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화(3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화
나인테일 길드(3)
학생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한 주가 끝났다.
에프넬의 화원 클리어 소식 덕분에, 기자들과 세간의 관심은 칠성 아카데미에서 백승우로 옮겨갔다.
좋은 일이었다.
‘나만 빼고 말이지.’
더 이상 학생들과 아카데미는 기자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가 그만큼 더 시달릴 뿐이다.
물론, 이것도 잘 활용하면 먼 훗날 좋은 패가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골칫거리에 불과하다.
지나가는 족족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야, 커다랗고 따스해 보이는 여우 모피가 등 뒤에서 살랑거리고 있으니 어찌 지나칠 수가 있을까.
꽃잎이 봄바람을 타고 흩날리며 나뭇가지가 살랑이듯이, 내 꼬리도 바람을 쐬며 풍향을 따라 조금씩 살랑댔다.
꼬리뼈가 퇴화된 사람은 따라 할 수 없는 모습.
그에 반해, 내 꼬리뼈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활동 중이다.
꼬리의 유무로 나를 찾아낸 학생들이 내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저기 봐봐. 백승우 지나간다.”
“어제 에프넬의 화원을 클리어했다면서? 보상이 뭐였을까.”
“뭘 얻었든 간에 사회에 환원해야 되지 않냐.”
“그게 되겠냐? 그 천호백가랑 척을 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쉽지.”
“아, 맞다 어제 나인테일에 입사했다고 하더라. 자회사라 그런가 이 시국에 취업도 존나 쉽게 하네.”
기숙사로부터 출근하려고 공원길을 걷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나만을 향한다. 대놓고 들으라는 듯한 앞담화는 덤이었다.
그나저나 저들의 앞담화에서 좌시할 수 없는 대화가 섞여 있었다.
내가 [나인테일]에 들어간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벌써 길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업계에 퍼진 건가.
의구심이 들어 뒷주머니의 핸드폰으로 뉴스 사이트를 확인했다.
[백승우가 또 일냈다?! 도대체 그는 이번에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국내 1위 S급 길드, 나인테일 길드에 망나니가 입사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파헤쳐 보자.] [나인테일의 백석호 길드장. “자신은 백승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명백히 선언. 과연 백승우는 왜 휘하 길드에 입사한 걸까?] [칠성 아카데미 습격 사태와 에프넬의 화원 클리어에 이어, 나인테일 길드까지! 백승우의 다음 행적에 세간의 주목이 이어져…….]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
기사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어젯밤 백석호가 기자들을 모아서 내 입사 소식을 발표한 모양이다.
뭐지, 벌써부터 언론 플레이를 할 생각인가.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
적어도 사나흘 후에 발표할 줄 알았거늘.
백석호의 행동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지금으로써는 녀석의 행동 원인을 분석할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으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장갑 속 화상 자국에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맹독에 반쯤 녹아버린 장갑의 틈으로 흉측하게 변한 손아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고독에 대한 완전한 내성을 얻기 직전에, 고독을 맨손으로 흉터가 더 커지고 흉측해진 것 같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이제는 미관 때문에 장갑을 철저하게 끼고 다녀야겠네.’
더 이상 내 장갑의 존재 의의는 품위와 멋만이 아니다.
바람과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손을 보호하고, 망가진 손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한 베일.
내게 장갑이란 그런 도구가 되어버렸다.
간혹 장갑을 벗고, 당당하게 다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이 흉측한 흉터를 타인에게 드러내기에는 내게 용기가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이걸 당당하게 보여주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문신도 아니고.
세상 누가 제 못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겠는가.
“……장갑은 절대로 빼지 말자.”
당분간은 반드시 끼고 다녀야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과 함께 노랫소리가 들렸다.
누가 나한테 연락한 거지?
곧바로 통화를 수락하고, 귀를 핸드폰에 가져댔다.
“여보세요.”
─어, 생각보다 일찍 받았네.
“교수님? 전화는 갑자기 왜 하셨나요.”
─용무가 있는데, 오늘 휴일이잖아.
“오늘 휴일이었어요?”
전화를 건 상대는 남화연이었다.
그녀 덕분에 버릴 뻔한 시간을 아꼈다.
괜히 나 혼자 출근할 뻔했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용무가 있다는 남화연의 말에 긴장했다. 도대체 무슨 용무가 있다는 거지.
─너는 신입이라서 모를 법도 하네. 오늘 재량 휴업일이거든.
“아, 그래서 거리 중에 학생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그나저나 용무가 있는데. 오늘 시간 널널하지?
“그, 글쎄요?”
널널하다면 널널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하다.
최소한 약속은 없지만.
하루 종일 마도서를 읽고, 마법을 익히거나.
지금의 상황을 분석해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래? 그러면 그냥 와. 1시간 안으로 오렴.
“……넵.”
물론 남화연 앞에서 그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
상사가 까라면 까야지.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남화연 곁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기회야.’
괜히 마왕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아니다.
마법에 관해서는 천부적인 그녀의 자질은 교육과 가르침에서도 빛난다. 더군다나 남화연은 내게 제자가 되라고 종용하지 않았던가.
그녀와의 관계에서 언제나 아쉬운 쪽은 내 쪽이다.
오라면 가는 수밖에.
─아, 그리고 책들도 방에 가져오렴. 지금까지 읽었던 마도서들 기억하고 있지?”
“가, 갑자기요?”
뜬금없는 추가 조건에 나는 경악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마도서를 전부 가져오라고?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대출받는 것도 문제지만, 그 숫자가 더 큰 문제다. 그걸 다 가져오는 것은 무리다.
─혹시 도서관 일일 대출량보다 많으면 내 이름을 대면 될 거야.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설마 진짜로 전부 가져와야 하나요?”
─그야 물론이지.
“…….”
내가 지금까지 책을 몇 권 읽었더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림잡아도 100권은 넘지 않을까.
그걸 전부 가져오라니.
절대 안 된다.
안 하기 이전에 내 팔이 못 버틴다.
그러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네.”
교수가 시키면 해야지.
힘없는 조교는 울분을 삼키며 따를 수밖에 없다.
나는 마지못해 승낙하며,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방으로 오라는 말을 남긴 남화연.
그래서 연구실로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었다.
알고 보니, ‘방’이 의미하는 것은 연구실이 아니라 남화연의 숙소였다.
에이 씨, 그러면 처음에 말할 때부터 그렇게 말할 것이지.
괜히 책 꾸러미를 들고 힘 뺐잖아.
나는 툴툴거리며 책을 감싼 보자기를 질질 끌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긴 조교 기숙사하고는 비교도 안 되네.”
디자인과 건물의 자재부터가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다.
툭툭, 벽을 건드려 보니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마도 공학으로 만든 건축물인가.
이 정도면 수련실보다도 더 튼튼하겠는걸.
내가 숙소를 훑어보는 사이, 현관문이 열렸다.
안에 있던 남화연이 나를 맞이했다.
평소처럼 초점 없이, 바다처럼 퀭한 눈이다.
그런데 옷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정장이나 흰색 가운도 걸치지 않았다.
캐주얼한 사복을 입고 있었다.
꾸민 티는 나지 않지만, 본판이 예뻐서 그런가.
첫눈에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예뻐봤자 일감 잔뜩 던져주는 악덕 상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서 오렴.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진 않았니?”
“어차피 전부 아카데미 부지 내부에 있는 걸요.”
“부지가 워낙 넓어야지. 여긴 조교 기숙사랑 40분 떨어진 거리에 있을걸.”
“걸어서 1시간이요.”
아카데미에서 생활한 지 어언 1개월.
아직도 이곳의 지리를 전부 외우지 못했다.
내가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도, 여긴 넓어도 너무 넓었다.
뒷산에는 계곡이 흐르지 않나, 운동장 옆에는 넓은 평원이 있어서 학생들이 뛰어놀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는 지형지물과 저주받은 식물로 가득한 벌판도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스케일에, 판타지 소설 속이니까 그럴 수 있다며 스스로를 자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40분이나 1시간이나 텔레포트만 익히면 한순간인데. 어때, 너도 공간 마법 배우련?”
“공간 마법에 재능이 있어야 배우죠.”
내가 마법에 입문한 지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마도서들을 섭렵하며 지식을 쌓았다.
「마도성」이라는 천부적인 재능 덕에 마법을 익히는 데에도 오랜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 있음에도, 내 마법적 경지는 아직도 하급을 벗어나고 있지 못했다. 마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업무를 병행하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긴 공간 마법은 재능을 많이 타는 마법이지.”
“교수님은 몰라도, 저는 그런 재능이 없…….”
“어머, 왜 그렇게 단언하니?”
내 말을 끊으며 개입한 남화연.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내 말을 일축했다.
“재능 없는 사람이 처음 본 논문을 토대로 스킬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니?”
“그, 그건 특성의 영향으로…….”
“특성은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그건 네 일부잖아? 그러면 네 재능이라고 볼 수 있지.”
그녀의 말마따나 특성은 내 일부다.
그렇다면 「마도성」이 부여하는 절대적인 재능 또한 온전히 내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간 마법은 조금 예외적이다.
그건 단순히 ‘마법만 잘하는’ 재능으로 익힐 수 있는 학파가 아니다.
공간 지각 능력을 비롯한 공간과 인지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들.
그것들을 동시에 타고나야만 제대로 익힐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재능 타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내 「마도성」만으로는 안 된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나 보다.
“그래, 대충 알겠네.”
남화연이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녀의 대양처럼 드넓은 눈에 이채가 띄었다.
그건 흥미를 느낄 때만 보이는 눈빛이었다.
“너는 스스로의 재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제가요?”
내 대답에 남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내게서 무엇을 엿봤는지는 몰라도, 심상치 않은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공간 마법은 하루 만에 가르쳐 주긴 어려우니 다른 마법부터 가르쳐 줄까? 이거 한번 읽어봐.”
그녀가 거실에 있는 책 한 권을 내게 던졌다.
나는 그걸 양손으로 받고는 어리둥절했다.
진짜로, 이렇게 순순히 가르쳐 준다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한 문장이 떠올랐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맛있는 걸 사주거나 좋은 걸 무상의 대가로 해주는 어른에게는 ‘싫어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고 도망치라고 하셨는데.
“…….”
이걸 해, 말아?
이 정도 대가면 순순히 따라가도 좋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