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3화(37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3화
다시 돌아가자(3)
최연소 수석 연구원이 마탑주가 됐다.
최연소 마탑주. 자세히 말하자면 2주 만에 도시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셈이다.
“축하해요. 이제 이 도시에서 당신을 건드릴 사람은 없겠네요.”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승우가 이 세계의 바깥의 신분에서 사용하는 신분은 탑주보다 높다.
또한 도시에서 승우를 건드릴 사람은 엄청 많다.
“지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전 마탑주와 마탑의 고위 관계자. 그리고 돈 좀 만지고 싶은 헌터들은 나를 건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걸.”
“아, 아무리 그래도 헌터들은……?”
지난밤 도시에서 정말 많은 헌터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헌터들의 목숨을 취한 끝에 마탑에 당도한 헌터들은 그 강력함을 뽐내기도 전에 승우가 판을 깔기 위해 사용할 바닥의 얼룩으로 전락했다.
“그 사람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과연 당신을 건드릴까요?”
“……공주님이라서 그런가?”
앞말을 삼킨 승우가 루나를 쳐다봤다.
고운 금발의 머리카락과 하이 엘프다운 미모.
과연 공주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모양이군.”
역시 공주답다.
공주님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동화들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음, 그거 되게 차별적인 선입견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공주라고 한다면 왕위 계승권이 없게 마련이지만, 형제들이 없다면 여왕이 될 수도 있는 노릇. 하물며 저 아이는 연합의 수장으로서 사람들을 이끌어온 지도자다.
‘그래서, 저 녀석이 세상 물정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아?’
─…….
차별? 선입견?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승우의 앞에 있는 루나는 세상 물정을 잘 알지 못했다.
“저기요. 제 뒷담화하시는 거 단편적이지만 잘 들리거든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라고 대놓고 말했는데.”
“……아.”
“내가 너를 두고 뒷담화나 작당모의라도 할 줄 알았니?”
승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아직 그 정도 아니야.
“사람 심리도 모르는 녀석 몰래 험담을 할 바에야. 차라리 네 앞에서 험담을 하겠다.”
“기분은 그게 더 나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러면 물어볼게. 네 생각에는 헌터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 같아? 하도 많이 죽어서 몸을 사릴까?”
“그야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알아봤는데 강한 헌터일수록 인맥이 넓고 휘하에 둔 수하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젯밤 그런 강한 헌터들이 많이 죽었으니까. 밑에 있는 수하들은 혼란스러운 상태고, 이 도시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테니까.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까요?”
“오케이.”
그래, 말 잘했다.
그게 상식적인 방법이기는 하지.
“네가 얼마나 사람을 모르는지 알겠다.”
“네?! 그, 그게 무슨…….”
“너는 사람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모른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족속.
그런 게 인간이다.
아니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엘프도 그렇게 똑똑한 것 같지는 않으니까.
사람이라고 불리는 족속 전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벌 떼처럼 달려들 거야.”
“벌 떼? 아무리 그래도 자기네들 대장이 죽은 이 시기에?”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니까. 더더욱 그러는 법이야.”
“그 정도로 멍청한 녀석이 몇이나 있을까요?”
“세상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멍청한 놈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래.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밥 먹듯이 하는 종족이지.”
살다 보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은 옳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참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
승우는 손가락으로 마탑 밑을 가리켰다.
“저기 작은 점 보여?”
“사람이네요. 엘프 같은 종족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
“잘 보이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숲에서 살며 활을 쏘는 종족이다 보니 시력이 좋나 봐.”
“엘프라고 다 눈이 좋지는 않아요.”
“딴지는 나중에 걸고. 저 사람을 자세히 봐봐. 뭘 하는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멀리서 보면 가만히 있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손을 자세히 봐봐.”
“손을?”
“그래, 손에 뭐가 묻지 않았어?”
“아무리 그래도 이 거리에서 손에 뭐가 들렸는지 보일 정도로 시력이 말도 안 되게 높지는 않거든요.”
“실루엣만이라도 보면 알 거야.”
손에 뭐가 있는지 실루엣으로도 충분히 눈에 들어온다.
루나는 승우가 말한 대로 손을 쳐다봤다. 붉은색은 잘 보인다.
그것 외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원형의 구체가 손에 잡힌 것 같았다.
“붉은 유리구슬인가요?”
“유리구슬? 아, 이 거리라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설마 유리가 아닌가요?”
“그냥 구슬이 아니야. 자세히 보면 구슬처럼 일정한 곡선의 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뭘 더 자세히 관찰하라는 거지.
루나는 숨길 수 없는 의문을 꾹꾹 누른 채 일단 관찰했다.
적어도 승우가 지금까지 엉뚱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기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루나는 눈에 힘을 주며 자세히 관찰했고 그 결과.
툭. 툭.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양발이 방금 서 있던 장소보다 뒤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본 모양이네.”
“바, 방금 그건 설마……!”
“사람 머리.”
“……아!”
루나가 역시나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봤구나.”
“도대체 왜 이 대낮에 사람 머리를……?!”
“저 머리. 근처 헌터들의 부대장 같은 사람이었어.”
보스가 죽어서 일대 헌터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에 부대장으로서 그들을 휘어잡고 질서를 지키려고 한 사람이다.
그런데 대장도 죽었겠다. 새로운 권력자가 되려는 힘 있는 헌터들에게 당했다.
“같은 식구들에게 당했지.”
“도대체 왜?”
“말했잖아. 사람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고.”
마탑 지하에서 더 심한 걸 봤기 때문에 루나는 그 이상 충격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 사람들이 고작 권력 때문에 집단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최악의 행동을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다.
수많은 헌터 집단의 우두머리들이 죽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심점이 될 부대장마저 없는 것은.
심지어 그 구심점을 제 손으로 없앤 집단은 자연스레 파멸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
루나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린 나이에 연합이라는 폐쇄적인 집단의 우두머리로 오랫동안 군림해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서는 아직 미숙함이 느껴졌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내가 다시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루나는 이곳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에 잠긴 그녀를 놔두고 주변을 잠시 살펴봤다.
방금 그 녀석은 어떻게 됐을까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발견했다.
“어라?”
저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쟤가 왜 저기 있지?
* * *
이 도시에는 이름이 없다.
굳이 도시 외의 명칭으로 명명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도시 밖에는 마물들이 우글우글하다. 그런 세상에서 몇이나 되는 도시들이 건재하게 버티고 있는지, 애당초 살아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도시에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던 것이다.
다른 도시가 있으면 몰라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시라고는 이곳이 전부였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도시. 덕분에 이 도시에는 경쟁도 없지. 경쟁이라고 해봤자, 도시를 이루는 기업들과 헌터들의 경쟁이 전부.”
경쟁이 없다는 것은 곧 도태된다는 것과 같다.
새로운 물이 들어오지 않는 강은 금방 고여 강에 사는 생물들은 전부 죽게 마련이다. 이사벨의 눈에는 이 도시는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죽어가기 시작한 도시에서는 뭐든지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만 사람들을 데려가다 인체실험을 강행할 정도로 망가졌을 줄은 몰랐네.”
“그, 그게 갑자기 왜……?”
“지하의 그 풍경을 모른다거나 무관하다가 말하진 않겠지?”
연구원 가운을 걸친 사내의 손발이 의자에 묶였다.
이사벨은 그 사내를 싸늘한 눈으로 노려봤다.
작은 체구의 사내.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에 체구로 나이를 유추할 순 없을 터. 아마도 어린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해서 성장기 때 발육이 주춤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 정도의 나이대려나.’
20대 초중반.
백승우와 딱 비슷한 수준의 나이대가 분명했다.
그런 사람이, 마탑의 지하에서 발견됐다. 그것도 묶이지도 않은 채 단순히 기절한 채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99%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신이 그 사람들을 데리고 실험을 감행했죠?”
이 사람은 마탑의 지하.
그 끔찍한 시설의 관계자라는 것을 말이다.
“제,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기는. 심증과 물증, 전부 다 나왔습니다. 이지.”
“아, 이거 보여주면 된다고 했던가.”
이사벨이 사내를 노려보고 있을 때, 이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고 도망칠 수 없도록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문을 등지고 선 이지는 이사벨의 말에 주머니 속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비닐봉지에 보관된 칼과 집게였다.
검게 굳은 피가 선명한 수술용 칼과 집게.
“손끝에 당신의 지문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 물건이 아니에요!”
“분석해 본 결과, 칼과 집게에는 다른 사람의 지문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오직 당신의 지문만 묻은 상태였죠.”
“……예?”
“심지어 단 한 번만 잡은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오랫동안 잡았던 모양이더군요. 가장 최초로 남은 지문은 약 2년 전에 묻은 흔적이었습니다.”
“……!”
흠칫. 사내의 몸이 짧게 들썩였다.
일반인들은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이사벨과 이지는 그가 어느 부분에서 동요했는지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2년 전’이라는 대목에 무언가 중요한 정보가 숨겨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실토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은데. 고문이라도 하는 게 어때?”
“……놀랍네. 설마 내가 너랑 같은 생각을 비슷한 타이밍에 떠올릴 줄은. 나도 마침 그게 좋겠다고 생각한 참이야.”
이지가 넌지시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들은 이사벨은 마치 자신도 그럴 생각인 것처럼 흔쾌히 수락하였다. 겁을 주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고문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지만.’
만약의 경우에는 겁을 줘도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 경우에는 고문을 해야지. 경험은 없지만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
‘오히려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면 능숙하지 못해서 더 아플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가능한 빨리 실토해 줬으면 좋겠다.
이 사내는 이사벨과 일행이 그 역겨운 마탑 지하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죽어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당장 이사벨 일행이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
“너. 입을 열지 않는다면 각오해도 좋아.”
“마,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
“손발을 다 뜯어…… 어?”
“생각보다 빨리 항복했네. 그나저나 뽑는 건 손톱 발톱 아니야?”
손발을 뽑으면 죽잖아.
아, 안 죽나? 출혈만 어떻게 하면 죽지는 않겠다.
“…….”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냥 심문부터 빨리 시작할까?”
“……응, 그래.”
이사벨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누가 봐도 고문 처음 하는 티가 났다.
“아는 거 다, 다 말할 테니까. 부디 손발은……!!!”
얘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