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2화(38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2화
기억에 없는 순간(2)
정보 좀 빨리 알아내겠다고 머리를 혹사한 나머지 몸이 걸레짝이 됐다. 그래도 용케 일어서는 것에는 성공했다.
“살아 있어요?”
“……응.”
아직 죽지는 않았다.
몸이 좀 많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설마 만들자마자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내가 지금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니지.
화륵!
몸의 절반이 화염에 휩싸였다.
“모, 몸에 불이 붙었─”
“별거 아니야.”
화염은 내 몸을 한차례 휩쓸고 사라졌다.
직후 루나가 깜짝 놀란 눈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별거 아니라고 말했다시피 화염은 내 몸에 아주 작은 흉터와 화상을 입히지 않은 것은 물론, 옷 한 벌도 태우지 않았다. 이 불꽃은 제대로 된 불이 아니었다.
“내가 새로 만든 마법이다. 마법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불꽃이라는 개념을 불어넣은 탓에 타오르고 있을 뿐. 진짜 불꽃은 아니야.”
색깔부터 독특했다.
내가 애용했던 스킬, 여우불이 자색으로 타오르는 저주의 불길이었다면 이 불꽃은 흰색으로 타올랐다.
성화(聖火).
성스러운 불길은 대상을 살라 먹는 것이 아니라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시스템의 권역 아슬아슬한 곳에서 만들어낸 마법이라서 스킬로 인정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 정도가 아니기는.
타마모가 눈을 찌푸렸다.
눈에 힘을 주자 승우의 신체 내부가 투시됐다. 망가지고 엉켜서 타마모와 승우 둘 다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마력 회로. 그 마력 회로가 스스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S급도 우습네. 도대체 뭘 만든 거야.
저 불길이 단순히 재생의 능력을 갖춘 마법이었다면 마력 회로가 재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승우의 마력 회로는 끊어진 게 아니라 엉키고 뒤틀렸기 때문에 고치기 힘들다고 판단을 내렸었다.
그런 회로가 불길에 닿았다고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간다.
엉킨 회로를 풀어지고, 뒤틀리고 이리저리 망가진 회로는 아예 회로째로 불타올라서는 그 자리에 새살 올라오듯 새로운 마력 회로가 자리 잡았다.
─뇌에 축적된 피로와 부담도 다 타올랐네? 아예 불꽃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기라도 했어?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이게 말이 되나?
타마모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정답이 나올 일은 없었다.
단숨에 핵심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성화는 만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녀의 칭찬이 심상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는 순수한 감탄에 웃음을 흘렸다.
“대단하게 여겨주니까. 기분은 좋네.”
오로지 마력 회로를 치료하기 위해 만든 마법, 성화.
성화는 정상적인 마법처럼 술식을 조합해서 만든 마법이 아니다. 오로지 감. 천운에 의지해서 만든 마법이었다.
운에 의존해서 만들었다고 표현하면 뭔가 좀 없어 보이지만, 원래 운이라는 것은 그에 합당한 실력이 있어야 거머쥘 수 있는 법.
루나의 연합에 소속될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수도 없이 마법의 조합을 시험했다.
회로가 이 모양이라서 직접 시험할 수는 없으니까. 머리로 아주 오랫동안 사고 실험을 진행했다.
수백수천, 사고를 가속해서 진행한 실험까지 더하면 족히 수만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든 마법이지만.
“그런데 이거 미완성이거든.”
─미완성? 그런 게 미완성이면 세상 무슨 마법이 제대로 된 마법이겠냐?
“네 주술은 당연히 완벽하지.”
아무리 비교해도 시원의 주술과 성화를 비교하다니.
성화는 이제 막 만들어진 개념에 불과하다. 반면에 타마모의 시원의 주술은 그 시작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깊고 심오한 학문이다.
─하, 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
순수하게 그녀의 주술을 칭찬하자.
타마모가 방긋 웃었다.
─그렇지만 너무 스스로에게 엄격한 거 아니야?
“뭐가?”
─네가 예전에 만든 신체 재생 마법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무슨 의수였던가? 그 병에 담아서 보관하는 형태의 마법. 그것도 복원 수준의 회복 마법이었지만, 그 성화는 명백하게 치료의 선을 넘었어.
숙련도가 높아지면 죽기 직전의 사람도.
아니, 죽은 사람이라도 뇌의 형태가 멀쩡하다면 10분 내로 되살릴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성화에 담긴 개념이 그러했다. 재생과 복원. 그 두 가지 경계선을 완벽히 초월한 마법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성화에 해당 개념을 불어넣은 사람이, 성화를 구상하고 창조한 사람이 나니까. 충분히 이해했다.
“말했잖아. 미완성이라고.”
─진심이야?
“응.”
나는 생각을 끝마쳤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답을 똑같았다.
“역시 성화는 미완성이야.”
─그렇게까지 대답한다면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성화가 미완성이고 내 주술은 완벽한 이유 말이야.
“이유?”
그거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폭!
라이터 크기의 작은 불씨가 손바닥 위에 타올랐다.
순백의 불꽃. 모든 것을 불태우려는 일반적인 불꽃과 다르게 이 불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치유하려고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상태로 충분히 완성되고 안정화된 것 같지만, 그게 또 쉬운 작업이 아니거든.
“방향성은 잡았지만 틀을 잡는 것에 실패했어.”
“틀?”
“그래, 틀. 모든 마법에는 저마다 각각 만들어진 이유가 있어. 아주 기초적인 원소 마법이나 주술 같은 것도,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을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확신한 방향성이 존재하지.”
성화는 그 방향성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상대를 치료하는 불꽃. 방향성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 마법에는 기초적인 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력 회로를 치료하고, 또 나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느라 마법의 가장 기초되는 틀을 조형하는 것을 까먹었다.
사실 틀 정도야.
마법의 방향성만큼 중요하지 않기에 나중에도 형태를 잡을 수 있지만, 성화는 워낙 복잡한 덕분에 그 틀을 나중에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음, 복잡하네. 그 정도 수준의 마법에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례는 나도 처음이라서. 뭐라고 말해주기 어렵네.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답을 원해서 말한 게 아니니까.’
어차피 이런 마법의 틀 정도야.
실전을 경험하면 금방 감을 잡기 마련이다.
지금은 그보다도.
“슬슬 올라가자.”
“그거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그러면 너 말고 누구한테 올라가자고 말해.”
나는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차피 내 뒤에 있는 이 녀석은 내가 올라가면 같이 따라서 올라가는데 뭐.”
굳이 타마모한테 그런 말 할 필요가 없잖아.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말은 이 최하층에서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루나에게 하는 말이지. 그녀를 제외하고 이 지하의 모든 연구원들은 죽었다.
지하 65층은 우리들에게.
지하 1층은 학생들에게.
그리고 지하 2층부터 64층은.
후우우우우우우웅.
지금 실시간으로 최하층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주는 마탑 중심의 거대한 구멍. 저 거대한 구멍을 직접 뚫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브.
그녀가 남은 연구원들을 전부 죽였다.
‘아니지. 이 꼬락서니를 보면 그건 너무 적은가?’
최하층부터 최상층까지.
우리를 제외하고 전부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
마탑에 이렇게 커다란 구멍이 뚫린 이상, 바람과 남은 충격에 의해 지금 당장이라도 탑이 통째로 넘어질 확률이 존재했다.
“이 도시도 오늘로 끝이겠어.”
탑은 오늘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거대한 탑이 기울어서 무너진다면 성벽이 무너진다.
도시를 지키던 성벽이 무너지면 자연스레 공간과 공간의 틈에 몸을 숨기고 있던 도시가 마물들의 눈에 들어오겠지.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은 지옥에 처박히겠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는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괜히 이상한 사람을 따라와서 시도 때도 없이 골치 아픈 일에 엮였다며 자책하는 루나가 있었다.
그녀는 나와 연합을 위해서 이 도시의 주인. 새로운 마탑주가 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총 세 개.
저 하늘 위로 날아간 이브와 시몬을 죽이든 생포하든 어떻게 처리하는 것.
마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루 만에 보수 공사를 진행할 것.
전부 죽어서 공석이 되어버린 탑의 연구원들을 보충할 것.
이렇게 세 가지다.
─저 아이를 탑의 주인으로 어떻게 올릴 생각인데?
‘그거야 간단하지. 지금 루나가 마탑주가 된다고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반발하겠어.’
─저 아이가 탑의 주인이 되는 것을 긍정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야.
‘원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지.’
오늘 같은 경우에는 나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끝나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어?
화르르르륵!
나는 회복한 마력 회로를 통해 손끝에서 화염을 만들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화염이었다. 불꽃 내부에 저주도 없었고, 흰색으로 타오르지도 않았다. 대신 화염은 아주 크게 타올랐다.
“그 불꽃으로 이번에는 뭐 하시게요? 저 구멍 위로 날아가시게?”
루나가 손가락으로 불꽃을 가리켰다.
불꽃은 내 의지에 따라서 조금씩 형태를 바꾸었다.
불꽃이 위로 타오르지 않고 허공에서 옆으로 넓게 퍼졌다.
마치 탑승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모습에 루나가 땀을 삐질 흘렸다.
“설마…… 진짜로?”
더워서 땀을 흘렸는지. 아니면 당황해서 흘렸는지 몰라도.
“타마모에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맞아, 이거 타고 올라갈 생각이야. 건물의 각 바닥을 지르밟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는데, 솔직히 힘들잖아.”
“저, 엘프라서 그 편이 훨씬 편한데요?”
예전에는 나무 타고 살았는데, 이 정도 높이는 충분할 것 같은데요?
그런 루나의 말에 뒤늦게 깨달았다.
아, 맞다.
얘 엘프였지.
‘최근 들어서 내 조수 노릇만 하다 보니까. 깜빡하고 말았네.’
엘프라면 충분히 갈 수 있겠지.
그렇지만 자그마치 지하 66층이다.
언제 1층까지 점프하려고. 나는 불꽃 위에 두 발로 올라서서 툭툭 발로 불꽃을 밟았다.
“안전하니까. 타.”
“……저 점프해서 갈 수 있는데요?”
“너 속도 느리잖아. 전에 나무 위를 달렸을 때도 속도가 하도 느려서 내가 안고 달리지 않았나?”
음? 그냥 짐처럼 들쳐매고 달렸나?
아니면 아예 안 업었던가?
크게 중요한 기억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물가물한 기억이었다.
“어쨌든 느린 건 사실이니까. 어서 타.”
나는 그녀에게 탑승을 재촉했고 결국 루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타면 되잖아요.”
조심스레 불꽃 위로 발을 뻗은 루나.
마치 구름이라도 밟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양발을 불꽃 위에 올리자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화염 마법과 염동력을 융합한 고속 이동은 어느새 지하를 고속으로 주파했다.
빠르게 1층을 넘어선 불꽃은 최상층, 77층.
이브 닮은 여인이 뚫은 것으로 추정되는 천장 구멍을 넘어서야 멈추었다. 어찌나 빠른 속도였는지 루나는 머리를 붙잡고 있었고, 나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제 막 회로를 회복시켰는데 너무 혹사시켰을지도.’
너무 무리했다.
‘아, 성화를 완전히 완성시켰으면 이러지도 않았을 것을.’
─지금도 충분히 대단한데. 정말로 성화를 완성시킬 자신이 있어?
‘그야 당연하지.’
자신감이야 넘치고 말고.
애당초 시몬과 이브. 둘을 본 순간 직감했다.
성화의 완성은 둘로부터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