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6화(38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6화
창(1)
“저 여자 저거 뭐야?”
하늘에 떠오른 이브를 보며 이지가 말했다.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해도 잘 보이지 않는 높이.
그곳에 선 여인이 내뿜는 마력의 파장이 영 심상치 않다.
심지어는.
쿵!
이브에게 가까이 접근했던 불꽃의 형상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아무래도 그거 사람이 만들어서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저 정도 높이에서 마탑으로 그대로 떨어졌다면 뭐, 기도나 올려야지.
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참 신기하네.”
이지가 도끼를 붕붕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수틀리면 그대로 도끼를 휘두를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지의 눈에 이브는 다소 이질적이었다.
“저 여자 적의나 살의가 없어.”
이지가 별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뭐?”
“이지, 방금 그 얘기.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어? 이게 그렇게 반응할 정도의 말이었어?”
“이지.”
“그래, 대장의 명령이라면 뭐 따라야지.”
무슨 의도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야.
조의 대장인 이사벨의 말에 거스를 필요도 이유도 없던 이지가 자신이 느꼈던 바를 곰곰이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가 정확하게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왜 그 날카로운 것 같은데 속은 물렁물렁한 느낌 있지? 음식도 그렇잖아.”
이지가 자신이 받은 느낌을 상세히 설명하려고 했다.
“이지.”
“……잡설은 필요 없어.”
“우리는 네가 필요한 부분만 설명해 주기를 바랄 뿐이야.”
“에라 진짜.”
나 할 말 좀 하자!
차마 자신보다 강한 친구들에게 언성을 높일 자신은 없었던 이지가 속으로 울부짖으며 손가락으로 이브를 가리켰다.
“저 여자. 방금 날아오는 마법사 한 명 떨궜잖아.”
“……응.”
“마법사의 실력이 좋다면 살았겠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는 살지 못하는 공격이었어. 그렇지만 애초에 그걸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희들도 봐서 알잖아. 저 여자가 한 짓은 요격이 아니라 역산이었어.”
“요격이든 역산이든. 결국 날아오른 마법사는 격추당했지.”
“그래, 맞아. 격추당해서 건물에 처박혔지.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너를 죽이겠다는 의지는 내보이지 않았잖아.”
“그거야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간혹 그러잖아.”
우리보다 약한 마물이 있을 때, 괜히 힘 빠지게 강한 공격을 날리지 않고 주변 환경이나 약한 기술을 이용해서 손쉽게 잡는 것.
이사벨 일행도 종종 애용하는 전략이었다.
쯧쯧, 그 말을 들은 이지가 혀를 찼다.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지.
“너희들 그거 알지? 나 좀 힘들게 자란 거.”
“잊을 수가 없지.”
그날 하루에만 몇 명이 죽었는데.
서예린이 담담하게 말하자 이지가 살짝 당황하면서 말했다.
“그, 그래, 아무튼 내가 좀 그런 환경에 자라서 적의에 좀 민감한데. 저 여자는 그런 기색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그래서, 방금 사람 한 명 떨군 게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무슨 뜻이야?”
“애당초 감정 자체가 희미하거나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감정이 희미하거나 없을 수가 있다는 말에 이사벨이 나섰다.
“그런 사람이라면 인간보다는 차라리.”
프로그래밍이 된 인조 생명체에 가깝지 않아?
“……!”
이사벨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았다.
만일 저 여자가 인조 생명체라면 해당 이면 세계의 최종 보스는 그녀일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저 여인을 토벌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다들 전투 준비.”
“이사벨!”
“전투 준비!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해둬!”
“정말 저 여자와 싸울 생각이야? 내가 말했잖아. 사람을 떨궈서 죽이려는 순간에도 적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굳이 싸울 필요가 있어.”
“당연하지.”
이사벨이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첫 번째로 미리 준비하는 것에 의의가 있어.”
“준비…….”
“만일 저 여자가 나중에라도 적의를 내비칠 때, 우리가 준비하지 않아서 그녀의 첫수를 아무런 대비도 없이 당한다고 생각하면 어때?”
“상상만 해도…… 아찔하네.”
이브가 하늘에 떠오른 순간, 하늘의 대기가 변했다.
막대한 마력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저 여자의 등장만으로 발생한 변화였다.
만일 이사벨의 말대로 저 여자가 돌연 적의를 품고 우리를 공격하든, 도시를 향해 공격을 날린다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이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패를 가볍게 손질했다.
“첫 번째 대답으로 충분히 이해했는데. 두 번째는 뭐야?”
“마력의 파장.”
“파장?”
“저 여자는 지금 이면 세계에 존재하는 마력을 전부 끌어다가 사용하고 있어? 예린아,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공령지체(空靈之體) 말하는 거야?”
많고 많은 체질 가운데.
무인들이 손꼽는 최고의 체질 중 하나, 공령지체.
그 체질은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지기. 대기 중의 마력을 체내에 축적하거나 여과할 필요 없이 정신력이 허락하는 한 자유재로 사용한다는 사기적인 효과로 유명하다.
“저 여자가 전설 속의 공령지체라고? 그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나도 공령지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아마 존재한다면 저 여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저 여자가 훨씬 대단하겠지만 말이다.
공령지체는 인간의 정신력이 허락하는 한계선이 존재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마력의 파장과 일그러짐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마력이 그녀에게 호응하고 있다.
“그녀에게 적의가 없더라도 저 상태로 조금이나마 방치한다면 이 세계는 끝이야. 서둘러 도망치는 게 좋을걸.”
조장으로서 이상적인 판단이었다.
끝을 모르는 마력 통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조차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과 대적하느니 차라리 이 세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지였다.
비록 이 세계에 사는 주민들이 불쌍했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어차피 진작 멸망한 세계의 파편이기도 하니까. 이미 죽은 목숨인데 살려준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도망친다고? 기껏 선생님의 단서를 찾았는데?”
“……내가 이 시궁창 같은 도시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2주를 내다 버릴 줄 알아? ……차라리 저 여자랑 싸우고 말지. 내 시간을 내다 버릴 순 없어.”
다들 칼을 갈았다.
그들이 칼을 가는 이유는 명백했다.
주민들의 생명?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
그렇지만 이 세계는 이미 멸망한 세계의 재현에 불과하다.
노력해서 살려봤자 주민들이 죽는다는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선생님이라면 다른 판단을 내리셨을지도 모르지만, 그분은 이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왔어. 은사에게 은혜를 받았다면 응당 돌려주는 것이 제자의 몫이지.”
“거창하게 말하기는. 시스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청출어람은 무슨. 공격 한 번도 못 맞히겠다. 아, 얼음 티끌 정도는 맞을지도?”
“나도 대마법사와의 수준 차이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거든!”
그래도 꼭 이기고 싶은 상대라는 게 있잖아!
아이시스의 열렬한 투지에 이지가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람마다 그런 대상이 있지. 누군가에게는 선생님이고, 누군가에게는 복수의 대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미련의 대상이거나.
힐끔, 이지가 이사벨을 곁눈질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투지 넘치네.’
이사벨의 눈에서 열의가 느껴졌다.
평소 냉철하게 조를 이끌던 이사벨과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지만, 우리가 아는 인간 이사벨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눈빛.
이지는 그 눈빛이 누구를 향하는지 잘 알았다.
이 자리에 없는 그 사람. 선생님을 향했다.
‘그 양반도 참 인기 많아.’
전 약혼자가 아직도 매달릴 정도니까.
이 정도면 말 다 했지.
게다가 나도 그 사람을 위해서 이러고 있으니까, 나 원. 아주 축복받은 사람이야.
스릉!
이지가 도끼를 들어 올렸다.
서슬 퍼런 예기(銳氣)가 도끼날에 맺혔다.
다들 그렇게 싸울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아담.”
그 시각 하늘에서는 여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담.”
계속 그 이름을 불렀다.
아담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키려는 듯.
몇 번을 되뇌었다.
“아담.”
그렇게 수백 번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입을 닫았다.
이제는 확실하게 그 이름을 기억했다는 것처럼 반응하는 이브.
그녀는 자신의 품에 있는 사내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
“아담.”
사내, 아담은 의식이 없었다.
낮 동안 납치당해서 감금당한 것에 더불어, 이후에는 승우에게 납치당해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높은 하늘 위에 떠 올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숨만 색색 내뱉었다.
“아담.”
이브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아담의 이목구비를 머릿속에 저장하려는 것처럼.
……아주 오랫동안 쳐다봤다.
“이상해.”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나온 ‘아담’ 외의 단어.
이브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조합했다.
단어는 문장이 되어 이브의 입 밖으로 나왔다.
“정말…… 이상해. 분명 처음 보는 거, 것들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왜 이렇게 익숙하지?
이 도시가. 이 공기가.
그리고 눈앞의 아담이.
분명히 이브의 살아생전 처음 보는 것투성이였다.
“……이상해.”
기시감이 파도처럼 이브를 덮쳤다.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수준이 아니라, 희미한 기억과 시야가 이브의 머릿속을 스쳤다.
맨 처음 스치는 시야는 엉망진창이었다.
물과 특수 제작된 두꺼운 유리의 굴절 때문에 그녀의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들은 뒤틀렸다. 사람이 다가오면 이브의 시야에서는 뒤틀린 두꺼비처럼 보였다.
이후에 보이는 시야는 사방이 막힌 공간이었다.
탑. 주변 사람들은 그 공간을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그 공간에서 이브는 매일 한 사내를 보았다.
그는 물과 유리의 굴절로 두꺼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브는 기억 속에서 매번 다른 눈높이로 그를 보았다.
처음에는 같은 높이에서.
다음에는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자신이 더 높은 위치에서 그를 볼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보다 낮은 시선에서 아담을 올려다봤다. 그런 기억과 순간들이 이브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일 때쯤.
─!
무언가 거대한 충격이 이브의 뇌를 가격했다.
화들짝!
깜짝 놀란 이브가 재빨리 뒤를 쳐다봤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력의 흔적이 없는 걸 보면, 누군가가 마법을 날린 것도 아니다.
안도한 그녀가 다시 아담을 쳐다보며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에 잠기려고 하자 이번에는 팔이─!
“……!”
이브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몸에서 연신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파서 눈물이 다 나온다.
“이, 이게 무슨……?”
놀란 이브가 다급하게 원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높은 하늘에 홀로 날아오른 상태였다.
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 통증의 원인은 그녀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아!”
이제는 머리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기억과 광경들.
이것이 통증의 원인이었다.
이브가 서둘러 이 흐름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몰아치는 기억 속에 그녀는 속절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기억이 들어온 탓에 이브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눈앞이 침침하다.
그렇지만 유독. 그녀의 시야에서 밝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뭐, 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문자들로 가득한.
푸른 창(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