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1화(39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1화
저게 뭐야?(1)
“이미 연결됐네.”
일지를 통해 이 세계 사람들이 만들려는 시스템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시스템은 우주 위에 새로 쓴 법칙.’
연구원들이 창이라고 명명한 개념 위에 시스템이라는 매개를 덧붙여서, 창을 사람이 사용하기 유용한 용도로 발전시켰다.
온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완벽한 탓에 시스템은 연구원들의 손길을 벗어나고 말았고, 창과 하나가 된 시스템은 이 세계를 자신들이 포용해야 될 세계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브.
연구원 하와라고 했던가?
‘왜 이름이 다들 그 모양인지 몰라도.’
여하튼, 하와는 시스템이라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항상 한 가지를 후회했다.
그것은 바로 ‘완벽’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결점도 없는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완벽주의적인 성향 덕분에 시스템은 홀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없는 세계로 진단 내렸다.
시스템은 완벽하다. 완벽한 탓에 연구원들의 통제를 벗어났다.
결국 하와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이브.
불완전함의 대명사.
인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이자 시스템의 AI…… 가 되어야 했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렸다.
하와는 수백 년 전에 흙으로 돌아갔고, 이브는 수백 번이 넘게 폐기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너. 몇 번째냐?”
이브의 절친한 친구라고 자부할 수 있는 나조차, 그녀가 몇 번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이브는 오로지 최후에 만들어진 이브.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다른 이브는 모른다.
“…….”
“스스로도 모르는 모양이지? 자신이 몇 번째로 만들어진 이브인지.”
이브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조차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말해주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
내가 아는 이브였다면 약간의 농담과 함께 순순히 털어놨을 것이다.
자신이 몇 번째인지를.
과거의 사연까지 덧붙여서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꼼꼼하게 알려주겠지.
그리고 내가 그런 사실까지는 궁금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그래서 말하는 거야.’ 그렇게 웃으며 다음 화두를 꺼낼 터.
그게 바로 내가 아는 이브였다.
‘이 녀석은 전혀 달라’
내 대답에 반응도 없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다.
‘거울을 보는 것 같네.’
예전에는 이브가 말을 걸고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면.
이제는 내가 이브에게 말을 걸고 녀석이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내가 철이 들었더니, 이제는 네가 철이 들 차례냐?’
화르르륵.
발밑에서 불꽃이 은은하게 퍼졌다.
점점 사라지는 얼음 탑을 대신해서 이 불꽃이 내가 움직일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툭.
염력과 화염으로 공중에 뜬 상태였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싸울 순 없지.
‘내 특기는 지상전이지. 공중전이 아니니까.’
공중에서 싸우더라도 마법으로 발판을 만들어서 싸운다면 얼마든지 지상에서 싸우는 것처럼 수월하게 싸울 수 있다.
‘……음.’
나는 준비 자세를 끝마쳤다.
지금 당장에라도 큰 기술을 날릴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쉬지 않고 눈을 굴렸다.
어디 보자, 저 멀리에 이브와 연결된 시스템이 보이네.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창인가?
음, 그렇다면 이브는 끝이 아니겠네.
‘이 세계는 녀석들을 죽인다고 끝나지 않아.’
이브가 죽으면 끝나는 편의적인 전개가 아니었다.
이면 세계는 이미 멸망한 세계의 파편.
그렇다면 이 세계에도 종국이 맞이한 멸망이 정해져 있을 터.
‘이브는 결코 이 세계의 끝이 아니야.’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거든.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강제로 먹이려고 들면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매사 미련이 넘치는 한 소녀를.
‘저것은 이미 시스템 그 자체라고 보는 게 맞아.’
그렇다면 시스템을 관리하는 게 아담과 이브.
관리자가 두 명이 되는 셈이다. 시스템이라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관리자가 두 명이나 필요한지 의문이 들지만, 지금까지 보고 경험한 정보를 토대로 나오는 결론이 그거 하나뿐이었다.
‘그러면 일단 이브부터 쓰러뜨리고 넘어가자.’
이브를 쓰러뜨리려고 마음먹은 순간에 내 검은 이미 그녀의 목에 도달했다.
“무슨 속도가?!”
속도에 깜짝 놀란 이브가 나를 노려봤다.
몇 번째 이브라고 묻는 질문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으면서, 이럴 때는 또 잘만 말하네. 제멋대로인 주둥이다.
그렇지만 그 주둥이도 이제 곧…… 어라?
‘목에 반투명한 역장이?’
아주 희미한 흔적이 느껴졌다.
이브의 목을 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직감한 나는 곧장 목표를 변경하고 검을 내질렀다.
훅!
바람을 가르며 고속으로 이동하는 검격.
이브는 그 공격을 막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검의 속도는 어느 순간 그녀의 인지 속도를 아득히 추월하고 말았다.
끝내 이브는 검의 궤적을 완벽하게 놓쳤다.
서걱!
이브는 검이 어디를 향했는지 반사적으로 알았다.
팔을 스친 서늘한 감각. 이후 팔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얼굴에 따뜻한 액체가 느껴졌다.
“……빠르네.”
툭!
얇은 소녀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이 이브의 왼팔을 도려낸 것이다.
확실한 타격에 다른 신체 부위를 노리려던 찰나.
‘이 녀석 애당초 사람도 아니잖아.’
팔을 벤 의미가 있나?
사람과 동물, 마인과 마물.
그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개인적으로 마인과 마물인 살아 있는 취급도 안 하는 편이지만, 그들이 살아서 숨 쉬는 생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브는 어떻지?
숨?
쉬고 있다.
상처?
왼팔이 사라진 어깨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가 쏟아졌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진작에 죽었을 양.
아무리 초인이라도, 회복 능력을 갖춘 마법사라도 죽음의 문턱을 밟을 정도의 피가 쏟아졌다.
“쯧.”
불길한 느낌이 쉬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음 공격을 이어가는 대신 바닥을 걷어차 뒤로 이동했다.
부글부글.
바로 그때였다.
바닥을 수놓은 기포.
아니지. 불꽃으로 발판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드높은 상공이었다. 고로 저 기포는 허공에 떠 있는 것이다.
“저게 무슨……!”
“아쉽네.”
쿵─!!!
짧고 거대한 음성.
귀를 찢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막을 보호하고, 전신을 방어막으로 뒤덮었다. 직후 허공에서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방출됐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불꽃이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발판을 이루던 불꽃이 흩날리며 시야를 가렸지만.
“음? 저건?”
미세한 틈 속에서 나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검을 밑에서 위로. 정면과 하늘을 노리며 휘두른 검이 검기를 방출하며 길게 뻗어 나갔다.
카가가가가가강─!!!
또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만 이번에는 마력으로 고막을 보호해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방어막과 마력 내부를 파고드는 소음.
“완전히 못 베었나?”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나는 반지 속 공간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기본에 충실한 검이었다.
균형이 잘 잡혔고, 철의 품질도 좋다.
대신 아무런 능력도 내장되지 않은 평범한 철검.
‘가능하다면 이거 하나로 승부를 본다!’
파산검(破山劍). 한 번 휘둘러서 산을 부수는 검.
대신 한 번 사라지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일회용 검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검은 평범한 철검일 뿐.
특별한 능력은 무엇 하나도 없다.
대신 평범한 검이기에, 검을 한 번 휘두를 때 적당히 부술 수 있다.
철검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휘두른다면 파산검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은 검은 마흔두 자루.’
이중 파산검으로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소모폼이 스물한 자루.
딱 절반이다.
개인을 상대하기에는 많은 양이지만, ‘이브’를 상대한다고 가정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절약을 하게 생겼네.
‘일단 손에 든 한 자루.’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다른 녀석들을 상대할 때는 소모품의 개수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싸우는 게 가능했는데, 이브를 상대로는 그 짧은 시간도 내기 어렵다.
‘일단은.’
손에 든 것부터 쓰고 시작하자.
스윽.
거대한 무언가를 마음껏 휘두르는 이브를 향해 철검을 내리그었다.
위에서 아래로. 검이 유유히 흐르다가 이내 검 끝이 바닥을 향한 순간.
쨍그랑!
날부터 손잡이까지 검이 파편으로 쪼개졌다.
“……응?”
학생들의 어떤 공격에도 타격 하나 입지 않았던 이브.
그녀는 내 공격에 처음으로 큰 상처를 허용한 이후, 줄곧 눈을 떼지 않고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검을 꺼내 휘두르더니 그대로 부서져─
“─설마?”
이브가 허공에서 튀어나온 무언가로 자신을 보호했다.
직후 검이 휘두른 궤적을 따라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
태산을 단숨에 분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일격.
발판으로 사용하던 불꽃은 바람 앞에서 모조리 흩어졌다.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마력의 잔재도 폭풍 앞에서 모조리 날아갔다.
확 트인 시야.
이제야 뭐가 좀 보인다.
“아, 어쩐지. 저래서 검이 안 들어갔구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자, 이브가 허공에서 무엇을 꺼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봤다.
저런 것과 검기가 부딪혔으니까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났지.
꿈틀꿈틀.
거대한 문어 다리가 이브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크라켄의 다리라도 소환해서 다루는 줄 알았는데, 다리를 구성하는 내용물을 살피자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함이 느껴졌다.
‘저것은 거대한 문어의 다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결코 유기물이 아니다.
저것은 하나의 개념이자 자원이었다.
마법사의 마력과 검사의 검기와 같은 개념.
“……굳이 따지자면 이브만의 자원인가.”
오로지 이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그렇다고 그 양이 적은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단순한 에너지 밀도는 마력이 훨씬 높은 것 같지만.
‘대신 저 거무튀튀한 문어 다리에서 느껴지는 자원의 양은.’
무한하다.
“……어쩐지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비축하는 마력에 비해, 사용하는 마법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했어.”
마력이 없어서 저런 게 있으니까, 그런 게 가능하지.
새로운 변수의 등장에 나는 문어 다리와 이브를 비교했다.
‘만일 이브가 저 자원을 온전히 다룰 수 있었다면, 학생들과 나는 진작에 죽는 게 맞아.’
압도적인 마력 효율. 남화연도 혀를 내두를 마력 회복 속도를 보유한 나는 이 두 가지 요소 덕분에 쉬지 않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과 ‘가까운’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무한한 마력은 감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마법사로서는 말이지.’
검으로 어떻게든 벨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감이 잘 안 잡히네.
아니, 어떻게 저토록 방대한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저 구멍은 무슨 우주하고 연결되어 있기라도 해?
‘에이 설마?’
아니지? 진짜로.
그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