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3화(36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3화
너희들이 왜 여기서 나와?(3)
“너를 좌표 삼으면 정확한 시간대로 넘어갈 수 있지.”
루나는 일종의 쐐기다.
“그게 가능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
“조금? 진짜로 조금이야?”
그녀가 승우에게 고개를 들이밀며 물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우가 살짝 말을 절었다.
“음, 그러니까. 그렇지. 다른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울지 몰라도 내 기준에서는 조금 어려운 정도다.”
분명 말은 자신 있게 말했지만 표정은 썩 그렇지 않았다.
뭔가 불안하다. 루나가 텅 빈 허공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요염한 여성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아무리 너라도 조금은 아니지.
“내가 작정하고 좌표를 안정시키면 성공률은 100%에 육박할 텐데.”
─성공률이 높다는 게 쉬운 것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지.
막말로 반드시 성공하지만 그때까지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그게 쉬운 거냐? 그냥 성공률 높은 어려운 작업이지.
“…….”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루나가 승우를 빤히 쳐다봤다.
승우는 제 뒤에 있는 배후령과 눈앞의 엘프 소녀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그래 더럽게 어려운 작업 맞다.”
“그, 그러면 성공률은요? 설마 그것도 거짓말은 아니겠죠?!”
“아무래도 이런 방식의 좌표 이동은 나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서 성공률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어지간해서는 90% 이하로 내려가진 않을 거다.”
“그렇다면 당신이! 아니, 수 님이 생각하시는 성공률은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이신가요?”
“내가 생각하는 성공률? 지금 시점에서 성공률을 계산해 봐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에 불과해서 오차 범위가 되게 넓을걸.”
정확한 계산을 위해선 작정하게 일주일은 몰두해야 된다.
“아! 그런 건 됐고! 어서 알려주세요.”
“……그래.”
언성이 높아지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뭐.
잃어버린 연합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 저렇게 흥분할 수도 있지. 승우는 어른답게 참자고 다짐했다.
“어서 빨리 알려주세요!”
“조금 기다려라. 세계를 넘나드는 고차원적인 술식은 제아무리 나라도 빨리 계산 못 해. 이 작업이 변수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아! 그런 건 됐고! 빨리요!”
“…….”
계산하는 척 연기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확률을 부를까?
예를 들어서 10% 같은 확률 말이다. 절대로 적은 확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걸기에는 또 너무 적은 확률처럼.
적당히 말해서 그녀를 골릴까?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만.
‘그만두자. 어차피 재미도 없고, 어린애 상대로 할 짓도 아니야.’
전에 연합에 몸담고 있을 때 듣기로는.
루나의 나이가 대략 200살 안팎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인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척이나 많은 나이지만, 엘프. 그것도 왕족이나 다름없는 하이 엘프에게 200살은 사춘기 무렵이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열다섯.
논어에서는 지학(志學)이라 부르며, 이제 겨우 학문에 뜻을 두기로 마음먹을 나이대의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수십만 명의 목숨 위에 선 수장으로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
200살의 사람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잘 모르지만.
200살의 하이 엘프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알고 있다.
‘내 아이들. 내 학생들과 같은 모습.’
노는 것을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모습이 승우의 머릿속을 스쳤다. 하이 엘프의 생태는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런 부분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조금만 더 기다려라.”
승우는 변한 루나의 태도가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그는 따스한 눈빛으로 루나를 쳐다봤다.
“이제 오 분 정도 있으면 거의 다…….”
“오 분? 더 줄일 수는 없어요? 정말 급해서 그래요!”
“……이런.”
개념 없는 녀석을 다 봤나?
뒷말을 꾸역꾸역 삼킨 승우는 입에서 ‘25%’라는 말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정말로 믿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입을 꾹 닫았다.
아니, 아무리 제 나이대에 맞게 행동해도 그렇지.
미운 세 살도 아니고.
미운 이백 살은 대체 뭐야.
승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겨우 도출한 결론을 입에 담았다.
“이런…… 결과가 나왔네.”
“뭔가 다른 말이 나올 것 같았는데요.”
“음? 결과가 나왔다니까. 안 들을 생각이냐?”
지금 상태의 루나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대충 얼버무렸다.
다행히 그녀도 대충 넘어왔다.
“그래서 구체적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변수에 따라서 크게 바뀔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92%의 확률로 성공한다. 가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에는 93% 정도 확룔로 술식이 성공하지.”
“오오오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에 루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기껏해 봐야 91% 일 줄 알았는데 설마 평균이 92% 일 줄이야. 이 정도면 거의 성공한다는 소리 아닌가?
“그러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는요? 각각 몇 퍼센트로 나오나요?”
“가장 높은 경우는 99.9%.”
“가장 높은 게 100%가 아니예요?”
“100은 아무리 계산해도 안 나온다.”
“그러면 가장 낮은 숫자는요?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평균이 이렇게 높으면 당연히 가장 낮은 경우의 수도……!”
“뭘 물어봐. 당연히 0%지.”
“……예?
루나가 놀란 표정으로 승우를 쳐다봤다.
아니,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0%라고요? 아까 100%는 안 된다면서요.”
“내가 분명 그렇게 말했지.”
“100%는 안 되는데 왜 0%는 되는 건가요?”
“너는 실패할 경우는 생각 안 하니? 너랑 나랑 그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이 세계에서 죽을 경우는 생각 안 해?”
……아.
맞다. 그 경우를 깜빡하고 있었다.
루나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답지 않게 지나치게 흥분하고 말았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흥분과 희열로 가득 차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과 판단이 나왔다.
“……그렇네요. 그걸 깜빡하고 있었어요.”
“……그래, 알면 됐다.”
“……네.”
뒤늦게 평소의 말투와 페이스를 되찾은 루나.
승우는 갑자기 침착해진 루나를 보고, 그녀의 충동적인 흥분이 가라앉았음을 짐작했다. 이런 경우에는 말을 걸어주지 않는 편이 좋겠지.
괜히 창피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배려해 주겠다는 의지로 승우는 입을 닫았다.
그렇지만 그 배려가 루나에게는 다소 다르게 다가왔다.
‘벌써 2시간째 대화가 없어. 설마 내가 짜증 나게 해서 그런가?!’
2시간 동안 승우와 타마모.
두 명 모두 입도 뻥긋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걸었다.
무언가 물어보고 싶어도 분위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루나의 입장에서는 목줄이 타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두 분 모두! 저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아무렇게나 화젯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보다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 길가의 주택에서 사람들이 문밖으로 나오는 것을 봤다.
아까 그 로봇과 함께 움직이던 신사나 지나가면서 마주친 사람들의 복장과 전혀 다른 이색적인 복장의 소년소녀들. 루나가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다음 소재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는데.
“……?”
─어……? 저 아이들이 여기는 어떻게?
“어라? 두 사람 반응을 보아하니 설마 아는 사람들이신가요?”
마치 알고 있는 사람을 본 것 같은 둘의 반응.
그 반응에 루나가 의문을 표했다.
알다마다. 당연히 알지.
그런데 말이다. 잘 알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저 녀석들이 왜 여기에?”
여기서 나오면 안 될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너희들이 왜 여기서 나와?
* * *
전기 없는 도시.
시스템이 명명한 해당 이면 세계의 명칭이었다.
그 규모와 난이도는 도시급이었다.
도시급은 그 위험성 때문에 플레이어 중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현역이나 입장할 자격이 주어지고, 입장한 플레이어들 중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최소 S급 플레이어부터 입장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제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난이도 진짜 엄청 빡세네.”
“이번에는 설산에서 시작하지 않아서 좋다고 여겼는데. 상황이 이래서야 설산보다 못한 지경이잖아.”
“그래도 교섭을 통해서 현지 주민의 도움은 얻어냈어.”
“야. 그것도 이틀 동안 노력해서 겨우 10명 남짓 설득한 거거든.”
그런 힘겨운 세계에 제 발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내심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자신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난이도에 고전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다른 세계처럼 끊임없이 싸우는 게 낫지. 이렇게 도시에 얽힌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퀘스트는 나랑 안 맞아.”
“야. 너 창 내려놔. 이유 없이 싸울 일 있어? 그리고 목숨 걸고 싸우는 것보다 도시의 문제를 해결해서 클리어하는 게 훨씬 나아.”
이 세계의 공략은 매우 단순했다.
도시의 전기 문제를 해결하라.
무척이나 단순한 조건에 모두들 쉬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여겼지만 아니나 따를까, 도시에 공급되는 전기 하나에 엄청나게 많은 정치적인 갈등과 수지 타산이 엮인 상태였다.
이런 문제는 외부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나 클리어하지 않을 수도 없는 터라 일행은 불철주야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가 이 꼴이다.
“……겁쟁이. 집단의 머리라는 녀석이 이토록 강단이 없어서야.”
“너 말 다 했어? 내가 지금 약해서 안 싸우는 줄 알아?”
“응.”
“이면 세계에도 급이 있어. 이미 멸망한 주제에, 도시 정도의 규모를 지탱하고 있는 세계의 급과 격은 상상을 초월하지. 괜히 S급 플레이어들과 랭커들이 심심치 않게 죽는 게 아니야.”
현 상황에 리더는 차라리 만족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수지 타산 때문에 어려운 게 차라리 났다.
만일 클리어 조건에 무력이 필요했다면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크게 다치는 것은 물론. 일행 중 죽는 사람이 나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런 게 훨씬 좋다.
그렇지만 그녀의 팀원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런 놈들보다 내가 더 강해.”
불만을 가진 팀원은 등에 매달은 창을 잡고 크게 한 바퀴 회전시켰다.
의도하고 돌린 게 아니었다.
하도 창을 휘두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손에 익은 동작이었다.
그 움직임에는 창술의 기본이 아주 당연하다시피 깃들어 있었다.
란나찰. 창술의 기본 그 자체.
그녀는 자신의 스승에게 받은 첫 번째 가르침을 반사적으로 펼칠 수 있을 때까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야! 서……!”
“내 이름 부르지 마. 나는 네 밑에 사람이 아니야.”
“내가 널 부하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의견이 맞지 않는 두 사람.
결국 일행은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둘은 서로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친구였다.
그렇지만 이 세계를 꼭 클리어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둘을 갈랐다.
그들에게는 이 세계를 꼭 클리어해야 되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