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3화(38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3화
기억에 없는 순간(3)
“하늘 위에 저거 뭐야?”
“위에? 아, 저거?”
서예린의 질문에 이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오전에 우리 놓친 녀석이네. 딱 보면 알잖아.”
“옆에 여자도 한 명 붙어 있네. 여친인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저 여자 마력 패턴이나 자세히 살펴봐. 대략 수천 개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이사벨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하늘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광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날개 한 쌍이 양옆으로 넓게 펼쳐졌다. 날개를 이루고 있는 마력의 패턴이 심상치 않다.
“저 많은 패턴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형태에 담기는 게 가능하기는 해? 물론 남화연 교수님이랑 선생님은 가능하겠지만.”
“뭐,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 머릿속에 양자컴퓨터라도 들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그 두 사람은 진짜 여러모로 인간 같지 않은 마법사들이라니까.”
어떻게 사람이 그 많은 공식과 변수를 머리로 계산해.
이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화연과 백승우는 명백하게 이상한 사람들이다.
수천 년에 한 번 태어나도 충분할 천재가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사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천재들이 과포화된 상황이다.
아무리 다른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이 작은 도시에서 그들과 동등한 수준의 천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저거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겠지?”
이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모두들 자신과 동일한 생각을 했는지 동의를 구했다.
날개 중심에 선 여성. 그리고 그 옆에 선 남성.
남성 쪽은 분명히 지난밤에 그들이 몰래 납치했던 마탑 지하의 연구원이었다.
그를 납치하고 묶었을 때 특별한 마력 파동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지는 그렇게 저 날개를 만들어낸 것은 여성 혼자만의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아이시스가 의견에 동의했다.
“모든 마력 패턴의 계산 속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해. 두 자릿수 정도의 마력 패턴이라면 나도 가능하고, 남화연 교수님과 승우 선생님은 세 자릿수가 넘는 마력 패턴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하겠지.”
“그렇지만 네 자릿수부터는 좀 아니야.”
“그야, 그럴 수밖에. 마법에 수백 개의 마력 패턴을 교묘하게 섞으면 상대는 마법에 담긴 저의를 파악할 수 없고, 역산할 수도 없어.”
이사벨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자릿수부터는 효율의 문제야. 수백 개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효율적이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투자하는 마력과 정신력 대비 효율이 엉망이지.”
“맞아. 더군다나 한 개의 마법에 마력 패턴이 수천이나 섞으면 중간중간 패턴의 단조로워져서 되레 마법에 돌파구를 내주게 마련이야.”
이사벨과 아이시스의 이해가 일치했다.
“그렇지만 저 마법에는 구멍이 없어.”
“연산 능력 자체도 괴물인데. 저 많은 패턴에 허점이 하나도 없다면 저런 식으로 정신력을 낭비해도 문제가 없다는 소리겠지.”
“인조인간?”
“태생부터가 인간이 아닐 확률도 있어.”
“그렇다면 호문클루스? 아니다. 기계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스쳤지만 도저히 저 여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남자를 향했다.
분명히 이름이 시몬. 아니, 아담이라고 했던가?
“시몬 아담? 아담 시몬? 둘 중 뭐가 이름이고 성인지 모르겠네.”
“사실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
우리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그만인데.
그 말이 맞다.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선명하게 반짝거리는 황금빛 마력이 몸을 휘감았다.
황금빛 마력은 이사벨과 일행을 감싸는 방어막이 되든, 하늘 위에 있는 둘의 공격을 받아치거나 요격하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다.
여인이 무슨 짓을 벌인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몸을 달구는 준비운동인 셈이다.
“뭐야? 바로 공격하려고? 지금 당장 싸우는 것은 좀…… 우리 모두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나도 당장 싸울 생각은 없어. 그렇지만 대비는 해야지.”
“세상에 무슨 대비에 마력을 이렇게 많이 때려 부어. 이 정도 마력이면 A급 플레이어 다섯 명 정도는 마력 통을 텅텅 털어야지 겨우 나올 양이겠다.”
“별로? 이 정도 마력은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
“태양광으로도?”
“구름 없는 날이라면 방금 소비한 마력 정도는 10분이면 충분해.”
“야. 네가 무슨 태양광 패널이니?”
“태영광 패널? 내가 그런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몇만 배는 좋을걸?”
농담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이 자신을 정비했다.
이지가 방패와 도끼를 꺼냈고, 배낭에서 미리 포션 다발을 끼워둔 벨트를 꺼내서 입었다.
언제 어떻게 싸우게 될지 몰라서 미리미리 준비해 둔 무장.
다른 학생들도 각자의 짐에서 빠른 속도로 무기와 소모품을 꺼내서 준비하고, 마력을 적당히 달궈 싸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현역 플레이어보다 몇 배는 빠른 준비 속도.
그렇게 1분도 소모하지 않은 학생들은 하늘을 유심히 관찰했다.
바로 그때였다.
화르르르르르륵!!!
마탑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배를 닮은 불꽃.
바닥 면의 강렬한 불꽃을 방사하며 저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배는 순식간에 두 남녀의 지척에 도달했다.
화염 마법에 대한 압도적인 통제 능력.
그 모습을 보던 이사벨이 나지막이 말을 흘렸다.
“……선생님?”
학생들이 그토록 찾는 그 사람이 지금 저곳에 있었다.
* * *
─어떻게, 싸울 거야?
넘실거리는 불꽃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망가져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마력 회로를 점검한 승우는 저 하늘을 빤히 쳐다보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싸울 의도가 명백히 느껴지는 몸풀이.
오래간만에 활성화된 마력 회로 위로 방대한 마력들이 쏜살같이 순환하며 강력한 마력 파장을 구출했다.
“……아직 싸울 생각은 없어.”
잠시 입을 우물거린 승우가 답을 내놓았다. ‘아직’ 그녀와 싸우기도 싶은 조금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이브를 닮은 여인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능하다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탑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지하에 있는 놈들은 다 죽어도 싸.”
─그러면 위에 있던 사람들은?
“…….”
─최하층에서 최상층까지 고속으로 날아오면서 느꼈잖아. 탑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을.
적게 잡아도 수백 명의 연구원들이 이브가 마탑을 뚫으면서 내뿜은 충격파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대화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승우도 아직 할 말은 있었다.
“딱히 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타마모가 인정했다.
임자 있는 사내의 연심을 자극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지만, 타마모는 역사에 잔혹하기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다른 이름으로 행한 살생을 더한다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백 명의 인명 따위 타마모 앞에서는 개미 떼에 불과했다.
그리고 승우 또한 많은 생명들을 앗아갔다.
인류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승우는 수많은 마물들을 몰살했다. 강력한 범위기를 보유한 승우와 끝이 보이질 않는 마물들의 번식력이 만나자 산천 수목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물들었다.
마물뿐만이 아니었다.
인류를 배신한 인간이 있다면 인간을 죽였고.
기지로 적절한 지역이 있다면 산을 베고 강을 도려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명분이 있었다.”
이브와 닮은 여자. 아니, 이제는 그냥 쟤도 이브라고 부르자.
저 밑에 있는 연구 기록들을 전부 읽은 결과, 승우는 이브가 이 탑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도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슨 명분인데요?”
“복수.”
“복수?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자신을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한 복수. 자신을 태어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복수. 자신을 가지고 인체 실험을 진행한 것에 대한 복수.”
이브의 복수는 세 가지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타마모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고, 루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런 사례에 대한 경험이 없는 모양이다.
승우가 루나에게 세 손가락을 뻗었다.
“잘 들어봐. 너는 이브가 사람으로 보여?”
“……아니요.”
루나가 이브를 쳐다봤다.
인세에 존재하지 않던 초월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어떻게 저게 사람일 수 있겠는가?
여신. 아니, 천사임이 틀림없다.
마침 하얗게 빛나는 날개도 한 쌍 달렸고 말이다.
“외모를 말한 게 아니다, 이 녀석아.”
쿵!
승우가 주먹을 쥐어서 루나의 머리를 때렸다.
힘이 조금 들어갔는지 머리를 맞은 루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승우에게 언성을 높였다.
“아! 왜 때려요!”
“홀려서 그랬다. 홀려서.”
“홀리다니요. 사람 홀리는데 정통이 났다고 유명한 구미호는 제 앞에 한 명. 귀신으로 한 명 더 있는데.”
“이브의 외모에 홀렸다고. 너 자각도 없었지?”
“제가 저 여자한테 홀리다니. 저 이성애자예요. 남자 좋아하거든요!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관심이 갈 리가…….”
“틀렸네 이거.”
이거 완전히 홀렸다.
승우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로 발밑의 불꽃 일부를 루나에게 옮겨 붙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화들짝 놀란 루나가 발버둥 쳤으나, 불꽃이 자신을 태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불꽃이 모두 사그라들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승우를 쳐다봤다.
“……수 님.”
“왜?”
“저 방금 어떻게 된 거죠?”
루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왜 저렇게 놀란 표정이지?
‘인지조차 못 해서 그래.’
─인지하지 못했다고? 저 정도 상태가 되면 스스로 알아차리고도 남을 텐데?
‘응. 잔뜩 놀랐을 테니까. 소리 좀 낮춰서 얘기하자.’
방금 막 매혹당했던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할 얘기는 아니거든.
승우가 하늘 높이 올라왔음에도 자신들보다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고고하게 날개를 펼친 이브를 가리키며 읊조렸다.
‘매혹. 내가 아는 이브도 가지고 있던 능력이야.’
─매혹이라고?
그 말에 타마모가 자신을 되돌아봤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나도 그래. 그야 우리는 매혹당하는 쪽이 아니라 매혹하는 쪽에 속한 종족이기도 하고, 경지가 높아서 정신력도 높잖아.’
자신보다 경지가 낮은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감화시키는 능력.
세뇌 같은 수준의 무시무시한 능력은 아니고, 사실 매혹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능력이지만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감화시킨다는 부분이 요점이다.
내가 자라난 세계.
그곳에서 이브는 유일한 마법사이자 위대한 대마법사로, 그녀의 적수는 나 혼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이브는.
‘딱 봐도 강해 보이네.’
뭐야 저거. 유리관에 제법 오랫동안 갇혔던 것 같은데 뭐 저렇게 팔팔해? 잘하면 이 도시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모조리 일소(一掃)하고도 남겠어.
─잠깐만, 무조건적이라고?
‘응. 사기적이지?’
타마모가 깜짝 놀랐다.
구미호인 그녀도 그런 매료 능력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승우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반면, 연구 일지를 통해 그녀를 이해했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무슨 그런 사기적인 능력이 다 있지?
‘생각해 보면 당연해.’
새로 태어날 신이.
멸망해 가는 수많은 차원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신앙들을 치워내고, 유일한 신앙으로 자리 잡아서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매력이 없으면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