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2화(36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2화
너희들이 왜 여기서 나와?(2)
─그런데 생각은 있어?
현장을 떠나는 나를 두고 타마모가 말했다.
“무슨 생각 말이야.”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생각이잖아. 그러면 이 세계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또 저 녀석은 어떻게 할 셈이야?
“내가 데려왔으니 책임은 내가 져야지.”
나는 앞서 걷는 소녀를 쳐다봤다.
속이 좋지 않다고 쓰러졌던 루나는 이제 혼자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물론 아직은 상태가 영 좋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 정도 상태라면 일단 나보다는 건강하다.
─책임?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그거야 당연히─”
말하려다가 잠시 몸이 멈칫하고 움찔거렸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본인이 들을 수도 있는데 대놓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아무래도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터라 뒷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세계에 두고 가는 거지.’
─야.
오해의 소지는 무슨.
그 말 자체가 이상하잖아.
─네가 데려왔으면서 쟤를 여기에 버리고 가겠다고?
‘버려? 내가 누구를?’
─방금 그렇게 말했잖아.
‘전혀. 나는 두고 가자고 말했지. 버리자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이런 곳에 두고 가자는 말부터가 버리자는 뜻이잖아?
타마모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무래도 말의 의도가 잘못 전달된 모양이다.
그녀의 오해를 정정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그, 그렇죠? 그야 저처럼 정신도 못 차리고 시종일관 도움도 되지 못했던 저 같은 녀석은 두고 가는 편이 타당해요.”
선두에 선 루나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저 아이, 내 말을 들을 수 있었지.
“썩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질 않아서 깜빡하고 있었어.”
루나의 귀에 닿지 못하도록 마음속 심어로 얘기했지만, 만물과 대화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타마모의 대화를 엿들었다.
아이고, 귀찮다. 덕분에 오해한 사람이 둘로 늘어났네.
나는 오해가 이 이상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저는 이대로 사라질게요. 고국도 못 지키고, 연합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저 같은 사람과 여러분은 여기서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만.”
“오해요? 무슨 오해 말씀이시죠?”
내 말에 루나가 알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래, 이제야 내 말의 뜻을 알아주는구나.
“아하! 이제 알겠어요.”
“그러면 다행히…….”
“수 님은 저를 버리시는 게 아니라 두고 가시는 거였죠. 제가 언어 선택을 잘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에라이.”
터벅터벅.
걷는 속도를 높인 나는 루나를 그대로 걷어찼다.
“아!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때렸다.”
그리고 말이다.
내가 훨씬 더 아프거든?
‘방금 작은 소녀를 발로 찼다고 다리 관절이 살짝 뒤틀렸다.’
루나는 내가 밀치는 힘에 의해 넘어졌을 뿐.
걷어차면서 입은 타격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다쳤지.
아무래도 몸 상태가 생각보다 더 극한의 상황에 치달은 모양이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들어라. 내가 널 이 세상에 두고 가려는 이유는 다시 널 그 시간대로 되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
“연합의 사람들. 다시는 보지 않을 생각이야?”
“……!”
나와 루나. 우리 둘은 말하지 않아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연합이 초토화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빙 돌려서 표현했으니 초토화지. 실상은 전멸일 것이다.
“연합의 사람들은 분명 다 죽었을 거야.”
“……그야 그렇겠죠.”
재앙은 이전에 기사와 기수들의 공격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집단이었다. 그야말로 오합지졸. 오죽하면 외부인인 내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백기사와 그 휘하의 기수들을 막아냈을까?
“제 사람들은 당신이 재앙이라 명명한 그 괴물들에게서 저항할 방법이 없었을 거예요. 아마 다 죽었겠죠.”
“뭐, 그렇겠지.”
몇 명은 살아남겠지만 말이다.
한때 그 재앙들을 직접 사냥했던 승우는 아직도 놈들과 처음 조우한 나날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인간을 가축이나 장난감으로 부려먹는 녀석들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쉽게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네 번째 재앙.
거대한 벼락을 사방에 뿌려대고, 거대한 창으로 내 검에 응수하는 놈은 잘생긴 여인과 청년들을 신도들처럼 부려먹는다.
놈의 의도는 매우 불순했는데.
본인 취향의 깨끗한 옷을 입히고 매일 기도와 미사를 지내게 만들며, 취향에 따라서는 신도들과 몸을 섞는다.
그러다가 질리면 버리거나 죽이는 등. 네 번째 재앙은 무척이나 포악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동료들 중 혹자는 이를 두고 괴물 따위가 신을 따라 한다며 비웃었다.
재앙들이란 대게 그런 식이었다.
‘이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
알아봤자 좋을 게 하등 없는 정보였다.
실제로 나도 그 광경을 처음 육안으로 목격한 순간, 깊은 분노와 함께 방금 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끔찍한 광경들도 많았으니. 살아도 산 게 아니다.
루나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네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기회가 한 번 있어.”
“……설명해 주세요.”
내 말에 루나의 엘프 귀가 부르르 떨렸다.
쫑긋.
활짝 열린 귀가 내 말을 경청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죽었다는 말을 할 때의 루나는 마치 가슴 깊은 곳의 응어리를 고백하는 것처럼 허심탄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살아남은 수십만 생존자들의 우두머리라는 감투가 어지간히도 무거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련이 잔뜩 남은 모양새였다.
“좋아. 이제 들을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뭔가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네.
뭐 좋다. 그녀가 이렇게 열정적일수록 내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그야 지금부터 내가 말할 방법은 그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매개체로 사용할 셈이다.”
“네? 매개체?”
“그래, 공간이동을 위한 좌표 자체는 내가 기억하고 있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대야. 괜히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엮어서 시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보다 확실한 작업을 위해……!”
“자, 잠깐만요! 하나도 이해 못 하겠어요!”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와중 루나가 손사래를 치며 방해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대목인데 왜 안 듣고 저러고 있나 싶은 그때.
루나가 내뱉은 말이 내 뇌리를 강타했다.
아니, 잠깐만.
“이걸 이해 못 하겠다고?”
“네!”
“너 이해시키려고 일부러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게 쉽다고요?!”
“당연히 쉽지.”
복잡한 공식과 논리는 싹 다 배제했다.
오로지 루나가 이해하기 쉽도록 말을 고르고 또 골랐는데.
정말 겨우 이게 어렵다고?
‘혹시 이해력이 부족한가?’
─아무래도 이해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수준 차이가 너무 크게 나서 그래. 지금 네 설명은 저 아이의 배경 상식으로 이해하기 버거웠어.
‘설마 너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저 아이를 축으로 삼자는 얘기 아니야?
‘오케이. 너는 잘 이해했네.’
타마모에게 한 말도 아니었는데 곁에서 듣던 타마모가 루나보다 이해가 훨씬 빨랐다. 도대체 이런 이해력으로 어떻게 연합이라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저 아이의 이해력이 유달리 부족한 게 아니란다.
‘그렇다면?’
─이론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때 너와 의견을 교환하던 사람들의 수준이 비상식적으로 높아서 그래. 네 안의 기준이 높아서 그렇단다.
‘나랑 얘기하던 사람들의 주순이 높아서 그렇다고?’
어디 보자.
나와 마법으로 담론을 나누던 사람은…… 남화연 그녀 혼자다.
주술에 관해서는 타마모. 검에 한해서는 방대하기 그지없는 나와 단조(鍛造)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사람은 구야자였다.
어라?
‘정말 그러네.’
지금까지 나와 담론을 나눈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분야의 정점에 선 사람들이었다. 남화연은 마법, 타마모는 주술, 구야자는 무기. 그런 사람들과 전문 분야로 담론을 나누고 공식과 이론을 논하며 지냈으니까 당연히 내 안의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이론적인 설명은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쉽게 설명해야지.’
─그래, 너무 어렵게 설명하면 핵심적인 내용은 전부 다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질 못할 테니까.
“……저기요. 다 들리거든요.”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비유를 섞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내 눈앞에 루나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타마모의 말을 엿들은 그녀는 정황상 내가 그녀를 멍청하게 취급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 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야 사실인 걸 어떡해.
“자, 그러면 재차 설명할게.”
“……무시하지 마세요.”
“우선 나는 너를 이 도시에 그냥 두고 갈 생각이 없어.”
“……그렇다면요? 저를 무슨 왕으로 앉힐 작정이세요?”
“어? 곧잘 이해했네.”
“……?”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장난으로 내뱉은 말에 긍정하는 그의 모습에 루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은 너도 알겠지만, 이면 세계와 이면 세계 사이의 틈이다.”
“이면 세계? 그건 또 뭐예요?”
아, 거기서부터 설명해야 돼?
설명할 자신 없으니까 그 부분은 과감하게 패스했다.
“아무튼 이 세계를 클리어. 정확하게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나는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면 저는요?”
“아쉽게도 갈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이다.”
이면 세계는 멸망한 세계의 파편.
클리어한다면 보상과 함께 현실로 복귀할 수 있다.
나는 시스템에 설정된 그 장치를 이용해서 다시 돌아가고 재정비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루나는 나와 거기까지 동행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곳 자체가 이면 세계였으니까. 루나를 다른 이면 세계로 데려오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녀를 현실로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해.’
이면 세계는 이미 멸망한 세계이고.
루나는 멸망한 세계의 주민이다.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원본의 루나는 이미 기수들과 전쟁을 벌이던 와중에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 눈앞의 소녀는 그런 암울한 이야기의 파편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와 함께 동행할 수 없었다.
대신에.
“나는 너를 원래 세계로 데려다줄 수 있어.”
“원래 세계요? 어차피 거기로 돌아가 봤자 재앙들로 가득하고, 제 사람들은 전부 죽은 세계 아닌가요? 돌아가 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데요.”
“만약 재앙이 현현하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예?”
“모두에게 도망칠 시간을 주고, 재앙들은 전부 죽인다면 어때?”
나는 그녀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자,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간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그야 당연하지.”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시간을 되돌릴 줄 모른다.
나는 신이 아니다. 흔한 마법사이자 주술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말이다.
이면 세계는 이미 멸망한 세상의 재생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우리 세계는 실시간 방송과 같고, 루나의 세계는 이미 투고된 영상과 같다. 임의에 따라서 앞뒤로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네가 여기에 남는다면 충분히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