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52화(35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52화
일곱 재앙(2)
파란이 나를 덮쳤다.
폭풍은 피할 새도 없이 사방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슥.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폭풍을 양단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휘두른 검은 순식간에 폭풍을 갈랐다. 인간이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천재지변을 이겨냈다. 그렇지만 재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르릉─!
하늘이 검게 물들면서 먹구름이 잔뜩 꼈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 푸른빛의 전하가 부르르 진동한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곧 저 하늘 위에서 천둥 번개가 떨어진다.’
벼락이. 아주 큰 벼락이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벼락은 나무가 피뢰침의 역할을 해주기는 개뿔.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번개인 듯. 내가 고속으로 움직이자 저 먹구름 속에서 방출되는 거대한 에너지가 나를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먹구름과 번개.
누구인지 알겠다.
‘네 번째 재앙.’
외딴섬에서 마주한 놈은 새하얀 구름 위에 군림한 왕이었다.
황금의 왕관과 황금의 왕좌 그리고 황금의 창. 이 모든 것을 보유한 채 수백의 발키리들을 부리던 녀석은 어쩌면 왕보다도 신에 가까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구름 위에서 생활하던 그들과의 전투는 매우 필사적이었다. 아마 내가 겪어본 전쟁 가운데 가장 참혹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나는 그곳에서.
‘스승님을 잃었으니까.’
정말 많은 전우들을 잃었다.
역대 사상 최대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오죽하면 군대가 1년 동안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 규모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잠겼던 나는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인근의 섬에서 1년 동안 잔류한 채 죽은 자들을 위한 무덤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겨우 상처가 회복되나 싶었지만, 녀석이 사출했던 번개는 토벌당하고도 무려 1년이 지나도록 그 위력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한없이 잃었다. 내 사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나 혼자만 우두커니 살아 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과 절망감은 나를 지옥의 밑바닥까지 추락시켰다.
죽지 못해서 살았다.
정말로 죽지 못해서.
그냥 살아 있어서 살았다.
그 탓일까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잔존할 마물들을 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토벌한 끝에,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승리했다는 성취감도 드디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아니라. 어째서 나만 살아남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자기 파괴적인 절망감이었다.
죽고 싶었다.
그냥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죽음을 각오할 때마다 나 같은 놈을 구하겠다고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의 면면이 뇌리에 스쳐서 도저히 그냥 죽을 순 없었다. 그래, 기왕 죽을 것이라면.
‘의미 있게 죽어야지.’
그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죽였던 것과 같은 개체로 보이는 일곱 마리를 전부 죽일 기회가 왔다. 저 일곱 마리와 함께 동귀어진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미 있는 죽음일 터.
‘그렇지만 어째서 신단수를 흡수한 것이지?’
재앙은 각각의 단일 개체가 세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유했다. 다만 신단수의 경우 다른 재앙들에 비해서 보유한 힘이 약한 편에 속했지만, 그 빈자리를 수많은 부하들로 대체했다.
그리고 뿌리 끝을 날카롭게 세워. 뿌리가 땅바닥을 뚫고 올라와서 사람들의 발등을 뚫고, 다리부터 머리까지 한 번에 관통하는 공격은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땅속에 존재하는 온갖 영양분을 흡수한 뿌리는 금속 무기나 총알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서 피할 방법이 없었고, 높은 나뭇가지에 열린 열매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것이야말로 융단폭격이었다.
그런 강력한 공격 수단과 더불어서 흡수한 영양분만큼. 아무리 베어도 다시 재생하고 부활하는 회복력까지 갖춘 신단수. 그 신단수를 고작 그루터기 하나 남기고 흡수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서 피해.
깊은 생각에 잠긴 한편.
나는 검을 휘두르며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뭐?’
─나름 오감을 날카롭게 세우고 생각에 빠진 모양인데, 지금 발밑을 봐봐. 뭐가 다가오고 있지 않아?
‘다가온다고?’
지금까지 등장한 아담과 탕녀, 먹구름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인도하기 위함이었다. 셋의 매서운 공격과 그물망을 요리조리 피하며 오감을 극한까지 날카롭게 세운 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찰나.
타마모가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뭔가 불안한 기색에 다리에 힘을 줬다.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허공에 뛰어오르려는 순간.
쿵!
내가 선 지반이 무너졌다.
쿠구구궁!
땅바닥이 거세게 흔들린다.
저 멀리 위치한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거대한 진동에 무언가 거대하고 빠른 것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쿵! 쿵! 쿵!
바로 그때 들려오는 땅에 거칠게 박히는 소리.
아니, 땅에 박히는 게 아니다.
무언가가 땅바닥을 뚫고 나타난 것이다.
때마침 허공으로 뛰어오른 내 눈에 보인 것은 수천 개가 넘는 나무뿌리였다. 기억과 똑같은 길이와 두께의 뿌리들. 기억과 정말 흡사한 모습에 나는 손뼉을 쳤다.
“얼씨구. 어쩐지 이래서 뿌리는 흡수하지 않았구나.”
그루터기만 남긴 이유가 있었다.
“신단수의 생명력과 영양분과 더불어 권능도 포식한 모양이네.”
가장 탐욕스러운 어머니. 신단수.
그녀는 모든 생태계의 어머니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에 속하는 모든 영양분을 무자비하게 흡수했다. 모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은 그녀의 자식.
그리고 신단수는 필요에 따라 제 자식들을 거름으로 만들어.
이를 흡수하여 제 배를 불린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첫 번째 권능.’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신단수가 보유한 권능은 총 두 개였다.
놈을 벌목한 경험이 있는 나조차 평생토록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 세계에 온 이후 신단수의 뿌리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신단수의 두 번째 권능. 그녀의 또 다른 별칭, 세계수에 걸맞은 그 권능은 다름 아닌.
세계와 세계를 잇는 권능.
다시 말해.
“뭘 이렇게 많이 소환해.”
신단수의 권능을 포식한 시스템이 원한다면.
그는 언제든지 신단수와 연결된 세계를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땅 위로 나온 두꺼운 뿌리 하나.
어지간한 거목의 몸통보다 큰 뿌리의 끝에 맺힌 유리구슬이 검은빛으로 반짝였다. 그 구슬은 내가 봤던 구술 중 하나였다. 마인들과 똑같은 기운이 느껴졌던 악마들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이 시스템의 허가에 의해 열렸다.
“몬스터 웨이브. 아니, 저걸 악마 웨이브라고 해야 되나?”
허공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했다.
던전처럼 보이는 그 균열을 문 삼아서 수많은 악마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마치 사탕을 잔뜩 담은 핼러윈 봉투를 쏟아내는 것처럼 악마들은 끝을 모르고 차곡차곡 쌓였다.
펄럭펄럭.
날개 달린 시스템이 이쪽으로 다가와서 균열을 살펴봤다.
봉투 속에 사탕이 더 남았나 확인하는 아이처럼 고개를 균열 너머로 빼꼼 내밀자. 때마침 균열에서 쏟아지던 악마들이 전부 다 나왔다.
“휴우, 이제 다 나왔네.”
시스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균열을 닫았다.
그러고는 신단수의 뿌리를 다시 땅속에 집어넣었다.
“어디 보자 대충 3만 마리 정도 되려나?”
고속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의 동공.
순식간에 악마들의 인원수를 헤아린 시스템이 악마들을 집어 들었다.
바닥에 쓰러진 악마들은 하나같이 얇은 몸과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들 하나같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 같은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잠시.
시스템은 얇은 악마들 가운데 유독 기척이 없는 놈들은 수류탄 던지듯 내게 집어던졌다.
펑!
작은 악마의 머리가 터졌다.
검은 뇌수와 노란 피가 섞인 악마의 부산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거.”
피의 상태가 살짝 이상하다.
아무리 수많은 마물을 죽인 나라도 악마를 죽여본 경험은 없었다.
마인이나 인간이라면 몰라도 악마는 성격에서나 읽은 존재였으니까.
‘그렇지만 만일 기본적인 생리는 인간과 같다면.’
뇌수와 피의 색깔이 인간과는 다르다.
그러나 피의 점성과 뇌수의 상태.
이 둘을 미루어보면.
“진작에 죽은 녀석이었군.”
머리가 터지고도 전에 죽은 악마들투성이다.
“음? 그런 것까지 보이나?”
시스템이 의아하다는 눈치로 물었다.
마치 내가 악마를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생각해 보면 저 모습으로 내게 한 말도 그렇고.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
나는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야 뻔하지. 저렇게 피골이 상접한 놈들이 어떻게 살아 있겠어.”
악마들의 검은 피부에 장기와 뼈가 그대로 드러난다.
기아로 굶주려 죽은 인간의 몰골도 저것보다 앙상하지는 않을 터.
상식적으로 저런 걸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다.
“그래? 좋은 관찰력이로군. 하기야 너는 언제나 그랬지.”
좋은 관찰력을 운운하는 시스템.
그래 내 관찰력 좋지.
그러면 어디.
스릉─!
네 관찰력은 얼마나 좋은지 한번 보자고.
검이 고속으로 이동하며 허공을 베었다.
순식간에 출수한 검이 재빨리 반원을 그리자, 거대한 반원의 참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서걱!
참격에 닿는 것은 무엇이 됐든 반으로 잘려 나갔다.
무식할 정도로 검기를 때려 박은 일검.
그 여파는.
쿵! 쿵!
온갖 천재지변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나무들을 베어냈다.
나무를 베어도 멈출 줄 모르는 순백의 검기는 피골이 상접한 악마들의 시체와 그나마 살아남은 소수의 악마도 베어냈다. 그들의 몸통을 깔끔하게 자른 검기는 드디어 재앙들에게 도달했다.
일곱 재앙 중.
신단수의 그루터기 속 나이테.
탕녀의 마지막 짐승의 눈알.
먹구름 속에 몸을 숨긴 거신의 머리.
아담의 두 날개.
각각의 부위를 정확하게 노린 검기는 기어코 모든 걸 도려냈다.
쿠구구구구구궁─!!!!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앉았던 잿더미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사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상황. 아무리 눈을 마력으로 강화해도 앞이 보이질 않는다.
초인적인 안력으로도 걷히지 않는 시야.
‘큭! 일단은 회복을……!’
그 상황 속에서 내 판단을 오감만을 날카롭게 내세운 채.
나머지 리소스는 전부 회복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팔 부상이 너무 심해.’
사람은 계속되는 자극에 적응하듯.
유독 고통에 무딘 나였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날린 참격은 아무리 나라도 쉽게 꺼낼 수 없는 개념이었다.
─솔직히 방금 그 기술은 좀 무리였어.
‘나도 알아.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예를 들어서 상대를 베기 위해서는 검을 꺼내 휘두르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응당 검술로서 갖춰야 할 모든 과정.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검기에 의념을 잔뜩 투영했다.
이 검기는 방어해도 막을 수 없다.
재앙조차 방어할 수 없는 의념을 검에 잔뜩 투영해서 휘두른 까닭에 내 몸은 크나큰 반동을 입었다. 단순히 팔이 부러지거나, 마찰력 따위에 불타는 정도라면 괜찮다.
하지만.
“……!”
팔이 검붉게 괴사하며 뜯겨 나가는 감각은 버티기 힘들었다.
─팔이 이 모양이 됐는데 어쩔 수 없기는! 내가 지금 당장 팔을 치료할 테니까. 너는 내 보조를 해.
‘아니, 치료는 됐어.’
서걱!
망가진 오른손을 대신해서 왼손의 의수로 검을 휘둘렀다.
깔끔하게 베어낸 흔적. 그렇게 내 어깻죽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툭!
생각보다 많은 살점과 피가 떨어졌다.
─너 지금 무슨 짓을!
“나는 됐고 앞이나 봐.”
하늘 높이 솟은 잿더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흐릿한 그림자 정도는 보였다.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그림자는 총 일곱.
하나같이 거대한 덩치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나머지 세 마리도 이제야 여기를 보는구나.”
방금 그 참격에 범위에는 숨어 있던 세 마리도 들어왔을 터.
내 검기를 정면에서 맞은 녀석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