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3화(39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3화
저게 뭐야?(3)
내가 남화연에게 주술을 막 전수했을 무렵.
남화연은 스승으로서 내리는 가르침과 새로운 학문을 알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공간 마법」을 내게 가르쳐 줬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축(軸)을 잡는 것이란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 너 공간 지각 능력은 뛰어나니?”
“마법사 중에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그러십니까.”
마법사는 공간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법.
매우 기초적인 상식이다.
마법을 만드는 과정부터, 아군이 맞지 않고 오로지 적을 타격하도록 마법을 조작하는 모든 과정에서 마법사는 일대의 모든 공간을 훤히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
“응? 그럴 리가 없어. 세상에 그렇지 않은 마법사가 얼마나 많은데.”
“예?”
남화연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세상에 제 주변의 공간조차 수중에 놓지 못하는 마법사가 어디에 있다고. 당장 내가 아는 마법사들은 다 할 줄 아는 짓이다.
내가 경험한 최초의 마법사. 이브는 물론이요.
“1학년에 불과한 이사벨과 아이시스도 곧잘 제 주변을 점하고 마법을 펼칩니다만.”
“그 둘이 나이에 비상식적인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고?”
곰곰이 생각해 보렴.
그 말을 들으니까, 새삼 내 주변 마법사가 괴물들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학년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사벨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힘든 가정 형편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아니, ‘살아남은’ 같은 표현을 사용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아이시스는 그런 과거 덕분에 또래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었다.
타마모는 주술이라는 학문을 새로이 만들어낸 시조이고.
남화연은 칭호에서 알 수 있다시피 별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 외에 내가 아는 마법사는 이제…….
‘이브 한 명뿐.’
알고 있는 마법사가 다섯 명.
‘내 인간관계 참 좁다.’
심지어 마지막 한 명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도 않는 녀석이었다.
나는 결국 남화연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맞는 말이네요.”
내 주변 마법사들이 전부 재능투성이라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저처럼 실시간으로 공간을 파악하며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나는 전장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덕분에 무언가를 배울 때는 그 기술 혹은 능력을 전장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는 편이었다.
높은 화력의 마법을 발사했는데 그 경로에 아군이 있으면 안 되는 노릇이지 않나? 그래서 마법을 익힐 때마다 머릿속으로 계속 가상의 시나리오를 돌렸다.
이렇게 사용하면 어떻게 되고, 저렇게 사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매일매일 고민했다.
덕분에 마법을 사용할 때 전장을 훤히 내려다보는 것처럼 일대의 모든 변화를 시시각각 인지하는 것은 물론. 부처님 손바닥처럼 모든 상황을 내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 노력했다.
“너. 그거 되게 자랑처럼 들리는 거 알아?”
“에이, 스승도 참.”
이거 안 되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그러셔.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한 짓이잖아요.”
잠자는 것도 포기하고 될 때까지 반복하다 보면 해낼 수 있다.
당장 내가 그런 식으로 수련했거든.
피로로 기절하기 전에 어떻게든 되더라.
“그걸 노력으로 된다고 말하는 것조차 기만으로 들릴 텐데.”
“하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겠죠.”
일주일 일정을 분 단위로 계획하고 이를 찰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일주일 넘게 잠을 자지 않고 몸과 정신을 혹사시켜도 최상의 두뇌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력만 있다면.
세상 못 할 거 하나도 없다.
둘만 있으면 어떻게든 돼.
재능? 그건 일종의 지름길과 같다.
지름길도 길을 건널 체력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맞는 말이야. 재능과 시간에 대한 변명을 할 시간에 잠과 휴식을 없애서 책이라도 한 권 더 읽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마법사가 가져야 할 덕목이지.”
“세상에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있지만, 이 정도는 노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죠.”
라고 두 천재가 말했다.
마법의 역사를 몇 세기 앞당긴 천재, 남화연.
잊힌 옛 주술을 되살리며, 수많은 새로운 방식의 의체와 수명 연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마법 학계 최고의 블루칩.
지나가는 마법사가 둘의 대화를 듣는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달려들지도 모르는 발언들의 연속이었다.
물론, 다가오기도 전에 내가 반사적으로 펼치는 마법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가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얘기가 좀 다른 길로 샜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새어나간 것 같은데요.”
“잡설은 이제 나중에 하고. 내가 알려준 내용은 다 이해했어?”
“면과 축의 인식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 즉각적으로 펼칠 수 있는 술식과 공간을 이동하고, 이를 개개인에 맞춰 연산하는 방법까지는 전부 이해했습니다.”
“완벽해. 다 이해했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한 번 듣는다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강의.
저 어려운 걸 한 번 듣고 이해하는 게 재능이지. 도대체 둘이 무슨 자격으로 노력을 운운하는지 다른 마법사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아무튼 그렇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범위는 전부 가르쳤으니까. 그 이후의 범위는 네가 직접 탐구해야 돼.”
남화연은 최선을 다해서 가르쳤다.
이후로는 스스로의 재능과 직관에 달린 문제다.
운과 시간이 넉넉하다면 머지않아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마법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간 계통의 마법이 엄청나게 유용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계통을 통달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나는 운은 몰라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 시간 때문에 잠과 휴식을 모조리 연구에 투자할 정도니까.
“그냥 다음 내용도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다음 내용? 심화 단계에 입문하려고?”
“사용할 수 있는 패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하물며 「공간 마법」은 내가 다룰 수 있는 패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다.
같은 마법이라도 마법사마다 그 마법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 세상에는 마법사의 수만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자신의 시각에 따른 직감을 탐구하는 것.
그게 마법사로서 해야 할 일이지만, 공간 마법 하나 연구할 시간이라면 다른 마법을 더 많이 연구할 수 있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남화연의 시각을.
그녀의. 「공간 마법」을 바라보는 그녀의 직관을 엿보고 싶었지만.
“안 돼.”
“……아무래도 좀 그렇죠?”
아직 학회에 공개하지도 않은 이론을 가르쳐 준 것도 모자라서 심화 단계를 가르쳐 달라니. 이는 남화연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을 홀라당 삼키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어색함에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자 남화연이 말했다.
“아,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너는 내가 보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
“그 말씀은?”
“경지에 다다른 마법은 각 마법사만의 노하우가 담기는 법이지.”
그런 마법들 중에는 따라 할 수 있는 마법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마법이 더 많을걸?
특히 남화연의 마법은 더더욱 따라 할 수 없을 터.
“나는 이걸 설명할 방법도 모르고, 너에게 전수할 방법도 없어.”
모든 마법에 통달했다는 남화연조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
이 이후의 심화 과정은 복잡하고 체계적인 술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영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정도인가요?”
“그 정도야.”
“그렇다면 어마어마하게 강한 능력이겠네요.”
“글쎄, 나는 이 능력을 실험과 연구에만 사용하지. 따로 마물이나 마인에게 사용한 적이 없거든.”
위험하기도 하고 말이야.
남화연의 말을 전부 들은 나는 문득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상징하는 네 개의 스킬.
공간을 다루는 마법은 그녀의 스킬 중 하나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 스킬의 본질은 시공간에 관한 것. 만일 그녀가 시공간을 어떻게 하는 것을 둘째치고, 시공간 너머를 엿볼 수 있다면.
“스승.”
“왜 부르니.”
“혹시…….”
이후에 내뱉은 말은 글쎄.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내가 따라 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서 듣자마자 포기했던 기억은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남화연의 대답은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만약 내가 네 말대로 한다면, 그건 내게 다른 의도가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승우는 공간을 넘나들며 예전에 남화연이 했던 강의를 떠올렸다.
‘스승. 덕분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마 공간을 인지하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남화연의 마법을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걸 어떻게 하지?”
몇 번 부딪힌 결과 알아낸 점이 있다.
이브. 저 녀석과 싸울 때는 장기전이고 단기전이고 다 불리하다.
승리할 확신이 없다면 이브와 싸워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다.
“검술로는 솔직히 할 수 있는 영역까지 한 것 같고.”
사실 검술로도 아직 꺼내지 않은 게 많다.
무형검이나 심검 같은 경지도 드러내지 않았고, 다양한 검술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차마 드러내기가 껄끄러운 게.
‘혹여나 단번에 죽이지 못하고 학습이라도 한다면…… 끔찍하네.’
이브는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승우는 그녀의 성장이 눈에 보였다.
‘학생들과 싸울 적에는 틀에 박힌 마법만 사용했어.’
최상급 마법을 사용한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교과서적인 마법 사용은 그녀가 마법에 관한 지식만 가지고 있지.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지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랬던 이브가 나와 싸울 때는 점점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승우가 펼쳤던 마법과 자신이 본 마법을 즉석으로 조합해서 펼쳤다.
그것도 상당한 완성도로.
‘만약 심검을 학습한다면, 그것까지 마법으로 구현하려나?’
그건 나도 못 하는 짓이다.
검술과 마법이 엄연하게 다르거늘.
검술로 마법을, 마법으로 검술을 어떻게 구현하겠는가?
심지어 심검은 승우가 많고 많은 깨달음 끝에 깨우친 경지.
만에 하나라도 이브가 심검도 학습해서 어떻게든 구현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브와 연결되기 시작한 시스템이 문제네.”
시스템은 창을 인류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
혹시 모른다. 그곳에 심검을 마법으로 비슷하게나마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그리고 만일 이를 이브가 학습한다면.
‘심검은 사실상 봉인되는 셈이다.’
심검 휘둘러서 이브를 잡지도 못하고 봉인당할 바에.
차라리 절호의 타이밍을 노리다가 한 방에 죽이는 걸 노리겠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어떻게 노리지?”
이게 문제다.
이브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그녀가 막지 못할 두 번의 공격이 필요하다. 하나는 절호의 타이밍을 만들기 위한 공격.
또 하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브를 쓰러뜨릴 공격.
이렇게 두 개.
‘하나는 심검으로 충분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마땅한 게 떠오르진 않네.’
뭐 좋은 거 없나?
고민하는 그때.
“틈을 노린다고요?”
“아, 너 일어났어?”
승우가 자신의 손에 들린 루나를 쳐다봤다.
이브의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에 깜짝 놀라서 기절한 줄 알았는데, 용케 기절하지 않았구나.
“뭔가요. 그 장하다는 눈빛은?”
“아니야. 그냥 처음 만났을 때보다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거야 당연하죠.”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성장하지 않을 리가 없죠.
승우는 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이렇게 사는데 성장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래서,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네.”
“뭔데. 편하게 말해봐.”
“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랬지.”
“그 틈을 굳이 저희가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응?”
루나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지금 우리는 이면 세계의 틈에 비스듬히 위치한 상태였다.
그녀의 손가락 위로 거대한 파장이 여러 개 느껴졌다.
저곳에 있는 놈들로 틈을 만든다.
“저걸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루나는 이독제독을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