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8화(36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8화
단서(3)
학생들이 도시 안팎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사이.
나는 도시에서 확실한 끈을 만들었다.
“어쩔 생각이신가요?”
“뭘 말이지?”
“이곳은 중간에 경유하는 지점이라면서요.”
그래, 이곳에서 널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나는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다시 그 미친 세계에서 들어간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내 학생들. 설마 그 아이들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몰래 아이들이 떠든 일대의 공간을 포착하고, 내 귀에 음성 녹음처럼 재생시켰다. 귀에 맴도는 아이들의 목소리.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세계에 왔는지 알게 되었다.
‘설마 나 때문에 이곳에 왔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실종된 선생님의 단서가 이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왔다.
그것이 바로 학생들의 며칠 동안 대화를 엿들으면서 깨달은 그들의 행동 원리였다. 2학기는 담당 선생이 없고, 다들 신청한 전공 별로 찢을 테니까.
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선생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오직 나 한 명뿐일 터.
─기특한 아이들이네. 제 선생을 찾으러 이런 곳까지 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요하지 않기는. 저 어린아이들이 너를 찾기 위해서 이런 우중충한 도시에 발을 들였는데.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어.
‘요즘 자꾸 말 돌리는데 그것 좀 그만하고.’
나는 타마모의 말을 끊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도대체 누가 저 아이들에게 정보를 줬는지가 문제지.’
나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이 세계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정보.
과연 그 정보는 누구에게서 나온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백현아였다.
그녀는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플갱어인 만큼, 내 실력과 지금까지 내가 구축한 인간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만일 오랫동안 나오지 못하는 내 행방을 찾기 위해서 저 학생들을 파견 보내고, 본인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오지 못했다면 일리 없는 추측은 아니지만.
─그러면 백현아는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네가 열쇠를 통해 진입한 세상이 아니라, 임의로 경유해서 이곳에 왔는데. 그걸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내고서 학생들을 이곳에 보냈을까?
‘……그야 도플갱어라서?’
─도플갱어가 무슨 GPS인 줄 알아?
그냥 해본 말이었어.
그렇다면 이제 남은 두 가지 경우의 수는.
‘남화연 스승은 어때?’
─그 사람은 백현아와 다르게 아예 네가 다른 세상으로 보스 잡으러 떠났다는 사실조차 전해 듣지 못했잖아? 그러면 그 사람은 당연히 연관이 없…… 지는 않을지도. 그 여자라면 혹시 몰라.
주술의 시조. 주술이라는 개념을 처음 창안했던 그녀조차 남화연의 업적을 보면 혀를 찼다.
그녀가 이뤘다고 공표된 업적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타마모가 혀를 찬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남화연이 자신이 이뤄낸 업적을 축소해서 학회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많은 학문의 출발점을 끊고, 수많은 이론을 증명한 주제에 자신의 업적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한 여인이야. 언제는 네 이름을 빌려서 학회에 기재된 그녀의 논문을 읽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신비한 성과를 냈더라고.
‘그 사람 논문은 그런 게 많지.’
오죽하면 마도 학회에 공인된 부서 중에 ‘마왕 논문 연구’라는 부서까지 존재할 정도였다. 심지어 규모도 작지 않다. 학회의 1년 예산 중 무려 10%를 가져갈 정도로 이름 있는 부서다.
─하여튼 그런 논문 중 하나를 읽는데 분명 빈 공간을 찾아냈어. 분명 그 부분을 제대로 저술한다면 그녀의 논문은 단순히 신비한 성과를 낸 것에 그치지 않고 ‘마법의 역사’를 또 한 발자국 전진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내용이었어. 그런데 그 부분이 텅 비었더라고.
그런 내용이라면 본인도 몰라서 적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겠지. 적어도 마법에 미친 그 사람에게는 말이야.’
스승이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나름대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적어도 남화연을 마법에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주저가 없었다.
미친 게 맞으니까.
─확신할 수 있어. 그 여자는 마법의 역사가 지나칠 정도로 앞당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논문 내용을 축소시켰어.
‘그 양반 성격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십중팔구 연구 때문에 돈이 부족해지면 그 논문의 뒤 내용을 저술해서 크게 한탕 벌 생각이겠지.
마법사는 언제나 배고픈 족속이니까.
─하여간 그 여자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그렇지만 심증은 부족하지.’
─맞아. 네가 있는 곳을 수색하고 아이들은 보낸 것은, 그녀의 능력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의 얘기야.
‘그리고 만일 그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찾으려고 했다면, 이 세계를 발견한 즉시 구멍을 뚫었을걸.’
지금까지 얘기한 바에 의하면 남화연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 번째인데.
사실 나도 세 번째가 가장 신빙성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거 그 녀석이지.’
그렇지만 신빙성이 있기에 믿을 수 없는 녀석.
─시스템.
‘그 본체 되는 녀석이 나를 죽이려고 들고 있는데. 왜 그 녀석이 아이들을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마도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퀘스트를 줬을 것이다.
보상에는 나에 대한 단서를 준다는 방식으로 그들을 이곳에 끌고 왔겠지. 그렇지만 학생들은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나름대로 혹독한 과거를 경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니까.
의심하고 또 의심한 끝에 이곳으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해 볼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학생들을 회유했는가?’
그게 문제다.
저 의심 많은 아이들을 시스템이 어떻게 설득하고 회유했을지가 의문이다. 아무리 이 세계에서 시스템이란 개념은 모두가 믿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이사벨이나 이지 같은 학생들은 힘든 경험을 하면서 남들이 당연하게 믿는 것도 한차례 두들기고 건너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진짜 모르겠네. 그 뱀 같은 녀석이 무슨 말을 했길래 학생들이 이런 위험한 곳에 발을 들였는지.’
─생각이 잘 안 돼?
‘솔직히 좀 복잡하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때?
‘반대로?’
─그래 뭐든지 반대로 생각해 보는 거야.
사고방식을 조금 유연하게 해보자.
원인과 결과를 역순으로 생각하고, 뭐든지 거꾸로 짚어보는 것이다.
타마모는 내게 생각을 달리할 시간을 주었다.
딱히 그녀가 뭘 눈치채서 그런 게 아니라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보여서 건넨 말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을 말랑말랑하게 하기 위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우스운 추론도 떠올랐고, 나조차 화들짝 놀랄 정도로 신빙성이 높은 추론이 생각났다.
그렇게 신빙성이 높은 추론이 떠올랐음에도 머릿속은 열심히 돌아간다. 사고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 눈을 감고 생각해 본 끝에.
“……이브.”
정답이 있었다.
“너는 더 이상 개입할 수 없다면서, 무슨 짓을 할 속셈이야.”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세상의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짙은 회색이라서 그런가.
우중충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내 마음과 같았다.
* * *
나는 곧장 도시를 순찰했다.
몸이 고장 나고 마력 회로도 망가졌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다치지는 않았다.
나는 내 머릿속 지식을 마음껏 활용해 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해맸다.
그 과정에서 이 도시를 주무르는 세력이 마탑이라고 불리는 마법적인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 말단과 접촉했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접촉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마물의 저녁밥이 되기 직전의 마탑 연구원을 구해준 것으로 사소한 연을 맺은 것이 전부였다.
나를 은인으로 여기는 어리숙한 연구원.
그의 마음속 호의와 부채감을 자극한 나는 그에게 마탑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꿈과 약속 같은 희망적인 얘기로 살을 덧붙이자 연구원은 나를 곧장 자신의 선임에게로 데려갔다.
“안녕하십니까.”
“너냐? 우리 막내를 도와줬다는 녀석이.”
“네, 그렇습니다.”
“마탑의 입단 시험을 보고 싶다고 들었다. 다음 입단 시험은 5년 후에 있을 예정이지만, 내 후임이 그 자리에서 멍청하게 죽었다면 내 체면이 깎였겠지. 좋다. 한번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주마.”
격투가인지 연구원인지 모를 커다란 거구의 연구원이 나를 맞이했다.
이 멸망한 것 같은 살풍경한 도시 속에서도 체면과 명예는 있는 모양인지 그 선임 연구원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펄럭.
종이를 받자마자 그 안에 온갖 공식과 문제를 읽어내렸다.
나조차도 태어나서 처음보는 공식과 문제였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만 있는 고유한 공식인 것 같았다.
이 공식에 따라서 제시된 문제를 푸는 것이 마탑의 입단 시험이라는 것이겠지.
도시 안팎에 마물이 많아서 힘을 써야 되는 시험이라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러면 차라리 잘됐다.
종이와 연필을 받아 든 나는 곧장 종이에 수식을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공식인만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서 이 공식의 증명부터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종이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 한 장 더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래. 대신 제한 시간은 3시간이다.”
“……아.”
제한 시간도 있었구나.
선생님을 활동하면서 시험을 출제한 경험은 있지만 직접 풀어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제한 시간이라는 것이 살짝 어색하기는 했지만.
“네, 알겠습니다.”
3시간이라면 차고 넘친다.
그렇게 시험 시작 후 30분이 흘렀을 무렵.
나는 주어진 공식의 증명을 마쳤다.
증명 결과 알 수 있었던 점은, 이 공식이 생각보다 흥미로운 공식이었다는 것과 주어진 문제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풀이가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서걱서걱.
연필을 쉬지 않고 2시간을 움직인 결과 나는 드디어 문제를 끝냈다.
나는 50장에 달하는 종이를 선임 연구원에게 제출했다.
검토는 필요하지 않았다.
설령 답지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내가 쓴 정답보다 완벽할 순 없기에 나는 내일 출근하러 오겠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탑 입구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연구실을 훑었다.
연구실의 맨 끝에는.
신입 연구원, 수.
내 이름이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시간이 흘렀다.
2주. 학생들에 대한 소문이 간간이 들려오고.
학생들이 이 도시에 자리를 잡은 그 시간 동안.
“정말 놀라운 연구 성과입니다!”
“이런 성과를 고작 2주 차가 해내다니……! 심지어 연구에 투자한 시간이 2주가 아니라, 입사한 게 2주 전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조화인가.”
“도시를 계도하고 사람들을 계몽시킬 새로운 인재가 등장했도다. 자네! 도대체 자네 같은 인재가 이 도시 어디에 숨어 있었다는 말인가?! 아, 따지려는 것은 아닐세.”
“저 늙은이의 말대로일세. 우리는 그저 자네 같이 가공이 필요한 원석의 단계를 넘어선 보석을 이 좁은 도시에서 알아보지 못한 것이 원통스러울 따름이니까.”
나는 이 마탑의 실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