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0화(36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0화
사지 없는 검사(5)
균열을 넘은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몸이 순식간에 망가지고 조립되는 감각.
그 끔찍한 감각을 견딘 끝에 도달한 곳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사, 살았다……! 죽는 줄 알았어요!”
인기척이 드문 외딴 골목길.
루나는 힘겨운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균열을 통한 차원 이동에 여러모로 지친 모양이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승우가 아니었다.
“일어나라. 이런 곳에 누워 있을 시간 없다.”
승우도 안색이 좋지는 않았지만 서둘러 일어나라며 루나를 채근했다.
이곳이 정확하게 어떤 세상인지 몰라도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은 기꺼운 일이다. 승우는 인기척을 없애는 주술을 자신과 루나에게 건 이후 조심스레 몸을 숨겼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재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서둘러라. 어서.”
“아…… 그, 잠시만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기다려줄 시간 없다.”
“아니, 진짜로 일어날 여력이 어, 없어요.”
루나가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기절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극심한 어지럼증에 속이 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눈치였다. 시간이 널찍하다면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그런 시간은 없었다.
덥석.
승우는 루나의 목덜미 부근의 옷을 붙잡았다.
그리고 힘껏 들어 올렸다. 마치 고양이를 잡은 것 같은 모양새.
다만 고양이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드, 드는 건 상관없는데 기왕 들어주실 거라면 이렇게 험악하게 들어 올려주시면 양옆으로 진자 운동 하느라 속이 뒤집혀요.”
“할 말 다 하는 것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저 속 뒤집어져요. 살려주세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승우는 그대로 걷기 시작했다.
“시간 없으니까. 혼자서 일어날 수 없다면 이렇게 들고 간다.”
“……그냥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게 루나는 고개를 떨궜다.
숨소리가 일정하지 않을 것을 보아하니 잠에 든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기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기력이 떨어진 것 정도는 괜찮지.
─오히려 네가 이상한 거 아니니.
“타마모?”
─특별히 저 아이 몸이 약한 게 아니야. 사실 영체인 나도 속이 안 좋아서 죽을 것 같거든.
반투명한 타마모의 영체가 시퍼렇게 질렸다.
‘열쇠’를 이용한 안정적인 공간 이동이 아니라, 불안정한 균열 너머로 세계를 넘나드는 짓은 타마모에게도 적잖이 고통스러웠다.
─특별히 우리가 약한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대단한 거지.
타마모가 꽤나 고통스럽다는 듯.
한쪽 눈을 간신히 뜨며 승우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너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 그런데 말이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도 정상은 아니야.”
─뭐?
“너희처럼 죽을 정도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에.”
승우가 손을 움직였다.
은색의 의수는 루나는 들어 올리느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른손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흐느적흐느적.
그 움직임이 뭔가 이상하다.
평소보다 팔의 움직임이 반 박자 느리고, 마치 연체동물처럼 움직인다.
그래,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너. 설마?
“차원 이동의 반작용으로 뼈가 부서졌다.”
─우, 움직여도 되는 거야?
“지금 나 대신 얘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승우가 왼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루나의 몸이 흔들렸다. 가뜩이나 속이 좋지 않았던 그녀의 안색이 더 파랗게 변했다. 이 녀석을 신뢰할 바에야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직접 움직이고 말겠다.
─하, 어쩔 수 없네. 조금 괴롭더라도 네가 고생하는 수밖에.
“괜찮아. 그냥 사지가 조금 부러졌을 뿐이야.”
─사지 부러진 녀석이 괜찮기는. 너 자력으로 버텨야 해. 우리 지금 약 없어.
약은 균열을 넘어가기 전.
재앙들을 상대하면서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 전부 사용했다.
덕분에 완치는 아니더라도 몸에 생긴 수많은 상처들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아직 상처가 덜 아문 상태였다. 그런 몸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과연 약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약은 없어도 그만이야.”
승우가 근처에 부목으로 사용할 목재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낡은 나무판자를 발견했다.
“으악!”
툭.
잠시 루나를 내려놓고 검을 들어서 판자를 자른 승우는 이를 부목으로 가공했다.
최대한 얇게 가공한 여러 갈래의 부목들.
스윽.
반지 속 아공간에서 깨끗하게 세척해 둔 마물들의 인공 관절을 꺼냈다.
얇게 가공한 부목과 인공 관절을 연결해서 움직임이 좋은 물건으로 개조했다. 이렇게 되면 가동성은 챙길 수 있지만 부목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완수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잘 안 작동하네.’
조잡한 나무판자와 인공 관절을 연결해서 그런지.
다리에 착용한 부목이 잘 작동하질 않았다. 가동성을 위해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지만, 뼈에 무리가 가는 정도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 안전장치도 약식으로 만들었는데 작동이 구리다.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이것 이상으로 좋은 부목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
승우는 양다리에 착용할 부목과 오른팔에 착용할 부목을 모두 끼웠다.
그나마 왼팔은 의수라서 망정이지. 이것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팔이었다면 그 충격에 함께 부러졌을 것이다.
몸이 불편했던 승우는 다시 루나를 들고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슬슬 다리가 불편했다. 무릎 관절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조금 쉬어야겠다.
털썩.
승우가 루나의 바로 옆에 앉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그녀를 업고 달릴 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다.
‘아이고, 관절이야. 내가 제일 크게 다쳤는데, 이후에도 내가 고생하네.’
승우가 뭉친 다리 근육을 두들겨 주며 몇 분 전의 과거를 회상했다.
균열을 통해 루나가 넘어간 그 순간. 차원과 차원 사이의 단층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돌린 승우는 별들이 촘촘히 박힌 우주가 마치 유리조각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렇게 무너진 틈 사이로 네 마리의 괴물이 돌진했다.
그로 인해 발생했던 엄청난 충격파.
승우는 이를 검풍으로 상쇄시키려고 했지만 불안정한 균열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이 먼저였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균열에 들어갔지만 놈들의 공격도 나와 함께 들어갔지.’
좌표 계산은 완벽했다.
그렇지만 반동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균열을 넘나드는 탓에 일행을 덮쳤던 거대한 충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뒤에서 날아오는 두 번째 충격까지.
‘만일 내가 아니었더라면.’
자칫 잘못했다가는 일행 전체가 균열에서 길을 잃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영원토록 균열의 틈을 맴도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두 번째 충격은 승우가 온전히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충격을 받아쳤지만, 골통과 뼈를 울리는 충격은 쉽게 가시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도 설마 뼈가 다 망가질 줄은 몰랐지.’
적어도 한차례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방에서 충격을 견딘 승우의 몸은 엉망진창이 됐다.
루나와 타마모에게 닿은 것은 그저 후폭풍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둘 다 해롱해롱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꼴을 보면, 승우의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아.”
부러지거나 가루가 된 뼈는 마력으로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지 못하도록 강하게 붙잡았다. 그렇지만 강도 자체가 약해진 뼈를 강화하는 것은 무리였다. 승우의 마력 회로는 아직 그 정도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 정도 고통은 익숙해.’
지금 중요한 것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정보 수집이었다. 고통과 침음을 삼키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승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까부터 이상하다.’
부목을 만들고, 이를 착용하고, 또 바닥에 앉아서 쉬는 동안에는 근처에서는 인기척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인기척이 없는 것은 슬슬 불안해질 정도였다.
‘설마 막 사람이 멸망한 차원은 아니겠지?’
우리 입장에서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없다는 건 그것 나름대로 무서운데.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때.
쿵! 쿵! 쿵!
거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진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진짜로 왔네.
쿵! 쿵! 쿵!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소리.
도대체 발이 얼마나 큰 녀석이길래 이런 소리가 나는 거지?
승우는 자연스레 놈의 사이즈가 상상해 보았다.
이 정도로 소리가 나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사이즈로는 안 된다.
적어도 코끼리보다는 무거워야지 이런 소리가 들린다.
‘뭐가 됐든 평범한 녀석은 아니겠지.’
쿵!! 쿵!! 쿵!!
점점 이곳을 향해 가까워지는 소리.
그 거대한 소리는 진동과 함께 움직였고, 가면 갈수록 커지는 소리와 진동에 결국 루나가 고개를 힘겹게 움직였다.
“이거…… 지금 무슨 소리예요?”
“나도 몰라.”
“……예?”
“그러니까 피하려고.”
오른손으로 거칠게 루나의 허리를 붙잡은 승우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격하게 움직인 그는 곧장 폐가로 보이는 견물의 천장에 매달렸다.
은팔의 의수가 천장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이제 보니까 이 건물.
‘건물 외관으로 튀어나온 것 중에 잡을 수 있는 게 없잖아.’
파이프관이나 바깥으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아예 없다.
결국 비교적 멀쩡한 의수로, 갓처럼 튀어나온 천장의 끄트머리를 왼손으로 붙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지, 지금 천장에 한 손으로 매달려서 뭐 해요?! 이러다가 떨어져서 죽어요! 어서 빨리 내려가던가. 서둘러 천장 위로 올라가요!”
“그게 될 것 같아?”
쿵!!! 쿵!!!
발자국 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리는 것처럼 거대하다.
이제 곧 발자국의 주인이 이곳에 등장할 터.
“더 이상 못 내려가.”
“그러면 어서 위로……! 어라? 왜 천장 위가 막혀 있지?”
“그걸 이제 봤어?”
“으아아아아!”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 놈에게 들킬라.”
그 순간 발자국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의 등장에 승우는 크게 당황했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놈이 튀어나왔다.
거대한 발자국 소리에 당연히 거대한 생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봇?’
전혀 예상 밖의 놈이 튀어나왔다.
사람보다 두 배는 큰 로봇. 그렇지만 코끼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무래도 거대한 발소리는 로봇의 비율 대비 거대한 질량에서 나오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무거우면 저런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던 찰나.
로봇이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시선은 루나가 처음 쓰러진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또각또각.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그제야 들리는 선명한 소리. 이것도 발자국 소리였지만 로봇에 비해서는 확연히 작았다.
그렇지만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소리는 로봇이 아니다.
이것은 구두의 소리였다.
실제로 승우의 예상대로 로봇의 뒤에서 웬 신사가 걸어왔다.
‘그나저나 둘 다 복장이 좀…….’
승우가 둘을 뚫어져라 관찰한다.
먼 옛날. 선생님 밑에서 역사를 배울 때 알게 된 산업 혁명을 연상하게 만드는 양복의 신사와 투박한 디자인의 로봇.
“고에너지 출력이 이곳에서 감지되었다. 인형, 어서 수색해라.”
“네. 알겠습니다.”
저 둘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놈들은 지금 우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