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59화(35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59화
사지 없는 검사(4)
“도망치자고 했는데. 도망칠 방법은 있어?”
승우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분명 하늘이 있어야 할 곳에는 우주를 연상시키는 색깔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곳이 신단수가 연결한 차원과 차원 사이의 단층임을 증명하는 풍경이었다.
마치 우주가 코앞에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
그러나 승우가 가리킨 것은 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이 단층에서 벗어나면 곧장 놈들의 공격이 쏟아질 거다.”
재앙을 괜히 재앙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일대의 모든 공간을 잿더미로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공격이 4개가 동시에 쏟아진다고 가정한다면.
“내 생각에는 못 피할 것 같은데.”
─피하지 못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반드시 피해야 해.
엄청 중요한 것 같은데 말이지.
뒷말을 삼킨 승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남은 네 마리의 재앙. 놈들의 주된 공격 패턴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질 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연계될지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렇게 승우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저기요. 구미호님.”
─갑자기 왜 부르니?
“수님이 깊은 생각에 빠지신 이 타이밍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루나가 타마모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특이한 이름을 거론하면서 궁금한 게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타마모가 귀에 익지 않은 이름에 당황했다.
수? 수님?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누굴 호칭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타마모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때. 고뇌에 빠진 승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그래 지금은 그런 이름이었지.
잠시 까먹고 있었다.
‘수’는 이 땅에서 사용하는 승우의 가명이었다.
그는 협곡에 은둔한 인간 전설의 영웅.
수백 년 전부터 구전되던 전설 속의 인물이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그 전설을 기억하고, 수십 년 전에도 목격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보아서는 엘프처럼 수백 년 동안 사는 장수종의 영웅일 터.
─내 계약자한테서 무엇을 묻고 싶은데?
중요하지 않은 임시 가명이라서 잠시 까먹고 있던 타마모가 대신 질문을 받으려고 했다. 지금의 승우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왜냐하면 재앙들의 공격 속에서 도망칠 방법은 타마모의 머리로는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술과 전략은 놈들에 대해서 잘 알고 승우가 하는 게 옳았다.
그래서 질문을 대신 받은 것이었지만.
“아, 그러면 말이죠.”
그녀는 곧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도망친다는 게 도대체 어디로 도망친다는 소리인가요?”
루나의 질문을 들은 타마모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맞다. 얘 우리 대화 소리가 들리지 참.
정확하게는 타마모의 목소리만 들었겠지. 그렇지만 둘만의 대화였던 만큼 단편적인 편린만으로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너. 어디까지 들었니?
“예?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타마모 씨의 말만 들었어요. 아무래도 두 분은 속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모양이네요.”
─……그래, 우리는 옥 반지라는 강력한 매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속마음으로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단다.
단, 타마모는 육성으로 말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하. 그래서 저 사람이 침묵해도, 두 분이 대화가 가능했구나.”
루나가 이제야 알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루나는 타마모의 반투명한 영체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타마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 몸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말이 들리는 방향을 통해서 타마모가 어느 곳에 있는지 추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귀찮네.
타마모는 자신이 있는 곳을 똑바로 쳐다보는 루나가 거슬렀다.
아예 침묵할 수도 있었지만 타마모는 그녀의 능력과 위치를 떠올렸다.
만물과 대화하는 능력과 엘프들의 공주. 무척이나 유용한 점투성이였다. 만일 그녀가 ‘이면 세계’에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냥 말해줘도 상관없겠지.
이면 세계는 이미 멸망해서 차원의 틈을 둥둥 떠다니는 옛 잔재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옛날에 일어났던 일의 재생에 지나지 않는다. 뭐 빌어먹을 재앙들은 그런 게 아닌 것 같았지만.
적어도 루나는 이 이면 세계에 속한 인물이 확실하니까.
여기서 단호하게 선을 그어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멀리 도망칠 생각이야.
“네……?”
─안타깝지만 우리 둘의 힘만으로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너도 알잖아. 세 마리는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네 마리는 유독 격이 달라.
“자, 잠시만요. 아직 이해 못 했……!”
이해 못 했어?
그러면 다시 한번 제대로 말해줄게.
흠흠, 타마모가 목을 풀고 크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방법이 있고, 우리는 저 괴물들을 피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예정이야.
“……아.”
잔인할 정도로 친절한 설명에 루나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졌다.
왜냐하면 저 말은 더 이상 그 빌어먹게 강력한 괴물들을 퇴치하는 것에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자신의 백성의 연합의 사람들이 다 죽는다는 소리였으니까.
루나의 고개를 바닥에 떨어졌다.
“그야…… 당연하네요. 애당초 연합은 진작 그 괴물들의 공격 여파에 이미 대부분 전멸했겠죠.”
승우와 다르게 연합의 사람들은 강하지 않다.
재앙의 초월적인 권능에 살짝 닿은 여파만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에서 더 싸우려는 것이 멍청한 짓이었다. 루나도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크게 다쳤던 승우가 타마모와 함께 맞서기 위한 무기를 만들며 괜한 희망을 품었던 까닭일까?
루나의 가슴은 한없이 무겁고 쓰라렸다.
─잘 알고 있네. 그러니까 우리는 떠날 생각이야.
“그러면 저는…… 연합의 수장답게 끝까지 저항하다가 떠나겠습니다.”
─그래, 그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본래 재앙과 천재지변이란 그런 법이니까.
타마모가 그런 루나에게서 고개를 돌린 순간.
“아니.”
승우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 여자도 데려간다.”
─저 여자를 같이 데려간다고?
“……저를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타마모가 질문했다.
─아니, 이 이면 세계에 속한 사람을 데리고 뭘 할 생각이야?
“지금 우리는 단층의 밖으로 도망칠 수 없다. 그건 알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재앙들의 타깃이 되어서 온갖 공격에 당할 게 분명하다. 이미 녀석들은 우리가 언젠가 나올 것을 상정하여 신단수 주변에 온갖 함정들을 설치했겠지.
기민한 몸 놀림으로 함정들을 피해도.
재앙은 퇴로를 향해 공격을 발사할 것이다.
“우리는 단층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곳을 통해서 또 다른 이면 세계로 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맞는 말이네.
타마모가 승우의 말에 수긍했다.
확실히 그 괴물들을 마주하는 것보다 다른 길로 우회하는 판단이 낫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한 것은 어디로 가느냐는 것인데.
─어디로 갈지 정했어?
“아직 못 정했다.”
─도망칠 곳으로 적합한 세계에 대한 기준은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세계에서 멀되, 시스템의 가호를 아슬아슬하게 받을 수 있을 이면 세계로 진입해야지.”
─난이도는?
“난이도는 중요하지 않아.”
승우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어째서인지 천장 너머로 재앙들의 존재감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박식한 타마모는 그 원인을 단번에 눈치챘다.
─저놈들 틈새에 손가락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네.
“열리지 않는 열쇠 구멍에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는 꼴이지만.”
─이래서야 열쇠 구멍이 먼저 망가지겠어.
“뭘 상대하든 저 네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저는 찬성이에요.”
“좋아. 그러면 진입하자고.”
점점 더 선명해지는 감각.
놈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세계에 진입하실 생각이세요?”
루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재앙이 가까이 다가오는 감각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
자연스럽게 공포가 스멀스멀 머릿속에 차오르기 시작한다.
“설마 이 단층에 들어왔던 방법을 또 사용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건 불가능해요. 제 기물은 일회용이라고요!”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는 루나.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진 장신구의 파편이었다. 이 단층을 여느라 루나는 아버지의 유품을 대가로 지불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지불할 것이 없었다.
루나가 공포심에 의해 혼란에 빠진 그때.
“좀 닥쳐라.”
승우가 왼손 검지를 입가에 올리며 말했다.
“지금 좌표를 계산하고 있는 중이니까.”
“좌, 좌표?”
“…….”
루나의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지만 루나는 그가 바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 좌표라는 것에 관해서는 타마모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지 그녀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요. 여우님.”
─내가 네 말동무로 보이든?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함부로 말 걸지 말려무나.
타마모가 고압적이고 고아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불쾌한 상태였다.
허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승우의 손아귀에는 아주 미세한 마력이 응집한 상태였다. 저 마력들은 이곳 단층에서 흡수한 마력으로 각기 다른 차원의 잔재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승우는 이 마력을 이용해서 각 세계의 대략적인 위치를 계산했다.
차원과 세계라는 것이 도표에 표시된 아이콘처럼 일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점으로 이를 계산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무작정 연산했다.
답이 나올 때까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하.
그리고 그것은 타마모가 감히 따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저것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다. 천 년의 시간을 주술과 진리의 탐구에 투자한 타마모조차 저런 방식으로 제 머리를 사용할 순 없었다.
아마 따라할 순 있겠지.
그래봤자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괴물을 키웠네. 괴물을 키웠어.
“괴, 괴물이요……?”
승우가 하고 있는 짓을 이해한 타마모와 달리.
루나는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 승우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손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마력조차 보이질 않는다.
고작해야 루나의 지식으로는 승우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타마모는 저런 괴물에게 주술을 가르쳤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질투를 느끼고, 루나는 자신만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던 그때.
우우우웅
기괴한 소음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졌다.
무언가가 억지로 공간을 비집은 것 같은 모습에 루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치달았다. 설마 그 괴물이 이곳에 도달한 것인가?
두려움을 느낀 루나가 뒷걸음질 치자.
툭.
뒤에서 승우가 루나를 밀었다.
“어?”
루나가 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발바닥은 땅에 닿지 않는다.
루나는 지금 일그러진 차원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기껏 문을 열었는데 앞에서 문 막고 뭐 하는 짓이야.”
태연한 승우의 목소리.
이를 가만히 듣던 타마모가 질문했다.
─음, 저게 문이었어?
“그래, 조잡하게 만든 통로라서 문보다는 균열에 가깝지만 다른 세계로 연결해 주는 역할만 잘하면 그만이잖아.”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타마모를 보며.
훅!
승우가 균열을 향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