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88화(38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88화
창(3)
드디어 창을 인간에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창은 영역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일종의 법칙이자 장치였고, 이를 인간이 사용하기 좋게 맞춘 연구원들은 창에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뭐라고 명명할 생각이야?”
“범 인류적 기록 장치 어때? 직관적이라서 좋잖아.”
“그건 너무 직관적이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저마다 다른 의견을 냈다.
이건 엄청난 발명이었다. 이 발명 기록은 분명 우리 세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차원에 널리 퍼지겠지.
이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이름은 영원토록 우주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다들 자신이 생각해둔 이름을 붙이는 것에 열을 올렸지만.
“─이름은 이미 정했어.”
한 여인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닫았다.
“너 분명히 개발 초기에는 이름 아직 못 정했다면서.”
“못 정했다지. 안 정하겠다는 뜻이 아니잖아.”
“그러면 대체……?!”
“다 됐어. 이제부터 이름 논의는 무의미하니까, 얘가 지은 이름이나 물어보자고.”
한 연구원이 나서서 그녀에게 따졌지만 체격 좋은 사내가 그를 말렸다. 그 또한 연구원으로서 창을 인류에게 맞추는 작업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눈앞의 여인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발명품의 이름은 뭐로 정했어?”
“나 이제 연구소장인데 말을 좀 높여주지 그래?”
“다음 주에 연구소장으로 임명되는 거지. 아직은 소장님 아니잖아.”
“……그러네.”
“하여튼 이름이 뭐야?”
그녀 나이 21세.
어린 나이에도 수많은 천재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발명품을 입에 담았다.
“시스템.”
그녀의 새로운 발명품, 시스템.
이제 수많은 우주의 인류는 시스템을 통한 창의 은혜를 받아서 성장해, 우리들처럼 멸망에 휩싸이지 않을 터.
그리고 우리들의 차원은 구원받을 것이다.
이때까지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세계는 다른 차원에서 두 이방인이 찾아오기까지 90년 동안 구원받지 못했다.
* * *
“일지는 얼마나 더 읽을 생각이세요?”
“진작에 다 읽었어.”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 한 번 더 읽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루나가 몸을 풀며 다가왔다.
“이제 슬슬 어떻게 해야 되지 않겠어요?”
“나보고 벌써 나서라고?”
“아니, 주변을 좀 보세요.”
주변?
승우가 주변을 훑었다.
이브를 본뜬 수많은 시체들. 아니, 인형들의 산.
이것밖에 안 보이는데.
“……제가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 뻔히 알면서 그렇게 나오실 생각이에요?”
루나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위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이미 패색이 짙고.”
아이시스가 만든 얼음 기둥이 이브에게 도달했다.
마탑보다 거대한 얼음 건축물.
그 사이사이에는 이사벨이 자신의 마법으로 창조한 검은빛이 맺힌 상태였다.
어쩐지 건물 높이가 너무 높더라니. 이사벨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얼음 건축물이었구나.
저 규모를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만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마력이 필요한지 계산하던 승우는 그제야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우가 그러는 사이.
챙!!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 지하에도 들렸다.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하자 얼음 기둥 위에서 일어나는 난투가 눈에 자세히 들어온다.
“야! 서예린! 내 뒤 좀 봐줘!”
“……딱 십 초만.”
“그 정도면 충분해!”
이사벨이 다급하게 서예린을 불렀다.
그녀가 마법을 준비하자, 정면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브가 하늘 위로 손을 뻗어서 방대한 양의 마력을 조작했다.
곧 거대한 공격이 날아왔다.
우우우우우웅!
장대한 빛의 검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일반적인 빛이라면 이사벨이 자신의 성역인 「근묵자흑」으로 검게 물들여서 마법의 주도권의 빼앗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저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쯧. 빛에 권능을 섞기는.’
빛의 검에 이브만의 무언가가 섞였다.
그 부분을 알아낼 수 있다면 혼자서 어떻게든 하겠다만.
‘광속으로 쏟아지는 빛의 검을 앞두고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었다.
아, 진짜. 이런 상황에서도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진짜 내 인생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니까.”
그 녀석 때문에 이런 외진 곳에 발을 들이고, 이런 고생이나 하고 있다. 나중에 만나면 진지하게 혼내거나 해야지.
어디 가지 말라고.
이상한 짓을 저지르면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내 시야에서 두 번 다시는 사라지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야지.
마음을 다잡은 이사벨은 마법의 연산을 가속했다.
“……나 언제까지 버텨야 해.”
“내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나 빨리 전선에 합류해야 돼.”
저기 좀 봐봐.
서예린이 손가락으로 이브를 가리켰다.
이사벨의 시선이 삿대질을 따라 이브에 닿자 그녀가 눈을 찌푸렸다.
쾅!
도끼와 이브의 몸이 부딪혔다.
전력을 다해 도끼를 휘두른 이지가 충돌의 반발로 몸이 뒤로 날아갔다. 무슨 몸이 금속으로 이루어졌어?
“뭐가 저렇게 단단해!”
부강(斧罡)을 담아서 휘두른 공격이었다.
그런데 몸은 물론 옷조차 찢어지지 않았다.
……잠깐만 옷이라고?
“야, 아이시스.”
“갑자기 왜 불러. 나 이 얼음 탑 만드느라 지쳤는데 조금만 쉬자.”
“아니, 일 좀 시키려는 게 아니라 뭐 하나 물어보려고.”
“뭐를?”
“너 얼음 탑 만들 때 선두에 섰잖아. 그때도 저 여자가 옷을 입고 있었나?”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시스가 지친 눈으로 이지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저 여자가 언제부터 옷을 입고 있었다고 그래?”
달칵.
아이시스가 주머니에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전투용 알약을 꺼내서 이지에게 건넸다.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단약. 먹을래?”
“그래, 고맙다.”
평소에는 거절하는데 오늘은 좀 먹어야겠다.
이지가 아이시스 손에 들린 단약을 물 없이 삼켰다.
그 모습을 본 아이시스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 물이랑 같이 먹으라고 꺼냈는데.”
“이것도 잘 먹을게.”
이지는 그녀의 손에서 물병을 가져가 통째로 마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시스는 바닥에 드러누워서 숨을 헐떡였다.
아무리 이사벨의 도움을 받아도, 77층의 마탑을 아득히 상회하는 거대한 얼음 탑을 너무 빠른 속도로 만들어서 정신이 혼미하다.
‘젠장할. 이러다가 죽을 것 같네.’
평소 잘하지 않던 욕지거리를 짧게 중얼거린 아이시스는 그 상태로 눈을 감아서 자신의 몸을 얼음으로 둘렀다.
쩌저저저저적!
거대한 얼음이 층층이 쌓이며 아이시스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다.
그녀의 노하우가 듬뿍 담긴 얼음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깨지지 않으며, 설령 한두 겹의 얼음 방패가 깨져도 남은 얼음의 한기가 방패를 재생성하니까 문제는 없었다.
“조금…… 아주 조금만 쉬고 일어나서 도와줘야지.”
심신이 지친 아이시스는 그렇게 짧은 잠이 들었다.
자신을 확실하게 보호한 아이시스를 지켜본 이지는 물병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다시금 도끼를 휘둘렀다.
깡!!
이번에도 이지의 도끼는 부드러워 보이는 옷에 부딪혔는데, 정작 소리는 금속에 부딪힌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역시 저 옷.”
그냥 옷이 아닌가?
재질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시스가 처음 본 그녀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법으로 만들어낸 옷이 분명하다.
‘마법으로 만들었다면 차라리.’
도끼에 기운을 씌우는 게 아니라, 다른 기술로 타격한다!
쿵!
이번에도 힘차게 내려찍는 도끼.
이브는 슬슬 질리지도 않고 휘두르는 도끼에 시선도 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본능이 강제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허공에 반투명한 방어막에 떠올랐다.
방어막에 사용된 방대한 마력과 정교한 술식.
아카데미 교수들도 사용하기 어렵다는 최상급 마법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이지의 도끼는.
부욱!
보란 듯이 방어막을 찍고 이브의 옷을 노렸다.
도끼가 정확하게 이브의 팔꿈치를 타격했다.
쿵!
이브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그녀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옷이 살짝 구겨졌다.
이건…….
“역시! 이건 통할 줄 알았어!”
이지가 좋다며 도끼를 붕붕 휘둘렀다.
그의 도끼에는 이전처럼 특별한 기운이 덧씌워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느껴지는 기운이 살짝 달랐다.
“……파마(破魔).”
이브가 이사벨 일행을 향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 그걸 단번에 알아보네?”
눈치 못 챌 때 적어도 한 방은 먹여야 했는데.
“쳇!”
이지가 혀를 차며 허공을 걷어찼다.
방금 전까지 움직였던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로 이동하면서 이브를 공격할 틈을 노렸다.
“…….”
이브는 그런 이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설마 저 기운을 보유한 인간이 이 세계, 이 시점에 존재할 줄 줄이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말은.
“너희들은 다른 차원에서 왔구나.”
“……!”
그 말에 고속으로 이동하던 이지의 발이 살짝 엉켰다.
이지를 진작에 포착하고 있었던 이브는 그 즉시 마법을 조준해, 이지를 향해 퍼부었다.
원소 마법, 저주, 신성술, 위치크래프트 등등.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종류의 마법을 한 점을 향해 퍼부었다.
“아, 진짜!”
이지가 다급한 표정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내 거대한 보호막이 펼쳐지며 이지를 감쌌고, 마법의 폭격이 그 위로 쏟아졌다.
“……음.”
“그렇죠? 패색이 짙다니까요.”
“그러게. 저 공격은 좀 살벌하네.”
밑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
승우와 루나는 이브의 저력을 지켜봤다.
“마법 하나하나가 최상급에 도달했어요.”
“대마법사 바로 밑에 있는 최상급 마법사가 한 분야의 극을 찍을 때 보통 7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는데, 저 녀석은 아예 시간을 생략한 수준이야.”
“그러는 당신도 여러 분야의 마법에 극을 찍었잖아요.”
원소 마법 중 화염 계통과 염동 마법 같은 마법들 말이다.
“나는 불세출의 천재라서 그런 거고.”
“……재수 없기는.”
“그래도 나는 일부 분야에 특화되었다는 인간미라도 있지.”
저 녀석은 그런 것도 없잖아.
모든 종류의 마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도서에 적힌 정석 그대로 쏟아붓는 이브의 공격.
주술로 수명을 담보 삼아서 모든 분야에 대한 재능을 높인다면, 나도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런 짓은 나도 못 해.”
승우가 이브의 마법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술식이 담긴 마법들.
엄청난 위력의 마법들이 학생들을 덮쳤다.
하지만 승우는 그런 것보다 술식 그 자체에 흥미를 가졌다.
그렇게 방대한 양의 마법을 동시에 펼쳤는데도 이브의 마력 회로는 꼬이는 일이 없었다. 「메모라이즈」 같은 저장 마법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한계가 존재하게 마련인데, 저 하늘 위의 이브는 동시에 모든 마법들을 연산했다.
‘그것도 정석에 가까운 마법들이 말이지.’
처음에는 이브가 사용하는 마법들은 연구원들의 노하우가 담긴 마법들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중간에 지금껏 본 적 없었던 마법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승우가 알고 있는 마법들이 펼쳐지는 순간,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정석 그 자체의 마법들.
그것들을 동시에 계산하는 연산력.
일지에 적힌 내용 그대로다.
‘저것은 연산하는 기계 장치 그 자체다.’
아무래도 슬슬. 나도 참전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