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7화(37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7화
여기서 보고 싶지 않았다(2)
‘자세히 보니까 이 녀석.’
그 뱀 같은 녀석을 닮았다.
눈매가 살짝 순한 편에 속하지만 눈빛은 그 미치광이.
시몬과 똑같다.
‘아마 체격도 비슷한 것 같은데.’
내 식견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 골격은 완벽하게 똑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둘의 체격이 미묘하게 다른 이유는 근육에 있겠지.
“살짝 왜소하군.”
“예?”
“살과 근육이 적다고.”
“그야 도시에 먹을 게 많은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이 연구를 진행하느라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울 여유도 없으니까요.”
승우는 시몬을 빤히 쳐다봤다.
그 부담스러운 광경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지만.
또각.
거리에 맞춰 승우도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 모습은 시몬에게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니, 왜 다가오냐고……!’
일부로 피했잖아. 누가 봐도 저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놓고 피했는데 왜 따라붙는 거야?!
시몬은 속으로 울분을 토했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그건 반말이잖아.”
“오지 말아 주세요!”
“…….”
“제발!”
입을 연 시몬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런 건 다 뒷전으로 취급할 정도로, 지금 그를 바라보는 승우의 눈빛은 너무 무서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승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몬을 샅샅이 분석했다.
‘확실하다.’
외모와 체격.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까지.
‘이 녀석은 그 시몬이 맞아.’
마교 숭배자. 동시에 시스템을 자처한 사내와 같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같은 사람은 아니야.’
다소 헷갈리는 말이지만.
둘은 같은 시몬이어도 동일 인물은 아니었다.
─무슨 뜻이야?
‘평행 세계 뭐 그런 거 아닐까?’
승우는 남화연으로부터 공간 마법을 기초를 익혔다.
토대를 탄탄하게 익혔으니 그 위로는 직접 공부하고 깨우친 지식들로 탑을 쌓았다.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세운 탑 위에 또다시 남화연이 손을 댔다.
‘남화연 교수님. 아니, 스승이 설명했지. 공간과 시간이라는 것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롯이 우리 인간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인데.
‘나도 몰라.’
─…….
왜? 뭐?
나도 이해 못 한 걸 어떡하라고.
남화연은 아카데미 제일의 일타강사이자 마법사이지만, 간혹 그녀의 설명 중에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허황된 말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야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하지.’
남화연이 설명하는 강의와 수업은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춰서 조정된다. 대학교 수준의 수학은 쉽게 풀어쓴다고 유치원생이 그걸 알아들을 가능성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그 정도야 할 수 있지만.’
강의와 수업을 넘어서서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전수(傳受)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상 그 누구도. 심지어 대마법사의 좌에 속하는 승우조차도 남화연과 마법적인 지식을 겨루기에는 멀었다.
이브. 오직 그녀만이 남화연과 동수를 이루고 그 이상의 지식과 지혜를 작은 머릿속에 품고 있을 터.
‘대단한 사람이야. 내 두 번째 스승은.’
승우는 이제는 흐릿한 인상의 그녀를 떠올렸다.
비록 첫 번째 스승님에게 구배(九拜)를 올린 몸인지라 남화연을 온전히 스승으로 모시지는 못하지만, 가슴속의 경외심까지 숨길 순 없었다.
‘그렇지만 지식과 싸움은 별개지.’
남화연이 대단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싸움은 좀 다르다.
승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화연을 마왕이라고 불리게 만든 네 가지 이론과 논문들. 그 이론과 논문을 자신만의 수식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체화한 그녀는 이를 곧 스킬과 마법의 형태로 재현했으니.
그 네 가지 마법이야말로 남화연의 마도(魔道)이다.
‘그걸 전투에 대입한다면 말도 안 되게 강해겠지.’
자그마치 마왕의 마도를 증명하는 네 가지 마법이다.
남화연이 자신의 진작 전투적으로 사용하고 개조했다면 하이 랭커의 숫자가 한 자리씩 뒤로 밀려났을 것이다.
─아무리 스승이라고 너무 치켜세워 주는 거 아니야?
‘치켜세우다니. 내가 누구를? 스승을?’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승우는 친한 사람이라고 이유 없이 치켜세워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한번 생각해 봐. 뒷세계를 주름잡는 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이면 스승이 마왕이라고 불리는 것인지?’
─전에 네가 말하지 않았어? 악마의 왕이나 마인의 왕이 아니라 마법의 왕이라서 마왕이라고.
‘그거 한자 표기가 같은 거 알아?’
마왕(魔王)은 마왕이다.
읽고 해석하기에 따라서 그 의미가 계속해서 달라진다.
‘지금은 아카데미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는 몸이기에 마법사들의 왕이라고 불리지만, 그녀의 진면목을 보면 너도 말이 달라진걸.’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분명.’
주술의 시조인 타마모가 감탄할 게 눈에 선하다.
‘너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야.’
사실 내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어디까지나 묘사 혹은 잔존한 마력의 흔적을 읽어내면서 감탄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너와 함께 보고 싶었다.
‘같이 한번 식견을 넓혀보자고.’
한때 검술의 끝에 다다랐던 내가. 그 모든 것을 잃은 채 마도의 궁극이라고 불리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음에도 인정할 수밖에 남화연의 마법을 같이 감상하고 감평하고 체득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듣는 귀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어. 루나, 움직여라.”
“예? 두 분이 오붓하게 대화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헛소리 말고. 다 죽여.”
승우가 루나에게 명령했다.
그 말을 듣는 시몬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질렸다. 혼자 가만히 있던 사람에게 두 분이 대화하고 있다는 말은 왜 나오고, 왜 한 쪽은 오붓함을 입에 담았으면서 다른 쪽은 죽이라는 살벌한 대화를 내뱉는단 말인가?
“……나 이상한 사람들에게 잘못 걸린 건가?”
와, 이거 인생 대차게 꼬인 거 아니야?
시몬이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그때였다.
“네 인생은 전부터 박살 났다. 마탑의 지하를 드나들고, 이 지하의 존재를 아는 시점부터 망했다. 이 말이지.”
“……아.”
“잠깐 둘이서 외유 좀 다녀올 테니까. 여기에 가만히 있어.”
“외, 외유요?”
시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유가 무슨 뜻인지 몰라?”
“쉽게 설명하자면 저희 모습을 몰래 관찰하는 시선과 대화를 엿듣는 귀가 있으니까. 다 죽이고 온다는 뜻이에요.”
“아하!”
시몬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외유의 뜻을 몰라서 되물은 게 아니다.
설마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그런 걸 모를까?
다만, 자신이 아는 외유가 저들의 외유가 사뭇, 아니, 많이 다른 것 같기에 호기심에 되물었을 뿐이다.
‘차라리 물어보지 말 걸 그랬어……!’
괜한 걸 들었다. 벌써부터 죽어갈 연구원들이 눈에 선했다.
자신의 어리석은 호기심을 저주하는 시몬이었다.
“우리 없는 동안 이브 잘 지키고 있어.”
“당신이 말 안 해도 이브는 잘 지킬 겁니다!”
“……아까부터 말 버릇이 좀 거슬리네.”
하는 수 없지
다녀오고 나서 좀 손봐야겠다.
“히익!!!”
시몬이 비명을 질렀다.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길래 그를 놔두고 자리를 떠났다.
‘그나저나 둘은 무슨 관계일까?’
시몬은 저 이브를 닮은 것에 대해 무언가 아는 느낌이었다.
이브 닮은 것과 시몬.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담과 이브.
성경이 절로 떠오르는 조합이다.
‘이렇게 붙이니까 좀 어울리는 느낌이네.’
생각보다 이름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험난하고 굴곡진 인생을 살면서 하나 알게 된 점이 있으니.
그것은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하찮더라도 이유가 있는 법.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 * *
적막이 가득했다.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동.
그 넓은 곳에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음에도 발을 떠는 소리와 숨을 고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후.”
누군가가 길게 참았던 숨을 간신히 내뱉고 들이쉬었다.
그조차도 숨을 너무 오래 참았던 까닭에 많이 쉬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해가 됐다.
“조용히 하도록.”
상관으로 보이는 이가 말했다.
그의 말에 ‘네, 알겠습니다’ 그런 상투적인 인사도 없었다.
그의 말에 따라 대답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상관은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 굴러다니는 머저리들과 다르게 그래도 꼴에 연구원이라고 말 한마디에 곧잘 알아먹네.’
이들이 위치한 곳은 마탑의 지하.
정확하게는 지하 65층이었다.
최하층 바로 위에서 모든 것을 관찰하고 주도하는 관제 시설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지금 최하층을 비추는 영상의 볼륨을 최대로 키우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그렇게 최하층을 주시하고 있냐면.
“오, 생각보다 훨씬 많네.”
“백, 이백, 삼백. 아이고…… 치우는 데 한 세월 걸리겠네요. 전부 다 죽이지 말고 조금만 덜 죽이면 안 되나요?”
“안 돼. 목격자는 전부 죽일 거야.”
“당신 손속이 원래 그렇게 잔혹했나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굳이 죽일 수 있는 녀석을 놔줄 정도로 자비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몸에 피비린내가 밴 놈들을 살려줄 생각은 없어.”
“아하, 그러니까 이 녀석들은 다 죽어도 싸다? 이 말씀?”
지금 막 쳐들어온 녀석들 때문이다.
분명 최하층에 있을 녀석들이 돌연 위층에 나타났다.
“저, 저게 무슨……!”
“공간이동인가?! 그렇다면 블링크? 아니면 텔레포트?”
“최하층에 있던 모습 그대로 똑같은 위치에 나타났다! 좌표 이동일 가능성이 높아! 어서 닻줄을 내려라! 놈이 더 이상 공간을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
갑자기 지하 65층에 등장한 승우와 루나 때문에 연구원들이 침묵을 깨고 다급하게 떠들었다. 과연 마탑이라서 그럴까?
쿵!
돌연 함선의 것으로 추정되는 닻줄이 바닥에 꽂혔다.
일반적인 닻줄이 아니다.
마법적인 개념이 섞인 닻줄로.
“어라? 더 이상 술식이 안 먹히네. 뭐가 방해하고 있는 거야? 음? 좌표의 고정? 저 닻줄이?”
뭔가 이상한 능력을 가진 기물이었다.
아니, 진짜 별게 다 있네. 저런 게 왜 있어?
승우는 계속해서 불발되는 술식 덕분에 저 닻줄의 능력을 깨달았다.
아마 저 닻줄만 불태우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닻줄이 여러 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애당초 저 녀석들을 상대하려고 온 것이니까.
콰득!
일단 가볍게 바닥에 떨어진 닻줄을 집어다가 멀리 있는 연구원에게 집어 던졌다. 닻줄은 무겁지 않았지만 힘을 주며 휘두른 닻줄은 곧장 연구원의 머리에 정통으로 박혔다.
그렇게 승우는 닥치는 대로 연구원들을 죽였다.
최하층에 있는 이브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 정도야.
‘저기 맨 위.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만이지.’
─정말 다 죽이려고?
‘그럴 생각이야.’
─그렇다면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다오.
타마모가 연구원들의 어깨에 달라붙은 검은 물체들을 응시했다.
승우의 눈에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 하지만 연구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저 검은 물체의 정체는 망령들이었다.
저 연구원들이 주도한 실험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망령들.
처지는 다르지만 저 망령들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점이 타마모의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승우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그녀였지만, 적어도 망자에게 찰나의 눈길 정도는 줄 수 있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짓 하나에 사람들이 터졌고, 공동 곳곳에서 소환되는 기물들로 승우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국 모두 평등하게 뼈와 살이 분리되었다. 순살이 되었다.
─깔끔하네.
의뢰자는 매우 만족스러운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