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79화(37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79화
여기서 보고 싶지 않았다(4)
이 세계는 오래전에 버려졌다.
무엇으로부터 버려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류가 버려졌다고 자각할 무렵에는 이미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
옛 구문명.
아직까지는 마법을 직접 사용할 수 있었던 세계의 대마법사는 자신들에게 직면한 종말을 회피하고자 묘책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현상 유지는 할 수 있겠어.”
대마법사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활용했다.
목숨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마법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세계가 탄생했다. 차원과 차원의 틈. 그 작은 구석에 자리 잡은 그들의 도시.
이 도시 세계에서는 아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법이란 술식으로 펼쳐지는 학문이지만, 그 본질은 세계의 법칙을 자의로 조절하는 능력이기에 이 엉터리 세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마법을 발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마법뿐만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것이 기능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종말은 회피했더라고 치더라도,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급조해서 만든 세계의 말로였다.
도시로 이주해서 목숨을 연명한 사람들은 실의에 빠졌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이 도시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냥 우리가 보강하면 안 되나요?”
모두가 실의에 빠졌을 때 누군가가 나서서 말했다.
그가 바로 마탑의 첫 번째 주인. 초대 마탑주였다.
인류가 잃은 것들을 어떻게든 대체하기 위해 연구를 전진하던 마탑은 비로소 기게 장치들을 통해 인류를 대신하여 마법을 펼치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게 도시 속 인류는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그 끝에는.
마탑은 언제나 그랬듯.
잃어버린 것을 다시금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제 딱 하나. 인류가 가장 먼저 잃어버렸던 것만 만들면 끝이다.
* * *
전대 마탑주의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말했다.
아주 오래된 동화를 타인의 입을 통해서 엿보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내용이죠?”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방금 그가 말한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반면 승우는 입을 다물었다.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이브도. 이 도시도. 왜 학생들이 이런 곳에 왔는지.
누가 그들을 이곳으로 보냈는지. 이제야 갈피가 잡혔다.
“이 얘기를 모른다고?”
루나의 말에 전대 마탑주가 반응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마탑주의 표정은 의심과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마치 이 도시에서 저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저 반응을 보니까 확실하다.
“그건 불가능해. 이 이야기는 우리들의 본능과 같아. 모르는 것이 불가능하고 당연히 알아야 해.”
그것이 선조들이 이 세계의 법칙을 보강하면서 덧붙인 내용이다.
아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이 말은 곧. 설마 이 이야기들을 모른다면!
“당신들은 설마 밖에서 온……!”
“좋아. 거기까지.”
“으,읍……! 읍읍……!”
승우가 전대 마탑주의 입을 막았다.
질문하는 것은 우리들의 역할이지. 그의 몫이 아니다.
몇 번 숨통을 막으며 마탑주에게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만든 우리는 그로부터 한 가지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200년 전. 당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신과 다시 접촉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지만,이내 신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하고 찾을 수 있느냐는 난제에 발이 묶였지.”
“그리고?”
“그래서, 그냥 신을 만들기로 했죠.”
신.
이 세계에는 신이 부재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 어느 순간 사라졌지. 핵을 제거한 세포는 곧 사멸하듯. 핵이 사라진 세계도 금방 멸망한다.”
물론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생물도 있지만 말이야.
하하하! 전대 마탑주는 진심으로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는 뉘앙스로 만족하며 웃었다. 반면 승우의 머릿속은 조금 복잡했다.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세계의 중심. 그 말을 들은 승우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반투명한 푸른빛의 창.
“……시스템.”
신. 세계의 중심.
그런 대단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이 세계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가 본 세계들은 대부분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다.
어쩌면 학생들의 세계에서는 시스템이 중심 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그때.
“시스템?”
마탑주가 반응했다.
“혹시 시스템을 말하는 건가?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뭘 물어보고 싶은 거야?”
시스템? 당연히 알지.
어릴 적에 영어 선생님한테 배웠다.
승우가 차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전대 마탑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전적인 의미로의 시스템을 물어본 게 아니다!”
“그러면?”
“시스템!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 우리가 가장 먼저 잃어버린 것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들고 있는 걸 말하는 거다!”
“……더 말해봐.”
마탑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말이 그의 흥미를 끈 것 같았다.
‘다행이군. 몇 분은 더 살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마탑주는 죽음에 연연하지 않는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그는 죽음에 초연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미련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대에서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미련이었다.
‘시스템을 내 손으로 직접 완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내 후대에서라도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상관없다.’
그렇기에 이 찰나의 시간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마탑주가 안도하며 머릿속으로 정보를 정리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하는 게 좋을까? 역시 처음부터가 좋겠지?
“728년 전, 12대 마탑주께서 우리가 가장 처음 잃어버린 것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되찾을 것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하셨지.”
“……혹시 묻겠는데요. 지금이 몇 대죠?”
“지금? 내가 142대였으니까. 자네의 143대 마탑인 셈이지.”
“설마 수백 년 동안의 진척을 전부 설명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루나가 걱정스로운 말투로 말했다.
반면 승우는 그녀의 뒤에서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연구한 세월이 자그마치 700년이 넘는다. 날밤을 새도 다 못들어.
“음, 그야 당연한 걸 묻는군. 연구자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설명해야지. 상식적이지 않은 질문이다.”
“……예?”
“……아,맞다.”
얘 대규모 생체 실험을 진행할 정도로 미친놈이었지.
상식을 기대해선 안 됐다.
“그래서 말일세. 12대 마탑주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 자, 잠깐만 뭣들 하시는 겐가!”
그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무기를 꺼내는 우리를 보며 마탑주가 다급하게 말했다.
루나가 친절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헛소리가 좀 길어서. 여기까지만 들으려고요.”
“……뭐?”
“이야기 감사히 잘 들었고요. 그럼 이만 지옥에 떨어져서 평생 고통 속에서 사세요. 안녕~.”
루나가 손을 흔들며 무기를 들었다.
승우가 사살한 연구원들 중 저항하려고 무기를 움켜쥔 연구원이 있었는데, 거대한 체구의 연구원에게 딱 어울리는 사람만 한 메이스를 든 루나가 손을 뒤로 뻗었다.
큰 동작 한 번에 죽일 작정이다.
그녀의 눈빛과 행동에 깃든 살기에 마탑주가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
“바이바이. 저는 지옥에 가지 않을 테니까. 여기서 영원히 작별이네요.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좋네요.”
야! 네가 왜 지옥에 안 가?!
사람을 골통부터 내려치려는 네가 안 가면 누가 지옥에 가는데?!
마탑주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만 그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루나의 행동은 인과응보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그는 지옥에 떨어지고 루나는 미치광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을 몰살해서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업적으로 천국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연구원인 그는 천국과 지옥 같은 걸 믿지도 않지만.
‘인공 천사와 인공 신을 만들려던 내가 할 생각은 아니지.’
결국 마탑주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자라처럼 내민 목에 결국 루나가 질문했다.
“……뭐 하세요?”
“잘못했다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표현하는 것일세.”
“자라처럼 목을 쭉 내미는게?”
“그렇다네.”
“아무리 봐도 빨리 죽여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 길게 뻗은 목 좀 봐라.
때리기 정말 좋은 과녁이다.
메이스 한 번 내리치면 단번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고고한 공주님이었지만 승우와 2주 동안 함께 지내면서 성격이 다소 날카로워지고 손속에 자비가 사라진 루나는 제 손에 든 메이스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제 말을 다 들은 후에는 휘두르셔도 됩니다.”
“이 크고 묵직한 메이스를?”
“그 크고 묵직한 메이스를요.”
“좋아.”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와 자라 목에 메이스 휘두르기.
둘 다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
“……내가 잘못 말했나?”
흡족한 표정의 루나를 보자 마탑주의 마음이 바뀌는 것 같았다.
차라리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테니까. 살려달라고 비는 편이 나았으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렇다.
바로 그때 승우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는 특별히 깔끔하게 죽여줄 테니까. 어서 말해.”
승우의 말에 마탑주의 정신이 확 들었다.
이미 자신의 죽음은 어쩔 수 없다. 저항한다고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괜히 살려달라고 추하게 매달리지 말자.
“……우리는 그때부터 프로젝트를 위해 마탑을 지하까지 확충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 말하는 마탑주.
중간중간 말이 길어지려고 할 때마다 루나가 메이스를 치켜들자 알아서 듣기 쉽게 요약했다. 덕분에 30분 만에 이 지하에 대해 얼추 알아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지하가 200년 전부터 차근차근 넓힌 공간이고, 각각의 층에서는 신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리지?”
“지하의 연구원들이 지상의 연구원들보다 두 배 더 많고요.”
“그래, 잘 알아들었군.”
인체 실험은 그들의 신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살 방법을 모색한 것 같지만 인체 실험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도 해봤잖아.
‘뭘?’
─인체실험.
‘내가 언제 인체실험을 했지?’
─네가 종종 말했잖아. 마물과 마인들을 여러 차례 해부한 결과, 어떻게 검을 휘두르면 더 쉽게 죽일 수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그 논리로 따지면 의사들은 뭔데.’
─의사들은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는 해부 안 하잖아.
‘나도 그랬거든.’
─정말로?
타마모가 승우를 빤히 쳐다본다.
─내 눈 마주치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영양가 없는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승우가 휙 고개를 돌렸다.
─야.
‘여기까지 하자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낭비할 시간 없잖아.
구차한 변명이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루나는 심문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면 최하층의 그 여자는 뭐예요? 실험체? 다른 실험체들처럼 토막나지 않을 걸 봐선 혼자서만 취급이 다른 것 같던데.”
“아, 그거야말로 우리들의 지난 수백 년 연구의 총아……!”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궁!!!
지하가 흔들리며 머리 위로 먼지와 돌조각이 쏟아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지진?”
“이 세계는 워낙 작은 탓에 땅을 받치는 판이 존재하지 않아. 지진은 이미 수백 년 전 고서에 기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
“그러면 뭔지 알아?”
“난들 알겠나? 마력도 못 사용하게 사지가 묶인 채 심문받고 있는데.”
“그래?”
그러면 내가 직접 찾아봐야지.
승우는 65층의 설비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기계였지만 어렴풋이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승우가 사용하는 연구 설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띠링!
마침 채널 하나가 잡혔다.
이상 신호는 그곳에서 잡히고 있었다.
어디 보자.
“위치는…… 지하 66층.”
“66층.”
“……잠깐만 자네 뭐라고 말했나?”
지하 66층 설비 폭발.
화면에는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