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5화(38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5화
기억에 없는 순간(5)
“방금 그거 무슨 작용이었을까요?”
시체의 산 위에 앉은 루나가 질문했다.
“무슨 작용? 마법이 반파되던 거?”
“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마법이 해제된 게 일반적인 상황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말이죠. 무언가 꼼수가 있던 느낌?”
아무튼 뒤가 좀 구리더라고요.
루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로 떠오른 불꽃을 하나의 마법이라고 취급했을 때, 그것은 마법이라고 말하기 조잡한 수준이었지만.
‘마력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마력을 식재료. 마법을 완성된 음식이라고 비유한다면 내가 펼쳤던 마법은 눈에 들어오는 식재료로 대충 만든 샌드위치였다.
대충 야채 넣고 고기 좀 넣는 식으로, 식자재의 조화와 비율은 생각하지도 않은 결과물이었다.
그렇지만 재료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내 마력은 세상 그 누구보다 정순해.’
이브도 아담도. 내 학생들도. 남화연도.
나선 방식을 채택해 그 효율과 질이 몇 단계나 상승한 내 마력은 더 이상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실력 좋은 마법사가 타인의 마법을 역산해서 파훼하거나 이용하는 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그런데 그게 나한테 일어나서는 안 되지.
‘마력 자체가 암호화되어 있는데 누가 그걸 마법에 피격당하기 전까지 해킹할 수 있겠어. 그게 가능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연산하는 기계일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상대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봤던 이브는 정말로 기계였다.
“네가 앉은 시체를 보렴. 거기에 정답이 있으니까.”
“시체? 이거 그냥 인형이잖아요. 심장도 장기도 없고.”
“화장하기 전의 시체도 심장은 없어.”
“아하.”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바닥에 쌓인 인형들을 손으로 매만졌다.
부드러운 살결. 사람과 흡사한 감촉이었다. 피부와 주름 모든 것이 사람과 흡사했지만 루나가 저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피부 너머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사를 떠나서 도저히 사람이라고 느껴지질 않는다.
“자세히 보렴.”
스윽, 바닥을 향한 고개를 뒤집었다.
그러자 루나가 화들짝 놀랐다.
“이게 무슨……!”
선명한 이목구비.
모두가 미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여성이었다.
다른 의미로 인형 같은 외모였다. 그렇지만 지금 루나가 놀란 이유는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이,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
아는 얼굴이었다.
나도 루나도 아는 얼굴.
그야 방금도 코앞에서 봤고, 이 사람 때문에 공중에서 떨어졌는데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지.
“서, 설마 복제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루나의 추론은 정답에 가까웠지만 살짝 아쉬웠다.
이곳에 산처럼 쌓인 사람들. 이 사람들은 누군가의 복제품이다.
과연 누구의 복제품일까?
“설마…… 저 사람도 복제품이었어요?”
소스라치게 놀란 루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숲을 누비며 사냥감을 포착하는 엘프의 시력이 정확하게 이브의 얼굴을 직시했다.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지금 자신들의 발밑에 깔린 심장 없는 인형들과 흡사한 얼굴이 루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접근은 좋았는데 또 틀렸어.”
워낙 루나가 혼란스러워하길래 그녀가 틀린 부분을 짚어줬다.
“아, 그렇죠? 저 사람까지 복제품은 아니죠? 하기야 저렇게 정교한 복제품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건 맞았다만.”
“예?”
그 부분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저 정도로 정교한 복제품은 우리 집에 하나 있다.
“……이거 아니었어요?”
“대충 넘겨짚지 마라. 나는 정확하게 무엇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알면 좀 알려주세요.”
“우리 발밑에 있는 것들과 위에 있는 것. 모두 다 복제품이다.”
“도대체 누구의 복제품인데요?”
“글쎄다.”
이브를 닮은 여인.
나는 그녀들의 목덜미를 손으로 쓸었다.
하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익숙한 감촉. 내가 아는 이브의 머리카락도 딱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체향은 달랐다.
밑에 있는 이브. 위에 있는 이브.
두 부류 모두 향이 없었다.
향이 옅은 게 아니라 향 자체가 없었다.
무색무취. 이렇게 산처럼 쌓인 이브도 하늘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이브 모두 내 눈에는 시체처럼 보였다.
내 기억 속의 이브는 저런 모습이 아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과거.
─너 머리카락에 끈적한 거 묻었다.
─어, 어디? 어디에 껌 붙었는데?!
─껌이라고 말 안 했는데.
─머리에 붙은 끈적한 것이라면 당연히 껌이지! 야! 네가 나 대신 좀 머리에 껌 좀 떼 주라.
─싫어. 만지고 싶지 않아.
─그게 머리에 붙은 나는 어떻고! 응? 좀 떼어내 줘라.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붙은 검은 걸 만지고 싶지 않았다.
─슬라임을 손으로 만지는 건 좀…….
─아! 슬라임이었어? 난 또 어떤 놈이 내 머리에 껌 뱉은 줄 알았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네 머리에 껌을 뱉어. 사령관님도 무서워서 그거 못 해. 수틀리면 명령 불복종에 마법 난사하는 녀석한테 무슨 수로 그런 짓을 해.
─야! 나 정도면 선녀지!
─선녀는 무슨. 얼어 죽을 선녀.
─너는 못마땅한 명령은 듣는 척도 안 하고,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 상대하면 너보다 높은 사람도 찌르잖아! 나는 적어도 너처럼 계급 사회에서 반란을 밥 먹듯이 저지르지는 않거든.
─그 녀석은 죽을 만한 녀석이라서 죽인 거고. 그 왜 사령관님도 잘했다면서 고개 끄덕이면서 어깨 두들겨 줬잖아.
─네 칼에 당한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음, 썩 정상적인 추억은 아니네.
그래도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즐거웠던 나날이었다.
─글쎄다. 네 생각대로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시끄러워.’
향수에 잠겼을 때는 좀 조용히 해라.
─얘기를 듣자 하니 한 명은 명령 불복종에 다른 한 명은 수틀리면 상사를 찔러. 심지어 둘이 전쟁 영웅이야 그게 군대냐? 오합지졸이지.
‘어허, 죽을 만한 짓을 하면 상사라도 죽어야 하는 법.’
─……교육과 상식을 배울 어린 나이에 전장에서 그 짓거리를 했으니까. 네가 이렇게 자란 것이겠지.
그래, 인정하마.
나랑 이브 둘 다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환경일 수밖에 없는 걸 어떡해.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사람들만 남았지.’
우리는 그런 집단의 마스코트였고.
이후에는 수장이 되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특히 금방 곁을 떠난 사람들과 달리 이브는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다. 그만큼 그녀와 쌓은 추억이 적지 않았다.
이브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이브조차, 이 사람들과 같아.’
온 사방이 이브 닮은 것으로 가득하지만.
지금 말한 ‘이브’는 세상에서 오직 한 명뿐인 이브다.
‘이브도 복제품이야.’
일지에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세상이 멸망하는 이유는 세계의 중심이 될 쐐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그렇기에 자신들이 직접 쐐기를.
신을 만들 계획을 했다.
수백 년의 연구였다.
연구원들이 세대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단 한 번의 행운을 붙잡았다.
오랜 데이터가 축적된 결과물이 아니었다.
순전히 우연에서 탄생한 산물.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쁠 것 같지만, 일지에 따르면 당시 연구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리어 기뻐했다.
자그마한 희망이 싹텄으니까.
연구원들은 거기서 수백 년을 더 연구했다.
맨 처음 우연에서 탄생한 소녀. 그녀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또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복제품이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이 산이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여인들이 전부…… 최초의 산물로부터 복제한 것이라면, 최초의 산물은 대체?”
“연구 초창기에 연구원들은 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된다고 생각했어.”
“호문클루스인가요?”
“맞아.”
호문클루스의 복제품.
그게 이 이 산의 정체였다.
연구 일지의 초반 내용은 이상적인 신을 만드는 것으로 내용이었다.
후반의 일지는 신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전지와 전능. 이를 어떻게든 부여하기 위핸 연구원들이 기록이었다.
“여기 있는 이브들은 생명을 부여받지 못했다.”
“뭔가 불쌍하네요. 사람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게 아닌데, 이런 식으로 탄생은 뭔가 좀 그렇네요.”
“……그러게 말이다.”
기분이 참 오묘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친구의 출생을 알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디 있을까?
차원의 틈에서 필사적으로 탐색한 결과 도착한 세계가 하필이면 친구의 특별한 출생과 연관된 곳이라니.
이 우주에는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세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많은 세계들 중 하필이면 이브가 태어난 세계에 발을 디뎠다.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0이지 사실.’
0%.
본래라면 그래야 했다.
하지만 그 0% 확률이 실현되었다는 사실은 곧, 누군가 뒤에서 확률을 조작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조차 네 안배였구나.’
이브.
그녀의 소행이었다.
나와 학생들이 이 세계에서 만난 것만 봐도 이 세계에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너의 다음 안배는 무엇일까?
내 소중한 친구, 이브. 그녀의 성격과 기호를 통해 이브가 이후에 무엇을 안배했을지 머릿속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그때.
흔들흔들.
누군가 내 소매가 흔들었다.
나는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죽일 수 있겠어요?”
“뭐?”
“안 듣고 뭐 했어요? 죽일 수 있겠냐고요!”
루나가 내 소매를 흔들며 몇 번이고 말했다.
깊은 생각에 빠져서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확인차 되물었다.
“이브를 말하는 건가? 이브를 죽일 수 있겠냐고?”
“네, 저 여자요. 신을 만들기 위한 연구였다면서요. 저렇게 빠져나간 걸 보면 분명 연구가 완성된 것일 텐데…….”
“아니, 그건 아니야.”
“예?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죠?”
“그야…….”
내가 아는 이브는 저 여자보다 훨씬 대단하고 강하니까.
신이라면 완전무결해야 할 텐데, 신보다 우월한 존재가 있다면 그걸 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기에 그냥 뭉뚱그려서 말했다.
“어떻게든 아는 방법이 있지.”
“하, 잘났어 정말.”
“아무튼, 그녀를 죽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그렇다면 어서……!”
“문제는 그 과정이지.”
방금 전, 그녀의 지척에 도달했을 때 서로의 역량을 비교했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
다만, 그 대가로 이 세계는 포기해야겠지.
아무리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대라도, 상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 사람들이 다소 휘말릴 수밖에 없는 거대한 기술과 마법들을 연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좀 기다려 보자고.”
“누구를 기다려요? 당신에게 친구가 있던가요?”
태연하게 하늘을 구경하는 내 모습에 루나가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