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4화(39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4화
저게 뭐야?(4)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득한 우주 공간과 같은 풍경.
우리를 주변으로 펼쳐진 천구는 별하늘을 품은 우주 같은 게 아니다.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 세계를 막고 있는 문. 그냥 우리가 확 열어버리죠.”
“무식한 말 하지 마라. 차원과 차원 사이의 틈이 얼마나 섬세한 곳인 줄 알아? 저 괴물을 전부 풀어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적어도 우리는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니었다.
이미 이 세계에 오기 위해서 한차례 본 적이 있는 광경이었다.
루나가 손가락으로 멀리 떨어진 별을 가리켰다.
“자세히 좀 보세요.”
녹색으로 반짝이는 별.
푸르른 생명력이 느껴지는 별의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썩은 고목의 뿌리가 보였다. 신단수의 흔적. 저게 왜 차원의 틈새로 안 떨어지고 붙어있는 거지?
설마 아직 안 죽었나?
‘그렇게 부쉈는데 안 죽었을 리는 없고.’
사후 경직 같은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세계를 양분 삼아서 흡수한 거목이다.
기둥을 뜯어서 죽였다고 한들, 거목의 뿌리까지 죽는 데 한 세월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단수는 워낙 거대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뿌리 참 굵다. 천 년 정도 흐르면 죽으려나, 이 정도?”
“그런 감상 말고! 조금 더 전술적인 관점에서! 그런 관점에 입각할 때 어떻게 생각하시냐고요!”
“아, 그런 관점에서?”
루나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나는 하는 수없이 뿌리로 뒤덮인 녹색 별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래, 지금까지 내가 시키는 대로 곧잘 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군말 없이 따른다. 대신에─’
별을 관찰하던 나는 돌연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너 평소랑 다르게 언성이 높네?”
“아, 아니, 그건 당신이 절 미끼로 써서 그런 거잖아요!”
그 말에 나는 곧장 소매를 걷었다.
그을리고 찢어진 상처로 가득한 손목.
칼을 휘두르며 이브의 공격을 막고, 마법을 행사하며 이브의 마법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회피하며 몸 전체를 보호할 순 없었다.
결국 제일 중요한 몸통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선에 움직이다가 팔에 온갖 상처를 입었다. 특히 빛을 방사하는 마법.
그거 진짜 아프더라.
“그래서, 너는 어디를 다쳤지?”
“예?”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큰 부상을 입은 게 분명해. 그렇지 않은 이상, 손목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나보다 흥분할 리가 없잖아.”
이미 알고 있다.
루나가 미끼였다고 하지만 제때 회피한 덕분에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하는 말이다.
“야.”
“……네.”
“지금까지 내가 시킨 일이 있어서 오늘은 네가 말하는 대로 하겠지만, 알지?”
다음에는 네가 해야 되는 거.
그 말을 들은 루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말 잘 들을게요.”
“그래, 그거면 됐다.”
그 말에 흡족함을 느낀 나는 다시 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 참, 어딜 하늘 같은 은인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어.
‘그나저나 왜 하필이면 저 별을 보라고 한 지 알겠네.’
저 별은 루나의 모성.
내 세계를 유린했던 일곱 재앙 중 하나, 신단수가 태어나 그 역사를 시작한 곳이자. 지금은 수많은 재앙들이 우글우글 서식하고 있는 지옥 같은 별.
루나 입장에서 저 별이 마음에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저 별에서 왕족으로 태어나서, 제대로 권력을 누리기도 전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족으로서 수많은 종족들을 책임지는 위치에 올라섰어야 했으니까.
심지어 기나긴 전쟁에서 제대로 승리한 경험도 없이.
매일매일 서서히 익사하는 것처럼 루나를 숨 막히는 게 만드는 세상이었으니까. 좋은 감정이 남으려야 남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루나가 저 별을 보라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파즈즉─!
차원의 틈새.
적막하고 고요한 이 공간에서 돌연 전기가 튀었다.
“저 녀석들…… 틈을 억지로 열려고 시도하고 있군.”
차원의 틈새를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야 공간 마법을 익혔고, 머릿속에 상당한 이론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원래 세계로 경유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넘나들 수 있었지만 저 녀석들은 그런 능력과 지식을 보유하질 않았잖아.
‘아니지.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으려나.’
나는 아담을 떠올렸다.
이브가 손에 들고 있는 비실비실한 아담.
기절한 연구원 아담 말고.
뱀의 눈과 검은 날개를 가진 재앙. 그 녀석을 생각했다.
‘놈은 시스템이었어.’
아담의 첫인상은 시스템의 인공지능 같은 느낌이었다.
녀석이 시스템의 의지를 대변한다는 느낌보다는 일을 대신 처리해 준다는 인상을 물씬 받았다. 확실하다.
‘녀석은 시스템을 100% 통제하에 두고 있지 않아.’
만일 시스템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면 ‘퀘스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갇힌 세계와 이 세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마련해 뒀겠지.
아담에게 공간을 이동하는 지식은 없더라도.
시스템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것이 가능하니까.
이면 세계와 던전이 그 증거였다.
이제야 루나가 하고 싶은 말을 알 것 같다.
“너. 저 재앙들을 이동시켜서 이브하고 싸움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한테 저것 좀 보라고 말한 거지?”
“네.”
“나쁜 생각은 아니야. 어부지리, 이독제독. 뭘 어떻게 하든 간에 둘을 싸움 붙이고 우리는 뒤에서 구경하면 그만이니까.”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어디 보자. 우리가 이동한 것처럼 저 재앙들을 이 세계로 이동시키면.”
답은 뻔하다.
다 죽겠지, 뭐.
루나의 모성에 모든 재앙들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세상이 멸망했음에도 다른 이면 세계처럼 쪼개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신단수의 존재 덕분이었겠지.
녀석의 뿌리가 멸망한 세계가 쪼개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다 죽는다. 다 죽어.”
“……예?”
“두 집단이 서로 싸우다가 공멸하는 그림을 본 것 같은데, 만약 저 둘이 싸운다면 그 후폭풍을 우리가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수 님은?”
“나는 당연히 견디지.”
차원의 틈에 숨거나, 모든 마력은 방어에 투자하면 되는데.
그 말에 루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렇지만 너랑 학생들. 그리고 이 세계의 주민들을 어떡하려고? 살아남을 방법은 있어?”
내 생각에는 없을 것 같은데.
루나가 천천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그런 방법도 있다고 생각해두죠.”
“최후의 수단 같은 걸로?”
“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면 반대로.”
후폭풍을 감당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상관없다는 뜻이잖아요?
나는 루나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수단이라면 뭐 수긍할 수 있지.’
그런 경우라면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쿵!
갑자기 내 몸을 스치는 거대한 감각.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저 멀리 떨어진 이브의 모성으로부터 발생하던 스파크가 나를 덮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이래서 불길한 말은 꺼내면 안 되는데.
“저, 그…… 저희 안전한 거 맞죠오오오오!”
우선 손에 들린 루나를 집어던졌다.
제대로 출구에 던졌으니까, 녀석은 잘 도착할 것이다.
문제는 나인데.
‘망했네.’
차원과 차원 사이에 흐르는 거대한 시공간의 흐름.
스파크가 내 몸을 덮쳐서 본래 이동하는 진로에서 멀어진 탓에 그 흐름에 발목이 걸리고 말았다.
차라리 발목을 자르고 흐름에서 벗어나면 좋았을 텐데, 흐름의 유속이 너무 빠르다.
‘조금 멀리 돌아가야겠네.’
그 생각과 끝으로 나는 소용돌이 휘말린 나뭇가지처럼 빨려 들어가 의식을 잃었다.
* * *
승우는 어느 연구실의 비좁은 공간에서 눈을 떴다.
거대한 흐름에 몸이 휩쓸렸지만 다행히 정신이 무너지거나 큰 부상을 입는 일은 없었다. 다만 승우는 자신의 몸이 공간을 그대로 통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은 것은 아니다.’
귀신과 같은 몸.
승우는 이 세계에 아무런 간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세계에 갇혔을 뿐.’
반사적으로 마력을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살펴본 승우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금방 알아냈다.
‘정신과 몸을 다치지 않은 대신에 이 시간대에 갇혔다.’
승우가 주변을 둘러봤다.
연구실은 좁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깨끗하고 쾌적하다.
아직 이브가 마탑을 부수기 전, 그러니까 내가 속한 시간대로부터 과거에 갇혔음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남화연의 말이 떠올랐다.
“공간 마법을 사용할 때는 주의해서 사용하렴. 우리 같은 천재들은 모든 변수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위험에 처할 일이 없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가 있거든.”
아, 스승.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빌어먹을 재앙들이 설마 이 먼 공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런 게 괴물이지.
‘아무튼 슬슬 이 공간에서 나가야 하는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기시감이 들지?
승우는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다.
분명 처음 보는 연구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곳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좁은 곳에 온 적이 있나?’
이상하다?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은데.
승우는 기억을 샅샅이 되짚었다.
어쩌면 자신의 기억 속에 이 공간에서 탈출할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품고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이 좁은 연구실과 비슷하게 생긴 곳에 발을 들인 기억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다른 기억을 찾았다.
‘음. 분명히 다른 공간이 확실하다만.’
단편적인 기억 하나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기억은 마탑 최하층에 관련된 기억이었다.
아담의 말에 따라 이동하면서 발견한 유리관 속의 이브.
해당 기억이 승우의 머릿속을 자극했다.
‘음…… 아무리 봐도 전혀 다른 공간이야.’
승우가 상하좌우를 확인했다.
이 좁은 연구실은 최하층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안 보였다.
애당초 최하층은 뻥 뚫린 공간이었다.
이렇게 사방이 꽉 막힌 연구실과 심하게 차이가 나는─
“─아. 오늘 연구도 드디어 끝났다.”
‘……!’
갑자기 누군가 굳게 닫힌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 전부일 터.
그렇다면 저 사람이야말로 이 연구실의 주인이겠지.
‘어디 아는 얼굴인지 구경 좀…… 어? 아담?’
승우는 연구실 주인의 얼굴을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저 얼굴이 왜 또 있어.
기억 속의 아담들보다 훨씬 젊은 느낌의 아담이었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아담이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 아담이야.
‘쟤도 이브처럼 호문클루스야, 뭐야.’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게 벌써 몇 번째야.
날개 달린 아담이 첫 번째고, 청년 연구원 아담이 두 번째니까.
이 녀석은 젊은 소년 아담인가?
‘세 번째 아담이라.’
어우 끔찍해라. 상상만 해도 싫은데 이게 현실이네.
승우는 점점 굳어가는 얼굴을 풀며 생각했다.
그래도 참아야지. 괜히 그가 이 시간대에, 하필이면 아담의 연구실에 떨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흐름에 의식을 잃기 전에 수를 좀 써뒀지.’
공간 마법을 응용했다.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어도, 흐름에서 빠져나가서 다시 원래 장소로 이동하기 용이한 곳에 떨어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도착한 곳이 여기니까.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개인실 청소도 다 했고. 오늘도 만나러 가볼까?”
‘움직인다.’
연구실에 들어와서 청소를 진행한 아담이 밖으로 나갔다.
승우가 그의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귀신처럼 남의 눈에 보이지도 않고, 사물도 통과해버리는 덕분에 아담의 뒤를 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어딘가로 움직이던 아담이 정지했다.
거대한 문이 아담을 가로막았다.
그 앞에 선 아담은.
“…….”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승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게 뭐야?’
쟤 왜 저래?