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2화(39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2화
저게 뭐야?(2)
‘검에 의존하지 말자.’
최근 들어서 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지금 내 재능은 어디까지 마법을 펼치는 데 최적화된 상태다.
‘가진 패를 전부 늘어놓는다.’
독을 사방에 흩뿌리고, 이해할 수 없는 공격에는 ‘적응’하는 방식으로 대항한다. 귀한 무기, 흔한 무기를 구분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다루며 이브의 틈을 비집는 것이다.
탁!
나는 바닥을 박차고 나섰다.
그때 불꽃으로 이루어진 발판에 내 발걸음에 호응했다.
화르르르르르!
불꽃이 위로 타오르며 내 위치와 이브의 시야를 가렸다.
이내 아지랑이처럼 넘실거리며 타오르더니 대기 중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브가 허공에서 한 발자국 뒤로 움직이며 경계하였다.
‘마나 드레인.’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
그 능력이 불꽃에 내재되어 있었다.
‘대기 중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아.’
무인들이 으레 자연지기(自然之氣)라고 부르는 자연의 에너지는 사실 말처럼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자연의 기운이라는 뜻처럼 자연지기는 무척이나 정순해 보이지만, 대기를 이루는 공기처럼 그 정순함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연지기를 흡수하며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게 누구나 다룰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당장 이브만 해도 자연지기를 마음껏 다룰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마력을 통제하기까지 했으니까. 누가 자연지기를 다루던 별 관심이 없는 게 당연했다.
다만 그 상대가 자연지기와 더불어 그녀의 마력까지 흡수하려고 들지 않았다면 말이지.
“너 뭐야?”
“나? 나는 나지.”
“말장난하지 말고. 정체가 도대체 뭐야?”
“그러는 너야말로 정체가 제일 의심스럽지 않아?”
유리관 속에 잠들었던 것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하늘로 솟아서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마력을 통제하지 않나? 심지어는 공중에 떠오른 우리를 탑에 추락시켰더니 그곳에서 그녀와 똑 닮은 시체의 산을 발견하기까지 했다.
지금 여러모로 가장 수상쩍은 사람은 이브였다.
“그렇지만 나는 네 정체를 알지.”
나한테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처음에는 하와를 복제해서 만든 클론이었지만, 수백 년 동안 거듭되는 연구 끝에 그녀와 전혀 닮지 않은 독립된 호문클루스가 된 소녀.”
“……너.”
“완벽한 시스템의 인공지능으로 만들 셈이었지만, 아무리 연구가 발전되어도 도통 나아지질 않아서 수천 명이 넘도록 만들어진 실패작.”
“……너!”
“아, 그리고 네 식별 번호도 찾았어.”
달그락.
나는 주머니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일지와 같은 곳과 같은 층에서 주운 이름표.
그곳에는 [Y-20]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에 젖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분석해 보니까 알겠더라고.”
용액에서 다양한 영양소가 검출됐다.
대부분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영양 성분들이었다.
“이거 너랑 같이 유리관 속에 넣어둔 네 식별 번호 맞지?”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지만 침묵이 곧 대답이라고, 나는 그녀가 수긍했음을 느꼈다.
“알파벳과 숫자라.”
이 세계에도 알파벳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신기한 게 있었다.
“이거 어떻게 세는 걸까?”
“……!”
“알파벳의 개수는 26개. 그렇다면 번호도 26번까지 있을까?”
싱긋, 가볍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이름표를 더 꺼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이름표가 열 손가락에 전부 걸릴 정도로 많다.
“이것 좀 봐봐.”
나는 이름표 하나를 그녀 앞에 던졌다.
물론 상공인지라 이름표는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F-984]이브의 초월적인 시각은 이름표가 떨어지기 직전에 그곳에 적힌 알파벳과 번호를 어렵지 않게 포착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입을 열었다.
“984라고 적혀 있다면 F를 배급받은 호문클루스 중에서 984번째로 태어났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각 알파벳마다 약 1,000의 이브가 실험체로 만들어졌다는 소리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식별 번호에 알파벳이 붙은 이브가 있다면, 알파벳 말고 다른 게 번호 앞에 온 이브가 있지 않을까?
‘사실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이브가 몇 번부터 몇 번까지 있는지.
그걸 확인하려면 연구 일지가 아니라, 지하 57층에 보관된 프로젝트 진행 서류를 전부 읽어봐야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수백 년이나 지난 탓에 57층을 통째로 점거하고 있는 그 서류들을 전부.
‘그걸 읽을 시간에 이브를 떠보고 말지.’
다행히도 내 생각은 적중한 모양이었다.
이름표를 던지고 이브가 만들어진 생명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녀 앞에 서자 이브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의를 내뿜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너.”
내가 아는 이브는 자신이 호문클루스라고 화를 내거나 좌절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 이브와 눈앞의 이브는 같으면서도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기에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그녀가 붙잡은 사내를 쳐다봤다.
“저 녀석은 네가 호문클루스라는 걸 모르는구나.”
“……! 그걸 어떻게?”
음? 이것도 떠봤는데?
아무래도 그녀가 적의를 내뿜는 이유를 맞춘 모양이다.
‘오늘따라 적중률 좋네.’
나는 놀란 이브의 표정을 보다가 옆에 있는 시몬을 쳐다봤다.
시몬 혹은 아담. 아니, 사람 이름이 왜 두 개야.
앞으로는 그냥 아담이라고 불러야지.
‘일지에서는 시스템의 인공지능으로 이브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작 내가 경험한 시스템의 본체.
인공지능은 이브가 아니라 아담이었다.
도대체 뭐가 일어났길래 둘의 위치가 바뀐 것일까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이브가 재빨리 움직이며 내 손에 들린 검을 부러뜨렸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틈을 탄 공격이었다.
왜 굳이 목을 노리지 않고 검을 노렸는지 생각해 보니까. 내가 검으로 그녀의 팔을 자르기도 했고, 목을 노렸다가는 내가 반사적으로 대응할 것이 뻔하기에 검을 노린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마법사라서.”
지금은 검보다 마법이 주력이거든.
“!”
그때였다.
나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쿵!
머리를 노린 이브의 주먹.
이어서 이브가 나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마력으로 신체 능력을 강화했는지 내 몸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 정도 가속으로 떨어지려면 근력에 어지간히도 마력을 투자한 모양이다. 물론,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이브의 총 마력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한 양이겠지만.
그 어떤 마법이든 효율적으로 펼치던 그녀가 이토록 다급하게 마력을 쏟아부었다는 소리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소리를 의미했다.
“뭘 좀 눈치챈 것 같은데.”
이미 대비는 끝냈다.
이브 뒤로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뻗쳤다.
“10분이나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요.”
이곳은 높은 상공.
그림자가 드리우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브가 고개를 들자 웬 귀 큰 여자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에 보였다. 본 기억이 있는 사람. 그래, 저 사내가 불꽃을 조형해서 자신에게 날아올 때 불꽃 위에 함께 탑승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떨어져서 죽은 거 아니었나?’
보이지도 않고 인기척도 없어서 죽은 줄 알았는데.
‘……상관없어.’
살아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죽이면 그만이지.
이브는 고민하지 않고 마법을 준비했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마법 중에서 가장 위력이 높은 마법.
‘그래, 방금 본 소녀와 사내의 마법 같은 거.’
그런 걸 펼치면 되겠다.
화르르르르륵!
허공에서 타오르는 불꽃.
불꽃은 녹색으로 타오르며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이다가 그 몸집을 점점 불려 나갔다. 그 위로 섬광이 점멸했다.
화염과 빛.
이브는 그 두 속성을 합쳤다.
“점멸하는 빛처럼 빠른 불꽃.”
심지어 그 불꽃은 그냥 불꽃도 아니었다.
사내와 싸우면서 그의 이상한 불을 많이 참고했다.
화염에 질량을 부여한다든지, 저주를 녹여 자색으로 타오르게 만드는 등. 불꽃 하나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잘 가.”
불꽃에 독과 사령술을 섞었으니까.
닿자마자 죽을 것이다.
이브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뒤를 노리는 루나를 향해 불꽃을 쏘아 올렸다.
────!
녹색 불꽃이 위로 쏘아졌다.
넘실거리며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한 줄기 거대한 열선처럼 쏘아진 불꽃은 길게 뻗어 나가며 지나간 길에 녹색 연기를 남겼다. 화염에 섞인 맹독의 잔재였다.
치명적인 독을 섞었다 보니까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도 맹독이 남았다.
연속으로 효율적이지 않은, 조금 과한 공격을 발사했네.
‘나답지 않았어.’
곧 시스템의 주인이 될 사람답지 않게,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
하아, 한숨을 내뱉은 이브가 지상을 내려다보며 다시 마력을 움직였다.
‘이미 한 번 탑에 떨어뜨리고도 살아남은 사람이니까.’
아무리 세게 집어던졌어도 살아남겠지.
이번에는 오로지 효율을 중시한 공격을 하자.
딱 한 명만 공격하면 되니까. 개인을 노리는 마법으로 선정하는 거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도 빨라야 하니까 가능하다면 빛을 한 점에 모아서 쏘는 방식으로 날린다.
반짝반짝.
이브의 손에 빛이 응집됐다.
녹색 불꽃을 만들었을 때의 감각을 살려서 오로지 빛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바닥에 추락 중인 저 사내에게─
“─어디 갔지?”
분명 추락 중이었어야 할 사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다 못해, 이브의 인지 범위 내에서도 사라졌다. 그녀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는 이 작은 세계 전체.
도시는 이미 이브의 손아귀에 있는 셈이었다.
이 도시에 그가 없다는 소리는.
‘다른 차원?’
이브가 온갖 경우의 수를 토대로 연산을 시작했다.
답은 빠르게 도출되었다. 그녀의 인지 범위는 이 세계까지이기에 그 사내를 인지할 수 없음은 곧 그가 이 세계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연 시스템의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여인다운 속도였다.
다만, 빠르게 알아차린 것 정도로는 이후에 이어질 현상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브의 발목을 붙잡았다.
푹!
뾰족한 살을 꿰뚫는 소리.
이브는 익숙한 고통에 고개를 뒤로. 정확하게는 발뒤꿈치를 쳐다봤다.
사람보다 거대한 거시에 뒤꿈치가 꿰뚫렸다.
“안녕하세요.”
여인이 이브에게 인사했다.
방금 녹색 불꽃으로 날려 버린 여인이 그녀의 뒤꿈치에 가시를 박은 채로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무슨 일인가 싶지?”
“!!!”
“간단해.”
푹!
검이 살을 비집고 들어갔다.
틈을 제대로 노린 검은 이브의 복부를 꿰뚫었다.
“아, 심장을 노릴 작정이었는데.”
그걸 또 직감으로 피해 버리네.
동물적인 반사 신경도 아니고 오로지 직감 하나로 피했다라.
조금 아쉽지만, 뭐 어때.
“또 시도하면 되는걸.”
“거기 서!”
이브가 크게 외쳤다.
진언(眞言), 말 자체가 하나의 정교한 마법처럼 내 몸을 옭아맸다.
제법이네. 언어를 통해 시동하는 마법 중에서 이만한 수준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 나도 언어를 통해 발동되는 ‘시동어’를 곧잘 사용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았다.
하나 그런 강력한 진언에도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녀의 시야에서 몸을 감췄다.
마치 이 세계에서 사라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