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4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49화(34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49화
모든 것이 이어졌다(4)
날개 달린 사내의 추락.
그야말로 천사의 추락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나이테에 새겨진 선 하나하나가 이 숲을 넓게 채워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로 시몬이 떨어진다.
“기만하네.”
승우는 떨어지는 시몬을 보며 검을 들었으나.
올렸던 손을 내려놨다. 지금 저 상태의 시몬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소 알고 있기에. 성급한 공격은 삼갔다.
─저거 일부로 저러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좀 제대로 얘기해.’
─날개 달렸는데 일부로 안 날고 있는 거. 저렇게 거대한 날개가 8쌍이나 달렸는데 추락하는 게 말이 돼?
‘아, 그건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니다.’
─……어?
승우가 말을 덧붙였다.
“놈의 등에 달린 16개의 날개는 전부 장식이다.”
─진짜로? 저 크고 요란한 게 장식이라고?
천사와 같은 새하얀 깃털의 날개.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달린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 위엄이 넘쳤다.
그런데 저 많은 게 전부 장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물론 100% 장식은 아니야. 단지 저 날개로 날 수 없을 뿐이지.”
─그게 장식이랑 뭐가 달라.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저 날개에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어. 시몬이 가진 8쌍의 날개가 전부 펼쳐지는 순간.”
펄럭!
바닥에 머리를 박기 직전.
시몬 등에 달린 날개가 전부 펼쳐졌다.
“─놈은 성경 속 천사에 뒤처지지 않는 힘을 가져.”
─성경? 아, 그 서역의 종교 말하는 거 맞지? 직접 읽어본 적은 없지만, 네가 연구를 진행할 때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으면서 배웠어.
“그래. 하여튼 시몬이 저렇게 날개를 펼치면 놈은 그때부터 신화적인 권능과 무력을 선보인다.”
─어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방금 추락할 때 사활을 걸고 놈을 죽이는 편이 훨씬 이상적인 방법 아니야?
“딱히 그렇지도 않아.”
약하지만 죽일 수 없는 상태와.
강하지만 죽일 수 있는 상태. 둘을 오고 가는 시몬을 죽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번 죽여봤으니까 잘 안다.
물론 그때는 시몬이 아니라.
‘일곱 번째 재앙이라고 불렀지.’
앞선 여섯 개의 재앙을 물리친 인류가.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최후의 재앙.
사과나무와 날개, 뱀, 머리 위에서 둥근 원처럼 반짝이는 광배.
그를 가리키는 모든 요소가 성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만큼, 현장에서는 놈을 두고 아담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아담? 정말 그 아담이야?
‘아니, 진짜 신화 속 아담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개체 번호로 부르기 어려워서 별명처럼 부른 이름이다. 적그리스도라고 부르는 놈도 있었고, 거짓 예언자나 악마 새끼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았지.’
─그래도 다 성경에 관련된 명칭이네.
’그야 당연하지. 놈의 저 모습을 보고도 성경 생각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그놈이 이상한 것이다.’
펄럭!
날개를 움직인 시몬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렇지만 놈이 하늘로 올라가는 타이밍과 날개가 움직이는 타이밍이 전혀 달랐다. 날개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장식. 지금 시몬이 날고 있는 이유는 전부 저 광배에 있었다.
“점점 눈이 부시군.”
광배의 빛이 점점 밝아진다.
저 빛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아지는 순간.
시몬의 날개는 그 빛이 보이는 범위까지. 전방위 폭격을 퍼붓는다.
깃털이 빛처럼 반짝이며 폭발한다. 폭격 한 발 한 발이 [상급 마법]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력을 자랑하고, 워낙 빛이 밝은 탓에 그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승우는 케케묵은 기억을 떠올렸다.
아마도 저 공격이 처음 날아왔을 때.
“대륙 하나를 사정거리 내에 두었음에도 범위가 훨씬 거대했지.”
그때 저 공격 한 방에 몇 명이 죽었더라.
내가 묻어준 군인의 숫자가 정확하게 85,667명이라는 것은 기억하지만 민간인 피하까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여튼 그토록 거대한 범위의 공격이었다.
점점 밝아지는 빛은 이윽고.
가히 태양빛에 견줄 정도로 밝아졌다.
─저, 저 공격 안 막아?!
‘저걸 내가 굳이 왜 막아. 그리고 애초에 범위가 너무 넓어서 내가 전부 커버할 수 있는 공격도 아니다.’
─아니! 그거 말고!
타마모가 답답하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공격을 발사한 이후에 대처할 걸 물은 게 아니라, 공격이 날아오기 직전에 놈을 공격해서 막으면 만사형통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저걸 왜 막아야 하지.’
─어……?
이해할 수 없다는 승우의 반응에 타마모가 난색을 표했다.
아니, 평소에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잘만 구하면서 갑자기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그녀는 돌변한 승우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죽게 놔둘 작정이야?
‘……모두가 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너 지금 이상해. 나야 사람들이 죽든 말든 재미있으면 아무 상관이 없지만 너는 딱히 그런 성격도 아니면서 왜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평소의 승우라면 이런 상황에서 툴툴거리면서도, 자신이 구할 수 있는 목숨을 최선을 다해서 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저 날개 달린 비둘기가 나타나자 승우의 행동이 예전 같지 않았다.
“딱히 내 성격이 변한 건 아니다.”
승우가 육성으로 말했다.
─그러면 갑자기 왜?
“공격을 저게 하나만 막아야 되는 게 아니니까.”
─……!
타마모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저 공격이 최선의 일격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일반 공격인 것은 아니겠지? 혹시나 싶은 의문이 그녀를 감쌌고, 그런 감정은 옥반지를 통해 승우에게 도달했다.
“일반 공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장 약한 위력의 공격이지.”
─……저게 가장 약한 위력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넓은 대륙도 저 공격 한 방이면 찢어지기 직전의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데?
“그나마 범위가 넓어서 위력이 약하다. 생각해 봐라. 만일 범위를 도시나 마을 수준으로 줄이고, 출력을 높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
승우가 가면을 벗고 부쉈다.
비장한 표정. 각오를 다진 그의 얼굴에 타마모가 이해하고 말았다.
지금 승우는 사람들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구하려고?
“글쎄다. 지금 내 꼬락서니로는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네가 말하고, 저 비둘기가 말한 재앙이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무슨 난관이든 헤쳐왔던 네가 그렇게 자신이 없는 거야?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둘이 말한 재앙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걸 굳이 지금 물어보게? 차라리 다 끝나고 물어보지.”
─어차피 비둘기의 광배가 극한까지 반짝이면서 대규모 공격을 날리기 전까지 특별히 대처할 생각도 없으면서. 아직 빛 모으는데 시간도 남은 것 같은데 이때 해주면 딱 좋지 않아?
“미리 싸움에 쓸 주술 준비해야 된다.”
─그건 내가 준비하면 되잖아. 네가 평소 사용하는 주술을 네가 새로 정립한 방식으로 구현하면 되는 거지?
승우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타마모는 곧장 주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듣고 싶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시몬이 보여주는 위용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그야 어쩔 수 없지.
그녀도 진리를 탐구했던 한 사람의 주술사로서.
구미가 당기는 것은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족속이니 말이다.
“…….”
─나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 어서 들려줘.
이 정도로 듣고 싶나?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나는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했던 피비린내 물씬 나는 기억들을 꺼냈다. 잊고 싶어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탓에 잊을 수 없는 기억들.
가장 처음 떠오른 기억은 역시 승우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재앙이었다.
“내 나이 열다섯 살의 일이다.”
─구체적인 설명은 괜찮으니까. 좀 더 빠르게 설명해줘도 괜찮아.
“……일곱 재앙은 모든 사건들의 원흉이었다. 마물들을 그 세상에서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서는 모든 재앙들의 뿌리를 뽑을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막대한 희생 끝에 드디어 첫 번째 재앙과 마주했지. 그때도 이런 숲에서 싸웠다.”
─어……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
“탐욕스러운 어머니. 이브는 작은 나무들과 꽃들의 생기를 빨아먹으며 추악한 몰골로 발악하던 신단수를 보며 그렇게 명명했다.”
나무는 거대한 섬을 멸망시키고,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는 생태계를 새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호위할 네 명의 기사들과 셀 수 없이 많은 마물들을 창조했다.
신단수는 그야말로 그 섬의 어머니였다.
처음 섬에 발을 들였던 병사들 중에는 인류를 위한다는 고귀한 대의로 전쟁에 참여했음에도, 오히려 자신들이 위대한 자연에 죄를 짓는 것이 아니냐며 자괴감에 빠진 병사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신단수가 꾸민 생태계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신단수가 궁지에 몰린 순간, 거대한 나무뿌리는 그녀가 섬에 널리 퍼뜨린 모든 생물들을 흡수해서 구차한 생의 연명했다. 그 모습이 자식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어머니와 같아서.
모두들 이브가 꺼낸 명칭을 따라.
탐욕스러운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나무의 원본이 바로 저 나무였겠지.”
승우가 손가락으로 그루터기만 남은 흔적을 가리켰다.
─어떻게 네가 상대했던 것이 진짜가 아니고, 저 그루터기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야? 네 말만 들으면 오히려 눈앞에 있는 나무가 가짜 같은데 말이야.
“에너지의 단위가 달라.”
─에너지?
“만일 눈앞에 있는 신단수가 일대의 모든 생명체를 흡수한 다음, 난동을 부렸다면 내가 겪었던 것보다 더 큰 사달이 일어났을 거야. 게다가─”
이 세계에 신단수가 퍼뜨린 생물은.
얼추 계산해도 승우가 살던 세계와 자릿수가 심하게 달랐다.
그리고 승우는 뿌리 끝에 매달린 구체를 떠올렸다.
구체 속에 있는 것은 각각 하나의 세상이었다.
온갖 세상에 뿌리를 박고, 그 세계의 영양분을 흡수하던 나무가 진심으로 모든 걸 파괴하기 위해 난동을 부렸다면 그 순간 엄청난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딱히 중요한 내용도 아니지. 어차피 둘 다 죽었다. 다음 재앙은……아, 여인이었다. 탕녀. 짐승에 탄 탕녀.”
재앙이라는 족속은 대게 독특했다.
거대한 나무를 시작으로, 태산처럼 거대한 마물 위에 올라탄 거인, 형체가 없는 태풍, 벼락을 지팡이처럼 쥔 채 이를 하늘에서 쏘던 노인,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 울분에 찬 소년까지.
대부분 인간형이 많아서 저런 것들이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은 재앙들이 맞냐며 반문하는 병사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틀림없는 재앙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힘들을 마음껏 부리며, 천재지변을 가지고 놀던 재앙들. 수많은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투자하면서 겨우 여섯 번째 재앙을 잡아낸 인류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죽었다.
당시 승우의 뒤를 이은 2인자였던 이브도.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전쟁에서 사지가 뜯기고 이를 다시 붙이는 시술 탓에 요양이 필요했다.
총알과 폭탄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더 만들고 싶어도 자원이 부족한 바람에, 결국.
“마지막 재앙은 나 혼자서 잡으러 갔다.”
그리고 그때 만난 게 녀석이다.
시몬. 아담. 적그리스도 등등. 정해진 이름 없이 별칭으로 불리던 놈은 승우와 조우한 순간 미소를 지었다. 신이 정성을 다해 빚은 것 같은 근육과 외모와 달리.
그의 미소는 마치 뱀처럼 간사했다.
직후 놈의 광배는 선명한 빛을 뿜으며 전장에 참여하지 않은 병사들을, 멀리 피신한 민간들까지 제 폭격의 사정거리 안에 넣으며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그래.
피이이이이이잉!!
광배의 빛이 점점 과열하기 시작하며, 눈을 멀게 만들었다.
눈 못 뜨는 장님마저 괴롭다면서 양손으로 눈을 틀어막을 정도의 강렬한 빛이 번쩍거렸다.
그때도 이런 선명한 빛이었다.
직후.
펑! 퍼버버버벙!!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터지면서 놈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마치 장시간 이 폭격을 준비하기 위해 방출했던 힘을 충전하겠다는 양. 찰나의 휴식 시간을 보냈다. 과거의 승우는 그 시간을 놓쳤다.
폭격에 당한 사람들을 걱정하며 한 사람의 생존자라도 발견하려고 했지만, 결국 한 사람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승우는 귀중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낭비했다.
반면, 지금은 더 이상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하더라도, 다음 공격 타이밍을 주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이제는 알기에.
시몬이 하늘에서 땅바닥으로 내려온 순간.
챙!
검이 시몬의 목을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