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1화(36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1화
너희들이 왜 여기서 나와?(1)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글쎄다.’
내가 그걸 알면 한 손으로 천장에 매달려있지는 않았겠지.
‘확실한 점은 기게 공학은 우리 세계보다 발전했다는 거야.’
─우리 세계?
‘아, 맞다. 너희 세계하고 내가 나고 자란 세계.’
두 세계는 명확한 차이점과 공통점이 존재했다.
타마모가 나고 자란 세계. 한때 내가 소설 속 세계라고 부른 곳은 고대부터 마력과 같은 신비가 존재한 덕분에 마법이 발달할 수 있었다.
반면에 내가 나고 자란 세계는 갑작스럽게 마물과 재앙들의 침공을 겪고, 이능이라는 신비를 부여받았다. 마법처럼 대(代)를 이어서 신비를 탐구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실전 무술과 무기 제조가 극도로 발전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너와 내가 태어난 세계는 기본적으로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
동일한 대륙, 동일한 국가, 동일한 세계.
내가 살던 세계에 미국이 있으면 그녀의 세계에도 미국이 있다.
물론, 내 세계에서 미국은 망했다.
─미국? 이쪽 세계에서는 엄청 강대한 국가잖아.
‘그야 그렇지. 국력도 강하고, 아카데미 같은 교육 시설도 잘 갖추어진 강대국이지.’
─그런데 거기는 왜?
아, 왜 망했냐고?
하필 재앙이 그쪽이 둥지를 틀어서 대륙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거든.
재앙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금 그녀가 원하는 대답은 그런 게 아닐 것 같았다.
‘미국만 망한 게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인류의 수십 퍼센트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그게 갑자기 왜?
‘상식적으로 인류의 수십 퍼센트가 사라질 정도면 미국만 망했겠어? 한국도 망했어.’
─……아.
타마모가 침음을 흘렸다.
한국은 그의 고국.
아무래도 건드리지 말할 부분을 건드린 모양이다.
─미, 미안……!
‘괜찮아. 네 신화가 처음 발족한 일본이 먼저 멸망했거든.’
─……뭐?
‘중국도 망하고, 러시아도 망하고 그냥 다 망했지.’
상식적으로 온 사방에서 화기(火器)를 막아내는 질긴 가죽의 괴물들이 군세로 몰려오는데 버틸 수 있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폭탄이나 미사일처럼 고화력 무기는 잘 먹혔지만.’
그것도 고위계의 시작점인 5위계부터는 잘 안 통했지.
핵폭탄으로 놈들을 몰살시키기에는 5위계보다 강력한 놈들이 허다하고, 심지어 1위계 그 너머에 군림하는 재앙들은 핵폭탄이고 나발이고 당최 공격이 통하질 않았으니 국가라는 개념이 버틸 수 없었다.
당시 인류는 모두가 손을 잡지 않았으면 죄다 괴물 밥이 될 운명이었다.
‘아무튼 옆길로 샌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잡담이 너무 길지 않아?
어허. 그러는 거 아니다.
저 고철 로봇과 양복의 신사가 사라질 때까지 천장 모서리를 한 손으로 잡고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나고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이곳은 우리 세계와 다른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지명이.’
로봇의 어깨. 견갑 부분에 붙은 문자의 나열.
그것은 분명 로봇의 명칭이나 이 도시의 지명(地名)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승우는 타마모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해당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이 매달려 있기에 보이는 풍경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간판들의 글씨를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머릿속에 표본을 쌓아 올렸다. 문자의 배열과 규칙성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문자들을 머릿속에 빼곡히 새겨놓을 무렵.
‘저 로봇에 새겨진 지명은 우리 세계에 없는 도시야.’
드디어 저 문자를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저 지렁이 같은 선이 문자라고?
‘야. 그건 좀 너무하다. 아무리 모양새가 별로여도, 얘네도 이 문자에 나름대로 자긍심이 있을 텐데.’
─진짜 지렁이 같은 문자라서 그래.
맞는 말이긴 해.
사실 나도 처음에 봤을 때는 낙서인 줄 알았다.
세상에 2살짜리 어린아이가 스케치북에 아무렇게나 휘갈긴 것 같은 선에 어떻게 문자라고 생각하겠어. 만일 천장에 매달려서 저 멀리 보이는 전광판의 지렁이 같은 문자들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저 지렁이가 지명을 의미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너 혹시 다른 세계의 말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있어?
‘그럴 리가. 애당초 이곳은 시스템의 영역 내부에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놈의 영향이 끼치지 않는 곳이라고.’
나는 루나를 붙잡은 오른팔을 힘겹게 움직이며.
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시야 바로 위. 그것에 무언가 있다고 가리켰다.
[시스템의 권역 내부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백승우’님이 확인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당신의 랭킹을 곧 복권(復權)하겠습니다.]망막에 떠오르는 푸른빛의 창.
오래간만에 보는 존재에 타마모가 화답했다.
─이거 오랜만에 보네. 그나저나 복권이라. 아무래도 네가 없는 동안 랭킹에서 네 이름이 내려갔던 모양이다.
‘복권이라고? 나는 거기 보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어? 이걸 보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고?
타마모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그게 제일 중요한 내용처럼 보였다.
‘그 밑에 봐봐.’
─밑에?
내 시야를 빌린 타마모가 눈을 감았다.
반지를 통해 연결된 영을 통해서 자신의 눈이 아니라 내 육안을 빌려서 시스템에 출력된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그러니까 어디보자. 읽으라고 했던 부분이 여기 밑이지?
[해당 구역과 시스템 사이의 주파수가 매우 약합니다.]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연결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연결을 시도합니다.]……
……
[연결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보다 가까운 권역에서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이게 뭐야?
‘뭐긴 뭐야. 여기가 꿍꿍이를 숨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는 뜻이지.’
다른 이면 세계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 또한 시스템의 관리하에 있지만, 이곳에서는 특성도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타마모가 내게 다른 세계의 언어를 읽는 능력을 가졌냐에 대한 대답이 여기에 있었다.
‘이 세계는 그런 능력이 통하지 않아.’
이 세계의 언어를 해독한 것은 그냥 내가 잘났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히 이 짧은 시간에 발음도 모르는 언어를 해석했다는 점이 의문스럽지만 일단은 넘어갈게.
‘의문스럽기는. 저거 해석하는 것보다 네가 알려주는 주술 익히는 게 몇 배는 더 어러웠어. 특히 최상급 주술. 그런 건 익히라고 존재하는 게 맞아?
─집중해 집중.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거 쉽거든. 대성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끝말을 작게 중얼거린 타마모가 로봇의 견갑을 가리켰다.
아까 그 문장이 적혔던 견갑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게 지명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야.
‘응? 그야 대놓고 적혀 있잖아.’
나는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갸웃거렸다.
로봇에게 적힌 문장. 그것을 해석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해답이었다.
‘빛 없는 도시의 파수꾼이라고.’
빛 없는 도시.
무척이나 이상한 지명이지만, 저 멀리 새겨진 간판들을 통해 그것이 이 도시의 지명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꽤 특이한 지명이지만 여기는 그런 식으로 작명하는 세계라고 각하면 되겠지. 만일 틀렸다면 나중에 정정하면 그만이다.’
바로 그때였다.
번쩍!
무언가 내 뒤에서 반짝거렸다.
선명한 붉은빛이 뒤에서 반짝반짝 점멸하는 일 없이 나를 강렬하게 쏘고 있었다. 마치 레이저가 내 배후를 노린 것 같은 상황.
“세상에, 설마 천장에 그러고 있을 줄이야.”
뒤에서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기감을 활짝 펼치는 것이 더 빨랐던 나는 순식간에 내 뒤를 점한 존재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로봇 한 대와 사람 한 명. 방금 바닥에서 무언가를 조사하던 콤비였다.
“아, 들켰네 진짜.”
이렇게 빨리 들킨 줄 알았으면 젖 먹는 힘까지 쥐어짜서 천장에 매달리지 않을 걸 그랬다. 차라리 그 힘을 온존해서 둘의 입을 막는 것이 훨씬 나았다.
“자네들은 지금 차원 조약을 어겼다네.”
“침입자! 제거 혹은 구금.”
노인과 깡통의 말을 들은 나는 확신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올라가지 말고 벨 걸 그랬다.
나는 천장을 붙잡던 로봇 왼팔을 풀어서 그래도 검을 쥐고.
서걱!
좋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노인과 로봇을 단칼에 베었다.
노인과 로봇은 그렇게 한 줌의 살덩이와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둘이 누구인지 몰라도 명명백백한 살기를 방출하던 놈들을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모를 사상자를 낸 나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너 달려도 괜찮아?!
“왜. 사지가 전부 망가져서?”
─아니! 그냥 혹시 넘어지는 걸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가루가 된 다리뼈를 마력으로 합쳤다.
마치 본드를 바른 것처럼 강제로 분합되는 다리뼈.
그렇지만 신경과 연결된 부분은 어느 곳이고, 정확하게 어디가 어떻게 돌출되고 안으로 들어가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뼈가 너무 깔끔하게 무너져서 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해부에 조예가 깊어도 가루 단위로 쪼개진 하얀 탄소 입자를 맞출 자신은 없었다.
결국.
‘나도 몰라! 다리 못 쓸 정도로 망가지면 의수 달고 다니면 그만이지.’
─주입식 의수는? 너 하나 사용했잖아.
‘사실 사용하지 않은 게 더 있기는 한데.’
─어. 진짜로? 그러면 그거 사용하면 되겠네!
망가진 신체를 원상 복구 하고.
잘린 사지도 새것으로 돋아나게 만들어주는 승우의 명작.
감히 약 하나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는 그 신비가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어서 사용 안 하고 뭐 해?
‘어.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나는 달리는 와중 여유로운 왼손으로 빈 약병을 세 개 꺼냈다.
세 병. 정확하게 승우의 망가진 사지 세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양이었지만 말이다.
─뭐야. 딱 알맞게 가지고 있었잖아! 어라? 그런데 왜 그거 비었어? 아! 설마 이미 사용한 약병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자세히 좀 봐.
내 뒤에 있는 그녀가 잘 볼 수 있도록 약을 든 왼손을 뒤로 움직였다.
그제야 타마모도 도대체 이 약병에 무슨 이상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세 병을 동시에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왜 안에 절반도 없냐?
병에는 약이 들어 있었다.
다른 약과 착각한 게 아니다. 분명 내가 개발한 주입식 의수였다.
그런데 말이다.
─너 설마 하나의 약을 세 병에 나눠서 담은 거야?
‘아, 응, 맞아. 용케도 알아봤네.’
─아니, 가지고 있을 것이면 온전한 하나를 가지고 있을 것이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가지고 있어?!
주입식 의수는 소량으로도 효과가 좋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약병을 꽉 채워서 딱 한 병이 필요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분해서 보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그때.
‘그야 내가 사용하려고 준비했던 것이 아니었거든.’
─그러면? 뭐하려고 이렇게 소분한 거야?
‘그거야 뻔하지.’
세상에서 나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명약을 굳이 소분하는 이유?
‘부자한테 팔려고 했지.’
─뭐?
‘나도 이걸 내가 쓰게 될 날이 올 줄 알았나? 알았으면 세 병으로 소분 안 했지.’
돈 벌어서 더 많은 무기를 구하고 싶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