죠! 그 재앙은 인간이라면 머릿속에서 잊고 싶은 끔찍한 기억일 것입니다!”
승우에게 검을 가르친 여인에 대해선 들은 적이 있었다.
중간에 살해당했다고.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게 바로 재앙이었다고 기억한다.
“재앙은 그에게서 정말 많은 것들을 가져갔죠. 친구, 사랑, 감정, 여유 등등 정말 많은 걸 빼앗겼죠. 그런데 여기! 그는 재앙에게 또 무언가를 빼앗기게 생겼네요!”
─……?
반응이 살짝 늦었다.
시몬의 말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타마모는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몬이 내뱉은 말을 몇 차례 곱씹고 나서야 그가 내뱉은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뱀 눈깔 녀석은.
─지금 스스로를 재앙이라고 칭하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그 몰골로?
반투명한 손가락으로 시몬을 가리켰다.
지금 그의 옷은 검에 잔뜩 찢겨 성한 곳이 없었다.
바닥은 시몬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 도저히 재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타마모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엇다.
그 반응에 시몬이 깔깔 웃었다.
“푸하하하! 그런 반응은 세상에 또 처음 받아보네요. 하기야 지금 제 몰골이 좀 그렇죠?”
그렇다면 이미지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겠군요.
시몬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그가 입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다.
정신에 대고 직접 말한 것도 아니었다.
시몬의 말을 대변한 것은 자연이었다.
꽃과 나무가 시몬의 입이 되었다.
─……!
깜짝 놀란 타마모가 주변을 살폈다.
사방에 잔뜩 흩뿌려진 시몬의 피.
그런 그의 피를 머금은 땅.
적기사의 공격으로 잿더미만 남은 황폐한 땅에.
시몬의 피가 스며든 순간 땅은 어느새 꽃과 잔디, 나무로 가득한 정원이 되었다. 땅이 피를 머금었다고 나무가 붉은색으로 자라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일대의 풍경은.
불에 타오르기 전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잘 꾸며진 정원 같은 사방.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자면.
모든 나무가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가 되었다는 점이고.
“……설마 네 힘이 신단수에도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는데.”
─신단수? 아, 설마……!
평범한 나무와는 궤를 달리하는 거대한 신단수마저 종을 모르는 나무에서 흔히 아는 사과나무가 되었다.
단지 조금 많이 거대한.
그런 사과나무가.
─자연 조작?
“그런 거창한 능력은 아니고. 그냥 주변을 저와 어울리게 꾸몄을 뿐이랍니다.”
─너! 도대체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 거지? 보이지도 않고, 기감에도 안 잡혀.
“저는 여기 있답니다. 여기. 시선을 높여보세요.”
타마모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시선이 신단수. 그 위를 쳐다보자 시몬이 눈에 들어왔다.
“하하, 찾는 게 조금 늦으셨네요. 여우 아가씨. 옆에 있는 신사분은 진작에 저를 찾고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살기를 방출하고 계셨는데 말이죠.”
그녀의 눈에 들어온 시몬은 더 이상 그녀가 아는 몰골이 아니었다.
이마에 자란 두 쌍의 검은 뿔.
그런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십 쌍의 하얀 날개.
방금 전까지 꽁꽁 싸맨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방적인 복장. 마치 그리스의 철학자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복장이었다. 처음에는 천박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조각한 것 같은 몸매에 천박하다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손아귀에는 하얀 뱀이 마치 지팡이처럼 들려 있고.
반대쪽 손에는 아까 봤던 황금 반지가 똑같이 있었다.
뭐,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지금 시몬의 모습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던 타마모였다. 그녀는 왜 시몬이 저렇게 변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시몬의 모습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 의미를 유일하게. 또 뼈저리게 아는 승우는.
서걱───!
그가 선 신단수의 윗동을 깔끔하게 도려냈다.
그루터기만 남은 앙상한 신단수 위로.
시몬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