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50화(35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50화
모든 것이 이어졌다(5)
정확하게 목을 노린 검.
놈의 목을 양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휘둘렀다.
캉!
목에 닿은 검이 불꽃을 튀겼다.
너무 단단해서 검이 비명을 질렀다.
결국 시몬의 목을 자르기는 무슨, 겉의 피부 한 장 베지 못했다.
‘무슨 금속도 아니고.’
목에 마력을 더해 피부를 질기게 만든 것도 아닌 주제에.
철컥.
검의 날을 확인해 보니 살짝 이가 나갔다.
방금 시몬의 목과 부딪힌 부분이었다.
‘의념을 두른 검이었다.’
마력도, 검기도 아니었다.
막 탄생하는 별처럼.
죽기 직전에 생명을 불사르는 별빛처럼 찬란하고 강렬한.
순백의 검강(劍罡)이 깃든 검이 피부조차 베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상하기 이전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 어떤 마물도, 심지어 내가 상대한 마인 중 가장 지랄맞았던 바알도 이런 방어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쯤 되면.
‘내 힘이 부족한 게 아니야.’
공격력은 충분했다.
오히려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다.
질긴 피부와 미친 재생 능력을 자랑하던 바알도 검기에 잔뜩 베였으며, 검강에는 다진 고기가 되었다.
다시 재생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파서 그렇지.
지금까지 내 공격이 통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시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내가 놈에 대해서 모르는 능력이 있었나?’
날개를 펼치기 전에는 약하지만 불사.
날개를 펼친 이후에는 강하지만 죽는다.
이외에 수많은 전투 능력을 보유한 괴물 중 괴물.
분명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 기괴한 방어력은 대체 뭐지.
차라리 이렇다면.
‘한번 끝까지 가자.’
덥석.
왼손으로 허공을 붙잡았다.
‘내 손에는 검이 들렸다.’
허공에 보이지 않는 검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검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마음의 검. 정해진 모습도, 길이도, 개념도 없는 한 자루의 도검은 검사의 실력에 따라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지고의 검이.
내 손에서 절단할 대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걱!
존재하지 않는 칼자루를 잡고 크게 그었다.
시몬을 절반으로 양단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품자, 시몬이 서 있던 공간이 통째로 베였다.
반으로 절단된 공간.
시몬이 선 곳을 기준으로 공간이 정확하게 세로로 잘렸다.
당연하지만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놈이 피할 기회조차 주지 않기 위해 공간을 베었으니 순간 이동으로도 피할 수 없었다.
마음을 품는 것에는 시간도 공간도 무의미한 법.
검사가 자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이미 세계는 검에 의해 반으로 잘린 상흔이 깊게 새겨진 이후였다.
“아아. 무서워라. 잘못했으면 반으로 잘릴 뻔했네요.”
“……!”
마음의 검이 공간과 함께 시몬을 벴다.
이걸로 시몬은 그대로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야 정상이다.
아무리 믿을 수 없는 방어력을 가진 괴물이라도, 마음의 검을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음에 물리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내 검은 물리적인 단단함과 질김을 무시해야 옳다.
하나 세로로 갈라졌을 시몬의 몸은 멀쩡했다.
그나마 생긴 상처가 붉고 기다란 실선.
그가 하나 생긴 게 전부였다.
─네가 말한 검이라는 거. 뭐든지 벨 수 있는 거 아니야?
‘본래라면 그렇지.’
심검이란.
모든 무인들의 꿈이자 이상향.
그러나 이 결과물은 심검지로의 경지에 도달한 끝에 얻어낸 절기로 펼친 결과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당연하게도 당사자인 나 또한.
멀쩡한 시몬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반으로 잘린 다음에 재생하는 것은 그렇다고 칠 수 있는데 애초에 공격이 이렇게까지 얇게 들어간다고?
‘그 시절의 놈은 이 정도로 단단하지는 않았는데.’
혹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아니, 지금도 악몽에 나오는 선명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잊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머릿속으로 과거가 스쳤다.
그 시절 검술을 통달하고 육체도 완성시킨 나는 성스러운 검 한 자루를 휘두르며 놈을 몰아붙였다.
시몬이 커다란 날개로 도주하면 순백의 별빛이 검에서 쏘아져. 그 거룩한 생김새의 흰 날개를 붉게 물들였다.
물론 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왜 자신이 재앙이라고 불리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양.
광범위 폭격. 뱀을 창처럼 길고 단단하게 만들어서 휘두르던 수준 높은 창술. 단일을 대상으로 펼치는 압도적인 화력.
이 모든 걸 선보이며.
모든 것을 천재지변처럼 분쇄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놈을 상대로 승리했다.
혈혈단신. 초월적인 괴물을 상대로 홀로 승리를 거둔 그 시절의 나 또한 상식을 벗어난 괴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비록 지금의 육체는 그 시절과 같지 않다.
그렇지만 이미 한 번 시몬을 꺾은 전적이 있는 나라면 육체의 부족함을 주술과 마법이라는 새로운 패로 무마할 수 있을 터.
나는 자세를 잡으며 재차 검을 쥐었다.
형체조차 존재하지 않는 검에 의념을 실었다
────!!!
마력을 더 쥐어짤 작정으로.
────!!!
모든 사고 능력과 집중력이 검에 모일 즈음.
─그런데 말이야.
타마모가 의문을 제기했다.
─어째서 눈앞에 있는 녀석과 네 기억 속에 있는 놈을 동일시 여기는 거야? 혹시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있잖아. 안 그래?
‘……그게 무슨 소리지.’
당연히 같은 놈이지.
시몬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내 기억과 똑같은 외형, 똑같은 권능, 똑같은 전투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묻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네가 죽였다는 놈들이 왜 살아 있는데. 네가 죽였다면 여기에 없어야 정상이잖아.
‘…….’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다.
죽였으면 눈앞에 살아서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이다.
만일 시체가 살아서 움직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시몬처럼 쌩쌩한 상태로 살아서 움직이는 망자?
적어도 그녀는 살아생전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주술의 극에 통달한 위대한 주술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괴현상?
그런 게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여 자신의 주관과 지식에 따라서 작금의 상황을 분석했다.
지금처럼 죽인 놈이 살아 움직이는 경우.
결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타마모가 세 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진짜로 네가 죽인 그놈과 동일 인물이 맞는데 모종의 이유로 부활했다던가.
첫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아니면 네가 죽였다고 생각했을 때, 실은 죽지 않아서 몰래 도망쳤을 가능성도 있지. 그렇지만 꼼꼼한 네 성격에 이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
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이제 남은 마지막 가능성.
세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네 기억이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지.
‘……내 기억?’
‘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 뭔가 의심스럽거나 의뭉스러운 기억을 떠올린 적 없었어?’
‘의심스러운 기억?’
─그래,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처럼 앞뒤 맥락 없이 중간만 사라진 기억 같은 거.
‘…….’
─갑자기 말 수가 줄어든 걸 보니까. 있는 모양이네.
그 말을 들으니까.
하나 떠올랐다.
‘이 소설의 결말 부분.’
백은호가 내게 말했다.
이브가 집필한 소설의 끝을 아는 존재는.
그녀의 곁에서 작품 활동을 도와준 내가 유일하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면 아무도 모른다고 확언했다.
당시 나는 그 기억을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라서 까먹었거나, 이브가 일부로 지운 기억이라고 생각하고서 넘어갔다.
할 일도 많았고.
진지하게 고민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단서가 생겼다.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단서에 내 머리가 혼란에 빠졌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번뜩이는 직감이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쐐기를 박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누가 내 기억에 개입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지?’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부터 모든 기억이 조작된 거짓일 가능성은 전무했다. 내 정신력은 일반인과는 궤를 달리했다.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도, 사실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보다는 그 어떤 고난을 겪고도 꺾이지 않은 정신만이 내 자랑이었다.
만일 세뇌에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도 내 근본을 뒤흔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놈이 내 머릿속에서 어떻게 건든 기억은 분명.
‘시몬. 놈에 대한 정보가 분명하다.’
내가 시몬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전부 조작된 가짜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 원칙이 분명해졌다.
“후후. 왜 그렇게 가만히 서서 멍하니 계시나요? 아, 아까 그 여우 아가씨와 대화를 하고 계셨군요.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무슨 작전을 짜더라도 이 상황을 타파할 순 없습니다──닥!”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당당하게 말하던 시몬의 발음이 뭉개졌다.
반지에서 꺼낸 도검을 투척 무기처럼 던졌다.
검기에 휩싸인 도검.
도검이 정확하게 목젖에 강타하자 시몬이 쿨럭쿨럭 기침을 토했다.
“오. 목젖을 치면 발음이 뭉개지는 모양이네.”
“다, 당신 지금 이게 무슨 예의입니까?! 저는 당신이 저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팔던 순간에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내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눈치로 말하니까.
시몬이 발끈했다. 그는 조금 전 내가 그를 공격하지 않던 순간을 언급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예의? 안 건드려? 그때도 내 눈은 너를 향해 고정한 상태였거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라. 게다가 너, 실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내가 어떻게 나올지 확인한 다음에 반응할 계획이었지?”
“그게 무슨 망발……!”
“음, 한번 낚아내려고 해본 말이었는데 잘 통한 것 같네.”
어디 보자 목젖이 약하고,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전투 스타일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게 되새기듯 중얼거리자 시몬의 얼굴이 한껏 빨개졌다.
놈의 등 뒤에 달린 새하얀 날개와 대조되는 탓에 시몬의 얼굴은 유독 새빨간 토마토처럼 보였다.
“당신…… 지금 저를 비웃고 계십니까?”
“비웃다니. 내가 널 비웃을 자격이 될까.”
나는 자세를 잡았다.
일검.
제대로 휘두를 작정으로 온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너 같은 놈에게 속다니. 나부터가 어리석은데 감히 널 비웃을 자격이 있을 리가 없지.”
시몬.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날개 달린 재앙, 시몬.
곰곰이 앞뒤 기억을 대조해 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전장에서 놈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내가 부른 명칭은 오직 둘.
“날개 달린 뱀 혹은 아담.”
이렇게 두 명칭이 전부였다.
나는 놈을 애초에 놈을 시몬이라고 부른 적이 아예 없었다.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새삼 나도 참 멍청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무슨 뜻이죠.”
저거 봐라.
태연함을 가장하게 무슨 소리를 하냐며 되묻는 모습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재앙이었다면, 과거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한껏 비웃었을 것이다.
그는 무척이나 오만한 존재.
타인에 대한 조롱과 멸시가 기본인 존재였다.
“무슨 뜻이기는. 네가 내가 기억하는 그 괴물이 아니라는 뜻이지.”
“…….”
“이제는 발뺌도 안 하나. 왜, 연기하는 게 지친 모양이지?”
안 그러냐?
“시스템.”
시스템이 내 적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식한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래. 이브와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여러 가지 제약에 걸린 것 같았다. 물리적인 제약이라면 내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었겠지. 내게는 심검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특정 단어나 묘사 등. 자신의 입맛대로 정보를 검열하고 통제하는 식으로 제약을 걸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존재할까?
“내가 판단하기에 이 세상에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녀석은.”
너 하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