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7화(38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7화
창(2)
창(窓)은 원래부터 존재했다.
마탑의 연구원들은 차원의 틈에 기거하면서 아주 놀라운 진리를 한 가지 발견하였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중년이 외쳤다.
“이 발명은 우리를 구원해 줄게 분명해!”
그의 손에는 작은 기계가 들렸다.
기계 장치는 주기적으로 특별한 신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이 어이없다는 태도로 말했다.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겠지.”
창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 세계 존재하던 것이었으니까.
“하, 시답지 않은 소리! 발명과 발견의 정의라도 논할 생각이냐? 무엇이 어찌 됐든 우리가 이 기계를 발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창에 대한 개념을 깨달았으니 이는 위대한 발명이 분명해!”
“야, 줄리아.”
“응, 왜 그래?”
둘의 대화를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던 연구원, 줄리아.
중년을 향해 어이없다는 태도로 말을 했던 여인이 줄리아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저 아저씨 얼마나 오랫동안 안 잤는지 알아?”
“아저씨? 혹시 찰스의 수면 시간을 말하는 거야?”
“아, 그래.”
맞다. 찰스라는 이름이었지, 참.
너무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한 탓에 시간 감각과 더불어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도 까먹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 자리에는 우리보다 시간 감각과 이름에 민감한 동료가 있으니까.
그래도─
“너도 우리처럼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그냥 말 안 하고 쉬어도 돼. 어차피 당분간은 쉬어도 괜찮을 것 같으…….”
“4,297일이잖아. 찰스가 수면에 들지 않고 연구를 진행한 시간은.”
“……아.”
네 기억은 비교적 멀쩡한 모양이구나.
“용케도 잘 기억하고 있네.”
“그야 나는 이렇게 기억하는 재주 말고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걸?”
줄리아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유리 너는 머리가 좋아서 어려운 연산도 금방금방 할 수 있지. 찰스는……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고 발명에 매진하느라 정신이 조금 나간 것 같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탁월하잖아.”
“이게 무슨 소리야? 줄리아, 네 역할도 충분히 중요해.”
“알아.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에 서기가 없는 것도 말이 안 되지.”
기록은 중요하다.
하물며 그것이 연구소라면.
신을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 더더욱.
실험의 진행은 물론, 연구원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세세히 기록해서 오차가 일어날 수 없게 만들어야만 한다. 이 프로젝트는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프로젝트니까.
“그래도 가끔은 생각해.”
굳이 내가 서기일 이유가 있었을까?
다른 사람이 해도 충분한데.
“너 설마 이 일에 회의감이라도 느끼는 거야?”
유리가 오묘한 표정으로 줄리아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 줄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회의감은 무슨. 나 마탑에서 잘리면 밥 먹고 살 방법이 없거든?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이 일 안 그만둬.”
애초에 그만둘 수가 없다.
신을 만들어내서 우리들을 구원한다?
도시 사람들은 물론이요. 마탑에서조차 대부분이 모르는 비밀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를 아는 줄리아가 회의감 때문이든 뭐든 모종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녀는 입막음을 위해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아, 옛 고서적에 의하면 ‘대륙’에 수많은 국가들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죽은 자의 말도 들을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뭐 그런 거 없겠지.
“걱정하지 마. 나는 앞으로도 이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조리 기록할 거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직장을 그만두는 게 좋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오랜 세월, 기록만 하다 보니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세상에는 간혹 죽는 게 편할 때도 있었다.
* * *
연도…… 는 나도 까먹었다.
너무 오랫동안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진행한 까닭이었다.
우리는 모두 시간 감각을 잃었다. 대신 더욱 귀중한 정보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창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상세한 내용은 별도의 파일을 만들어서 다른 연구원이 기록할 터.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발견한 것들을 간략하게 기록하겠다.
우리는 창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창을 열어서, 창밖의 세상을 보았다.
창 너머의 세상은 충격적이었다.
이 우주에는 ‘창’이 존재하고, 그 창의 범위가 닿는 곳에서는 수많은 것들이 기록되었다.
작게는 개인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위대한 서사시까지. 창은 기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분하지 않고 기록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희망을 품었다.
창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아득한 개념이었다.
우주와 같다. 인간이 우주를 본다고, 우주를 통달하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듯이. 창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대신 힌트는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기록했다시피 창은 아득한 개념이자, 절대적인 개념.
창에 기록된 것은 그 창에 영원히 남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특성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창에 이름이 기록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빌어먹게 좁은 도시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고, 이를 가설로 삼아서 연구를 진행했다.
됐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
연도. 미정(未定)
아니다. 아니야.
우리는 실패했다.
창을 불러와, 무언가를 적어서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우리에게는 기록할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잘못 생각하다.
우리가 왜 도시를 도시라고 부르는가?
이 세계에 다른 도시가 없어서?
우리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전부 아니다. 우리들의 도시는 처음부터 이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름은?
이름은 왜 잊었지?
이 연구실에 있는 우리는 자신의 이름은 물론. 서로의 이름도 잊었다.
젊은 나날의 청춘을 모두 불태우고, 이 좁은 공간에서 피부가 주름투성이로 변해 늙어죽을 때까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사이였다.
오랜 관계였다.
모두가 막역지우(莫逆之友)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였는데…… 어째서?
아. 그래, 알겠다.
바로 저 창 때문이다.
저 창을 연구하느라, 모두가 서로에게 무관심했다.
수백 년 동안 세대를 거듭한 끝에 겨우 발견한 기적.
그 실낱같은 기적을 위해 모두가 연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가 이 꼬락서니였다. 우리는 실패했다. 모든 걸 망쳤다. 완벽히 실패했다.
그렇지만…….
언젠가 이 일지를 읽을 사람은 적어도 나보다 좋은 판단을 할 수 있겠지. 분명 그럴 거야.
* * *
“뭘 또 그렇게 읽어요?”
“연구 일지.”
“밑에서 다 읽으신 거 아니었어요?”
저 하늘 위에서 두 개 이상의 마력이 충돌했다.
모든 것을 검게 물들이는 능력이 마력을 타고 이브를 공격했다.
이브가 요리조리 회피하며 빛을 내뿜었다.
신성한 광채.
그 빛에 닿은 검은 마력은 마치 그림자라도 된 것처럼 빛 앞에서 파스스 사라졌다.
이후에는 거대한 얼음송곳이 미사일처럼 발사되어 이브를 노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루나는 더 이상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털었다.
양측의 압도적임 마력 출력. 방금 본 마법전은 감히 그녀가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잊자.
잊는 게 마음에 편하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움직인 루나가 떠들 대상을 찾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막상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루나가 승우에게 질문했다.
“기본적인 내용은 다 읽었지.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아주 꼼꼼하게 적혀있었어.”
덕분에 통째로 암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연구 일지의 앞뒤 순서가 맞으니까. 암기하는 것도 그렇고 이해하는 것도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한 가지 의문스럽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가요? 저는 제 머리 위에 뻥 뚫린 구멍 너머로 펼쳐진 마법전이 더 궁금한데.”
“마법전? 궁금할 이유가 있나? 어중간하게 대마법사의 영역에 한 발자국 걸친 학생과 이 세계의 모든 마력을 다룰 수만 있는 애송이의 대결이거늘. 고작 얘들 싸움인데 궁금할 것도 없잖아.”
“……예?”
아니,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고작? 고작이라고 말했어요? 당신 그 ‘고작’한테 당해서 추락했거든요?!”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알겠으니까. 그만 좀 강조해라.”
“게다가 이 세계의 모든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사실상 무한한 마력을 보유한 셈이잖아요. 그걸 어떻게 이겨요?”
“마력은 나도 거의 무한하다만.”
진짜로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마법에 필요한 마력의 효율이 좋은 것이지만 뭐, 그 정도면 거의 무한한 거 맞지.
“당신의 경우, 마력이 무한하면 뭐해요?! 부하를 받쳐줄 몸이 문제잖아요!”
“그렇긴 해.”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반면, 저 여자는 피곤한 기색도 안 보이네요.”
“이 거리에서 그런 것도 보여?”
“보려면 볼 순 있죠.”
루나가 귀를 쫑긋거리며 웃었다.
“제 종족을 뭘로 보세요.”
엘프. 숲에서 나무타고 사냥하느라 종족 전체의 시력이 좋아지도록 진화한 종족.
“그러면 혹시 이 거리에서 저 여자. 이브한테 화살 쏠 수 있겠어?”
“이 거리에서요?”
“응.”
“미치셨어요?”
“……?”
엘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시력은 사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그래서 혹시 몰라서 저기까지 화살을 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대뜸 욕이 날아왔다. 이게 욕먹을 만한 행동이었나?
“숲이라면 몰라도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맞혀요. 수 님, 저는 시력이 좋은 거지. 근력이 좋은 게 아니랍니다.”
“장력은 생각 안 해?”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죠. 엘프가 활 한 자루로 세상을 평정하는 일족도 아니고. 활로 기껏 해봐야 숲에서 사냥만 하는 종족인데.”
음, 그렇구나.
하기야 엘프가 저 높은 곳의 이브를 타격할 정도로 힘이 좋으면, 연합은 진작에 기사들을 죽이고 세계를 구했겠지.
“활이 무슨 만능의 도구인 줄 아세요? 저희도 전쟁에는 칼 휘두르고 다녀요.”
“……그래.”
말은 안 했는데.
실제로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활을 만능의 도구처럼 사용하는 친구.
신궁이라고. 화살 하나로 마물 수십을 쏘아 죽이고, 화살이 다 떨어지면 활을 몽둥이처럼 휘둘러서 다 죽였다.
나무가 필요할 때는 화살촉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나무를 벌목했다.
그리고 간혹 화살이 다 떨어졌을 때 활을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게 아니라, 마물 하나를 주먹을 때려잡아서 뼈를 뽑아서 화살 대신 시위에 걸쳤다.
활 끝에 걸린 현을 이용해 마찰열로 불도 피우던 친구였는데.
─걔도 죽었지?
옛날 일을 회상하다가 타마모가 끼어들었다.
‘맞아. 어떻게 알았어?’
─네 회상에 나오는 옛날 지인이라면 다 결말이 그렇잖아.
‘…….’
승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회상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다.
너무 뻔해서 타마모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분은 더러운데 틀린 말이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
‘……나쁜 놈.’
하필이면 정곡을 찌르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