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4화(37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4화
다시 돌아가자(4)
“내가 어떻게 마탑에 입문했는지 기억해?”
“사람 한 명 구해주셨잖아요.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사내. 누가 보더라도 나 마탑 연구원이라는 티가 팍팍 나던 사람이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네.”
“그 사람은 갑자기 왜요?”
루나가 승우에게 되물었다.
“혹시 그 사람에게 무슨 일 생겼어요?”
“글쎄다.”
승우가 방금 전에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만일 그가 잘못 보지 않았더라면 분명.
“아무래도 납치당한 것 같은데.”
“누, 누구한테요? 이런 위태로운 시기에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내 학생들.”
“……아.”
“먼발치에서 지켜봤는데 사람 납치하는 솜씨가 기가 막히더군. 나는 그런 것까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
어디서 배웠기는.
청출어람(靑出於藍).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렇지만 구경꾼의 시선을 감지하는 것은 아직 미숙해.”
납치와 암살 같은 은밀한 행동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간혹 일부로 흔적을 남겨서 다른 사람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유인책은 은밀한 납치 및 암살에 능숙해진 이후에나 펼치는 것이지. 경험 없는 애들이 할 만한 짓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은데.”
승우와 학생들의 연은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끝났다.
더 이상 학생들은 그의 밑에서 수학하는 제자들이 아니다. 따로 사제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었으니. 더 이상 승우가 뭘 가르쳐 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렇게 친절하기만 한 입장은 아닌 것 같거든.
스윽.
승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잠깐 산책 좀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너는 같이 안 따라가려고?”
“어차피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나가실 작정이잖아요. 저는 그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일손 하나 부족하다고 해서 실패할 일은 전무했다.
승우는 홀로 마탑 밖으로 나섰다.
“음, 어디 보자.”
납치당한 마탑의 연구원과 학생들이 어디로 갔을까?
“발자국과 마력의 흔적은 제대로 지웠네.”
승우가 학생들이 지나간 길목을 훑었다.
길바닥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경공(輕功)이라도 배운 모양이다.
과연 나름대로 은밀하게 행동할 궁리는 했다는 뜻인가?
‘그렇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이 정도 경공도 꿰뚫어보지 못할 내가 아니다.
승우는 유유자적하게 길을 거닐며 앞을 향했다.
걸으면서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시선들이…… 대체로 불쾌하군.
‘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데?’
─불쾌하고 불결한 시선. 오욕 칠정과 온갖 욕망이 느껴져. 나였다면 저 부랑자들의 눈을 모조리 뽑았을 것이다.
‘잔혹하네.’
─잔혹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나도 그렇고, 상대도 손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데 주저할 이유가 있나?
길목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손에는 대부분 날카로운 물건들이 들렸다.
칼은 아니었다. 칼을 살 돈이 없는지, 누가 마시다가 버린 유리병을 깨뜨려서 흉기로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유리병 위에는 피가 잔뜩 묻은 상태였다.
그 모든 것을 관찰한 승우가 답했다.
‘당연히 없지.’
승우는 도사나 스님이 아니다.
선량한 사람도 아니고 손에 피 좀 묻혀봤다 싶은 녀석들에게 자비를 베풀 손속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지만 불쌍한 사람들에게 잔혹하게 굴 생각도 없다.
‘도시 내부는 온갖 패권 다툼이 넘쳐나고, 도시 밖은 마물들로 가득하다. 이런 미친 세계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저런 시선 정도는 참아줄 수 있지. 게다가 저 사람들.’
나한테 함부로 못 덤비고 있잖아.
치안이 영 좋지 못한 길목을 걸어도 사람들은 승우를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누구도 그를 건들거나 붙잡지 않았다.
뒤를 쫓거나 앞길을 가로막는 자도 없었다.
─그러게? 이런 거지 소굴에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왔는데, 왜 아무도 안 덤비지?
‘가운 때문이 아닐까?’
─가운? 하, 고작 그 정도로 덤비지 않는다면 이 골목에서 사는 사람들이 납치당한 연구원을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 당장 마탑에 신고해서 포상금이라도 받으려고 애를 쓰겠지.
그거야 뻔하다.
발자국은 좀 숨길 줄 알아도 사람을 납치하는 광경을 모조리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높은 확률로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학생들이 연구원을 납치하는 과정을 봤을 것이다.
납치당한 연구원과.
그 뒤를 쫓는 연구원.
사람들에게는 납치당한 동문을 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이겠지.
‘아무리 저 사람들의 손에 피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라도, 감히 마탑과 대적할 생각은 없을 거야. 게다가 연구원이 납치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뒤를 쫓는 흰 가운의 사람이 등장한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납치당한 연구원을 구하기 위한 자로 보일 터.’
납치당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질범을 전부 죽일 수 있는 수준의 무력을 갖추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인질범을 처단하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가볍게 농락할 정도의 힘이 필요했다.
아마도 사람들은 승우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승우는 그런 시선들을 가만히 놔두고 흔적을 추적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 한 건물이었다.
폐건물에 가까운 외관이었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최근에 누군가가 건물 내부를 청소한 모양이다.
덕분에 확신이 생겼다.
다들 이곳에 있구나.
터벅터벅.
승우는 건물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는 예상대로 학생들과 이름 모르는 연구원이 있었다.
나를 마탑으로 인도해 준 친절한 연구원. 그런 그가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 의해 몸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고문은 당하지 않은 모양이야.”
손발이 붙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손가락과 발가락도 멀쩡했다.
고작 손톱 몇 개 뽑은 게 전부였다. 그것마저 대충 엉성하게 뽑은 느낌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고문을 하고 싶으면 좀 제대로 하던가.
저 정도는 고문도 아니다.
“……당신은 누구지.”
“글쎄.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는 없고.”
승우의 말에 학생들이 그를 쳐다봤다.
당장 최근에 학생들에게 마탑을 안내했음에도 그들은 승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저기 묶인 놈을 데려가는 것이니까.’
쿵!
승우가 발을 구르자 바닥에서 바람이 불었다.
강풍이 부는 것처럼 재빨리 움직인 승우는 이사벨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연구원을 묶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끊어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쿵!
발을 세게 굴렀다.
후우우우우웅!
거센 바람이 불었다.
그 풍압에 작은 사물들이 공중에 떠올랐고 학생들은 손으로 얼굴을 보호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나마 이사벨이 마력을 일으켜 풍압을 잠재우며 일행 중 가장 먼저 눈을 떴지만.
“……이미 도망쳤나.”
둘은 이미 이곳을 이탈한 직후였다.
바람의 흔적은 문을 타고 저 먼 곳까지 이어져있었다.
“이, 이사벨! 어서 빨리 쫓아가자.”
“진짜 엄청 빠르네. 이러다가 놓치겠어!”
“둘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지만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 서둘러 둘을 추격할까?”
“……아니.”
헤드인 이사벨의 지휘를 기다리며 학생들이 각자 무기를 쥐었다.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때. 이사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도망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우리가 추격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나는 따라잡을 수 있어.”
“그래, 서예린 네 속도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다른 동료들은? 설마 너 혼자 가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우리는 팀이다.”
“그렇지만 기껏 생포한 녀석이었어. 제대로 된 정보도 얻지 못했는데 이대로 놓칠 순 없잖아.”
일행은 그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녀석을 놓쳤다는 사실에 불쾌함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제대로 정보도 뽑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딱히 그렇지도 않아.”
이사벨은 일행의 잘못된 생각을 짚어줬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었어.”
그녀의 말에 이지가 방패를 들었다.
“어떤 정보? 그 녀석이 말했던 유비라는 단어?”
“유비가 아니라 이브. 말의 맥락상 사람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면 그거 말고 우리가 얻은 정보가 따로 있나?”
“뭐, 피에서 생체 정보라도 얻어내려고? 아서라. 우리 수준에 그런 거 못한다. 인체에 해박한 녀석이 한 놈이라도 있으면 몰라도 우리는 못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게 아니야.”
이사벨이 조곤조곤 말했다.
“떠올려 봐. 우리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에 당도했는지.”
“뻔하잖아. 이면 세계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왔지.”
“그러니까. 이면 세계를 왜 클리어하려고 왔는데?”
“이곳에서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수상한 퀘스트를 받아서 왔지. 언제부터 시스템이 행방불명이 된 사람의 행방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왔잖아.”
“바로 그거야.”
학생들의 목표는 납치도, 고문도, 클리어도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정보를 얻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걸 찾았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사벨이 눈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했다.
한편.
승우는 손에 연구원을 들고 먼 곳으로 이동했다.
달리기나 경공보다는 일종의 마법적인 행위에 가까웠던 이동을 통해 탑 근처로 이동했다. 이곳이라면 더 이상 학생들과 엮이거나 귀찮은 헌터들과 만날 일이 없었다.
이 근처 치안은 아주 확실하다.
얼마나 확실하냐면 이 근처에서 싸우다 걸린 헌터가 다음 날 처형 대상이 되어, 투석기를 타고 도시 밖 마물들의 먹잇감이 될 정도였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말씀을.”
연구원이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을 구해준 승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은 모양이다.
지금부터 무슨 짓을 할 줄도 모르고 말이다.
덥석.
승우가 연구원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연구원이 당황했다.
“수 수석 연구원님. 저, 그 이 손 좀 놓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석 연구원?”
“네, 혹시 호칭에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요?”
“내가 마탑주로 취임한 게 최근이지만, 탑에서 나를 수석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자는 더 이상 남지 않았다.”
탑 상층에 거주하는 연구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일까?
“그게 무슨! 타, 탑주님이 뻔히 살아계신데! 새로운 탑주라니!”
“살아 있다고? 그 양반 얼굴 안 보여준지 좀 됐는데 죽은 거 아니었나? 전대 탑주님의 죽음에 관한 공문을 올려도 반응이 없길래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해서, 내가 그 자리를 계승한 것인데.”
그 반응을 보니까.
“그러는 당신은. 마치 전대 마탑주께서 어디 계시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노릇인데.”
“……헉!”
“알고 있다면 서둘러 알려주지 않겠나?”
그래야 인수인계를 마무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