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69화(36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69화
단서(4)
신입 연구원이 마탑의 실세가 되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압도적인 실적과 지식. 여기에 아주 약간의 사회성을 더한다면 2주 만에 연차를 무시하고 마탑의 실세가 될 수 있다.
“수 연구원. 이것 좀 대신해 줄 수 있나요?”
“싫은데요.”
“……예?”
“하기 싫다고요.”
물론 나는 사회성이 없기 때문에 훨씬 압도적인 실적과 지식으로 이를 보충했다.
대부분 내가 작성한 논문을 이 세상에서 처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가끔 남화연의 논문도 재현해서 발표했다.
그렇게 2주 만에 논문을 서른 편이나 만든 결과.
“요즘 마탑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미치광이가 자네인가?”
마탑의 주인. 탑주까지 어렵지 않게 만났다.
“그래, 소식은 들었지. 1년에 한 편 써도 빠른 논문을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무려 서른 개나 작성했다면서.”
“2주입니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은 너무 포괄적인 표현 아닙니까.”
“……아.”
내 반응에 탑주가 의자 뒤로 몸을 붙였다.
탑주는 마탑의 주인이고, 마탑은 이 도시의 중심. 다시 말해서 탑주는 이 도시를 지배하는 주인과 같다.
그런데 그런 탑주 앞에서 아주 당당하게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잘못 데려온 것 같은데.
미치광이라는 표현이 비유적인 게 아니라 이거 진짜로 미친놈 아니야?
첫인상부터 강렬한 신입이었다.
“흠흠, 그래. 당당한 신입이로군. 계산도 정확하고 말이지. 여러모로 우리 마탑에 어울리는 인재임이 분명해.”
“칭찬 감사합니다. 탑주님.”
“그렇지만 그 정확한 계산 능력이 논문 서른 개의 원동력은 아니겠지.”
상식적으로 논문 서른 개가 말이 되냐?
탑주는 승우를 의심하고 있었다.
논문의 내용도 말도 안 되거나, 다른 사람의 논문을 훔치거나, 이미 완성된 논문을 모방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저거 봐라!
제 입으로 당당하게 인정하고 실토하잖…… 아?
“……뭐?”
어라? 왜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거지?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해야 되지 않나?’
지금까지 논문 표절한 놈들은 다 그랬는데.
무언가 이상하지만 어떻게든 넘어간 탑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말했다.
“하여튼 그렇게 인정한다면 어쩔 수 없지. 끝까지 부정한다면 모를까. 결국 시인한 그대의 형벌을 추방에서 퇴직으로 마무리하지.”
“제 계산 능력은 저 많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닙니다.”
“……그 소리였구나.”
인정한다는 게 그걸 인정한다는 소리였구나.
이제야 알아들은 마탑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 머리가 너무 비상한 나머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으로 논문을 낼 순 없겠더군요.”
“말이 조금 심하군.”
“뭐 어쩌겠습니까? 제 능력이 출중한 것을.”
나는 당연하다는 태도로 말했다.
사실 이렇게 행동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지금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캐릭터를 잡는 게 편하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오만한 천재.
지금의 나는 그런 이미지를 선택했다.
그런 내 이미지에 감복했는지 탑주의 이마에는 핏줄이 가득하다.
“……그 오만한 태도도, 연구원이자 학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세조차 되지 않을 것 같군. 도대체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특별 공채로 뽑혔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야.”
“이해하실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입사할 때 푼 문제도 안 보셨나요?”
“신입 연구원이 입사할 때 푼 문제를 내가 왜 보나?”
“그러면 논문은요. 논문 정도는 보셨을 거 아닙니까.”
“논문? 표절 논문에 할애할 시간 따위는 없다.”
아, 건수 하나 잡았다.
마침 잘됐다는 표정을 지은 나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팔꿈치를 얹고는 턱을 괴었다. 그야말로 오만함의 정석.
이 자세에 오만한 표정까지 어우러지니까.
나 같아도 주먹으로 한 대 때리고 싶은 광경에 탄생했다.
물론, 이를 정면에서 지켜보고 있는 탑주는 더 그럴 것이다.
아주 손이 근질근질하다 못해 가려울 지경이겠지.
“지, 지금 내 앞에서 어딜 그런 자세를……!”
이마에 돋은 핏줄이 전신으로 퍼졌다.
그의 이성이 흐려질 즈음 나는 넌지시 말을 건넸다.
“자세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고치시길 원하시나요?”
“이곳은 내 공간이고, 이 탑은 내 영역이다. 너 같으면 네 집에 있는 손님이 네 앞에서 그런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 같나?”
“제집에서?”
참으로 미묘한 질문이었다.
내 집에서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한다면 글쎄다.
질문에 대답하기 참 곤란했다.
그야 집에 손님이 온 적이 있어야 대답하지.
나는 친구도 별로 없는데, 그마저도 거의 다 죽어서 집에 올 손님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는다.
“……글쎄요.”
진짜 모르겠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나는 결국 받은 말을 되받아치기로 결심했다.
결코 마탑주의 질문에 의해 내 인생에서 집에 찾아올 친구가 몇 없다는 사실을 되새겼기 때문이 아니다.
“집에 올 사람이 없으니까 잘 모르겠네요. 자, 탑주님께서 제게 질문 하나를 건네셨으니 저도 그러면 질문 하나를 건네겠습니다.”
“자, 잠깐만 집에 올 사람이 없다고? 그러면 그 흔한 친구 한 명 없다는 소리인가? 멸망해 가는 이 도시에서도 친구 없는 놈은 없을 텐데.”
“친구 한 명은 있으니까. 그 질문은 그쯤 하시고.”
이제는 내가 질문할 차례였다.
“제 논문에 대해 자꾸 딴죽을 거시던데. 읽어보시고 하시는 말씀이죠?”
“아니, 내가 표절 논문을 왜……?”
“제 논문도 안 읽어보시고 표절이니 사기니 말씀하신 건가요? 이건 참 너무하시는군요.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읽어보실 수 있는 거 아니십니까.”
그 말에 탑주가 반박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최소 1,000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무려 서른 개나 읽을 시간이 내게 어디 있다고…….”
“그렇다면 마탑주님은 제 논문을 하나도 읽어보지도 않고 저를 폄하신 것이군요!”
그러나 곧바로 침몰했다.
나는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속사포로 말했다.
내 논문도 읽지 않으면서 이런 취급이 말이나 되는 건가.
진짜 오만한 게 누구인가? 다른 학자들은 내 논문을 보며 개안했다면서 내 손을 붙잡으며 울었는데.
그런 전후 사정 같은 것은 살피지도 않고 지금 나를 이렇게 압박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것은 마탑주를 떠나서 학자로서의 기본조차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을 토해냈다.
그 방대한 언어의 폭력에 결국 꼬리를 내린 것은 마탑주였다.
딸랑딸랑!
마탑주는 방안의 종을 울려서 밖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에게 내 논문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래, 읽어보면 될 거 아니냐! 읽어보면!”
“고작 논문 좀 읽는 거 가지고 왜 그렇게 흥분하셨어요.”
“방금 네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흥분할 것이다. 염병할.”
말 진짜 많네.
골이 울리는지 마탑주가 말없이 머리를 붙잡았다.
대화가 잠시 단절된 사이.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발소리를 듣자 하니 방금 마탑주의 명령을 받은 사람이 분명했다.
벌써 논문들을 가지고 온 모양이다.
“들어오도록 해라.”
“저, 정말로 들어갑니까?”
음, 뭔가 이상한데.
지금 논문을 가져온 사람은 마탑주가 10년 동안 집사로 부려먹은 사내였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만큼, 마탑주는 그가 저런 소리를 하는 적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 문 열겠습니다.”
“자, 잠깐……!”
마탑주의 외침도 잠시.
우르르!
바닥에 쏟아지는 종이뭉치의 향연에 집사와 마탑주는 물론.
나조차 말을 잃었다.
“이게 뭐냐?”
“논문입니다.”
“집사야. 너에게 물어본 게 아니다.”
“논문이에요.”
“아니, 무슨 논문을 바닥에 잔뜩 쌓일 정도로 작성해!”
고급스러운 카펫으로 치장된 바닥이 흰색과 검은색의 서류로 뒤덮였다. 심지어는 뒤덮인 것으로도 모자라서 아예 눈처럼 쌓였다.
그나저나 이 정도 양은 저자인 내가 봐도 좀 많은데 설마.
“당신, 제가 작성한 논문 전부 다 가져왔나요?”
“네 특정 논문이 아니라 당신의 논문을 가져오라는 것이 명령이었으니까요.”
“용통성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다.
“자, 그러면 이제 이 논문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 나보고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라고 말하는 건가?”
“아뇨. 그렇게까지 하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한두 개.
아니, 절반만 읽어도 당신 같은 사람은 이해도 못 할 테니까.
나는 여전히 오만한 표정은 연기하며 그에게 논문을 권유했다.
그렇게 논문을 접한 마탑주는 30분 후에 결국 항복을 외쳤다.
“이걸 정말 2주 만에?”
“그런 걸 30개나 작성했죠.”
“아, 아니, 이게 왜?”
30개라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쓴 논문보다도 많은데?
당황한 마탑주였지만 그 또한 마법을 탐구하는 사람인만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재능과 역량이 눈앞의 오만한 녀석의 반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에라, 모르겠다. 그냥 네가 다 해먹어라.”
그렇게 좌절한 마탑주는 스스로 탑의 옥상에서 지하로 터벅터벅 내려갔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그를 탑의 위층에서 본 사람은 없다고 전해졌다.
* * *
이제 나만의 세상이 열렸다.
직함은 분명 신입 연구원이지만 내 입김은 탑 전체를 좌지우지─
“77층의 연구가 10년째 진척이 막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구석이…….”
“자네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우리 연구는 워낙 소규모적인 연구라서 말이지. 자네의 그 천재적인 머리는 다른 큰 연구에 써주게나.”
─할 수 없었다.
쿵! 우진이 두들겼던 마탑 77층의 문이 닫혔다.
“이게 아닌데?”
마탑주가 없으면 자신만의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에 승우는 살짝 당황했다.
혹시 몰라서 이번에는 조금 더 진중하게 물어봤다.
“저기 77층에 들어가도 될까요? 제가 연구에 가세한다면 저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 제가 만든 17번째 논문에 의하면 마력의 효율과 점진적인 증폭 효과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당장 실전에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안정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논문들과 이론들이 만들었으니. 이런 제가 귀하의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퇴짜였다.
‘음, 어떡하지?’
오만한 천재라는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게 자리 잡은 나머지 다들 나를 기피하는 건가?
그렇지만 이런 캐릭터성이 아니었다면 논문 30개를 쓰고, 다른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마탑주를 정면에서 몰아붙일 수 없었을 테니까.
이런 캐릭터를 선정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이래서야 살짝 곤란한데.’
승우가 원했던 구도는 이런 게 아니다.
오만한 성격과 이를 받쳐주는 놀라운 천재성에 조금 더 사람들이 모여드는 그런 것이었는데.
캐릭터를 살짝 바꿀까?
진지하게 검토하는 그때.
“저기요! 혹시 마탑에 방문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승우의 학생들.
승우는 마법으로 얼굴을 살짝 변경한 채로 마탑의 정문을 활짝 열어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혹시 마탑에 방문하시려는 분들이신가요?”
익숙한 얼굴의 학생들.
나는 그들을 웃음으로 맞이하면서 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들겼다.
이 아이들이라면 꽉 막힌 부분을 뻥 뚫어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