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0화(37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0화
단서(5)
나는 학생들에게 마탑을 소개했다.
“이곳은 마탑의 연구원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곳입니다.”
아주 사소한 곳까지 말이다.
화장실은 몇 개고 마탑의 사람들은 어디서 자고 쉬는지.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 전부 알려줬다.
“저 그 정보는 외부인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을까요?”
“음.”
“아니, 그 수 님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잠깐만.
나는 손을 들어서 말을 건네온 하급 연구원의 말을 끊었다.
“저는 수 님이 아니라 수 수석 연구원입니다.”
“아, 아무리 마탑을 기울게 만든 논문 여러 편을 저술하셨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배분과 연차가 있는데……!”
“수 수석 연구원.”
“심지어 하필이면 이름이 수라서 발음도 이상한데…….”
“하급 연구원분. 제 말씀 좀 들어주세요.”
당신은 신입 연구원인데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사내는 신입 연구원임과 동시에 올해의 수석 연구원.
심지어 그 마탑주님도 수석 연구원과 지식 싸움에서 패배한 채 터덜터덜 마탑의 지하로 내려갔다는 소문이 돌 정도의 천재였다.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소문이 돌 정도라면 분명 실력은 보장됐겠지. 적어도 자신 같은 하급 연구원과는 차원이 다른 위치에 있는 게 분명했다.
“……네, 수 수석 연구원님.”
하급 연구원이 말하면서 생각했다.
명칭 진짜 안 어울리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 가지. 바로 마탑의 안보입니다.”
“안보라.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죠.”
“마탑의 수많은 규정들 중 침입자를 배제하고 고문하는 것에 관한 규정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었지만, 손님을 어떻게 대접하라는지는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 수석 연구원님께서 손님들을 데리고 뭘 보여주시든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없지만요?”
나는 상대방의 말을 되뇌며 받아쳤다.
“그 말인즉슨 문제 될 규정은 없지만 걱정은 된다는 말씀이시죠?”
“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걱정되네요.”
“아,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제가 책임질 테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그를 밀었다.
유사시 직접 책임까지 진다는 말에 하급 연구원에 불과했던 그는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규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유사시에는 당사자가 책임을 지겠다고 단언했는데 고작 하급 연구원이 불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이상 말을 붙이기에는 수석 연구원의 위치가 너무 높았다.
결국 그는 떠났고, 나는 학생들에게 마탑 곳곳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어느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했냐면.
‘몰래 들어와서 숨겨진 정보를 훔치고 나가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있는 거 없는 거 다 보여줬다.
그렇게 두 시간에 걸쳐서 마탑에 대한 설명을 끝마친 나는 학생들을 마탑 밖으로 배웅하기 위해 나섰다. 마탑에 손님이 구경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만 그 외의 것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
자기들이 알아서 새벽에 침투하고 그러겠지.
“자, 이제 나가주시면 되겠습니다.”
“직함이 수석 연구원이라고 하셨죠? 오늘 안내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뇨. 저야말로 감사하죠. 다른 선배들은 한 차례 이상 손님들을 맞이한 적이 있는데, 유일하게 저만 연차가 늦어서 그런 경험이 없었거든요.”
“아, 정말요?”
아니, 그런 적 없다.
마탑은 이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최고 권력 기관인데 너희들 같은 관광객이 또 있을 것 같나?
있더라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 잘 가십시오.”
“연구원님. 한 가지 물어보고 가도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마탑에 지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왜 상층부는 침실과 화장실까지 꼼꼼히 보여주면서 지하는 보여주지 않으셨는지 의문이 듭니다.”
똑 부러진 목소리.
금발이 매력적인 소녀의 질문이었다.
“글쎄요. 지하는 탑주의 영역이라서 저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탑의 지하가 마탑의 본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탑의 본체요?”
“여러분들은 제가 보여주신 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자 학생들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갑자기 뭐 그런 질문을 하고 있냐는 것처럼 보였다.
내 질문에 이지가 나섰다.
“그런 질문은 도대체 왜……?”
“단순히 안내역으로서 오늘 제가 안내해 드린 마탑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러분들의 질문에 답을 드리기 위함이랍니다. 마탑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이렇거든요.”
마탑은 학자들의 세계.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로지 의문으로 접근해서 해결한다.
질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탑의 연구원에게 질문을 했다면 그 질문 또한 의문으로 답해준다.
그걸 알아차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소양이다.
“그래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신 마탑은 어떠셨나요?”
“……순수하게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처음에는 도시의 중추라고 하길래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과연 마탑도 사람 사는 곳답게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저희 같은 마법사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냥저냥?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제외하면 뭘 위해서 존재하는 집단인지 잘 모르겠어요.”
다들 다른 대답이 나왔다.
아직까지 핵심에 도달한 학생은 없었다.
그렇지만 단 한 명.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마탑은 도시의 중심. 그렇다면 행정처리도 마탑의 역할인데, 상층부에는 오로지 연구를 위한 시설만 존재했어요.”
“정답입니다.”
이사벨이 정답을 맞혔다.
기특하게도 정답을 맞혔지만 보상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똑똑한 학생들에게 보상을 주지 않는다니.
“안녕히 가십시오.”
나는 학생들을 보냈다.
떠나는 그들을 배웅하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저 아이들이라면.”
보상 정도는 알아서 가져가겠지.
* * *
시간이 지나서 새벽.
오늘도 마탑 곳곳의 방은 연구를 멈추지 않는 연구원들의 불빛에 의해 등대가 되어 불이 꺼진 도시를 비추어주었다.
위이이이이이잉─!!!!!
고막을 찢는 사이렌 소리가 아니었다면 나도 다른 연구원들처럼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아서 요양하는 김에 연구만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는 줄 몰랐다.
“벌써 새벽 3시네.”
“애매한 시간대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슬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이지만, 당신 같은 연구원들은 잠이 들기에 이른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너도 내 조수 겸 연구원이거든.”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에 맞춰서 루나가 내 방에 들어왔다.
옆방에서 수면을 취하며 대기를 타고 있던 그녀는 흰 가운에 도수 없는 안경을 착용한 상태였다.
“저는 연구원 아니에요. 당신이 작성한 논문의 첫 번째 페이지도 이해 못 하거든요.”
“그건 좀 심한데. 너 분명 왕족 아니었냐? 그런 놈이 이런 것도 이해 못 하면, 너 설마 기초 교육도 못 받았어?”
“그런 논문을 기초 교육으로 취급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아요. 만일 존재했다면 진작에 마법과 기술이 아득히 발전해서, 다른 차원의 행성들을 사냥하고 식민지로 삼는 문명으로 발전했을 게 분명해요. 그렇지만 그런 놈들은 없죠? 그러니까, 자 여기 차 좀 마시세요.”
툭.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정신이 현실로 돌아오자, 루나가 내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었다.
“잘 먹을게.”
“예,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드세……! 왜 찻잔을 그렇게 잡아요!”
벌컥벌컥.
나는 찻잔을 술잔처럼 붙잡고 뜨거운 차를 한입에 들이켰다.
화염 마법을 주로 다루는 화염 술사였던 만큼, 마력 회로가 망가진 상태에서도 특유의 화염 내성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나쁘지 않네.”
“아, 안 괴로워요? 차 엄청 뜨거웠는데.”
“이 정도는 별로 안 아프다.”
이것보다 뜨거운 걸 얼마나 많이 만져봤는데.
당장 적기사의 화염도 차보다 몇십 배는 뜨거웠다.
남들은 좀 식혀서 먹어야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괴로운 온도가 아니다. 그렇게 차를 전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무슨 차야?”
“아마도 홍차 계통일걸요. 마법으로 보관하고 있었지만 말린 지 너무 오래된 탓에 향만 남고 형태는 거의 남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저는 하이 엘프니까. 대략적인 식물종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답니다.”
“그래. 하여튼 홍차다 이 말이지.”
홍차라면 카페인도 좀 들어 있겠네.
“나쁘지 않네.”
“차의 향이요? 다도를 즐기기에는 향이 너무 약하고 조악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뭐, 이 세계의 꼬락서니에 비해서는 나은 편인 것 같지만요.”
“다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성분 말이야. 홍차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잖아. 왜 그 잠 안 자도록 각성하게 만드는 성분.”
“그야 물론 알고 있죠.”
“오늘 밤은 유독 길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발을 옮겼다.
사이렌 소리에 놀란 마탑의 연구원들이 허둥지둥 탑 밖으로 나가는 사이, 몇몇 극소수의 인원들은 출구와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얼굴도 다른 사람들과 표정부터 달랐다.
도망치는 연구원은 각자 자신들의 연구 성과와 중간 과정들을 모두 챙긴 채 이동했다면,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연구원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싸우러 나가는 전사처럼 비장한 각오를 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하네.
‘그렇지만 지금처럼 사이렌이 고막을 찢을 것처럼 울리고, 마탑의 모든 전등이 붉은빛으로 점멸하는 와중에는 그 누구도 수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지.’
사람은 그렇게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동물이 아니거든.
자신의 안위와 소중한 물건이 더 중요한 법.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얼굴 표정 따위 전혀 중요하지 않다.
터벅터벅.
도망치는 연구원들을 역행하며 굳은 다짐을 품은 연구원들의 뒤를 몇 발자국 뒤에서 소리 없이 따라간 우리는 어느새 작은 공간 하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띠링!
경쾌한 벨 소리와 함께 작은 공간이 활짝 열렸다.
그곳에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대신 고풍스러운 클래식이.
점멸하는 붉은빛이 아니라 포근하고 따스한 노란 전등이 내리쬐고 있었으니. 바로 그 공간은 사람 세 명 정도가 이동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였다.
“아하.”
이제야 알았다.
“그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가는 길이었구나.”
“누구냐!”
“나는 지금까지 계단을 찾고 있다가 결국 못 찾아서, 진지하게 바닥에 구멍을 뚫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게 있었다면 나한테도 진작에 알려주지 그랬나.”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가 수박처럼 터졌다.
나는 길을 내어준 연구원들을 지나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동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단 하나뿐인 버튼이 밑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이동하는 수단이었다.
“운이 좋았네.”
“……방금 머리가 터진 사람들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걸요.”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의 피비린내가 진동한 채 내 앞에 선 그놈들 잘못이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잘못했어요?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단칼에 머리가 터질 정도로?”
“너 인간 백정이라고 알아?”
“아니요. 처음 들어봐요.”
역시 공주님이라서 그런지.
인간 백정 같은 상스러운 말은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알려주는 수밖에.
“그게 무슨 뜻인가요?”
“어려운 말이 아니야.”
직접 보면서 가르쳐 줄게.
“이제 곧 네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통 인간 백정들이 한 짓이라고 일컫는단다.”
“네? 허, 헉!”
띠링!
엘리베이터가 처음 올라왔을 때와 똑같은 소리를 냈다.
문이 열리고 그 너머의 지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인간 백정을 넘어서는 학살자가 다녀간 것 마냥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 이게 인간 백정?”
그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은 죽여보지 못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