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0화(38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0화
여기서 보고 싶지 않았다(5)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이름은 없었다.
이 넓은 영토에도 이름이 없으니. 골목길에서 쓰레기를 먹으며 연명하는 고아에게도 이름이 없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갔다.
하루는 도시 골목에서 연명하는 거렁뱅이들에게도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에 참여했다.
“빵은 일 인당 한 개씩 지급하기 때문에 여기 이름을 기입해 주세요.”
일 인당. 기입.
글을 배운 적 없는 고아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투성이었다.
쉽게 순화시키려면 얼마든지 순화시킬 수 있는 말들이었지만 자원봉사자랍시고 빵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소년은 배운 게 없어서 모르는 게 많았지만 어째서 자원봉사자들이 저렇게 어려운 말을 입에 담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자랑하고 싶어서.’
그들의 옷은 깨끗했다. 골목의 모든 거렁뱅이들에게 빵을 한 개씩 주고도 재산이 남을 정도로 돈이 넉넉한 사람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거렁뱅이들에게 자선을 펼치며 자신이 더 나은 사람임을 증명하고 위해서, 심리적 우월감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줬다.
불순한 동기. 배운 거 없는 소년이 알 정도로 노골적인 의도였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파고들지 않았다.
‘빵을 나눠준다는데 뭐.’
자존심이 배 채워주냐?
다른 사람들은 뭐 특별한 걸 해주더냐?
빵 받으면 그만이지.
소년이 빵을 받았다.
“작은 친구. 이름은 적었어요? 이름이 뭐예요?”
“시몬.”
방금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지에서 본 침대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자신에게 붙였다.
고작 빵을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
이름 없는 소년은 이름을 만들었다.
* * *
“……옛날 생각이 드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의 기억이었다.
시몬은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멍청하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웃음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때 참 어지간히도 배 곯으면서 살았다니까.”
“…….”
“너는 배곯는 기분을 알려나?”
“…….”
“이거 진짜 기분 더럽거든. 응? 너는 모른다고? 하기야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너는 지금까지 그 용액 속에서 나온 적이 없잖아. 음식을 먹은 적이 없는데 공복감과 포만감을 어떻게 알겠어.”
“…….”
“아, 화내지 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
시몬은 유리관에 말을 걸었다.
두꺼운 유리관 너머에 있는 것은 막 태어난 것 같은 나체로 용액 속에 둥둥 떠 있는 여인이었다. 여인은 용액 속에서 굼벵이처럼 몸을 만 상태로 편안하게 눈을 감은 상태였다.
대답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설령 대답할 수 있다고 한들. 이 두꺼운 유리관 너머로 소리가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나저나 너도나도 인생 참 기구하다.”
“…….”
“왜 기구하냐고? 나는 그동안 여기 올 때마다 유리 속에 갇힌 널 안타깝게 여겼지만, 정작 나도 목에 목줄을 차고 말았잖아.”
“…….”
하지만 시몬은 유리관 너머와 대화를 나눴다.
그것이 단순한 혼잣말인지, 정말로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는 오직 그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 손속이 엄청나게 잔혹했으니까. 아마 너랑 나. 우리 둘 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
“응?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 않다고?”
“…….”
“무슨 근거라도 있어? 네 능력으로 미래라도 내다봤어?”
“…….”
“……감이라고? 미래 예지 같은 게 아니라?”
“…….”
“음, 아니 딱히 네 말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의 감이라면 몰라도 초감각에 가까운 네 감은 도시의 일기예보보다 훨씬 정확도가 높으니까.”
네 감은 충분한 근거가 돼.
시몬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고개가 위로 돌아갔다.
“그 남자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했지?”
천장을 노려보는 시몬의 눈에 한 줄기 전류가 반짝였다.
눈에 선명하게 맺힐 정도의 전류. 시몬은 전압을 조절하면서 전류를 거미줄처럼 넓게 펼쳤다. 넓게 퍼진 전류는 하나의 망이 되어 66층을 통째로 점거하고 65층에 도달했다.
파즈즈즈즈즉!
시몬의 머리카락이 바짝 섰다.
작은 스파크가 번쩍이며 영역을 단숨에 확장한 시몬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잔혹한 사람이?”
“…….”
“방금 확인했어. 저 위에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죽었어. 지난번에 어린 꼬맹이들 몇 명이 지하에 침입할 때도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괴멸적인 피해를 입지는 못했는데.”
“…….”
“죽어도 싼 사람들이라고? 다른 사람들을 태연자약하게 실험체로 사용한 사람들이니까. 본인들도 언제 자신들의 실험체처럼 허무하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라. 솔직히 맞는 말이야.”
같이 일하는 동종업계 사람들이지만 무표정으로 사람들을 실험에 투입하는 모습을 보면 간혹 무섭단 말이지.
저 냉혈한이 나랑 같은 인간인지 의문이 들기도 할 정도다.
그렇지만 말이다. 저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정의가 있었고, 신념이 있었다.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행복을. 연구원답게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념들로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렇게 죽을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저 사람들이 죽는다면, 그날은 분명 그들의 이상이 현실이 되고 진정으로 다수의 행복을 이루는 날이었을 것이다.
“…….”
“내가 생각하는 저들의 최후?”
“…….”
“글쎄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적어도 좋은 결말은 아니겠지.”
그야 저 사람들은.
“너를 괴롭힌 사람들이잖아.”
“…….”
“가뜩이나 살기 힘든 이 세상에서. 너를 더더욱 힘들게 만든 사람들.”
“…….”
“이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 나 같아도 저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였을 거야.”
이브를 괴롭힌 사람들이었다.
시몬은 연구원들의 이상을 이해했다. 도시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사람들만 희생시키면 된다.
유리관 속 여인. 이브도 그 최소한에 포함되는 사람이었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연구원들이 수백 년 동안 대를 걸쳐서 연구해낸 결과물이었으니까. 모두들 그녀를 실험체로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시몬이 유리를 쓰다듬으며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제 괜찮아. 다 괜찮아’
“……이브?”
‘더 이상 내게 얽매일 필요 없어.’
“……네가 어떻게 말을?!”
‘네 마음대로 해.’
“그게 무슨……!”
‘그가 온 이상, 어떻게든 해결해 줄 테니까.’
시몬의 귀에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들렸다.
“이브으으으으!!!”
시몬이 곧장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쩌저저저적.
유리관 표면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백 년의 노하우가 압축된 기술이 내재된 유리관이었다. 설령 이 도시가 멸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도시의 멸망 신화 속에 전해지는 1위계 마물이나 그보다 상위의 존재들이 밟고 지나가도 유리는 깨지지 않는다.
흠집조차 생기지 않는다.
이 유리관은 그런 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개념적인 물건이었기에 물리적은 힘으로는 절대로 파괴할 수 없었다.
“유리관이 깨지는 경우는 오직 하나뿐.”
그것은 유리관이 제 역할을 다했을 때뿐이다.
“……!”
시몬은 이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저 유리관도 그녀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잘 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사태의 파악성을 인지한 시몬은 손끝에서 전류를 방출했다. 푸른 번개가 일렁거렸다.
파즈즈즈즈즉!
푸른 번개의 그물이 유리관을 덮쳤다.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번개라면 전류가 상당할 터. 그럼에도 전류는 유리관에 아무런 충격도 가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유리관은 물리적인 충격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관을 구성하는 요소가 잘못된 것은 아니야.”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다.
그렇게 믿은 시몬이 그물을 더 넓고 촘촘하게 펼치는 그때.
땡그랑.
유리관을 이루는 유리 파편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어?”
시몬이 멍한 표정으로 유리 조각을 집었다.
날카롭고 투명한 파편. 매우 작은 파편이었지만 이렇게 유리 조각이 튀어나왔다는 소리는.
“……아.”
곧 내부 용액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시몬은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곧장 목을 보호하며 몸을 웅크렸다.
‘터진다!’
유리관 내부의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심해의 밑바닥도 넘어서는 압력이었다. 게다가 저 용액은 매우 특별한 용액이라서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터지고 만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유리가 완벽하게 갈리지는 소리.
이후 이어지는 소리는.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최하층을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이었다.
목을 보호한 시몬은 제 귀가 터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용액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었는지 폭발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해서 연쇄 작용을 일으켰다. 수류탄과 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사방으로 퍼지는 게 금속이 아니라 유리라는 것과 폭발이 수류탄을 아득히 상회한다는 것. 그 정도였다.
이건 죽는다.
체념한 시몬이 눈을 질끈 감았다.
“폭발 참 요란하게도 일어나네.”
쿵!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다.
거대한 유리 조각이라도 떨어졌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살며시 눈을 뜨자 사내 한 명이 손을 뻗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납치한 사내. 이번 대의 마탑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입 연구원.
“……수?”
그가 폭발을 억누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당신이 65층에 있는 걸 확인했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가 있지?
놀란 시몬이 묻자 승우가 말없이 위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서 시몬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곳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마탑은 언제나 위험천만한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벽과 바닥을 단단하게 짓는다. 특히 지상보다 수리가 어려운 지하는 훨씬 튼튼하게 건축한다. 그리고 지금.
“발자국 모양으로…… 바닥이 뚫렸어.”
그 단단한 바닥이 세상 간단하게 무너졌다.
시몬이 놀라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은 승우는 주변에 퍼진 전류가 자신에게 달라붙는 감각을 느꼈다. 부자연스러운 전류의 움직임에 승우가 이를 마력으로 가볍게 떨쳐냈다.
그런데 이 전류의 끝이 시몬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거 저 녀석의 능력인 것 같다.
“전기를 방출하는 능력인가?”
생각해 보면 그 뱀 눈깔. 아담도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
화들짝!
시몬이 어깨를 떨며 위를 올려다봤다.
발자국 그대로 뚫린 천장.
진각을 활용해서 구멍을 뚫은 것이다.
“저도 좀 같이 내려가요.”
훅!
그 구멍을 통해 루나가 뒤따라서 내려왔다.
시몬이 전류를 통해 구멍 너머를 살폈다.
다른 생체 신호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대 마탑주는 죽인 모양이다. 심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부 얻었겠지.
“수. 괜찮아요?”
“갑자기 왜.”
“얼굴에 유리 조각이 박혔거든요.”
“어라? 진짜로 박혔네.”
“설마 그걸 이제 알았어요? 안 아파요? 엄청 아플 텐데.”
“아, 이거? 가짜 가죽이라서 괜찮아.”
승우가 얼굴을 벗었다.
정확하게는 얼굴에 두른 가짜 가죽을 벗었다.
그는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여기서 아까운 가죽을 버렸다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다, 당신은……?”
시몬의 동공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