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2화(37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2화
다시 돌아가자(2)
자. 지금 상황들을 정리해 보자.
‘마탑은 비상사태. 연구원들은 자신의 목숨과 목숨보다 소중한 연구 자료들만 겨우 가지고 도망쳤다.’
중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마탑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반짝거리는 모습에 도시 사람들은 불안에 빠졌다.
돈 좀 만져보고 싶은 도시의 사람들은 입맛을 다시며 마탑을 빤히 쳐다봤다. 사람들의 탐욕이 하나둘 모여 온몸의 털이 바짝 설 정도로 강렬한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 저 수 님. 저기 불온한 분자들이……!”
“괜찮아.”
이 도시는 매우 넓다.
작은 마을 수준이 아니라 강대국의 수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넓었다.
게다가 아무리 중세 배경이라고 할지라도 이 세계의 문명과 기술은 상당히 발전한 상태였다.
오죽하면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로봇도 있다.
“헌터들이니까.”
“헌터!”
넓은 땅과 발달한 문명에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직업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마탑이 도시를 다스리고, 마탑에서 만든 로봇이 도시의 치안을 지킨다면 사람들의 생활과 편의를 위한 직업도 있었으니.
그게 바로 헌터였다.
그들은 도시 내부에 출현한 마물들을 사냥한다.
돈을 받아서 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을 암살하기도 하고, 반대로 본인들이 함정에 빠져서 사망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중세 시대에 무슨 사업인지 몰라도 상대 회사의 기밀 자료를 빼앗기 위해 경비원으로 고용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다양한 일을 하는 직업이었다.
‘처음 헌터에 대해 알게 된 루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게 무슨?! 그런 건 직업이 아니에요!”
라며 부정했으나.
혼자서 부정하면 뭐가 바뀌는데?
‘결국 그녀가 헌터라는 직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빨랐지.’
아무튼 그런 헌터들이 단체로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탐욕이 느껴진다.
과연 저들이 무슨 탐욕을 가슴에 품었는지 궁금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알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왜?
‘너는 답을 알면서 괜히 물어보는 취미가 있더라?’
안 봐도 뻔하지.
사람 없는 마탑에 아무리 방비가 잘되어 있더라도 헌터들은 이 미친 도시를 일신의 무력 하나로 살아가는 족속이다. 그런 헌터들 수백 수천이 같은 것을 두고 입맛을 다셨다.
‘이 야생적인 시대에서 헌터들이 자신과 같은 동업자를 가만히 둘까?’
헌터들이 뭘 원하는지는 모르더라도 가만히 두면 제 몫을 찾아 나선다.
이런 판에서는 제일 먼저 사람의 입을 줄이는 것이 인지상정.
‘다 죽일 거야.’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일 것이다.
설령 한 명이 아니더라도 좋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헌터들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칼을 휘두를 것이다. 중세 배경에 맞지 않게 마탑과 엘리베이터도 있으니까 총구를 들이미는 헌터가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하여튼 그렇게 살아남은 놈이 이곳으로 온다면.’
게임은 끝이지.
“어서 준비하자.”
“뭘 준비해요?”
“대대적인 마탑 청소와 손님맞이.”
학생들이 들어온 경로와 흔적을 청소하고, 곧 도착할 헌터들을 곱게 맞이할지 거칠게 맞이할지 정할 시간이다.
“청소? 그걸 지금 한다고요?”
내 말을 대충 알아들은 루나가 의아함에 반문했다.
“지금이니까 해야지.”
나는 루나의 말에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아무도 없으니까. 판을 짜기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시기였다.
* * *
마탑에 사람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탑의 상층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옳은 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탑의 하층 구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학생들이 침입하고 난장판을 벌인 장소는 마탑 하층.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면.
‘판을 짜고, 사람들을 흔들기에 딱이라는 뜻이지.’
마탑 하층은 상층과 냄새부터가 다르다.
공기 중에 진동하는 피의 냄새. 사용하는 장비들은 전부 최신식에다가, 비인도적인 성향의 실험도 여럿 보였다.
그렇기에 마탑의 고위 관계자들은 하층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었다.
공개하는 날에는 이 도시의 패권이 더 이상 마탑의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
‘서둘러 준비하자.’
도망쳤던 연구원들이 돌아오기 전에.
헌터들이 동료들의 피를 흥건히 뒤집어쓴 채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하층의 존재가 시민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선동한 증거를 조작할 고위 관계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것을 끝낼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초의 헌터가 등장했다.
“드,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했다고!”
크게 기뻐하는 헌터의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이후로는 그의 다른 특징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왼팔이 있어야 할 곳은 텅 빈 상태였다.
뚝. 뚝.
심지어 그 왼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는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 그가 왜 혼자인 것을 물어볼 이유는 없었다.
지금 그 헌터의 몸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뭐, 뭐부터 챙기지? 비싼 기구? 아니면 논문? 아, 아직 덜 집필된 연구 계획도 빈민가의 연구원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어서 좋은데.”
입이 그의 성향을 소개했다.
돈을 무지하게 밝히는 사내였다.
집안에 먹을 입이 많아서 돈을 밝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를 챙겨주는 여인의 흔적도, 작은 아이들의 손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저 중년이 노모를 모시고 사는 효자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 힘겨운 중세에서 오랫동안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냥 돈에 욕심이 많은 녀석이네.’
좋아. 탈락이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쿵!
마탑의 입구 천장에서 무언가가 고속으로 떨어졌다.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냥 거대한 추였다. 마력 회로가 망가져서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그냥 대기 중의 마력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천장 위에 붙어 있는 장식물을 뜯어서 추락시켰다.
“피하려나. 죽으려나.”
여기에 도달한 헌터라면 나름대로 실력 있는 녀석이라는 의미지만.
“몸이 그렇게 망가졌는데 말이야.”
헌터에게 몸은 가장 귀중한 재산.
그런 몸이 망가진 헌터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마탑에 당도하면서 바닥에 제 핏자국을 질질 흘리던 헌터는 그렇게 한 줌의 핏물로 화했다.
그런 식으로 수많은 헌터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가 무거운 것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면 누군가는 날붙이에 의해 죽었고, 또 누군가는 불에 타서 죽었다.
동시에 마탑에 도착한 두 헌터는 괜한 욕심이 동해 내가 나서기도 전에 서로 죽일 듯이 싸운 끝에 공멸했다. 죽음의 흔적들이 마탑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나는 거기에 손을 살짝 더해서 이 모든 흔적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밤새 욕심 많은 헌터들의 비명이 밤새 이어진 결과.
“이, 이건 대체 뭡니까?”
“수, 수, 수석 연구원! 여기 계셨군요.”
“……그 이상한 명칭은 제발 그만 말씀하시죠.”
아침이 밝아, 연구원들이 되돌아왔다.
비상 경보등이 켜졌지만 마탑에 무언가 큰 이상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고고한 척 폼을 잡던 연구원과 나이가 지긋한 연구원들의 허리춤과 등에 보따리가 묶여 있었다.
저런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 일지와 기록물을 들고 나갈 정도로 당시 마탑은 위급했다. 그렇지만 마탑을 빠져나간 인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탑주와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없어.’
그 사람들은 아마 탑의 밑에 있었겠지.
나는 머리를 굴리며 연구실에서 가져온 의자에서 일어났다.
“……우선 다들 오셨군요.”
“수석 연구원. 이게 도대체 무슨 광경입니까?”
“설명 좀 해주시죠.”
평상시 내가 저술한 논문 좀 해설해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양반들이 이번에는 주변의 광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다.
그들의 요구에 나는 사방을 둘러봤다.
피와 시체로 가득한 주변 풍경.
심지어 모든 시체들이 싸우다가 죽은 흔적으로 역력했다.
수라도가 있다면 이럴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광경이었다.
그 광경 속에서 나는.
절뚝절뚝.
다친 몸을 이끌며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수 선생. 설마 다치셨소?”
“다리에서 피가 나지 않느냐?! 어서 수석 연구원을 다리 의자에 앉혀라! 거동이 불편하신 분에게 일어나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 고얀 녀석은 도대체 누구냐!”
“아, 아니, 아무도 일어나서 설명해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이놈아! 그렇게 말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 모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나를 높게 평가하는 연구원들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들의 다급한 외침에 밑에서 수학하는 연구원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힘 좋은 연구원이 나를 들어 올렸다.
다른 연구원들은 내 상처를 치료하고 피에 젖은 몸을 닦아주는 등. 지극 정성으로 나를 돌봤다.
“죄송합니다. 저 혼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결국 모든 분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수석 연구원들이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봤는데 아까부터 수석 연구원이 친절하게 말하고 있지 않았나요? 저 이거 논문에서 읽었는데,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돌연 바뀌거나 친절해진다고……!”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아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수석 연구원은 앞으로도 수많은 논문들을 저술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말투가!”
아까부터 말투, 말투.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주변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나는 또 왜 다쳤는지. 그걸 물어봐야 되잖아.’
나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며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습니다.”
절묘한 표정과 사람이 180도 바뀐 것 같은 말투에 연구원들이 귀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입을 움직였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나 귀를 기울이던 타마모와 루나의 표정은 놀라움에서 경악으로 이어졌다.
─아니, 무슨 저런 거짓말을 어떻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저렇게?
“……이제 슬슬 저분에 대해서 뭘 더 알게 되더라도 놀라게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연기자의 자질이 이토록 뛰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둘이 놀라거나 말거나.
나는 열연을 펼치며 연기했고, 주변에 널브러진 흔적들이 내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10분 정도 말했을 무렵.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실이 들어찼다.
그것은 바로 수 수석 연구원이 경보등에도 도망치거나 당황하지 않고 홀로 남아서, 마탑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마탑주는 덤이었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러.
나는 이 탑의 정상에 섰다.
─벌써 마탑을 이렇게 장악할 줄이야.
‘내 생각보다 좀 늦었어.’
나는 조금 더 일찍 장악할 줄 알았다.
─그래도 이 탑의 실세가 됐잖아. 그거면 됐지.
실세? 지금의 나는 겨우 그 정도가 아니다.
“수 탑주님!”
“예? 방금 저를 찾으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탑주가 아닙니다만?”
“마탑을 위해 헌신하고, 모든 연구원들의 위에 선 자가 탑주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탑주란 말입니까?”
“기존의 마탑주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지금. 저희들을 굽어살피시는 것은 오로지 당신밖에 없습니다!”
“옳소! 불과 며칠 전에 들어온 신입이 나보다 높은 위치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옹졸한 마음을 품었던 나였지만, 우리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소.”
차세대 마탑주.
모든 연구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자.
이게 지금의 내 위치다.
─정작 네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허.’
어딜 불경하게 탑주를 의심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