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55화(35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55화
일곱 재앙(5)
승우가 검을 휘두르면 시스템이 막고.
시스템이 날개를 활짝 펼쳐서 공격을 날리면 필사적으로 피한다.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누가 유리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지금 이 싸움은 너무할 정도로 승우에게 불리하다.
‘이것들을 다 언제 상대하지?’
탕녀의 짐승을 죽였다.
땅속에 남은 신단수의 뿌리를 죄다 묶어뒀다.
타인의 도움으로도, 자력으로도 빠져나올 수 없도록 약식으로 봉인까지 진행했다. 이걸로 신단수는 더 이상 싸움에 관여할 수 없었다.
거대한 바다뱀처럼 생긴 괴물.
몸에서 안개를 내뿜으며 내 신경을 건드렸던 괴물도 검의 녹으로 전락했다. 지금 이 순간 승우는 무려 셋이나 되는 재앙을 홀로 잡았다. 인류가 각각의 재앙 하나하나에 죽을 둥 살 둥 목숨을 걸었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믿기지 않는 성과였다.
본인이 해냈음에도 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업적에도 승우의 표정은 펴질 일이 없었다.
‘세 마리를 죽였다.’
일곱 마리 가운데 세 마리.
홀수이기에 깔끔하게 절반으로 뚝 나누어지는 숫자는 아니었지만, 절반도 안 되는 재앙들을 잡는 데 서 있을 힘을 제외한 모든 체력과 기력과 마력을 소모했다.
반지 속 아공간에 구비해 둔 포션의 힘을 빌린다면 어떻게든 마력은 보충할 수 있지만 체력과 기력이 문제다.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진짜 미치겠네.’
재앙은 승우의 공격을 맞아도 치명상에 그칠 뿐.
방어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승우의 경우. 인간의 연약할 골육으로 이루어진 그의 몸에는 재앙의 사소한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상으로 다가왔다.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 승우는 숨을 헐떡거리며 날아가기 직전의 의식을 붙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몸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며 의식이 점멸했다.
“아……! 진짜!”
승우가 드물게 짜증을 대놓고 발산했다.
아무리 매사에 초연한 승우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침착하지는 못했다. 이 상황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이 세계의 최종 보스라는 존재는 승우가 지금까지 대비한 모든 수를 무의미하게 했다.
‘사실 이 정도면 엄청 잘했어. 잘했는데……!’
대비가 되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내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성과를 냈다. 이제 남은 재앙은 네 마리.
그런데 말이다.
각각 세 번째 재앙, 네 번째 재앙, 여섯 번째 재앙, 일곱 번째 재앙이라고 불리는 놈들을 동시에 상대할 여력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좀 너무하네.’
재앙은 여러 방면에서 승우보다 우월했다.
가장 기본적인 머릿수도 많은데 신체 능력도 우월하다.
아무리 베어도 죽지 않는 체력.
움직임 하나하나가 땅을 크게 울리게 만드는 근력과 질량.
사람과 마물 사이의 체급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차이는 좀 너무할 정도였다. 그런데 재앙들은 각자 본인들만의 고유한 권능까지 보유했다.
개체에 따라서는 복수의 권능을 가진 재앙도 있고,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네 번째 재앙처럼 유사시 수십 만에 달하는 군세를 소환해서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재앙도 있다.
‘반면 내가 보유한 것은 꼴랑 기술이 전부다.’
굳이 첨언하자면 승우는 지식과 경험도 다른 재앙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었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사람 머리가 똑똑해도 별다른 무기가 없다면 고릴라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처럼 말이다.
‘좌측으로 꺾어서 네 번째 재앙을 낚고, 놈들을 일망타진한다.’
승우는 순간순간 재빠른 판단으로 온갖 전술을 펼쳤다.
지금까지 뛰어난 상황 판단력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고, 전술로 세 마리의 재앙을 물리쳤다.
아무리 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재앙들이 일곱이나 모여도 그런 난관을 몇 번이나 넘어선 검사를 가볍게 짓밟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반대로.
재앙 일곱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승우에게도 무리였다.
퍽!
거대한 무언가가 승우를 타격했다.
정확하게 복부를 노린 공격에 의식이 멀어졌다.
그나마 마력으로 내구를 높인 덕분에 몸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이거 안쪽은 썩어 문드러진 열매처럼 죄다 터졌겠지.
“이런…… 개!”
승우가 단전에서부터 용솟음치는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움켜쥔 찰나.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쇄도한다.
하얀 단검처럼 보이는 그것은 날개. 시스템이 차지한 육체 ‘아담’이 가진 날개에서 쏘아내는 깃털의 비였다.
퍼버버버버벅─!
강철도 찢어버리는 깃털의 비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어디로 피했으려나?”
시스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당연하게도 방금 이 공격이 승우를 끝장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0분. 고작 승우와 싸움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재앙이 셋이나 쓰러졌다.
비록 그중 한 마리는 시스템이 직접 나무 윗부분을 뽑아서 흡수한 덕분에 힘이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재앙의 격이 손상된 것은 아니었다.
신단수는 나뭇가지가 없어도 강하다.
그녀의 진정한 힘은 뿌리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재앙들과 함께 죽었다.
시스템은 승우가 당연히 이 공격을 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막았겠지.
서둘러 승우를 감지하고 재차 공격을 가하려던 순간.
푹!
검이 시스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
시스템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이마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얼굴 전체로 피로 물든 야차를 마주할 수 있었다.
“빠르기도 참 빠르군.”
승우는 후방에서 시스템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은 곧장 그의 심장을 베었고, 그의 장기를 난도질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죽지 않았다. 심장이 찔린다고 죽는 것은 하등한 미물이나 그런 법이다. 승우 같은 인간도 장기가 터졌지만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이토록 날카롭고 예리한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아직도 이런 속도를 숨기고 있을 줄이야.
“대단하네요.”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렇지만.
“죽어가는 몸으로도 이토록 처절하게 싸운다는 게 말이죠.”
승우는 개인이고 시스템은 다수였다.
이상한 기척을 눈치챈 승우가 재빠르게 검을 포기하고 도망쳤다.
검은 여전히 시스템의 가슴에 꽂힌 그대로였다.
그러나 가슴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검이 꽂힌 그 상태로 몸이 멋대로 수복을 완료할 정도였다. 결국 시스템은 자신의 가슴에 꽂힌 칼을 직접 빼냈다. 상처가 회복된 덕분에 칼을 빼내는 과정은 꽤나 뻣뻣했다.
그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하지 못한 승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아, 방금 그걸로 무력화는 시켰어야 했는데.”
공격에 실패한 승우는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고민했다.
나머지 넷은 어떻게 죽이지?
답이 없는 상황. 내가 힘에 부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도망칠까?’
도망친다면 어디로 도망치지?
이 세계의 어딘가? 아니면 이브의 소설 속 세계?
아니지 애초에.
‘재앙들을 피해서 도망칠 수 있을까?’
힘이 다해가는 승우와 치명상은 입었어도 아직까지 건재한 재앙들.
도대체 뭘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그때.
“잠시만 실례할게요!”
“너……!”
덥석!
뒤에서 내 어깨를 잡은 작고 여린 손.
조금 전 재앙의 움직임을 사각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마력을 아주 넓게 흩뿌렸을 때, 루나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최대한 녀석의 쪽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몸으로 더 싸울 생각은 아니시죠?”
설마하니 루나가 내 쪽으로 올 줄이야.
루나가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왼손으로는 품에서 오색찬란한 보석을 꺼냈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입력한 좌표로 이동하는 공간이동 마법이 내장된 기물.
‘저런 기물은 이런 상황에서 망가지거나 작동하지 않게 마련인데.’
공간 이동 마법은 좌표의 정확도와 안정적인 주변 환경이 중요한 마법이었다. 마법을 시전하려는 주변에 아주 작은 이상이라도 일어나면 쉬이 조작하기 어렵다.
하물며 지금처럼 온갖 주술과 권능의 여파로, 일대의 대기 속 마력 농도가 숨통이 찢어질 정도로 짙은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저거 절대 못 사용한다.
그렇게 확신한 승우의 눈에 보석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반짝거리는 보석.
설마 저거. 지금 올바른 좌표를 향해 이동하려고 작동하고 있는 거야?
‘설마?’
승우가 다시 한번 보석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오색의 보옥.
돈 많은 부호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보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연 상태를 가공해서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질 때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보석이었다.
흑연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과 같은 논리.
그렇지만 여기에 사용된 것은 흑연이 아니라 목탄이었다.
그것도.
‘신단수를 태워서 만든 목탄을 직접 가공해서 만든 보석.’
목탄으로 어떻게 보석을 만들었는지는 고사하고.
신단수를 가공해서 만든 보석이라니.
승우의 눈이 보석에 고정되어 있다가 돌연 눈앞의 재앙들을 향했다.
‘저들과 동급의 존재로 만든 물건이라면.’
돈만 주면 구할 수 있는 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거라면 반드시 작동한다.
탁!
승우는 루나의 손에 들린 보석을 빼앗았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좌표 수정도 못 하는 놈에게 이런 기물을 사용하게 둘 것 같냐.”
왼손에 보석을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색의 보옥. 그 속에 담긴 좌표를 통째로 뜯어고친 승우는 재빨리 내장된 마법을 전개했다. 재앙이 음속을 초월한 공격을 내지르기 직전.
“…….”
승우가 잘 있으라는 눈치의 미소를 지으며 전장에서 이탈했다.
쿵!
거대한 손에 채찍처럼 휘어져 승우가 서 있던 땅을 타격했다.
어찌나 강력했는지 타격받은 땅을 중심으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상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재앙이 타격한 것은 승우가 아니라 그가 공간 이동하면서 남은 잔상이었기에.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 *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괴물들하고 싸웠어요?!”
보옥을 전개한 루나는 신단수가 수많은 세계로 뿌리를 뻗는 과정에서 생긴 차원의 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루나의 잔소리를 듣자 하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누가 싸우고 싶어서 싸운 줄 아나.”
“그러면 도망쳐야죠!”
“나 혼자서? 일곱 재앙들을 상대로?”
그 일곱 마리가 나를 붙잡기 위해 그물망을 펼친다면.
아, 상상만 해봤는데 끔찍하다.
아마 사지 온전하게 도망친다면 기적이요. 사지가 전부 잘린 채 도망쳐도 기적이다. 십중팔구는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무슨 소리를……! 당연히 저도 데려가야죠!”
“…….”
“어떻게 혼자서 도망칠 생각을 하세요.”
나는 루나를 말없이 쳐다봤다.
아무래도 얘는 포인트를 잘못 잡은 모양이다.
“……안 도망쳤잖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귀를 닫았다.
이후로도 루나는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듣던 내 의식은 천천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조금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